우리가 탄 열차는 오리오(折尾)로 가는 415계 보통열차 였다. 아까 시모노세키로 올때 탄 열차와 동일한 열차 였는데, 꽤나 낡은 열차 였지만 전동차인덕에 이제까지 지겹게 탄 디젤열차보다 훨씬 조용해서 편했다. 열차는 우리가 아까 온 길을 다시 돌아가서 칸몬터널을 지나 큐슈로 진입했다. 열차는 코쿠라에 도착하자 잠시 동안 정차를 했다. 꽤 멈춰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나는 그 동안 내려서 다른 타는곳에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열차들을 열심히 구경했다. 꽤 규모가 큰 역이다보니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열심히 매니아 근성을 발휘해서(-_-;;)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석구석을 돌아 보았다. 특급소닉이 출발하는걸 보고 열차로 돌아오니 잠시후 오리오를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스페이스월드 라고 하는 유원지가 보였다.
아니 이것은! NASA?!;;
스페이스월드 역을 지나자 슬슬 해가 질려고 했다. 역시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일찍 지나보다. 음...사실 겨울은 철도여행엔 그다지 어울리진 않는다, 저 위쪽의 눈이 펑펑 오는곳이라면 엄청나게 매력있을지 모르겠지만, 해가 일찍 져서 어두워져 주위풍경을 감상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인지라, 겨울보다는 여름쪽이 아무래도 여행하기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겨울엔 짐도 많아 지니....)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는 잠시후 오리오역에 도착했다. 오리오역은 카고시마본선(鹿兒島本線)과 치쿠호본선(筑豊本線)이 만나는 역으로써 나름대로 규모있는 역에 속한다. 우리가 내린 시간이 하교 시간이라 그런지 역은 학생들로 북적북적 댔다. 우리는 치쿠호본선을 타고 하카타로 돌아가기 위해, 10분후에 열차를 갈아타기로 했다. 잠시 시간이 남아서 역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밖에 나갔다가 생각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번에 탄 열차는 CT 817계의 구버전인 813계였다. 확실히 817계보다는 스펙이라던지 내장이 약간 딸리지만, 그래도 통근형 전동차로썬 꽤 괜찮은 사양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타보니 의자도 나름대로 편했고, 분위기도 쾌적했다. 하지만 역시 하교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북적댔는데, 학생들이 모여서 떠드는건 한국이나 여기나 다를바가 없었다(-_-;;).
역시나 앞전망이 잘 보이게끔 해놨다. ...우리나라도 제발 이렇게 해줬으면... 힘들려나...;;
열차는 노오가타(直方)를 지나자 등급을 보통에서 쾌속으로 바꾸어 운행했다. 쾌속은 보통보다 한 등급 높은것으로써, 여러역을 그냥 통과해 버린다. 우리나라의 급행이라 보면 될듯하다. 신이이즈카를 지나자 밖은 어두워졌고, 오늘은 빡빡한 스케쥴로 많이 지쳤던 탓에 꾸벅꾸벅 졸다가 깜빡 잠이들어0 버렸다. 자다가 일어나보니 어느새 하카타였다. 나는 졸린눈을 비비며 열차에서 내렸다.
이제 남은 일정은 오늘밤 숙박을 해결해줄 특급'드림니치린'을 탈때까지 4시간여를 하카타역 주변 후쿠오카시내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목표는 일본최대급의 헌책방이라 불리우는 BOOKOFF와 캐널시티하카타라고 하는 멋진 건물이었다. 우리는 하카타역에서 나와 우선 옆의 규동집에 가서 한끼를 해결했다. 이번에는 나름대로 요령있게 주문한듯했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한 법이란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규동을 먹고 나서 하카타역 옆의 교통센터 빌딩을 둘러보았다. 교통센터 빌딩은 꽤 컸는데, 컴퓨터 전문 매장도 있었고, 100엔샵도 있었고, 게임상점, 서점등이 있었다. 나는 서점에 가자마자 소문으로 들었던 철도관련 서적을 찾아서 돌아다녔는데, 으아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양의 철도관련 잡지,서적,사진집,DVD,VHS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장에 있는게 전부 철도관련 책이다... 사실 옆책장도 철도관련이고...또 그 옆에는 철도관련 DVD영상들이 있었고... 정말 엄청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책들과 DVD가 나를 마구마구 유혹했지만... 자금 사정의 압박으로 꾸욱 참기로 했다. 우리는 서점구경을 마친후에 이제 BOOKOFF로 향했다. 북오프는 하카타역 옆의 우체국 맞은 편 건물에 있는데, 길을 헤매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허비해버렸다. BOOKOFF에 도착하자 다시 그 엄청난 책들의 양에 경악했다. 역시 출판의 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다웠다. 음음... 여기서는 좋은 수확이 있었는데, 정가 1700엔 짜리의 '신칸센&특급열차 도감'이라는 책을 350엔이라는 엄청난(!)가격에 구입할수 있었다. 올컬러의 이 책은 JR의 신칸센과 특급열차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BOOKOFF탐방을 마친 우리는 곧바로 캐널시티하카타를 찾아 나섰다. 지하철 2~3코스정도를 걷고, 지도를 여러번 보고 헤맨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캐널시티하카타는 소문대로 멋진 건물이었다.
캐널시티 하카타의 입구(?)모습이다. 역시 뭔가 멋졌다.
저 아래의 물에 주목. 캐널시티하카타란 건물은 아래에 인공 운하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복합상가 건물을 세운거라고 한다.
온갖가지 불빛들이 춤을 추는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다..음음..또 가고 싶어진다
우리는 사진을 찍은뒤 한층,한층씩 돌아 보기로 했다. 식당가,옷가게등 많은 상점들이 있었는데, 뭐니 뭐니 해도 압권은 맨 위층에 있는 '라면스타디움'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이 라면스타디움의 입구이다. 그...그릇이 입구다;;
이곳은 전국 각지의 유명 라면들을 파는 곳인데... 가격도 엄청날 뿐더러, 맛도 엄청나다고 한다. 정말 먹어보고 싶었으나...한그릇 780엔(삿포로된장라면)이라는 가격의 압박과 아까 먹은 밥의 압박으로 내일 먹기로 했다.(하지만 결국 못먹었다...ㅠㅠ 아아 젠장..젠장) 맨 위층까지 쭈욱 돌아본뒤 시계를 보니 슬슬 하카타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내려오다가 찍은 사진 지하1층에는 개방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명이 멋있었다.
하카타역으로 돌아갈때도 길을 잘못 들어서 빙빙 돌았다-_-;; 계속 잘못가다가 결국 다시 캐널시티하카타로 돌아와서 아까 온길을 다시 걸어갔다. 왕복으로 치면 지하철 역 5~6개 분을 걸었기 때문에 다리가 무척 아팠다.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하카타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우리가 탈 열차는 야간열차 '드림니치린'이었다. 열차 출발시각은 22시50분이었는데 나름대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얼른 역 옆의 편의점에서 열차에서 먹을 맥주와 과자를 산뒤 서둘러 개찰을 하고 열차 사진을 찍고 열차에 올라섰다.
드림츠바메가 하카타와 카고시마를 잇는 야간열차라면 이 드림니치린은 하카타와 미야자키를 잇는 야간열차이다. (현재는 드림츠바메가 사라지고, 드림니치린이 큐슈의 유일한 야간열차이다)거의 8시간에 가까운 롱런을 보여주는데, 확실히 드림츠바메보단 이 드림니치린이 보다 안락한 숙면을 제공해준다. 그 이유는 중간에 오이타(大分)에서 2시간여를 가만히 서서 정차하기 때문인데, 보다 주행시간이 길어서 좀 더 푹 잘수 있도록 해준다. 드림니치린에 사용되는 열차는 미도리,카모메용으로 쓰이는 783계인데, 드림니치린에는 차내판매서비스와 그린샤 서비스가 없는 대신에 그린샤에는 모포가 제공된다. 우리는 열차에 탑승하고 바로 짐을 풀어서 세면도구와 옷을 꺼내서 화장실로 갔다. 나는 세수를 하고,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돌아왔다. 3일동안 머리를 못감아서 머리가 많이 지저분했다(윽). 화장실에서 돌아와서 아까산 맥주와 과자를 꺼냈다.
한국에서는 한캔에 5800원(!)하는 기네스맥주. 일본에서는 335엔인가 하는데, 환율을 생각해봐도 일본이 많이 싸다. 그 옆에는 에비센이라 불리는 일본판 새우깡이다-_-;; 맛은? 한국이랑 똑같더라;
언젠간 마셔봐야지 하던 기네스 맥주를 이렇게 일본에 와서 마셔보게 되었다. 크으 역시 맛이 상당히 부드러운게 고급맥주 다웠다. 맥주랑 과자랑 먹고 몸에 긴장을 풀고 눕다시피 앉아서 잠을 청했다. 그린샤는 이용고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우리를 포함해서 4명 정도 있었다) 우리는 우리 앞자리를 냉큼 돌려버려서 발을 쭈욱 뻗고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잠이 안와서 뒤치럭 대다보니 어느새 코쿠라 였는데, 안내방송에서 '여기서부터는 진행방향이 바뀌오니 자리를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밤이 깊었으므로 이제부터는 노베오카 도착까지 안내방송을 하지 않겠습니다. 중간에 내리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나왔다(확실하진 않다;;) 우리는 자리를 반대편 의자로 건너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 뭔가 그 뒤에는 금방 잠이 든듯했다. 잠든 우리를 태운 열차는 미야자키를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