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창(大倉)-정몽주(鄭夢周)
幽人夜不寐(유인야불매) : 유인이 밤에 잠자지 못하니 秋氣颯以涼(추기삽이량) : 가을 기운 우수수 서늘하여라. 曉來眄庭樹(효래면정수) : 새벽에 뜰의 나무를 내다보니 枝葉半已黃(지엽반이황) : 가지와 잎이 벌써 반은 물들었다. 白雲從東來(백운종동래) : 흰 구름이 동쪽에서 나오니 悠然思故鄕(유연사고향) : 아득히 고향이 생각난다. 故鄕萬餘里(고향만여리) : 고향이 멀어 만여 리나 되니 思歸不可得(사귀불가득) : 돌아갈 생각하나 갈 수가 없어라. 手把古人書(수파고인서) : 고인의 글을 손에 잡고서 憂來聊自讀(우래료자독) : 근심스러우면 스스로 읽는다. 憂來縈中腸(우래영중장) : 근심이 몰려와 창자에 얽히니 廢書長嘆息(폐서장탄식) :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해본다. 人生百歲內(인생백세내) : 인생이라야 겨우 백 년 간이라 光景如過隙(광경여과극) : 광음이 틈을 지나는 것 같아라. 胡爲不自安(호위불자안) : 어찌하여 홀로 편치 못하고 而作遠遊客(이작원유객) : 먼 길 떠도는 나그네가 되었는가.
사미인사(思美人辭)-정몽주(鄭夢周)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노래
思美人兮如玊(사미인혜여숙) : 옥 같은 임을 생각합니다 隔蒼海兮共明月(격창해혜공명월) : 푸른 바다 건너 두고 밝은 달을 함께 했었지요. 顧茫茫兮九州(고망망혜구주) : 망망한 중국 대륙을 바라보니 豺狼當道兮龍野戰(시랑당도혜룡야전) : 늑대가 길을 막고 용이 들에서 싸웁니다. 紲余馬兮扶桑(설여마혜부상) : 내 말을 동쪽 바다에 매어두었으니 悵何時兮與遊讌(창하시혜여유연) : 슬프다, 어느때 함께 잔치에 놀 수 있을까 . 進以憹兮退以義(진이뇌혜퇴이의) : 그대는 예의로 나아가며 정의로 물러서고 搢紳笏兮戴華簮(진신홀혜대화簮) : 신과 홀에 화잠을 꽂았었지요. 願一見兮道余意(원일견혜도여의) : 한 번 만나 내 뜻을 말하고 싶어도 君何爲兮江之南(군하위혜강지남) : 그대는 어이하여 강남에 멀리 계십니까.
강남류(江南柳)-정몽주(鄭夢周)
강남 버들
江南柳江南柳(강남류강남류) : 강남 버들이여, 강남 버들이여 春風裊裊黃金絲(춘풍뇨뇨황금사) :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황금 실 늘어진다. 江南柳色年年好(강남류색년년호) : 강남에 버들은 해마다 좋으나 江南行客歸何時(강남행객귀하시) : 강남의 나그네는 언제 돌아가나. 蒼海茫茫萬丈波(창해망망만장파) : 망망한 푸른 바다에 만 길 물결 家山遠在天之涯(가산원재천지애) : 내 고향은 멀리 하늘 끝에 닿은 곳이어라. 天涯之人日夜望歸舟(천애지인일야망귀주) : 하늘 끝의 사람, 돌아올 배 밤낮 바라보며 坐對落花空長嘆(좌대락화공장탄) : 앉아서 낙화를 보며 길이 탄식하노라. 但識相思苦(단식상사고) : 서로 보고 싶은 괴로움은 알겠지만 肯識此間行路難(긍식차간행로난) : 이곳의 행로난도 기꺼이 알라. 人生莫作遠遊客(인생막작원유객) : 사람들이여, 부디 먼 길 나그네 되지 말지니 少年兩鬢如雪白(소년량빈여설백) : 소년의 두 귀밑머리가 눈처럼 희어졌어라.
영주고우(永州故友)-정몽주(鄭夢周)
영주 옛친구
霧冷驚秋夕(무냉경추석) : 안개가 차가워 추석날에 놀라는데 雲飛戀故丘(운비련고구) : 하늘에 구름 날아가니 고향 그리워라. 魚肥香稻熱(어비향도열) : 물고기 살찌고 향기로운 벼 익어가고 鳥宿翠林稠(조숙취림조) : 푸른 숲은 빽빽한데 새가 깃드는구나.
다경루증계담(多景樓贈季潭)-정몽주(鄭夢周)
다경루에서 계담에게 주다
欲展平生氣浩然(욕전평생기호연) : 평생에 기른 호연지기를 펴려면 須來甘露寺樓前(수래감로사루전) : 모름지기 감로사 누각 앞에 서보시라. 瓮城畫角斜陽裏(옹성화각사양리) : 옹성의 화각 소리가 지는 해 속에 울리고 苽浦歸帆細雨邊(고포귀범세우변) : 과포의 돌아가는 돛단배 가랑비 가에 있구나. 古鑊尙留梁歲月(고확상류량세월) : 옛 가마에는 여전히 양 나라 세월 머물고 高軒直壓楚山川(고헌직압초산천) : 높은 누각은 바로 초나라 산천을 누르는구나. 登臨半日逢僧話(등림반일봉승화) : 올라서 반나절 동안 중을 만나 이야기 나누니 忘却東韓路八千(망각동한로팔천) : 우리나라로 가는 팔천리 길을 내 잊어버렸구나.
정주중구한상명부(定州重九韓相命賦)-정몽주(鄭夢周)
정주에서 중양절에 한상이 지으라 하여
定州重九登高處(정주중구등고처) : 정주에서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보니 依舊黃花照眼明(의구황화조안명) : 국화꽃은 예와 같이 훤하게 눈에 비쳐 밝아라. 浦溆南連宣德鎭(포서남련선덕진) : 갯벌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어지고 峯巒北倚女眞城(봉만북의녀진성) : 산봉우리는 북으로 여진의 성에 기대어있다. 百年戰國興亡事(백년전국흥망사) : 백 년간 전쟁에 흥하고 망한 일들 萬里征夫慷慨情(만리정부강개정) : 만 리 밖에 나그네에겐 북받치는 회포로다. 酒罷元戎扶上馬(주파원융부상마) : 술 끝나자 원융대장 부축 받아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천산사일조홍정) : 얕은 산, 비낀 해가 붉은 기를 비추고 있어라.
등전주망경대(登全州望景臺)-정몽주(鄭夢周)
전주 망경대에 올라
千仞岡頭石徑橫(천인강두석경횡) : 천 길 산마루에 돌 길이 비껴있는데 登臨使我不勝情(등림사아불승정) : 올라서 바라보니 감회가 끝이없어라. 靑山隱約扶餘國(청산은약부여국) : 청산은 보일 듯 말듯한 부여국이요 黃葉繽紛百濟城(황엽빈분백제성) : 누른 잎이 우수수 지는 백제성이로다. 九月高風愁客子(구월고풍수객자) : 구월 높은 바람에 나그네 시름에 잠기고 百年豪氣誤書生(백년호기오서생) : 백 년 호방한 기운 서생의 신세 그르쳤구나. 天涯日沒浮雲合(천애일몰부운합) : 하늘 가에 해가 지니 뜬 구름 어울리니 怊悵無由望玉京(초창무유망옥경) : 슬프도다, 서울 바라볼 길이 하나도 없어라.
금산사(金山寺)-정몽주(鄭夢周)
金山宛在碧波間(금산완재벽파간) : 금산은 푸른 물결 새로 완연히 보이고 山下扁舟信往還(산하편주신왕환) : 산 아래로 일엽편주 마음놓고 오고간다 眼底已窮眞面目(안저이궁진면목) : 눈 아래로 이미 진면목이 다보이니 不須脚力更登攀(불수각력갱등반) : 다리 힘들여 다시 올라갈 필요 없도다
강상억주좌참1(江上憶周左參1)-정몽주(鄭夢周)
강 위에서 주좌참이 생각나서
江上玉人何處遊(강상옥인하처유) : 강 위의 그리운 이 어디서 노니는지 江聲日暮向東流(강성일모향동류) : 저물녘에 강물 소리 동쪽을 향해 흐른다 春風萬里孤舟客(춘풍만리고주객) : 만리 봄바람에 외로운 배 탄 나그네 一夜相思欲白頭(일야상사욕백두) : 밤새도록 생각하니 머리가 희어지는구나
강상억주좌참2(江上憶周左參2)-정몽주(鄭夢周)
강 위에서 주좌참이 생각나서
黃金臺客鬢靑靑(황금대객빈청청) : 황금대의 나그네 귀밑머리 푸르고 千首詩名海內驚(천수시명해내경) : 천여 수의 시의 명성 나라 안에 가득하다 入掌絲綸應不遠(입장사륜응불원) : 조칙을 지을 날도 반드시 멀지 않으리니 觀光他日話離情(관광타일화리정) : 관광의 다음 날에 이별의 정을 이야기하리라
발해회고(渤海懷古)-정몽주(鄭夢周)
발해를 회고하며
唐室勞師定海東(당실노사정해동) : 당나라 군사를 괴롭혀 해동을 평정했으나 大郞隨起作王宮(대랑수기작왕궁) : 대장부 바로 따라 일어나 나라를 세웠도다 請君莫說關邊策(청군막설관변책) : 청컨데, 변방의 정책을 말하지 말라 自古伊誰保始終(자고이수보시종) : 자고로 그 누가 처음과 끝을 보장하리오
탕욕(湯浴)-정몽주(鄭夢周)
목욕
雨行泥汚遍(우행니오편) : 비 내려 모두가 진흙탕 세상 熱走汗霑頻(열주한점빈) : 신나게 돌아다녀 땀에 자주 젖는다 沂浴思春暮(기욕사춘모) : 기수에 목욕하고 저무는 몸 생각 湯銘誦日新(탕명송일신) : 탕명의 “나날이 새롭다‘를 암송한다 氤氳喜有水(인온희유수) : 물이 있어 성한 기운 좋고 淸淨洗無塵(청정세무진) : 흙먼지 씻어내니 맑고도 깨끗하다 頓覺精神爽(돈각정신상) : 문득 정신이 맑아짐을 깨닫고 臨風更網巾(임풍경망건) : 바람을 맞으며 망건을 고쳐본다
야흥(夜興)-정몽주(鄭夢周)
밤의 흥취
夜氣生公館(야기생공관) : 빈 관청에 찬기운 돌고 空庭雨乍收(공정우사수) : 빈 뜨락에 비 잠깐 그친다 飛螢帶秋思(비형대추사) : 나는 반딧불에 가을 생각 나고 宿客抱情愁(숙객포정수) : 잠자는 객도 그리운 생각에 젖는다 露葉聞餘滴(노엽문여적) : 나뭇잎에 이슬 떨어지는 소리 星河看欲流(성하간욕류) : 은하수는 막 흘러내리려는 듯하다 明朝還北去(명조환북거) : 내일 아침 북으로 떠나야 하니 數起問更籌(수기문갱주) : 몇 번이고 일어나 시간을 묻는다
음시(吟詩)-정몽주(鄭夢周)
시를 읊으며
終朝高詠又微吟(종조고영우미음) : 아침내내 크게 읊고 또 작게 읊으니 苦似披沙欲鍊金(고사피사욕연금) : 괴롭기가 모래 헤쳐 금을 찾는 것아라 莫怪作詩成太瘦(막괴작시성태수) : 시짓다가 크게 마르는 일 괴이타 말라 只綠佳句每難尋(지록가구매난심) : 좋은 싯귀 찾기는 일이란 매양 어려워라
문효고(聞曉鼓)-정몽주(鄭夢周)
새벽 북소리 들으며
更深耿耿抱愁懷(갱심경경포수회) : 깊어지는 밤 더욱 또렷이 수심이 일어 城上俄聞曉鼓催(성상아문효고최) : 성 위에 올라 잠시 새벽 북소리 듣는다 客路半年孤枕上(객로반년고침상) : 반 년 나그네 길에, 외로운 베갯머리 窓欞依舊送明來(창령의구송명래) : 창문은 변함없이 밝은 빛을 보내오누나
동양역벽화응웅가용진교유운 (僮陽驛壁畵鷹熊歌用陳敎諭韻) 정몽주(鄭夢周)
동양역 벽에 그린 송골매 양태를 진교유의 운을 빌어 노래하다
波濤龍騰凌碧虛(파도용등릉벽허) : 물결은 용 승천하듯 하늘에 사무치고 紅旌渡淮風卷舒(홍정도회풍권서) : 붉은 깃발은 회수 건너 바람에 펄럭인다 人言大將受節鉞(인언대장수절월) : 사람들 말하네, 임금의 임명 받은 대장은 許國不復思全軀(허국불복사전구) : 나라 위해 제 몸 생각 않는 법이라 했다 車騎徐驅臨楚岸(차기서구림초안) : 수레와 말 천천히 몰아 초나라 언덕으로 가고 雷霆已殷齊東隅(뇌정이은제동우) : 천둥은 이미 제동에까지 울리는구나 猛士股栗聽指揮(맹사고률청지휘) : 용맹하던 군사들도 다리 떨며 지휘를 받고 縣尹首縮爭來趨(현윤수축쟁래추) : 고을 원님들은 목 움츠려 다투어 와 항복한다 君不見鳥中有鷹兮(군불견조중유응혜) : 그대는 모르는가, 새 중에 매가 있어 衆鳥翶翔莫能及(중조고상막능급) : 뭇 새들 높이 날아도 미칠 수 없는 것을. 又不見獸中有熊兮(우불견수중유웅혜) : 또 모르는가, 짐승 중에 곰이 있어 百獸懾伏不敢立(백수섭복불감립) : 온갖 짐승 두려워서 감히 서있지도 못하는 것을 將軍本是萬人敵(장군본시만인적) : 장군이란 원래가 만 사람과 맞서는 것 氣味吾知與之協(기미오지여지협) : 그 기세와 멋이 매와 곰에 어울리는 것을 나는 아노라 撫劍思從沙漠游(무검사종사막유) : 칼 어루만지며 생각은 사막에 노닐고 撚箭志在陰山獵(연전지재음산렵) : 화살 부비며 음산의 사냥에 뜻을 두노라 僮陽驛中住半月(동양역중주반월) : 동양역에 반달 동안 머물다가 適見畵工精所業(적견화공정소업) : 마침 정한 화공을 만났도다 高堂大壁(고당대벽) : 높다란 집 큰 벽에 使之揮筆展其才(사지휘필전기재) : 그림 그리게 하여 그 재주를 펴 보게 하니 郭熙韓幹眞輿臺(곽희한간진여대) : 곽 희와 한 간은 참으로 그 하수이로다 維熊昂頭兮鷹奮翼(유웅앙두혜응분익) : 곰은 머리 쳐들고 매는 날개 떨치는데 精神妙處不在矩與規(정신묘처부재구여규) : 정신의 오묘함은 법도 넘어선 곳에 있도다 政逢盛代修武備(정봉성대수무비) : 정히 성세에 서로 만나 무비를 닦음에 我亦獻馬過海陲(아역헌마과해수) : 나 또한 말을 바치고 이 해변을 지나노라 日長公館綠陰合(일장공관록음합) : 해 긴 공관에는 녹음이 어우러졌는데 閉門看畵仍低佪(폐문간화잉저회) : 문 닫고 그림 보며 오락가락 거니는구나 盤飛須臾灑毛血(반비수유쇄모혈) : 빙빙 날아도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새의 털에 피 뿌린다 顧盻髣髴生風威(고혜방불생풍위) : 힐끗이 돌아보는 모습에 위풍이 생동하도다 鷹兮熊兮(응혜웅혜) : 매여, 곰이여 我當效汝於丹靑之外兮(아당효여어단청지외혜) : 내 마땅히 그림 밖에서 너를 본받아 決吾之勇兮起吾衰(결오지용혜기오쇠) : 나의 용기 끊어내어 나의 쇠약함을 떨리로다 又安得壯士如汝二物之神俊者 (우안득장사여여이물지신준자) : 어찌하면, 너희 두 무리같이 빼어난 장사 얻어 死生終始莫相違(사생종시막상위) : 생사간에 끝내는 서로 어김없이 되어서 繫頸匈奴之頑黠(계경흉노지완힐) : 완악하고 교활한 흉노의 목 홀쳐 끌고와 勒銘燕然之崔巍(륵명연연지최외) : 연연산 높은 곳에 빗돌 세워 기록하리라 功成歸來報天子(공성귀래보천자) : 공 이루고 돌아와 천자에게 아뢴 뒤에 乞身試向山中回(걸신시향산중회) : 산속으로 돌아가 쉬겠다고 이몸 한 번 청해 볼까.
贈禮部主事胡璉 (贈禮部主事胡璉 )-정몽주(鄭夢周)
예부 주사 호련에게
男子平生愛遠遊(남자평생애원유) : 사나이 평생을 멀리 떠다니기 좋아하지 異鄕胡乃歎淹留(이향호내탄엄유) : 어찌 낮선 땅에서 머무는 것 탄식하리오 無人更掃陳蕃榻(무인갱소진번탑) : 진번의 의자 쓸어줄 사람 아무도 없고 有客獨登王粲樓(유객독등왕찬루) : 왕찬의 누대에 올라갈 사람만 있구나 萬戶砧聲明月夜(만호침성명월야) : 달 밝은 밤 집집마다 들리는 다듬질 소리 一竿帆影白鷗洲(일간범영백구주) : 흰 갈매기 나는 모래섬에는 흰 돗 그림자 時來飮酒城南市(시래음주성남시) : 성남에서 때때로 술을 마시나니 豪氣猶能塞九州(호기유능새구주) : 호탕한 기운 여전히 구주를 채울 수 있도다
음시(吟詩)-정몽주(鄭夢周)
시를 읊는다는 것
終朝高詠又微吟(종조고영우미음) : 아침시간 꼬빡 읊다가 또 음미해 보노라니 若似披沙欲練金(약사피사욕련금) : 모래판 파헤쳐 금싸라기 찾으려는 것 같다오 莫怪作詩成太瘦(막괴작시성태수) : 시짓느라 말라버린 일 괴상타 여기지 마소 只緣佳句每難尋(지연가구매난심) : 오로지 좋은 싯귀란 어렵게 찾아진 것이라오
홍무정사봉사일본작2(洪武丁巳奉使日本作2) 정몽주(鄭夢周)
홍무 정사년 일본으로 사신가 짓다
僑居寂寞閱年華(교거적막열년화) : 타향살이 척막한 채로 한 해를 사는데 苒苒窓櫳日影過(염염창롱일영과) : 천천히도 창박의 해는 지나가는구나 每向春風爲客遠(매향춘풍위객원) : 매번 봄바람 불 때 멀리서 나그네 되니 始知豪氣誤人多(시지호기오인다) : 사나이 호기가 사람 일 거르치는 줄 알겠노라 桃紅李白愁中艶(도홍이백수중염) : 근심 중에도 붉은 복사꽃과 흰 배꽃 더욱 요염하고 地下天高醉裏歌(지하천고취리가) : 취한 중에도 낮은 땅과 높은 하늘을 노래하노라 報國無功身已病(보국무공신이병) : 나라 은혜 갚을 공도 없이 몸은 이미 병들어 不如歸去老烟波(불여귀거로연파) : 고국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늙어감만 못하리라
봉사일본(奉使日本)- 정몽주(鄭夢周)
일본에 사신 와서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 섬나라에 봄기운 감도는데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 하늘 끝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 하네 草連千里綠(초련천리록) : 풀은 천 리에 연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월공양향명) : 달은 두 고을 모두 밝히네 遊說黃金盡(유설황금진) : 사행길에 비용도 다 써고 思歸白髮生(사귀백발생) : 고국 갈 생각에 흰머리만 느네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 세상을 다스리려는 나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불독위공명) : 다만 공명만을 위함은 아니라오
야객(夜客)-정몽주(鄭夢周)
客夜人誰問(객야인수문) : 나그네를 밤에 누가 찾으리 沈吟欲二更(침음욕이경) : 조용히 읊조리니 이경이 되려 한다 詩從枕上得(시종침상득) : 시는 베개 위 쫓아 얻고 燈在壁間明(등재벽간명) : 등잔불은 벽 사이에 있어 밝구나 默默思前事(묵묵사전사) : 묵묵히 지난 일을 생각하며 遙遙計去程(요요계거정) : 곰곰이 앞으로 갈길을 헤아려본다 俄然睡一覺(아연수일각) : 깜빡 졸다가 깨어보니 童僕報鷄鳴(동복보계명) : 아이놈이 닭이 운다 아려주는구나
우제(偶題)-정몽주(鄭夢周)
우연히 짓다
今日知何日(금일지하일) : 오늘이 무슨 날인고 하니 春風動客衣(춘풍동객의) : 봄바람이 나그네 옷을 날리는구나 人遊千里遠(인유천리원) : 사람은 천 리에 놀아 멀어졌고 雁過故山飛(안과고산비) : 기러기는 고국의 산을 지나 나가는구나 許國寸心苦(허국촌심고) : 나라에 바친 한조각 마음 괴로운데 感時雙淚揮(감시쌍루휘) : 시절을 느끼니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登樓莫回首(등루막회수) : 누에 올라 머리를 돌리지 말라 芳草正菲菲(방초정비비) : 꽃다운 풀이 한참 우거지고 우거졌도다
홍무정사봉사일본작1(洪武丁巳奉使日本作1) 정몽주(鄭夢周)
홍무 정사년에 일본으로 사신가서 짓다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 섬나라에 봄기운 감도는데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 하늘 끝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 하네 草連千里綠(초련천리록) : 풀은 천 리에 연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월공양향명) : 달은 두 고을 모두 밝히네 遊說黃金盡(유설황금진) : 사행길에 비용도 다 써고 思歸白髮生(사귀백발생) : 고국 갈 생각에 흰머리만 느네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 세상을 다스리려는 나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불독위공명) : 다만 공명만을 위함은 아니라오
기이정언(寄李正言)-정몽주(鄭夢周)
이정언에게
春風苦憶李長沙(춘풍고억리장사) : 봄바람에 이장사 그리워 괴로웁나니 徏倚南樓日欲斜(徏의남루일욕사) : 남쪽 누대 기대니 해가 지려하는구나 宣室承恩應未遠(선실승은응미원) : 선실에서 은혜 받기 멀지 않으리니 石灘明月不須誇(석탄명월불수과) : 석탄의 밝은 달빛 자랑할 것이 없도다
제여흥루(題驪興樓)-정몽주(鄭夢周)
영흥루에 제하다
煙雨空濛滿一江(연우공몽만일강) : 연기와 비 쓸쓸히 내려 온 강에 가득하고 樓中宿客夜開窓(루중숙객야개창) : 누대 안 잠자는 나그네 밤에 창을 열었구나 明朝上馬衝泥去(명조상마충니거) : 내일 아침에 말에 올라 진흙 뚫고 가면서 回首滄波白鳥雙(회수창파백조쌍) : 푸른 물결로 머리 돌리니 흰 새 한 날고 있구나
주차백로주(舟次白鷺洲)-정몽주(鄭夢周)
배에서 백로주를 차운하다
白鷺洲邊浪接天(백로주변랑접천) : 백로주 주변의 물결은 하늘에 닿고 鳳凰臺下草如煙(봉황대하초여연) : 봉황대 아래에는 풀이 연기와 같도다 三山二水渾夜舊(삼산이수혼야구) : 삼산과 이수는 모두 예와 같거니 不見當年李謫仙(불견당년리적선) : 그 당시의 이적선은 보지 못하겠도다
회금해구유(懷金海舊遊)-정몽주(鄭夢周)
김해 옛 놀이 생각하며
燕子樓前燕子廻(연자루전연자회) : 연자루 앞에 제비가 돌아오는네 郞君一去不重來(랑군일거불중래) : 낭군은 한 번 간 뒤 다시 오지 않는구나 當時手種梅花樹(당시수종매화수) : 당시에 직접 심은 매화나무는 爲問東風幾度開(위문동풍기도개) : 봄바람에 몇 번이나 피었는지 묻고 싶도다
표모분(漂母墳)-정몽주(鄭夢周)
표모의 무덤
漂母高風我所歆(표모고풍아소흠) : 표모의 높은 풍모 내가 공경하는 바인지라 道經遺塚爲傷心(도경유총위상심) : 남겨진 무덤을 지나가니 내 마음 상하는구나 莫言不受王孫報(막언불수왕손보) : 왕손의 은혜 안 받았다고 말하지 말라 千古芳名直幾金(천고방명직기금) : 천고에 아름다운 이름은 그 값은 얼마이리오
곡이밀직종덕(哭李密直種德)-정몽주(鄭夢周)
밀직 이종덕을 곡하다
自是韓山積善餘(자시한산적선여) : 한산 이씨 문벌은 적선한 일이 있어 賢郞欠壽竟何如(현랑흠수경하여) : 아들이 일찍 오래 살지 못함은 어찌 된 일인가 古來此理誠難詰(고래차리성난힐) : 옛부터 이러한 이치 정말 알기 어려웠으니 孔聖猶曾哭伯魚(공성유증곡백어) : 공자 같은 성인도 일찍 아들 백어를 곡하였도다
등정주성루(登定州城樓)-정몽주(鄭夢周)
정주 성루에 올라
歸心杳杳入長空(귀심묘묘입장공) : 돌아갈 마음이 아득하여 긴 공중에 들어 萬里登樓滿帽風(만리등루만모풍) : 만 리 먼 누대에 오르니 모자에 가득한 바람 已信此身無定止(이신차신무정지) : 이미 이 몸 머무 곳 없음을 알았으니 明年何處聽秋鴻(명년하처청추홍) : 명년에는 어느 곳에서 가을 기러기 소리 들으리오
봉래각(蓬萊閣)-정몽주(鄭夢周)
採藥未還滄海深(채약미환창해심) : 불사약 캐러 갔다 돌아오지 못한 푸른 바다 깊고 秦皇東望此登臨(진황동망차등림) : 진시황은 동쪽 바라며 여기서 누대에 올라 바라보았다 徐生詐計非難悟(서생사계비난오) : 서시의 거짓 계교를 깨닫기가 어려웠지 않았다 自是君王有欲心(자시군왕유욕심) : 여기에서 군왕에게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네
재유시사(再遊是寺)-정몽주(鄭夢周)
다시 이절에 와 놀다
溪流繞石綠徘徊(계류요석록배회) : 개울물 돌을 도니 푸른빛 감돌고 策杖沿溪入洞來(책장연계입동래) : 지팡이 짚고 개울 따라 고을에 든다 古寺閉門僧不見(고사폐문승불견) : 옛 절은 닫혀 있고 스님 보이지 않아 落花如雪覆池臺(낙화여설복지대) : 지는 꽃은 눈처럼 연못의 대를 덮는구나
석정전다(石鼎煎茶)-정몽주(鄭夢周)
돌 솥에 차 다리며
報國無效老書生(보국무효노서생) : 나라의 은혜를 갚지도 못하는 늙은 서생 喫茶成僻無世情(끽다성벽무세정) : 차 달이며 세상 피하니 세상 마음 없도다 幽齋獨臥風雪夜(유재독와풍설야) : 눈보라 치는 밤, 재실에 홀로 누워 愛聽石鼎松風聲(애청석정송풍성) : 돌 솥에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 즐겨 듣는다
증승(贈僧)-정몽주(鄭夢周)
스님에게
松風江月接沖虛(송풍강월접충허) : 솔바람 강에 비친 달이 텅빈 공중에 닿으면 正是山僧入定初(정시산승입정초) : 이 때가 곧 산 속 스님이 선경에 드는 처음이로다 可吲紛紛學道者(가신분분학도자) : 가소롭도다, 어지러이 도를 배운다는 자여 聲色之外覓眞如(성색지외멱진여) : 성색의 밖에서 진여의 진리를 찾는다고 하는구나
제익양신정(題益陽新亭)-정몽주(鄭夢周)
익양의 새 정자에 제하다
山近暮雲合(산근모운합) : 산이 가까워 저문 구름과 합쳐지고 草長秋雨深(초장추우심) : 풀이 무성하여 가을비가 깊도다 一燈孤客夢(일등고객몽) : 한 등잔불에 외로운 나그네 꿈은 千里故人心(천리고인심) : 천리 먼 곳 친구 그리는 내 마음이로다
첨성대(瞻星臺)-정몽주(鄭夢周)
瞻星臺兀月城中(첨성대올월성중) : 첨성대는 반월성에 우뚝 솟아있고 玉笛聲含萬古風(옥적성함만고풍) : 옥피리는 만리 만고의 풍아를 머금었구나 文物隨時羅代異(문물수시라대이) : 문물은 시대에 따라 신라와 다르나 嗚呼山水古今同(오호산수고금동) : 아, 산과 물은 옛날과 지금이 꼭 같구나
증상주김선치상국(贈尙州金先致相國) 정몽주(鄭夢周)
상주의 김선치 상국에게
雨中留我酒杯深(우중류아주배심) : 비는 내리는 데 나를 머물게 하니 술도 취하여 半日高談直百金(반일고담직백금) : 한 날절 동안 고상한 이야기 백금보도 값지도다 只爲朝天促歸驥(지위조천촉귀기) : 다만 중국에 사신 가는 일로 돌아 갈 말 재촉하니 夕陽芳草懊人心(석양방초오인심) : 석양에 향기로운 풀은 사람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구나
중추(中秋)-정몽주(鄭夢周)
추석날
中秋昔作咸州客(중추석작함주객) : 중추절에 함주의 나그네 되었는데 屈指今經二十年(굴지금경이십년) : 손 꼽아 헤아려보니 금년이 이십 년이네 白首重來對明月(백수중래대명월) : 흰 머리로 다시 와 밝은 달을 보니 餘生看得幾回圓(여생간득기회원) : 남은 인생에 둥근 모습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가
숙탕참(宿湯站)-정몽주(鄭夢周)
탕참에서 묵으며
半生豪氣未全除(반생호기미전제) : 반평생의 호탕한 기운 다 없어지지는 않아 跨馬重遊鴨綠堤(과마중유압록제) : 말에 걸터 앉아 압록강 뚝에서 놀도다 獨臥野盤無夢寐(독와야반무몽매) : 홀로 들판 반석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고 滿山明月子規啼(만산명월자규제) : 밝은 달빛 산에 가득하고 자규는 울어댄다
고소대(姑蘇臺)-정몽주(鄭夢周)
衰草斜陽欲暮秋(쇠초사양욕모추) : 서양의 지는 풀에 가을이 저물어가고 姑蘇臺上使人愁(고소대상사인수) : 고소대 위에서 사람을 수심케 하는구나 前車未必後車戒(전거미필후거계) : 앞 수레의 일을 반드시 뒷 수레가 경계 삼지 않아도 今古幾番麋鹿遊(금고기번미록유) : 고금동안에 몇 번이나 사슴들이 놀고 갔던가
양자강(楊子江)-정몽주(鄭夢周)
龍飛一日樹神功(용비일일수신공) : 용이 날아올라 하루만에 신비한 공을 이루어 直使乾坤繞漢宮(직사건곤요한궁) : 곧 바로 천하를 한나라 궁실을 섬기게 하였다 但把長江限南北(단파장강한남북) : 다만 장강을 남북으로 갈라 놓았으니 曹公誰道是英雄(조공수도시영웅) : 누가 조조를 영웅이라 말하는가
오호도(嗚呼島)-정몽주(鄭夢周)
三傑徒勞作漢臣(삼걸도로작한신) : 세 호걸들 헛된 수고로 한나라 신하 되었느나 一時功業竟成塵(일시공업경성진) : 한 시대의 공업이 필경은 흙먼지로 되었구나 只今留得嗚呼島(지금유득오호도) : 다만 지금은 오호도만 남아서 長使行人淚滿巾(장사행인루만건) : 길이 행인으로 하여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게 한다
양자강선상(楊子江船上)-정몽주(鄭夢周)
양자강 배 위에서
身隨海舶賀王正(신수해박하왕정) : 이몸 배를 따라 황실의 신년을 축하하려 路入江南眼忽明(노입강남안홀명) : 길이 강남으로 접어드니 눈앞이 문득 밝아진다 地闢天開新建極(지벽천개신건극) : 땅이 트이고 하늘이 열려 새로이 황극이 서니 龍盤虎踞舊聞名(용반호거구문명) : 용의 서림 범의 웅크림 옛날에 듣던 이름이로다
정부원2(征婦怨2)-정몽주(鄭夢周)
정부의 원망
織罷回文錦字新(직파회문금자신) : 회문시 짜고나니 비단 위의 글자 새롭고 題封寄遠恨無因(제봉기원한무인) : 적어 봉하여 멀리 보내니 원망할 곳 없도다 衆中恐有遼東客(중중공유료동객) : 무리 중에 요동의 나그네 있을까 염려하여 每向津頭問路人(매향진두문로인) : 매양 나루터 향개 길 가는 사람에게 묻는구나
강남곡(江南曲)-정몽주(鄭夢周)
江南女兒花揷頭(강남여아화삽두) : 강남의 아가씨들 머리에 꽃 꼽고 笑呼伴侶游芳洲(소호반려유방주) : 웃이며 짝을 불러 우거진 물가에서 논다 蕩槳歸來日欲暮(탕장귀래일욕모) : 상앗대 저으며 돌아오니 해는 저물고 鴛鴦雙飛無限愁(원앙쌍비무한수) : 원양이 짝지어 날으니 수심이 무한하도다
음시(吟詩)-정몽주(鄭夢周)
시를 읊으며
終朝高詠又微吟(종조고영우미음) : 아침내내 높이 읊고 또 가늘게도 읊으니 苦似披沙欲鍊金(고사피사욕연금) : 그 고통 마치 모래 헤쳐 금 제련하려는 것과 같도다 莫怪作詩成太瘠(막괴작시성태척) : 시 짓는데 몸 수척해지는 것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只緣佳句每難尋(지연가구매난심) : 다만 좋은 시귀 찾으려다 찾기가 어려워서라네
문효고(聞曉敲)-정몽주(鄭夢周)
새벽 북소리 들으며
更深耿耿抱秋懷(경심경경포추회) : 깊은 밤 잠은 안 오고 가을 회포 안고서 城上俄聞曉敲催(성상아문효고최) : 성 위에서 잠시 새벽 북소리 재촉함을 듣는다 客路半年孤枕上(객로반년고침상) : 나그네 신세 반 년 동안, 외로운 잠자리 客窓依舊送明來(객창의구송명래) : 객지의 창은 옛날처럼 밝음을 보내는구나
주중야흥(舟中夜興)-정몽주(鄭夢周)
배안, 밤 흥취
湖水澄澄鏡面平(호수징징경면평) : 호숫물은 거울처럼 맑고도 잔잔한데 舟中宿客不勝淸(주중숙객불승청) : 배 안의 자는 나그네 청청함을 이기지 못한다 悄然半夜微風起(초연반야미풍기) : 고요한 한밤중에 산들바람 불어 十里菰蒲作雨聲(십리고포작우성) : 십리 물가의 부들숲이 빗소리로 변하는구나
고우성(高郵城)-정몽주(鄭夢周)
湖光瀲灩繞重城(호광렴염요중성) : 호수빛 넘실거리며 여러 성을 둘러싸고 粉堞崔嵬百里明(분첩최외백리명) : 화려한 성첩은 높아 백리에 밝도다 仰認聖人憂治世(앙인성인우치세) : 성인이 치세를 근심함을 알겠노니 故留精卒戒嚴更(고류정졸계엄경) : 짐짓 정병을 모아서 엄히 지키게 하다 往時豪傑來依險(왕시호걸래의험) : 지난 날 호걸들도 이 헌난한 곳에 와 每逞頑凶此弄兵(매령완흉차롱병) : 매번 흉한 도적 맞아 이곳에 병사를 농였다 畢竟驅民爲湯武(필경구민위탕무) : 마침내 백성을 몰아 양왕과 무왕시대 만들었는데 今看菱芡滿池生(금간릉검만지생) : 지금은 마름풀이 땅에 가득 돋아나는 구나
고우호(高郵湖)-정몽주(鄭夢周)
南歸日日是遨遊(남귀일일시오유) : 남으로 돌아와 날마다 유람하노니 湖上淸風送葉舟(호상청풍송엽주) : 호수에 이는 맑은 바람에 조각배 간다 兩岸菰蒲行不盡(양안고포행부진) : 양 언덕의 갈와 부들은 가도가도 끝이 없고 又隨明月宿芳洲(우수명월숙방주) : 밝은 달 따라 꽃다운 물가에 묵기도 했노라
음주(飮酒)-정몽주(鄭夢周)
술을 마시며
客路春風發興狂(객로춘풍발흥광) : 봄바람 나그네 길에 미친 듯 흥이 일어 每逢佳處卽傾觴(매봉가처즉경상) : 경치 좋은 곳 만날 때마다 술잔을 기울이노라 還家莫愧黃金盡(환가막괴황금진) : 집에 돌아와 황금을 다했다 부끄러워 말라 剩得新詩滿錦囊(잉득신시만금낭) : 새로운 시를 지어 비단 주머니에 가득하도다
승주별경(乘舟別京)-정몽주(鄭夢周)
배를 타고 서울을 떠나다
潮落潮生漸遠行(조락조생점원행) : 밀려가고 밀려오는 조수에 점점 멀어져 不堪回首望松京(불감회수망송경) : 자꾸 머리 도려 송도 서울을 바라보노라 海門千里來相送(해문천리래상송) : 천리 먼 바다 어귀까지 와 송별함은 只有靑山最有情(지유청산최유정) : 다만 가장 정이 많은 푸른 산이 있어서네
시정몽주(示鄭夢周)-민사평(閔思平)
정몽주에게
吾門鄭太學(오문정태학) : 우리들 중 태학 정몽주 如今有賢詞(여금유현사) : 지금 현명한 자식 있도다 況與愚孫遊(황여우손유) : 하물며 우리 손자와도 잘 지내니 胡不示猶子(호불시유자) : 어찌 자식처럼 대하지 않르리오
몽(夢)-정몽주(鄭夢周)
世人多夢寐(세인다몽매) : 세상 사람들 꿈을 자주 꾸나니 夢罷旋成空(몽파선성공) : 깨어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自是因思慮(자시인사려) : 스스로 곧 꿈을 계기로 깊은 생각하나니 何能有感通(하능유감통) : 어떻게 행야 감통을 얻으리오 殷家得傅說(은가득부열) : 으나라 고종은 부열을 얻고 孔氏見周公(공씨견주공) : 공자는 꿈 속에서 주공을 뵈었다네 此理人如問(차리인여문) : 사람에게 이 이치 적용을 묻는다면 當求至靜中(당구지정중) : 먼저 자기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야 한다네
동지음2(冬至吟2)-정몽주(鄭夢周)
동지를 읊다
造化無偏氣(조화무편기) : 조화는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아 聖人猶抑陰(성인유억음) : 성인은 여전히 음기를 억제한다네 一陽初動處(일양초동처) : 일양이 처음 움직인 곳에서 可以驗吾心(가이험오심) : 내 참 마음을 경험할 수 있다네
동지음1(冬至吟1)-정몽주(鄭夢周)
동지를 읊다
乾道未嘗息(건도미상식) : 하늘의 도는 일찍이 끝없이 계속되고 坤爻純是陰(곤효순시음) : 건효는 순전히 음의 기운이라네 一陽初動處(일양초동처) : 일양이 처음 움직인 곳에서 可以見天心(가이견천심) : 본연의 뜻을 살필 수 있다네
호중관어2(湖中觀魚2)-정몽주(鄭夢周)
호수에서 물고기를 보다
魚應非我我非魚(어응비아아비어) : 물고기는 당연히 내가 아니고 내가 물고기 아니니 物理參差本不齊(물리참차본부제) : 사물의 이치는 제각기 여서 본래 같지가 않다네 一卷壯生濠上論(일권장생호상론) : 한권의 장자의 호숫가 논설로 至今千載使人迷(지금천재사인미) : 지금까치 천년동안 사람을 미혹햐게 하는구나
호중관어1(湖中觀魚1)-정몽주(鄭夢周)
호수에 물고기를 보다
潛在深淵或躍如(잠재심연혹약여) : 깊은 못에 있는 듯 혹은 뛰어 오르는 듯 子思何取著于書(자사하취저우서) : 자사는 무엇을 취해서 책에 적었을까 但將眼孔分明見(단장안공분명견) : 다만 장차 눈으로 분명히 봐야 하는 것은 物物眞成潑潑魚(물물진성발발어) : 사물마다 활발한 물고기가 되게 하는 것이니라
明遠樓(명원루)-鄭夢周(정몽주)
淸溪石壁抱州回(청계석벽포주회) : 바위벽 맑은 냇물 고을을 돌아 흐르고 更起新樓眼豁開(갱기신루안활개) : 새로 지은 누각에서 일어나보니 눈 앞이 훤히 보인다 南畝黃雲知歲熟(남무황운지세숙) : 남쪽 밭에 누런 구름 곡식이 익었고 西山爽氣覺朝來(서산상기각조래) : 서상의 삽상한 기운 아침에 몰려온다 風流太守二千石(풍류태수이천석) : 풍류 즐기는 태수는 이천석의 돈을 쓰고 邂逅故人三百杯(해후고인삼백배) : 오랜만에 만난 친구 술 삼백 잔은 마신다네 直欲夜深吹玉笛(직욕야심취옥적) : 밤 깊어 옥피리 불며 高攀明月共徘徊(고반명월공배회) : 높이 밝은 달 잡아 함께 배회하고 싶어라
丹心歌(단심가)-鄭夢周(정몽주)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 : 이 몸이 죽고 죽어 一白番更死了(일백번갱사료) : 일백 번 고쳐 죽어ㅍ 白骨爲塵土(백골위진토) : 백골이 진토로 되어 魂魄有也無(혼백유야무) : 넋이라도 있거나 없거나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 임 향한 일편단심을 寧有改理也歟(녕유개이야여) : 어찌 고칠 리가 있을까.
旅寓(여우)-鄭夢周(정몽주)
나그네로 살며
平生南與北(평생남여북) : 평생을 나그네로 남과 북을 나다니니 心事轉蹉跌(심사전차질) : 마음에 둔 일 뜻대로 되지 않아 故國西海岸(고국서해안) : 고국은 서쪽바다 저 먼 곳 孤舟天一涯(고주천일애) : 나 있는 곳은 하늘 끝의 외로운 배 안 梅窓春色早(매창춘색조) : 매화 핀 창은 아직 이른 봄 板屋雨聲多(판옥우성다) : 판자 지붕에 빗소리 요란해 獨坐消長日(독좌소장일) : 혼자 앉아 긴 날을 보내노라니 那堪苦憶家(나감고억가) : 고향 생각 어찌 견딜 수 있으랴
춘흥(春興)-정몽주(鄭夢周)
봄의 흥취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 밤 깊어 희미하게 빗소리 들려라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 눈 다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날 것이니 多少草芽生(다소초아생) ;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등전주망루경대(登全州望樓京臺) 정몽주(鄭夢周)
전주 망경대에 올라
千仞岡頭石徑橫(천인강두석경횡) ; 천길 험한 언덕에 돌길은 비탈지고 登臨使我不勝情(등림사아불승정) ; 누대에 올라 내려 보니 감회가 새로워라 靑山隱約夫餘國(청산은약부여국) ; 말 없는 청산 부여국 黃葉繽粉百濟城(황엽빈분백제성) ; 단풍 흩날리는 백제성이여 九月高風愁客子(구월고풍수객자) ; 구월 산바람에 나의 마음 구슬퍼 十年豪氣語書生(십년호기어서생) ; 십년 호기를 선비에게 전하노라 天涯日沒浮雲合(천애일몰부운합) ; 저 멀리 하늘에 해는 지고 구름은 모여들고 翹首無由望玉京(교수무유망옥경) ; 머리 길게 뽑고 바라보아도 서울 길 멀어라
정부원1(征婦怨1)-정몽주(鄭夢周)
전쟁 나간 병사의 아내
一別年多消息稀(일별년다소식희) ; 떠 난지 몇년인가 소식도 없어 寒垣存沒有誰知(한원존몰유수지) ; 싸움터에서 임의 생사를 그 누가 알까 今朝始寄寒衣去(금조시기한의거) ; 오늘 아침 처음으로 겨울옷 한 벌 부치고서 泣送歸時在腹兒(읍송귀시재복아) ; 눈물 흘리며 돌아와 아이를 가졌다고 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