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은 자꾸 바뀌어 간다.
풍속도 바뀌고 살아가는 방법도 바뀌고 모든것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들의 생김새 까지도 바뀌어 간다고 하는데 그것은 식 습관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의 풍속도와 많이 달라진 것이 어디 한두 가지 일까 만 김치를 담그는 일도 달라졌다.
십여 포기만 담가도 많이 담그는 편에 속하는 요즘의 도시의 김치 풍속도는 늘 싱싱한 배추가 시장에 있다는 것과 김치도 얼마든지 사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풍속도를 바꿔 놓은 것이 아닐까?
김치가 반 농사라고 했었다.
농사를 지어 들여놓고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입동 때를 전후해서 집에서는 김치를 담았다.
몇 포기가 아니라 밭 뙈기를 아예 통째로 김치를 담는다.
어느 집이나 채마 밭이 있다.
집 가까이 있는 채마밭에는 항상 퇴비를 충분하게 넣고 손질을 잘 해서 어느 작물을 심어도 잘 자라는 밭이있다.
불을 때고 난 재도 채마밭이 우선이고 마구에서 나오는 퇴비도 채마 밭이 우선이다.
채매 밭에는 이른 봄에 감자를 심는다.
감자를 심고 난 둑에는 강낭콩과 옥수수고 함께 심어진다.
일찍 심는만큼 일찍 수확을 하는데 그것은 김장을 심기 위함이다.
아니 한쪽 모퉁이에는 가을에 심은 마늘이 이른 봄부터 푸르게 자라고 그 마늘도 감자를 다 캘 때쯤에는 캐게 되는 것이다.
감자를 캐고 마늘을 캐고 옥수수를 따 먹고 강낭콩을 거두는 시기가 바로 배추와 무를 심는 시기와 맞물려 채마 밭은 일년내내 노는 때가 거의 없으므로 거름도 많이 해야 한다.
감자를 심을 때에는 겨우내 받아놓았던 재를 넣고 배추와 무를 심을 때에는 봄부터 여름까지 받아놓은 퇴비를 바닥이 보이지 않게 넣는다.
그렇게 심어놓은 배추와 무는 잘 자란다.
비료로 기른 배추나 무는 검기만 하고 억센데 반해 퇴비로 기른 배추와 무는 연 초록색을 띄면서도 포기가 실하고 뿌리가 실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밭뙈기 하나를 모두 한 집에서 김치를 담는다.
김치 독이 몇 개씩이나 땅에 묻히고 김치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포기김치 막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
김치 담는 날은 반 농사를 짓는 날 답게 분주하다.
더러는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원래 방대한 양을 김치독에 넣는 일이므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뽑아 놓은 배추와 무를 개울로 실어 나른다.
강변에는 이미 수수대를 깔아놓고 모래가 배추에 섞이지 않게 자리를 만들어놓은 위에 집에서 절인 배추가 날라진다.
독이란 독은 다 나와서 그 속에 배추들이 절여져 있다.
그것을 꺼내 개울까지 옮기는 일은 남자들 몫이다.
지게에 지고 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리어커가 생기고 부터는 리어커가 경운기가 생기고 부터는 경운기가 대신 했다.
그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흐르는 맑은 물에 배추를 씻어 다시 집으로 옮겨다 마당에 놓고는 양념과 버무리는 일이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가지수 대로 김치가 만들어지고 미리 땅에 묻어놓은 독에 김치가 가득 채워지면 뚜껑을 덮고 서까래를 걸고 이엉으로 벽을 두르고 김치꽝이 된다.
농사는 이미 다 수확을 마쳤으니 먹을 양식은 준비가 됐고 밥만 지으면 김치독에서 김치만 꺼내오면 그것으로 식생활이 해결되는 것이다.
먹는 밥의 양이 많았던 만큼 김치의 소비도 많아 그렇게 많이 담근 김치도 겨울이 남과 동시에 비워진다.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를 해 가면서 담그던 김치가 지금은 주부 혼자 담아도 그리 힘들지 않게 된것은 김치 냉장고가 있어 아무때나 김치를 담가 넣기만 하면 겨울처럼 김치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또다른 풍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김치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지만 김치를 담는 풍속도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