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일년 열두달 이월인 곳이 있다.
지금이 시월인데도 거긴 이월이다.
오늘 아침 나는 인월가는 표를 달랬는데
이월가는 표를 받았다.
그리고 인월가는 버스를 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엔 이월면이 있다.
난 인월면에가야하는데
버스비 차이가 12000원인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새벽을 달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인월이고, 백두대간 잔차여행의 마지막이다.
'인월요
'7시요
나는 카드를 내밀었고 무심히 표를 받아 들었다. 버스에 탑승하고 폰을 보다가 8000원? 이건 너무 싸다. 주머니를 뒤져 표의 남은 부분을 보니 인월같기도 한데 분명히 이월인듯하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이월이라는 곳이 있다. 시외버스 앱을 켜고 보니 이월은 분명 8000원이고 인월은 20000원이다. 쩝 아침부터 누군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앞의 이쁜 젊은 처자에게 표 좀 보자고 했더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왜요?
컥 수작부리는 줄 아는 가보다. 함양인데 18000원이다. 분명 인월은 2만원이 맞는 거같다.
휴게소에서 기사에게 만원을 줬더니 이상한 표정.
'아저씨 팁이에요.
그리고 상황설명을 했더니 그런 일이 가끔은 있단다. 그런 경우 회사에 보고하는데 자긴 이 일을 오래할 거니까 2000원이 부족하단다.
'아저씨 나 2000원 꺼낼려면 짐 다 풀어야해요.
해서 상황마무리.
까짓거 그냥 모른 척하고 내릴 수도 있었지만, 이 마지막 여정에 고추가루가 날리면 안돼서 자수했더니 보따리까지 내 놓으라네 하면서
짐을 정리하고 인월출발.
오늘의 첫번째고개는 여원재. 왠지 이름은 여성스럽지만...
정감록 십승지 중 하나인 운봉에서 이성계는 어느 여자 산신령의 도움으로 황산대첩을 이룬다. 그래서 이 고개 이름을 여원재라고 했단다. 운봉쪽에서 갈 때는 고개도 아니지만 남원쪽에서 올 때는 힘 좀 뺄 듯.
일단 인월에서 운봉읍은 평지 7.5km 정도. 룰루랄라하면서 도착하고 여원재를 쳐보니 3km남짓이다. 숨한번 크게 쉬고 여원재 도착. 이럴때 이게 고개야 하고 내리막이다. 480m이나 인월이나 운봉이 그 높이였으니 이제부터 긴 내리막이다. 이 길은 30몇년전 지리산을 갔다가 세석에서 길을 잘못들어 이상한 곳을 빠져서 택시타고 남원역까지 간 적이 있다. 그때 분명 타이어 타는 냄새 풍기며 찌익찌익 내려갔는데, 여원재는 누구도 힘든 고개라는 말이없다.
남원에서 올라올려면 쪼끔 힘들겠다.
내리막을 좀 남겨두고 변전소삼거리에서 죄회전하여 주천면으로 간다. 이제 고도안정화가 돼서 거의 평지길을 8km쯤 달리면 주천면이 된다. 지난번 정령치 올라갈 때 거쳐간 곳이었는데 좀 새롭다.
밥먹을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식당도 꽤 있고, 하나로마트는 점심시간이라 문 닫았다. 점심으로 먹는 짬뽕은 앞으로 흘릴 땀때문에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준다.
그리고 성삼재를 향해 출발.
남원에서 구례가는 19번 국도에 도착해보니 바로 오르막이다. 어쩐지 30km정도를 쉽게 가는가했더니 역시나...
밤재. 전라북도 남원시와 전라남도 구례군을 연결하는 고개이니 이 정도는 돼 줘야지하면서 꾸역꾸역 터널지나 구례군이다.
온천단지 있는 산동면지나고 용방면까진 쉬지않고 내리막이다.
경사가 급하진 않아도 이리 올라갈려면 땀좀 빼겠다.
용방면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 광의면지나고 숨이 약간 급해질 때쯤 천은사삼거리 도착.
오늘 벌써 50km찍었다.
이제 부터다.
성삼재는 천은사삼거리부터 10.5km이고 150m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거의 1100m까지 오르니까 평균경사도 10%쯤 된다.
이건 인간이 잔차타고 오를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아니다를 반복적으로 쫑알거리면서 한발한발올라간다. 내려오는 차들의 바퀴타는 냄새가 내자전거에서 나는가하고 자전거를 살펴보기도하고,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짓이야를 중얼거리기도하고 거리를 줄여간다.
멀리 보이는 구조물이 성삼재일거야하면서 힘을 내보지만 내리막이 20%경사란 표지판을 보고는 기절한번 하고 헤어핀 한개 돌 때마다 남은 거리 계산해보고 고도가 얼마야해보지만...
물리에서 거리는 시간 곱하기 속도라지만 지금 상태론 언제 도착할 지 예측불가. 초반에 너무 잘 달리게 해 주더니 이럴거였구만...
근데 멀리서 본 것은 성삼재휴게소가 아니라 시암재휴게소였네. 어쨋든 이거라도 있었으니 다행이네하면서 콜라한병 원샷하고 사진 좀 찍고 좀 더 높은 데 보니 아 저기는 진짜 성삼재휴게소겠구나.
시암재휴게소에서 차로 5분거리라네
크 난 잔찬데 차로 5분이면 실제 거리는요?
해발고도 거의 1000m 남은 거리 1.5km지만 이젠 몇분이면 가겠네 소리는 꾹 들어가 버리고 날은 추워졌다.
옷을 덜 준비해왔나하면서 꾸겨 두었던 바람막이 꺼내 입고 다시 출발. 역시나 정상부근에선 경사가 줄어들고 성삼재 휴게소 도착.
지리산식당 아줌마와 재회하면서 그때 이리 내려갔으면 오늘 이 고생 안했을텐데요
석양을 폰에 넣고 이제 달궁삼거리까지는 내리막이지만 5km남짓 조심조심하고 지리산식당까진 2.5km 더 내려가서
두번째왔으니 만원할인이요하면서 오늘 일정 끝.
새벽 첫차니까 백무동 가는 사람이 많다.
항상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여기는 동편제 마을.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 마을이고 서편제는 서쪽마을에서 불려지는 판소리란다.
동편제는 강하고 서편제는 애절함이 특징.
남원 승마축산고등학교.
아마도 명문고등학교겠다.
옛날 농고 축산과에선 소, 돼지 키우는 것을 가르쳤을 텐데, 이제는 말키우는 고등학교가 있다는 것이 격세지감.
여원재 480m.
인월 운봉에선 평지이나 남원에선 오르막이겠다. 옛날엔 급경사였는데 지금은 무리없이 올라가 지기는 할 듯하지만 땀은 좀 빠질 듯.
변전소삼거리까지 3.5km에 250m쯤 하강한다.
변전소삼거리엔 변전소가 있겠지. 그래서 고압선이 흘러간다.
밤재터널입구.
여기도 지리산둘레길의 일부인 듯.
이제 추수해야할 때다. 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답니다.
천은사삼거리.
더 이상 올라가 봐야 식당같은 건 아무 것도 없다.
썰렁.
일단 천은제는 저수지니까 오르막.
천은사 주지는 문화재 보호 명목으로 길 막고 산적질하고 있다. 아마도 자동차가 지나가는 제일비싼 통행료가 아닐까?
5인이 탄 차가 지나가려면 8천원.
근데 전남지사는 그건 도로통행료가 아니란다.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스들...
니들 그러다가 대나무 숲에선 뱀나온다.
너는 누구세요?
올라오는 길에 문화재 비슷한 건 이거 밖에 없다.
아직도 300m를 올려야 한다구요?
이건 미친 짓이다.
내리막이 20%라면 내가 20%경사를 올라온 거지?
저기 보이는 구조물이 성삼재휴게소일까?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어.
시암재휴게소.
산불조심 위로 보이는 곳이 성삼재휴게소.
시암재휴게소는 희망고문이었다.
성상재. 1089m.
구례군 산동면에 있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고개.
백두대간은 여기서 벽소령, 천왕봉으로 이어진다.
성삼재에서 보는 일몰.
출발 : 인월 터미널
1. 여원재
2. 구례 광의면사무소
3. 천은사삼거리
4. 성삼재
도착 : 달궁마을 지리산식당
오늘 거리 : 69km
누적 거리 : 1225km
오늘 넘은 고개
여원재
성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