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마을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참샘
득량만을 따라 해안 일주를 마치고, 보성군의 북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겸백면을 지나 율어면에 이르면 중요민속자료 156호로 지정된 문형식 가옥이 있는 진천마을에 이른다. 진천 표지석을 지나 마을 입구로 들어가면 길을 따라 운치있는 대나무 숲이 잠시 나오고, 참샘이라 불리는 물맛좋은 샘이 하나 나온다. 바로 마을 이름임을 알리는 참샘(眞泉)이다.
★ 문형식가옥의 안채
문형식가옥은 19세기말에 지어진 가옥으로 남도 내륙지방의 일자형 구조의 특성을 면밀히 볼 수 있는 가옥이다. 문형식가옥의 안채는 5칸의 일자형 건물로 고방과 부엌,큰방,대청,작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쪽으로 마루를 내고, 사랑채가 있는 아래 단까지는 널찍한 마당이다. 아래 사랑채는 옛 사랑채를 그대로 본뜬 근래 지어진 신식 건물이다.
★ 문형식 가옥의 곶간채(위)와 안채의 고방(아래)
문형식 가옥의 재밋는 것은 바로 추수를 한 뒤 나락을 넣어두는 곶간채다. 습기때문인지 바닥은 땅에서 떨어져 있고, 3면은 흙으로 둘러져 있다. 앞을 보고있는 정면은 문을 낸 것이 아니라 칸칸이 판자를 끼워 놓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형태는 곶간채 뿐 아니라 안채의 왼쪽에서도 볼 수 있다. 끼워 넣는 판자에는 한자로 숫자가 씌여져 있다. 숫자대로 끼우지 않으면 제대로 이가 맞지 않는단다. 도난방지를 위한 최고의 시스템이다. 일일이 9개나 되는 판자를 다 들어올려 빼내야 하니 말이다 .더구나 완전범죄를 기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숫자를 맞춰야 하는 퍼즐놀이를 곁들여야 한다.
★ 이번 여행에 같이 간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문형식 가옥의 주인 할머님...
문형식 가옥으로 들어서는데 할머니 한 분이 어디서 왔냐며 물으신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서울에서 뭐 볼것이 있다고 여까지 왔냐고 되물으시더니 집을 둘러볼거면 찬찬히 둘러보란다. 문형식가옥의 주인 할머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자니 방안에서 나오시던 할머니가 잠시 부르신다. 먼곳까지 왔는데 대접할 것이 없다며 직접 재배하고 만드신 녹차를 따라 주신다. 가옥의 마루에 앉아 따뜻한 봄볕을 나누며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들이 참 좋다. 초면인데도 넉넉한 인심으로 직접 재배한 귀한 차 대접 받은 것은 더할 나위없이 좋다.
사는 이야기, 자식들이야기, 할아버지의 녹차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따뜻한 봄볕처럼 너그럽게 오간다. 할머니가 주신 녹차가 아침나절 대한다원에서 마셨던 우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껄끄럽지않다. 할아버지는 녹차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녹차를 마실 정도로 아끼신다고 한다. 이곳에서 재배한 녹차는 대부분 수매가 되고, 일부는 직접 판매를 하시는데, 대부분 객지에 나가있는 아드님이 판매를 하신단다. 간혹 택배로 보내달라는 어려운 부탁도 하는데, 마다않고 보내주신단다. 쉽지 않으실텐데 이곳까지 알고 전화해주는게 더 고맙다며 해주신단다.
★ 문형식가옥으로 향하는 길...
녹차재배친환경 녹차를 재배하는 이곳에서 수입이 많이 떨어진 녹차 수매로 걱정이 많으시단다. 워낙에 많이 농사를 짓고 있으니 가격이 떨어질만도 하다. 더구나 강진같은 곳에서는 모 기업에서 대규모로 조성을 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집을 나서며 할머니께 좋은 녹차는 할머니가 드시고, 덜 좋은걸 파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허허 웃으시기만 하신다. 그러면서 다음에 올때는 넷이서 오란다. 잠깐 멀뚱거리다가 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하고 서로 박장대소를 했다. 나이가 찼으니 결혼해서 같이 오란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 있는 아들놈 장가가라는 말씀 쉽게 못하시는 부모님 생각이 가슴을 깊게 찌른다.
★ 중요무형문화재 96호로 지정된 미력옹기
겸백면으로 다시 나와 보성강을 건너 수력발전소를 지나면 미력면에 미력옹기가 자리한다.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일컿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밥상에는 발효식품을 빼놓고는 상을 차릴 수 없다. 김치 뿐 아니라 고추장,된장,간장 등 모두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효음식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 전통의 옹기 덕이다. 그 이유는 옹기내에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서 공기가 통하기 때문에 음식이 썩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하며 발효를 시키기 때문이다.
★ 천연유약이 발린 옹기...
만드는 방법도 대단히 복잡하고 과학적이다. 점토를 물에 개어 반죽을 한 뒤 만들어지는 옹기들은 유약을 입힌 뒤 다시 건조를 시킨다. 이때 바르는 유약은 천연유약으로 철분이 다량 함유된 약토에 소나무를 태워 내린 잿물을 섞어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유약을 바르는 단계인 시유까지 마치고 다시 흙색깔로 돌아올 때까지 건조시키게 된다.
★ 점토로 빚은 백제금동용봉대향로
이 때 건조를 하는 과정에서 물이 증발되면서 공간이 생기게 되고, 이 공간을 유약의 물질이 채움으로써 비중이 커지게 된다. 옹기를 건조 한 뒤 가마에 넣어 구울 때 화학적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남아있던 내부의 물기는 최초의 물기가 증발하면서 만든 공간을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생긴 통로를 통해 옹기의 내부와 외부의 공기가 순환되게 되는 것이다. 숨구멍...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발효과학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300년전부터 9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꿋꿋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