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자립생활, 활동보조인을 말한다. ② |
활동보조는 엄연한 노동행위, 4대보험 적용해야 |
입력시간 : 2005. 06.11. 09:45 |
센터에서 활동보조인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건 활동 보조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많은 장애인 이용자 역시 과거에 비해 보다 세련되고 질적으로 높아진 자원봉사를 받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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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있었던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거리행진' 모습 | | 그러나 활동 보조는 엄연히 노동이며, 정부에서도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센터에서 활동보조인을 아르바이트로 간주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일주일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산재 보험에 들게끔 의무화되어 있다. 또한 하루 2-3시간, 일주일에 2-3번 활동 보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8시간 이상 일주일에 5번 이상 활동 보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활동보조인에게 4대 보험을
몇 차례에 걸쳐 소소하게 활동 보조를 하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8시간 이상 주 4-5일 활동보조를 하고 또 경력이 2-3년 이상이 된 사람은 확실히 노동자이며,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서구에서 활동 보조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현행 한국의 헌법에 기초한 노동법은 이들을 직업인으로 인정하고, 의무적으로 4대 보험에 들게끔 하기 때문.
장애인 이용자와 센터의 관리와 통제를 받으며, 노동 계약서를 쓴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들 활동보조인을 직업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건 센터의 노동법에 대한 무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센터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노동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매매해본 경험이 일천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일단, 정리해보자. 활동보조인을 직업으로 인정하거나 현행 노동법을 존중하는 것은 활동 보조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존중하는 것과 같다. 노동력 매매를 인격의 우선 순위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저 임금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낮은 보수를 받으면서 양심과 정열을 다 바쳐 장애인 이용자를 존중하라고 요구한다면, 결국 남는 사람은 마음이 정말 착하고 순한 극소수의 비장애인에 불과할 것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설령 받게 되더라도 그 사이 새로 활동 보조를 하게 된 비장애인과 겪게 될 마찰은 안 봐도 뻔하다.
활동보조인 직업화, "청년실업 해소, 장애인 인식개선"
또 활동보조인이 직업화되면 크게 두 가지 이점이 발생한다. 첫째는 신규 노동 시장의 형성이다. 취업을 못한 청년 실업자층을 흡수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이며, 이를 통해 사회 안정화 및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은 활동보조인의 직업화 및 임금 현실화를 위한 활동 보조예산의 증대를 요구할 때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다.
이어 활동 보조가 직업화됨으로서, 비교적 안정된 노동 조건이 뒷받침되어 보조인의 기술과 자부심은 크게 향상될 것이며 도움을 받는 장애인 이용자의 삶의 질 또한 같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활동보조인의 기술 향상과 자부심이야말로 센터에서 교육을 통해 기대했던 이상이 아니었던가.
센터는 우선 2년 이상 장기적으로 고용된 활동보조인에 한해 4대 보험을 들어줌으로서, 앞서 언급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그럼으로, 활동보조인은 생계에 대한 불안함이 없이 장애인 이용자에게 더 세심한 배려와 함께 기술 향상을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4대 보험에 드는 비용은 기대 효과보다 저렴하다.
이외 30대 미만 청년층을 센터에서 고용하여 활동보조 교육을 실시한 다음 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소개해주는 중계 역할을 맡는 것 역시 훌륭한 대안이다. 고용촉진장려금 지원과 정부 지원금을 합쳐 월 50만원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서 15일 정도 활동보조를 요구하고 이용자에게서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청년 실업자와 장애인 이용자, 센터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질적인 발전을 못하고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
현재 각 센터는 양적인 팽창에 신경을 쓰다보니 기대한 바대로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양적인 팽창은 활동보조 서비스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각 센터마다 다른 임금 체계, 노동조건 그리고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활동보조인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있다. P 센터에 소속된 활동보조인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센터가 막 간다.”고 혼란스러움을 털어놓는다. 그러다보니 활동 보조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젊은 층에서 오히려 활동 보조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을 받아보니 활동보조가 힘들다고 여겨진다.”
만약, 전국의 각 센터가 활동 보조를 신청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손을 잡고 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전국의 장애인 이용자 및 활동 보조인 인터넷 네트워크 형성이 그것. 홈페이지를 만들고, 각 센터에서 데이터를 올리는 동시에 이용자와 보조인의 의견이 이 홈페이지를 통해 오고 가게 유도하면 네트워크는 빠른 시간 내에 구축될 것이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소통되는 활동 보조에 대한 의견과 논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활동보조인 및 이용자 교육 시스템을 낳을 것이며, 각 센터에서 협력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고민과 정책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활동보조인을 적극적인 협력자로 끌어 들여야~
어느 중증 장애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활동보조인이 손바닥으로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봐 겁이 난다.” 반대로 어느 활동보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 활동 보조를 할 때 나는 간도 쓸개도 빼놓고 일한다. 그런데 장애인은 내게 기대하는 게 너무 많다. 나중엔 허탈해진다.”
이제 반대로 상상해보라. 활동보조인과 함께 장애인 자립생활 쟁취 투쟁의 길에 나선 깃발들. 그때 활동보조인은 더 이상 보조인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협력자다. 이 점에 대해 장애인 활동가와 센터가 열심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장애인 활동가들은 한국의 장애인 자립 운동을 뒤늦었다고 여기는 버릇이 있다. 살펴보건대, 가장 먼저 자립 운동을 시작한 미국에서조차 아직 활동보조인 제도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태라는 걸 본다면 한국은 결코 후발 주자가 아니다.
오히려 자립운동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겨우 선진적인 몇 나라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중진국 혹은 개발도상국인 한국이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자립운동의 기틀을 잡고 있다는 건 아주 놀라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한국의 자립 운동은 서구의 어느 나라보다 앞서나갈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활동 보조를 직업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와 동시에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이 향유하게 될 삶의 질 향상은 센터가 책임져야 될 몫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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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깊이 생각해 볼 만 히네요. 활동보조가 직업화 된다면 서비스 질이 더 향상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