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기 3일 전 목요일 저녁
민희가 방학하면서 학교에서 가져온 박스하나
엄마 야자끝나는 시간에 한번만 태우려오면 안되하는 전화
차 없어 아빠도 언니도 다 저녁약속있다는데
그럼 어떻게 해
뭐가
1학년 책 가져가야되 내일이 방학이라서
얼마나 많길래
다들 학교에서 버리고 가져갈것만 가지고 오는것 아니야
그러긴한데
난 버릴게 없어 다 가지고 가야되
어떻게 해
차가 없는데 버스타고 오면 엄마가 승강장으로 올라갈께
아니 교실에 두고 내일 가져오자
안되 우리 교실문 잠그고 자습하는 반에 갔다놓았단 말이야
그럼 엄마들어 어떻게 하라고
버스도 못탄다고 하지
엄마 내가 버스 타면 전화안해 얼마나 무거운데
선생님이 들어주셔서 여기 갖다놓은거야
그려 아무튼
이민희 목소리가 영 짜증이 ..
어쩔수없이 SOS는
우리동네 송미숙
미안한 마음 접고
야 어디야
왜
괴정동
언제와
지금 출발할려고 그때는 이때다
우째그리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지는지 9시20분 대충 시간을 계산 아~~10경 우리동네 도착시간
그동안 마음을 곱게 쓴 덕이다 나혼자 감탄하면서
야~~잘 된다 부탁하나하자
뭐디
우리 민희 이삿집 실로 오는길에 같이 좀 가자
무슨 이삿집 언제 자치했나
1학년 마치고 집에 온단다
우짜노 우리집 이기사 둘이 못 온단다 그놈에 망년회를 몇번씩하는지
두말도 필요없다~~~~알았어
가양공원 넘어가면서 전화 할께 나와
ㅠㅠㅠ 그려 미안해 늦은 시간인데
야 비룡동 사는 죄니께
어쩔것이여
내가 아이들 학교 다니는 심정 모르면 누가 알아주겠나
잔소리 그만하고 끝어
다가서 전화할께 하고
10시에 학교 도착
어라 없다
야가 아까 버스타고 오라고 한소리 해더니만
진짜 타고 간겨 하는데
저기 커다란 박스하나 들고 온다
아니 뭐가 그리 많길래 하고 내려서 맞으려니까
아까 내가 곱지않게 말한것이 아직도 남아있는 그얼굴로 차에 박스를 던지듯이 밀어넣는디
속으로 미숙이하고 둘이서 얼굴만 바라보고 소리없이 웃으면 왔다
그런데 몇칠을 그냥 방에 두고 손을 대지 않았어
언제 빨리 정리를 하든지
한소리 하고 싶어도 가져온날 생각해서 참고 있는데
어제는 조금일찍 잠을 잔다
갈증이 나서 물한잔 마시고 자려고 나왔는데
거실한 복판에 이렇게 늘어놓고 유자차까지 태워 마시고
정리는 하다말고 할머니 방에서 TV을 본다
지금 시간이 몇인데
이렇게 해놓고 무슨 TV할려다가 무슨 중요한 책들인가 싶어서 보니

살짝 또 내 궁금증이 발동해서 교과서 책장도 넘겨보니
난 하나도 모르겠다
어렵다 ㅋㅋㅋ

영어책을 보니 수업시간에 잠은 안자고 듣기는 하나보네
할아버지 웬 쥐돌이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고요

이게 뭐여 넘기는 2011년 달력에....

어라 이것 장난이 아니네
보기 보다 곰곰한디 이민희의 또 다른 모습을 이구먼

친구들이 하고 싶은 말도 많았던 5월

7월의 추억장이 만들었구나
신나는 여름방학으로....

한장 한장 넘기는데 재미있다
친구들의 생일까지 9월달에 행사가 엄청 많았네

10월에 중간고사

생일날의 꼬깔모자가 귀엽고 이뿌다

고등학교 1학년3반 이민희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진 박스하나였구나
그런데 엄마인 내가 버리고 오라고 해구나
민희의 마음도 모르고
내가 물어보았다
민희야 진짜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에 추억이 다 2011년 넘기는 달력속에 있네
이것 어떻게 할려고
엄마 이층에 갔다놓으면 안되
왜
그냥 교과서 버리고 싶지 않았어 모아둘려고
그래
1학년친구들 2학년되면 한반아니겠네
이제 2학년 되면 친구들하고 반이 달라
나와 같이 문과로 가는친구가 몇명밖에 안되
다 이과 친구들이야
그래
이 달력말이야
다들 그렇게 가지고 쓰는거야
그런 친구들도 있고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무라고 쓴 거야
나도 몰라
니것인데 니가 모르면
난 내책상에 항상 올려놓고 쓰거든
이동수업 시간 갔다오면 다른 친구들이 달력에 낙서도 해놓고 가고 그래서 좋아서 적다보니까
잊어버리지도 않고 좋아엄마
그래 맞다
이것은 너한테 참 좋은 습관을 만들주는거야
이런것 버리지 말고 너가 힘이 들때
친구들이 기억이 나지 않을때
친구들이 보고 싶을때
그때 다시 펼쳐서볼수 있는 마음에 여유로 살아가야해 민희야
알어
너가 기억하면서 살아야 친구도 너를 기억해주는거야
너가 소중히 여겨야
너에 추억도 소중한것이고
고등학교 생활이 대학교 직장 결혼까지 빛이 되어
힘있게 살아가는것이라는 것 알지
우리 민희
응
얼른 정리해 이렇게 놓지말고
엄마
이노트 엄마 줄까 무슨 노트인데
엄마가 써~~하고 쓰지 않은 노트 몇권 선물을 받은 나
마음에 드네 이 노트로 편지 많이 쓰야겠다
컴때문에 이제 볼펜으로 편지 쓰는것도 자꾸 줄어드는데
딱 마음에 들어 많이 쓰시오 하면서 이층으로 올라간 민희
2011년 12월 마지막날을 행복한 추억 한장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