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KBS와 투니버스의 ‘고스트 바둑왕’을 보며 서로 다른 더빙을 비교 감상하는 재미에 빠
져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조현성의 아버지 조남운 명인 역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조현성의 일본 원본 이름이 아키라던가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조남운 명인의 일본식 이름
이 뭔지는 잘 몰라서 그냥 조남운 명인으로 적겠습니다.
이 역은 KBS에서는 이강식 님, 투니에서는 김기현 님 이 두 분의 베테랑들께서 맡고 계십니다.
김기현 님은 최근에도 애니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시지만, 이강식 님의 애니 출연은 80년대 후
반 작품 ‘우주선장 율리시즈’ 이후 정말 오랜만이어서(제 기억 속에서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일단 두 분의 색깔은 많이 다르지만, 두 분 다 이 역할에 잘 어울릴만한 연기를 보여주신다는 점
에서 만족합니다. 김기현 님의 조남운은 이강식 님의 그것에 비해 매우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반면 이강식 님은 김기현 님에게 조금 부족한 담백한 맛을 잘 살려 주셨죠. 저는 개인적으로
MBC 성우들의 특징이 다소 기름진 맛, KBS 성우들의 특징은 담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
향을 잘 보여주는 MBC분들로는 김기현 님을 비롯해 故김현직 님, 한규희 님, 황일청 님, 박기량
님, 권혁수 님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BS에서 가장 MBC적인 음색을 지닌 분으로는 홍시
호 님을 꼽고 싶습니다. 가장 담백한 분은 김도현 님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싫고 좋다는 뜻도 아니고요. 다만 KBS의
담백함 쪽을 조금 더 좋아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꼭 그렇지 만도 않더군요, 요즈음에
는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 두 분이 바로 조남운 역을 각자 하시면서 그러한 양 방송사의 특징을 잘 보여준 것 같습
니다. 여기서 기름지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느끼하다는 것과는 뉘앙스가 다릅니다. 느끼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강식 님이 김기현 님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죠. 이강식
님은 느끼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명대사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의 주인공이시거든요.
(추억의 우리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온 대사죠.) 기름지다는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 할 지가 좀
난감하군요. 개인적 느낌이라서….
두 분의 이번 연기에서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점도 있습니다. 조남운 명인은 바둑계의 원로이자 1
인자로서 지존의 이미지와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거든요. 두 분 모두 그러한 조남
운의 특징을 잘 살려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두 분 모두 부하를 거느린 보스 역할에 어울리는 분
들이시거든요. 이미 80년대 중반에 양 방송사의 대표작이자 라이벌 작품인 ‘A 특공대’와 ‘맥가이
버’에서 각각 특공대장 한니발(이강식 님), 맥가이버의 상관 손튼 국장(김기현 님) 역으로써 비슷
한 캐릭터 대결을 보여주신 바 있습니다.
그 박에 고스트 바둑왕의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고 싶은데, 제가 투니판을 몇 편 보
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건 좀 힘들겠고요. 다만 투니판을 잠깐 본 바로는 각자 장단점이 있겠
지만, KBS의 더빙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근데 아무래도 KBS 쪽을 먼저 봐서 그럴 지도 모르겠
습니다. 대체적으로 후작이 전작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그 남
자 그 여자의 사정’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나온 투니 더빙이 훨씬 좋게 들리더군요.(KBS에서는
‘비밀일기’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었죠.)
마지막으로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작품 자체에 대해 아쉬운 점 한 가지를 말하면서 끝내겠습니
다. 정말 재미나게 보고 있지만, 이것이 바둑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조금 더 바둑의 규칙이
어떠하고 그 승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 설명을 해 가면서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이 있습니다. 저처럼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보게 될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해서 대국에서 승리하
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KBS에서는 프로그램
끝나고 이세돌 9단이 나와서 바둑 얘기를 해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 게시글
감상과 분석란
[감상]
‘고스트 바둑왕’의 조남운 명인 역 비교 감상
Pa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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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05
05.08.17 10:5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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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고스트 바둑왕 좋아합니다.. 특히 사이가 아주 아름답죠...? 사이의 모습만 봐선 여자같은데.. 목소리는 김장씨... 그래도 잘어울리십니다.. 사이 정말 예뻐요..>_<♡
애니 초반에 간단한 바둑 규칙은 나오지만 초중반 넘어가면 더 이상 바둑 규칙에 관해서는 거의 안나오지요..만약 바둑 용어나 규칙에 관해서 더 자세하게 나왔다면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은 더 흥미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바둑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데는 일조를 했다고 보지만 너무 상세하게 들어가면 좀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그리고 이 애니는 누가 몇집으로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관계 묘사가 중심이기 때문에 바둑 자체를 깊이 다루지 않은듯 합니다.
그리고 일본판도 보시면 애니 끝나고나서 바둑 공부하는게 약간 나옵니다..우리나라에서는 이세돌이 나오는것처럼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 것인 줄은 몰랐습니다. 좋은 점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먼저 들은것에 차이... 전 투니판을 먼저 봐서인지 KBS판 보면 영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특히 사이의 이미지는 대변화가..)
저에겐 두 분이 함께 느껴집니다. 옛날에 철십자훈장이란 영화에서 슈타이너 상사 역을 김기현 님이 하셨고 프러시아 귀족이라고 뻐기는 그의 상관이 이강식 님이셨죠.
전 KBS판에서 이세돌님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욕 나올뻔했습니다. 남자 목소리가 그게 뭡니까?전 그런 목소리 싫어합니다.오프닝은 투니판이 더좋더군요.
이세돌 님은 성우가 아닙니다... 프로기사지요. 개개인이 목소리가 다 다르고 개성이 다른데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뭐라 하는게 아닙니다.
이세돌님을 모르다뇨......;;;;; 얼마나 유명한 분이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