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쌘뽈 나우리'는 '성 바우로의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심리치료용 소품을 판매하는
이 회사에서 김보애(53) 수녀의 열 한명 아들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
# 열한 명의 아들, 그리고 '엄마'
서울 장안구의 한 아파트.
남자들만 10명이 사는 이 집에 이른 아침부터 수녀엄마가 나타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들들의 잠을 깨운다!
일어나서 엄마가 차려준 정성스런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집 안은 금세 10명의 아들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들이 집을 나와 향한 곳은 한 창고.
그곳엔 깜짝 놀랄 만큼 다양한 인형과 미니어처들이 즐비해 있는데…
현실의 사물을 손 크기만큼 똑같이 줄여놓은 인형들이 800여 가지나 된다.
세운지 2년 만에 연매출 3억! 그들의 회사 ‘쌘뽈 나우리’는
학교나 비행기,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새끼 돼지, 야자나무, 할아버지 등
미니어처를 제작해 심리 상담 치료에 쓰는 소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스물 네 살 대표 최종호 씨(24)의 진두지휘 하에 각기 맡은 위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전화주문부터 포장, 운반 그리고 배달까지 맡아하는 형제들.
37살 노총각 맏형 병필 씨를 비롯해 막내 18살 병욱이까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친형제처럼 지내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엄마’ 김보애 수녀(53) 때문이라는데!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 우리 '엄마' 수녀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앵벌이도 서슴지 않고
장터에서 “소금 사세요!”를 큰 소리로 외치고 다니는 김보애 수녀는
지난 2년간 ‘쌘뽈 나우리’의 11명의 아이들을 돌봐왔다.
아이들의 애교섞인 반말은 묵묵히 들어주지만 식사 버릇 하나에 줄줄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늦잠을 잘 땐 엉덩짝을 갈기기도 하는 엄마, 김보애.
사실 상담소에 학대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그녀의 본업이었다.
그러나 18세가 되어 상담소를 떠난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
여전히 뒷골목을 배회하며 교도소나 경찰서를 드나들던 아이들…
늘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던, 절반도 건지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그렇게 김보애 수녀는 혹여 아는 아이가 나올까 9시 뉴스를
못 볼 정도로 비통한 심정을 안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러던 2008년, 김보애 수녀는 강의를 나가 모은 돈으로
심리치료 소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하나 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회사를 상담소에서 잘 자라나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된 종호 씨와
아이들에게 맡겼다. 그렇게 <센뽈 나우리>는 탄생하게 되었다.
# 좌충우돌, 나우리 식구들!
2년 전, 회사의 시작을 함께했던 종호와 11명의 형제들.
18살부터 37살까지 다양한 연령의 나이도, 자라온 환경도, 성격도 제각각인 식구들이다.
가족이 없던 서로에게 새로운 식구가 되어준 고마운 형제들이지만, 아직 스물 넷의 대표님,
종호 씨가 11명의 형과 동생들 모두를 살피기란 쉽지 않은 일.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힘에 부친다.
아직 중학교졸업도 하지 못한 현진이(19)의 검정고시 공부 지도부터 이제 갓 들어온 신입
홍일점 미나(18)는 구구단도 떼지 못해 종종 계산이 틀리곤 하는데…
전국을 차를 타고 돌면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회사이지만
한글을 잘 몰라 운전면허 필기시험 통과조차 어려운 형들 때문에 장거리 운전은 언제나
대표 종호 씨의 차지다.
14살 때 상담소를 처음 들어와 37살이 될 때까지
떠났다 다시 돌아오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방황했던 맏이 병필 씨(37)와
형이 군대를 가자 불안해하는 병욱이(18),
엄마를 그리워해 엄마 얘기만 나오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동희 씨(20),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우리 식구들 때문에
우리의 대표님 종호의 24시간은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나간다!
# 사랑이 꽃피는 우리집
해맑은 웃음이 매력적인, 언뜻 보면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최종호 씨.
그러나 그는 7년 전만해도 거리를 헤매던 꼬마노숙자였다.
매일 밤 화장실에서 몸이 언 채로 선잠을 자야했던 많은 나날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물로 배를 채우는 생활을 거듭하며
분노도 품지 못할 만큼 하루하루 비참한 생존의 사투를 벌이기에 바빴다.
그랬던 종호 씨에게 처음으로 눈물과 웃음, 그리고 사랑을 가르쳐줬던 사람은
바로 엄마 김보애 수녀. 엄마의 사랑을 받고 난 뒤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학교 문턱 조차 밟아 본 적 없지만, 3년 만에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상담소 최초로 대학까지 들어간 기적이 일어났던 것!
결국 스물 넷 나이에 쌘뽈 나우리의 대표까지!
종호 씨는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구멍난 양말을 신고, 오십견이 걸린 불편한 팔로 강의를 다니면서
아이들에게는 뜨끈한 사골국과 최고급 핸드폰을 사주는 김보애 수녀님.
항상 퍼주기만 하는 ‘아낌없는 나무’같은 그 사랑을 가장 잘 알고 있건만,
사랑의 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수녀님께 아직 감사의 마음조차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는데…
상담소 개설기념일을 앞둔 어느 날,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은밀한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아이들은 어떤 일로 엄마를 놀라게 해줄까?
그 눈물과 감동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