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C63과 BMW M4가 양분하고 있는 컴팩트 고성능차 시장에 강력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캐딜락 ATS-V가 그 주인공. ATS-V는 캐딜락이 지난 5월 개최한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달리기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미국산 고성능 차라고 해서 그저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옛날 그 미국차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단 제원표를 채우는 숫자부터 독일산 경쟁모델 부럽지 않다. 3.6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5,800rpm에서 최고출력 470마력의 힘을 발휘하고, 3,500rpm ~ 5,000rpm에서 최대토크 61.4kg.m을 뿜어낸다.
0-100km/h 가속은 동급 모델 사이에서 가장 빠른 단 3.8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 또한 302km/h로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8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뒷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용인스피드웨이에 도열한 ATS-V는 캐딜락만의 섬세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입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 헤드램프 가까이 배치된 앞바퀴 등은 유럽차 못지 않은 완성도 높은 비례감으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V’가 붙은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ATS와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다.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입을 크게 벌린 앞범퍼, 대형 엔진을 강조하며 봉긋 솟아오른 카본 후드가 자리 잡았다.
트렁크 끝에 붙은 스포일러, 트윈팁 머플러가 뽐내는 멋진 뒷태, 유럽산 스포츠세단 부럽지 않을 정도로 멋진 비율의 옆모습 때문에 빨리 탑승하라는 인스트럭터의 지시에도 한동안 그 자태를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묵직한 운전석 문을 열였다. 스웨이드 소재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기어봉부터 범상치 않은 게 느껴진다. 착좌감, 손끝으로 전해지는 촉감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V’형상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실내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그대로 담았다.
몸에 꼭 맞는 시트는 허리를 꼼꼼히 감싼다. 175cm, 80kg인 내 저질 체형이 완전히 구속됐다. 하지만 나보다 좀 더 몸이 큰 사람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다. 덩치 큰 천조국 시민들이 이차를 어떻게 타는지 궁금하다.

시동을 걸었다. 진한 터보 음색과 함께 출발했다. 아주 매끄러운 가속 감각이다. 멀어지는 앞차를 이내 따라잡는 폭발적인 토크가 일품이다. 아웃-인-아웃 코스로 코너를 공략하면서 3단에서 2단으로 다운 시프트 했다. 앞서 탔던 평범한 CTS보다 변속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다분히 스포츠 세단답다. 이 정도면 듀얼클러치 변속기 부럽지 않다.
변속기를 자동모드에 뒀다. 내 운전실력이 미천함이 드러난다. 스포츠 모드와 트랙모드에서 중력가속도를 감지해 재빠른 변속을 돕는다는 퍼포먼스 알고리즘 변속 기능 때문이다. 차가 나보다 변속타이밍을 더 잘 안다. 마치 ‘캐파고(캐딜락+알파고)'가 있는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이 통제하게 되겠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 레이스 무대에서는 변속도 컴퓨터가 알아서 할 것 같다.

코너를 빠져나가면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뒷바퀴가 등을 미는 것이 느껴진다. 차를 한계점으로 몰아갔지만 그게 어디인지 모르겠다. 차체가 옆으로 살짝 미끄러져도 이내 몸을 바로 잡는다.
18인치 휠이 끼워진 하체는 미식 축구 선수 마냥 든든하기 때문에 좀처럼 중심을 잃지 않았다. ATS-V전용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도 여기에 한몫 한다.

코너링 전에는 핸들을 바로 잡고 충분한 감속 후 방향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다음 코너에 다다르면서 앞차와 간격이 급격히 좁혀지기 시작한다. 시속 200km/h 까지 가속 후 브레이킹이라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나는 이미 코너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든든하게 나를 움켜 잡았기 때문이다. ATS-V가 내 친구였다면 겁먹었던 내게 섭섭했을지 모르겠다.

스웨이드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촉감이 아주 뛰어나다. 집에 있는 게임용 레이싱 휠에 부착하고 싶을 정도다. ATS-V 스티어링 휠이 탈착식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여기에는 ZF가 만든 스티어링 시스템이 장착된다. 헤어핀에 가까운 구간에서도 90도 이상 꺾을 일이 없다. 미국차의 전형적인 스티어링 특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등장했던 미국차 중에서는 가장 유럽 모델에 가깝다.


이날 ATS-V와 용인스피드웨이 10km 이상 함께 달렸다.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이었기 때문에 전력질주 했다고 보면 된다. 짧은 거리를 함께 했기때문에 ATS-V의 모든 특징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는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ATS-V는 지금까지 등장한 차 중 가장 짜릿한 미국 스포츠 세단이라는 것.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차를 트랜스포머에 출연시키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곧 등장할 CTS-V도 정말 기대된다.

캐딜락 ATS-V는 7,950만 원 A/T 모델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차션이탈경보시스템, 카본 파츠 등이 더해진 9,050만 원 카본패키지 두가지로 출시된다. 독일 경쟁모델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그 보다 뛰어난 차를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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