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신인상 수상자 특집 송지음
Lost Dog Poster 외
실종
성별 미상
나이 미상
이름 개(때때로 그)
특징 체크 무늬 회색 패딩 착용
보호하고 있거나 소재를 알려주는 분께 사례함
그의 뒤를 밟았다
그는 내게 꼬리를 밟혔다
사람인데도
그는 개의 옷을 입고 있다
그것은 언젠가 내가 나의 개에게 선물한 것인데
나의 개는 웃을 줄 몰라.
그것이 개의 속성이라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는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개의 옷을 입고서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그를 뒤쫓기 시작한 건
실종 14시간 경과
골든타임 24시
의외로 가까운 데서 발견할 수 있으니 자주 가던 동선부터 파악할 것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배 전단을 붙이고 즉시 탐문을 시작할 것
단, 유일한 단서이니 발견한다 해도 절대로 옷을 벗기지 말 것
곳곳에 그는 흔적을 남겼다
그는 보란 듯이 마킹 표식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산책로 앞 놀이터 계단
공원 벤치
천변의 다리 밑
물오리 떼를 쫓아낸 흔적도 발견됐다
그는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를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일주일에 딱 한 번 그를 만났고 만날 때마다 그 카페에 들러 조각케익을 먹었다
오늘 아침에도 그를 보았지만, 카페에 데려가지 않았다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실망하였고 혼자서 나선 것이 분명했다
가출이었어.
실종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근데 정말로 다행이었을까?
그는 내 기분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집을 나가 버렸는데
나의 개도 그렇게 하진 않아.
벌써 빈집만 세 번째인걸.
나는 실종이 아니라서 실망스러웠지만 개의치 않고 그의 뒤를 추적했다
천변 갈대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의 흔적이 희미해지고
카페에 그가 없으면 어떡하지?
확신이 의심으로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잔뜩 겁에 질린 소문을 위해 모든 소문을 덮어두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소문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실종 23시간 경과
목격자 없음(물오리 떼 제외)
다수의 배설물이 발견되었으나 그의 것으로 특정할 수 없음
다만 천변 늪지에서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크무늬 패턴 발자국 발견
당신을 놓고 오는 길이 이리도 허전할 줄 몰랐어요
미리 알았더라면 제가 먼저 떠났겠죠
그대 내 노래를 듣는다면 오늘 밤 내게 와 주오
그리워하면 처음부터 다시 그리워지는 당신
어디서부터 흐르길래 당신은 이리 가엽나요?
그대 내 노래를 듣는다면 오늘 밤 내 음악이 되어주오
나는 개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가 들을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컹. 컹.
물오리 떼를 이탈하여 물오리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고 그 길을 따라 갈대숲의 그늘이 길게 이어졌다
집에 갈까? 그냥.
천변 벤치에 앉아 나는 내가 밟은 그늘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모두 이탈된 꼬리 같았다
D-day 팜 카페
Thank You
10;00 ~ 19:00 수요일 정기휴무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커리 & all day brunch
입장료는 없어요
야외정원 이용 시 목줄을 풀어놓으셔도 됩니다
단, 공격성이 강하거나 오래도록 방치할 경우 퇴실 조치함
매너벨트 착용가능
팜 카페
그의 뒤를 밟는 동안 나한테도 꼬리표가 붙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 누구나 다 영영 뗄 수 없는 이름 하나쯤은 있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그래, 꿈속에서라면 한 번쯤 쫓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여긴 꿈 밖이잖아?
꿈 밖에서 꿈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간단하다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열고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진동벨이 울릴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다
나는 댕댕이 간식과 조각케익,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야외 정원 옆 테이블에 앉았다
야외 정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개와 공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었다
잘 훈련된 개들은 곧잘 공을 물어오곤 했는데
가끔은 사람이 공을 물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개들은 키득거렸다
댕댕이 간식이 나오자 모르는 개들이 내 주변을 에워쌌고 그들 중 몇몇은 사람들의 동의가 떨어지기도 전에
내 손바닥을 핥고 있었다
내 손바닥을
화가 난 사람들은
기다려. 기다려.
외쳤고
개들은 사람과 달랐으므로 너무 오래 기다리긴 싫었다
Post-lost dog, I lost a dog
실종 24시간
골든타임 경과
I lost him
지속적으로 행적을 탐문하고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
카페에 그는 없었다
야외 정원에서도 테라스에서도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진동벨이 울릴 때마다 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모두 주인 없는 소문들뿐이었다
누가 그를 본 사람 없나요?
나의 개와 같이 있을지도 몰라요.
체크무늬 회색 패딩
체크무늬 회색 패딩
누가 그를 데려간 것일까?
나는 손바닥을 가만히 펴 보았다
오래전에 묻은 침샘의 흔적을 살폈다
누군가 그의 옷을 벗긴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의 속성
그는 사람이므로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의 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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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Dream
오늘 이불 속에서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다
나를 가장 사랑했던 바로 그 사람이
내가 깨어났을 때 천사 씨는 내 곁에서 졸고 있었다 새큰새큰 숨소리 살짝살짝 떨리는 속눈썹
천사 씨를 천사로 규정짓는 건 희고 부드러운 날개가 아닌 잠든 얼굴과 그 표정임을 나는 이때 알았다
눈동자가 있는 생물은 표정이 있다 눈동자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근육이 있는 생물은 그러니까 표정은 근육의 작용이다
천사 씨가 나한테 온 지 오랜 날들이 지났지만 나는 천사 씨가 잠든 모습은 처음 보았다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갈 때도 자다 깨어 화장실에 갈 때도 천사 씨는 어김없이 근거리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을 내밀었지만 천사 씨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표정 하나만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표정을 잡아 볼 수 있다면
나는 소원했지만 그건 그저 나의 소원일 뿐 벽에 맺힌 물방울처럼 곧 사라질 것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지금, 여기, 나는 드디어 천사 씨의 잠든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날개에 얼굴을 반쯤 묻고 눈동자는 열릴 듯 감길 듯 위태위태하게 숨을 내쉴 때마다 천사 씨는 살짝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기억이 표정이라면 순간도 영원처럼 간직할 수 있을 텐데
천사 씨의 날개옷을 벗기고 천사 씨의 머리를 쓰다듬고 천사 씨의 몽글몽글한 발바닥을 다시 만질 수 있다면
천사 씨의 표정이 벽에 맺힌 물방울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알 수 없는 슬픔을 하나, 슬픔을 둘, 흘리고
이불 속에서 이불 속으로 깨지 않는 잠을 다시 청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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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음 2022년 《사이펀》 상반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