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수 시조집 '산빛 닮고 풀꽃 닮은' 발간
◉출판사 서평
설상수 시조 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산빛 닮고 풀꽃 닮은』(작가마을)을 펴냈다. 설상수 시인은 2016년부터 시작 활동을 해왔기에 비교적 늦깍이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즉, 등단 10년 미만의 신인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시조집에서 설상수 시인은 대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전달하는 형상화에 몰입하는 놀라운 언어력을 보여준다. 이는 연륜과 교육계에 오래 몸담아온 환경적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상을 객관화시켜 이미지를 잡고자 하는 설상수 시인의 간결한 언어력은 부단한 자기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리라. 하지만 시인은 아직도 자신의 부족함을 토로한다. “가야할 길이 멀다//자갈돌 흙 모래알/질긴 강물 그러안고//언제나 망설임 없는/강물로 가야겠다”고 시인의 말을 통해 더욱 좋은 시를 쓰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독자에게 다짐한다. 그러하기에 설상수 시인의 이번 시조집과 이후의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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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설상수의 이번 『산빛 닮고 풀꽃 닮은』 시집은 세계가 그에게 비추어진 것을, 자신만의 사유로 최대한 ‘닮고’ ‘닮은’ 것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밤새 읽은 법문이 솔잎에 맺혀있”(「백운암」)듯이 솔잎에 잠시 멈춘 이슬방울을 법문으로 기록한다. ‘법문’이 곧 ‘이슬’이며 이슬이 법문을 닮았다는 사유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설상수가 구축하고 있는 시 의식이다. 시간을 건너가면서 세계라는 “호수는 하늘 닮고 걸음은 숲길 닮아”(「시간을 걷는다」)가는 것. 그것이 그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삶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그의 시는 “잘 우린 보리차 구름 한 점 둘러메고/한걱정 놓아도 좋을 수원지를 걷는” 과정에서 정지된 풍경을 생동감 있는 감각으로 존재의 본질을 추리한다. 마치 카메라의 셔터가 사물을 포착하듯이 현재를 언어의 풍경 속에 “순간이 못내 아쉬워 마구 찍는 눈 사진”(「구덕산 바람났네」)으로 인화하며 사유화한다. 그가 보여주는 “맨 먼저 알리고픈/고향의 봄소식을(「봄까치꽃」) 세계에 전하듯이 누군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 그의 시편이 “파랗게 뒤척이다/뜬눈으로 피는” 순간을 포획하는 응축된 한 장의 사진처럼 우리는 거기서 리듬으로 발굴되는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시는 리듬이 가장 오래되고 영속적인 요소라는 것을 시조라는 고유한 정형을 통해 나타난다. 거기에 그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현시되는 움직임은 길을 가듯 보폭에서 산출되고 음보에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거리와 거리 사이에 존재하는 세계와 사물을 리듬으로 변주하고 형식화하며 시적 대상화한다. 그러한 가운데 시는 구어적인 형태에서 자발적인 사유가 시조 형식으로 복원되는데 옥따비오 빠스가 전거한 “리듬이 없는 시는 존재하지 않고 리듬뿐인 산문은 없다. 리듬은 조건이지만 산문에는 비본질적이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덕목이 된다.
-권성훈(시인, 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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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약력
설상수 시조시인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경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16년 《오누이시조》 신인상과 《부산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을숙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부산시조시인협회 감사, 영남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시조집으로는 『푸른 갈증』이 있으며 ‘시목’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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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강물처럼
머무는 자리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자갈돌 흙 모래알
질긴 강풀 그러안고
언제나 망설임 없는
강물로 가야겠다
2023년 가을
설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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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속으로
행복을 굽습니다
불빛도 내려 보는 감천동 산 일 번지
조붓한 골목길에 백열등이 켜지면
저절로 발길 멈춘다
노릇노릇 들기름 내
언짢은 마음일랑 여기 두고 가요
살가운 눈인사에 노을빛 환한 저녁
붕어빵 한 봉지 가득
행복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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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내의 생일날 해줄 게 달리 없어
입은 적 한번 없는 앞치마를 두른다
닮은 듯 장미 한 송이 넌지시 꽂아놓고
마르고 쪼그라져 볼품없는 돌미역
찬물에 닿는 순간 바다가 출렁인다
온몸이 되살아나며 파도 소리 들린다
아이 둘 출산 때는 땅띔도 못 했는데
고맙다 사랑한다 말로는 다 못하고
점점이 살갗을 여며 속마음을 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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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설상수 시조집 <산빛 닮고 풀꽃 닮은>
시인의 말
차례
제1부 … 행복 시계
꽃무릇
행복을 굽습니다
부부
죽순
도마마을
히말라야 짐꾼
봄 까치 꽃
시간을 걷는다
첫눈
구덕산 바람났네
달마중
아프다
깻단
제2부 … 내려놓기
거룩한 보시
서리꽃
초원은 말한다
백운암
무소유길
화엄 벌에 서면
헌 옷 수거함
정취암
돌탑
수련
까막눈
가시연꽃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3부 … 연서처럼
아름다운 복수
울음이 타는 강
묵정밭
다대포에서
열대야
애진봉 철쭉
가을 서정
은어
불나비
용대리 사내
말매미
다시 8월, 생도生島
범칙금
베짱이
제4부 … 마음의 양지
호박을 거두며
군불 밥
밀양돼지국밥
소 판 날
봄날 오후
봄 마실
두레 밥상
당나무
까치밥
학교 가는 길
소풍 도진 날
농번기
밀양 싸움
마음 연못
제5부 … 가다듬다
희망 자소서
출근길
홍시를 만나다
등나무 쉼터
어금니가 빠진 날
티눈
구두를 닦으며
첫사랑
조류인플루엔자
걱정 마라
저녁 밥상
자가격리
소회素懷
*해설: 권성훈(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