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산지천을 지키는 자치경찰
“달라진 산지천, 이제 마음 편히 오세요!”
산지천 음악분수 앞에서 만난 제주시자치경찰대 관광환경팀 소속 박태언, 양영민 순경.
두 사람은 지난 6월부터 산지천 주변 노숙자 관리와 수질오염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투입됐다. 현장 근무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는 수줍은 미소가 번졌다.
“처음엔 노숙인들이 그냥 달려들더라고요. 단속하려면 하라는 식이었죠. 멱살도 잡히고, 맞기도 엄청 맞았습니다.”
하루 15시간의 근무로 피로도 쌓였을 텐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노숙인들에게 시달린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음악분수 뒤로는 모여 앉아 노름하는 사람들, 소주를 병째 마시는 사람들, 풀밭이나 벤치에 드러누운 사람들로 일반 시민들은 지나다니지를 못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여성들에게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내뱉고요.”
어떻게든 타일러 집이나 희망원으로 돌려보내도 밤새 걸어서 다시 산지천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노형 근처에 사는 사람도 걸어서 이곳까지 내려온다고 하니, 산지천 노숙인들과 자치경찰의 쫓고 쫓기는 상황은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길바닥에 윷놀이판을 그려 노름을 했던 자국)
“노숙인을 이용해 노름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노숙인에게 몇천원을 집어주고는 망을 봐달라고 하는 거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근 상가 업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고 한다. 무턱대고 가게에 들어와 안주를 내놓으라고 하기도 하고 돈을 달라며 생떼를 부리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살다살다 평생에 그런 욕은 처음 들었어요. 장사하려고 내놓은 재료를 덥석 집어가질 않나 달아오른 토스트 판을 손으로 집어던지려고 하질 않나.”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무서워서야 장사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다.
“그래도 자치경찰 분들이 지켜준 후부터는 정말 장사하기 편해졌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공권력이 이렇게 약했어요? 노숙자한테 맞기도 하고 이분들 너무 고생하세요. 상 좀 주라고 하세요. 아니 특별수당도 줘야 합니다.”
아주머니는 한 번은 지나가던 시민이 토스트를 주문해서는 근무하고 있던 경찰에게 수고한다는 말과 함께 토스트를 건넸다며, 이곳을 찾는 시민들도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밤 시간대에 산지천을 찾아보세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실 겁니다. 산지천은 제주시민들의 휴식처인데 그 용도대로 쓰여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근 열대야가 계속되다 보니, 기존의 노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산지천에서 술을 먹거나 고성을 지르기 일쑤라며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단속의 형평성 문제가 관건입니다. 누군 단속하고 누군 허용한다는 말이 나오게 마련이죠. 사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일에 노숙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도 무리죠.”
하지만 산지천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다. 더 이상 하루 종일 술판을 벌이고, 노름을 하던 사람들이 상주하던 산지천 뒷골목이 아니다. 본래부터 시민들의 것이었으니 모든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주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치경찰로서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하는 박태언 순경과 양영민 순경에게 진심으로 수고하고 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