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8-영화리뷰 <레이디 버드>.hwp
어른이 더 이해하는 10대 영화 “레이디 버드”
양명지 목사
이 영화는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대단한 내용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오를 만한 수작입니다. 주인공인 크리스틴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는 엄마와 딸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관객들은 단번에 모녀의 성격과 앞으로 둘 사이가 쉽지 않겠다는 것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의 아빠는 실직 상태이고, 엄마는 간호사로 여분의 일을 하면서 열심히 가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의 오빠는 입양한 아들이고, 엄마는 집에서 버림받은 오빠의 여자 친구까지 집에 들여서 보살피고 있습니다. 딸에게 사사건건 잔소리도 하고 입심도 센 엄마. 하지만 추수감사절에 남자친구 집에 가겠다는 딸의 드레스를 고르고 고쳐줄 정도로 따뜻한 엄마입니다.
하지만 사춘기 10대가 그렇듯 크리스틴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따분한 세크라멘토, 좁고 가난한 집, 오빠와 그 여자친구, 엄마. 심지어 자기 자신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자기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 이름이 바로 “레이디 버드” 여느 사춘기 소녀가 그렇듯 크리스틴은 성인이 되어 고향 세크라멘토를 떠날 궁리만을 합니다. 꿈과 바라는 것은 많지만 그에 걸맞은 모습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잘나가는 친구를 사귀려 가장 친한 친구를 외면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나쁜 짓을 하기도 합니다. 선생님께 대들다가 정학을 맞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딱히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건과 사고 옆에는 엄마가 있고, 그때마다 으르렁대며 싸우고, 위로받기도 합니다.
길지 않은 1시간 30분의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진행됩니다. 크리스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허투루 쓰이지 않습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특별하지 않은데도 특별하며, 공감할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백하게 전달됩니다. 어른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좋을 10대의 성장 영화입니다. 짧은 영화 안에는 부모와 자녀 관계, 진학, 이성교제, 동성애와 성문제 등이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영화는 특별히 교훈을 주려하지 않습니다만 우리네 일상에 숨겨져 있는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이야기와 대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감독이 자기의 경험을 녹여 내면서 그것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 듯합니다. 세상과 남들이 정해준 길과 가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할 부분이 많습니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님, 특별히 어머니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어느새 지나버렸지만 옛날 나의 어머니와의 싸움을 그리워하는 다른 어머니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