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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17세기 일본 카톨릭 전교의 사실적인 기록, 넌픽션이라고 생각했다. 페레이라라는 예수회 신부가 일본 관구장이었지만 선교 과정에서 배교했다는 기록과 이어 페레이라의 제자인 포루투칼 루도비꼬라는 신부와 다른 한 신부가 중국을 거쳐서 일본에 밀항하면서 배교한 일인 신자의 안내를 받는다. 이 겁많은 일인신자의 안내로 섬의 신자를 만나고 그들과 미사를 보고 고백성사를 주면서 은거생활을 하지만, 겁장이면서 약한, 비겁하고 비루한 자에 의하여 루도비꼬신부는 일본 당국에 잡히는 몸이 된다.
엔도 슈사쿠--
1923. 3. 27 일본 도쿄[東京]~1996. 9. 29 도쿄. 일본의 주요 현대소설가 중 한 사람. 독특한 그리스도교적 시각으로 동·서양 관계를 고찰한 것으로 유명하다. 11세에 어머니와 백모의 인도로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대학[慶應大學] 프랑스 문학과를 졸업하고, 1950~53년에는 프랑스의 리옹대학에서 프랑스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초기 소설인 〈하얀 사람 白い人〉(1955)·〈노란 사람 黃色い人〉(1955)은 이후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으며 일본과 서양의 경험과 전망을 대비시키고 있다. 〈바다와 독약 海と毒藥〉(1957)에서 그는 일본인 의사가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해부하는 전쟁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하면서, 일본인의 도덕의식을 고찰하고 있다. 엔도의 가장 설득력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침묵 沈默〉(1966)은 포르투갈의 신부들이 일본에 온 후 일본인 신자들이 학살되는 전말을 소설화한 것이다. 이 소설과 아울러 쇼군[將軍]을 대신해서 멕시코·스페인·로마를 두루 순방하는 한 사무라이의 여행을 감동깊게 그린 〈사무라이 さむらい〉(1980) 역시 유연하고 막힘없는 서술과 함께, 문화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잘 보여준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밖에 〈화산 火山〉(1959)·〈휘파람을 불 때 口笛を吹く時〉(1974)를 비롯하여 많은 코믹 소설 등 광범위한 분야의 소설을 썼으며, 단편소설·드라마·에세이·전기 등도 남겼다. 국제문학단체인 펜 클럽 일본지부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는 루도비꼬가 포루투칼에 보내는 서한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정경 묘사나 자신의 심리가 아주 자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다. 신부라서 마음이 순수하다보니 거의 여성 작가 수준으로 섬세하게 글을 쓰는구나했는데, 뒷부분에 가서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다 읽고 작가 검색을 하니 엔도 슈샤꾸는 1920년경에 태어난 카톨릭 소설가였다.
일본에는 카톨릭신자나 기독교 신자가 적다. 이 소설에서는 17세기 일본 막부시대 정치가들이 소설의 줄거리처럼 교묘하게 외래신앙인 카톨릭을 탄압하였고, 일인에게 하느님은 기독교식의 절대자인 하느님이 아니고 인신의 성격이 강하다고 작가는 침묵에서 그 이유를 적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차마 볼 수 없는 형벌을 당하고 순교하는 일인 신자들에게 하느님은 왜 침묵하는가라는 의문과 만일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인간이 지어낸 추상이라면 신부의 일생은 얼마나 희극적인가라는 말을 작가는 한다. 이 작가의 이런 말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느님이 결국 인간의 추상일지라도 신부라는 직분으로 살아온 그 이타적인 삶, 극기와 희생의 삶으로 충분히훌륭한 삶이었다.고
페레이라와 그 제자인 루도비꼬가 배교하지 않으면 신자들을 죽이겠다는 일본 막부 실력자의 협박에 굴복하여 배교하며 페레이라는 어떤 죽은 일인의 아내와 자식까지 물려받아서 일인 스님처럼 살아가고 루도비꼬도 스승 페레이라의 권고로 신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배교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본국의 카톨릭 교계에서 배교자로 파문되었겠지만 하느님은 자신들이 세상의 멸시와 경멸을 무릅쓰고 진정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한 자라는 것을 알 것이다라고 자위한다. 이 이야기 읽으면서 지장보살이 지옥에 있는 중생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제하지 못하면 자신도 지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忍辱보살?!
카톨릭 박해의 역사는 19세기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일본처럼 그렇게 교묘하게 잔머리 굴리는 탄압이 아니었다.우리 19세기 조선은 그저 순교의 명예를 신부나 신자들에게 돌려 주어 수많은 성인이 탄생하는 기틀?을 만들었다. 일인들은, 이 소설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면, 정말 잔인하고 교묘하게 천주교 신부를 배교시키고, 신자들을 박해하여 외래종교가 자기 나라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였다.
이 소설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따라 가다보니 재미있게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앙이 아닌 땅에서 올라가는 신앙을 지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이 단순하고 인물이 몇 사람등장하지 않으므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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