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약을 바르면서
유황냄새 풍기는
무좀약 때문에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
코를 잡고 얼굴 붉힌다.
아파트 베란다로 몰려나와
이렇게 생각했다.
‘아내도 사람이다.’
‘그미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아파트 베란다로 쫓겨나와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사람이다.’
‘남편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최기종 시집 <<나무 위의 여자>> 중에서
군말
군대에서 생긴 무좀이 좀처럼 났지 않았다. 연고나 피엠을 사다가 발라도 차도가 없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그것도 그 때 뿐이고 이 놈이 잡초처럼 또 극성이다.
인터넷으로 처방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식초에 정로환을 타서 담그면 즉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약국에서 정로환 한 병을 사서는 식초물에 탔다. 식초 냄새에 정로환이 뒤섞이니까 역한 유황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무좀이 났는다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들어 서자마자 코를 잡고 얼굴을 붉힌다.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힌다며 베란다로 쫓아낸다. 할 수 없이 베란다로 옮겨서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아내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무좀 좀 났겠다고 역사를 벌이는데 이렇게 베란다로 몰아내서야 쓰나? 이런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가 오죽 냄새가 독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도 사람이니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고 하늘같은 남편을 차가운 베란다로 내친 고약한 아내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나도 사람이고 나도 희로애락이 있으니 속이 부글거렸던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마음일랑 내색하기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