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화요일,인천공항,샌프란시스코> 어버이날. 졸업 40주년 남가주 동창 기념식에 참석할 동기들과 부인들이 인천 공항에 모였다. 김영철 회장과 부인. 최명환 부부. 전대길 부부. 그리고 싱글들인 이석신 전희성 송기정 김택. 우리를 환송해주기 위해 바쁜 중에서 김평수 동기가 나와 일도 거들어 주고 커피도 한잔씩 돌리고 프랭카드를 앞세운 우리들 열명의 사진도 찍어준다.
자~~ 이제 출발이다. 10시간이 넘는 지루한 밤 비행기가 아침이 되어 샌프란시스코의 공항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우리 일행을 맞는 가이드가 종이 한장을 들고 맞는다. LA에서는 제일 유명한(?) "조은여행사" 란다. 가이드 이름은 엔디 황. 그의 누이도 우리와 같이 관광을 한단다. 버스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한식당이다. 주인도 한인 종업원도 한인이다. 내리면서 보니 빨간 이쁜 꽃이 피었다. 아마도 기후가 아열대 인가 보다. 이 꽃의 이름은 바럴부러쉬. 빨간 둥그런 부러쉬를 연상하면 되는데 꽃이 아주 예쁘고 전지를 잘해서 보기가 좋았다. 곳곳에서 이 꽃을 볼 수 있었다. 점심먹고 나와 슈퍼를 찾는데 한국말이 보인다. 들어가보니 한국인은 아니고 남미 계통인 것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중국인들이 대륙횡단 철도를 놓고 난 다음 건설한 도시라는데 정말 한국인이 없는 도시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의 변두리에도 한국인 슈퍼가 있다니.... 다시 버스에 올라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을 보러간다. 항구에 도착하니 조그만 거리가 만들어져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방파제안에 나무 데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바다표범들이 올라 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관광객은 사진 찍고 구경한다. 유람선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먼저 유람을 마친 승객들이 내려오는데 정말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였다. 미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것이 실감난다. 정통 미국인이라 할 수있는 엥글로색슨들도 있지만 동양인 남미인 흑인들이 대다수 이다. 유람선은 그 유명한 금문교를 한 바퀴 돌고 미국에서도 중죄인만 가두어 두던 알카트라즈 감옥이 있는 섬을 순항한다. 더록이란 영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감옥에서 탈옥한 죄수는 없단다. 실종된 죄수는 있지만. 워낙 물살이 세고 물이 찰 뿐더러 상어도 많아 탈옥이 불가능하단다. 이 섬에서 탈출한 유일한 인물은 숀코넬리밖에 없다나... 비록 영화속에서 이지만. 지금은 관광지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감옥체험도 한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버스로 금문교를 지나니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볼 수있는 조그만 공원이 있다. 한국사람이 실리콘벨리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한 돈으로 세운 마도로스상이 인상적이다. 마도로스. 어딘가 말만 들어도 애잔한 느낌이 드는데 이 동상도 그런 기분으로 세워졌다. 해병대 연안순찰대 해군에 지원한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호텔에 도착하고 짐풀고 나면 남자들이 하는 일은 마시는 일이다. 좋은 양주 두병을 꺼내놓고 첫날부터 마신다.서울에 돌아와 신문기사를 보니 샌프란시스코의 인기 스포츠인 "알카트라즈 철인 3종경기"를 인천 앞바다에 있는 실미도에서 열려고 현지답사를 한다는 기사가 났다. 알카트라즈 철인 3종경기는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뛰고 사이클 180.2Km 수영 3.9Km 3개종목을 겨루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이다.경기를 열기에 적합하다면 올 10월경에 "알카트라즈 실미도 철인 3 종경기"라는 명칭을 단 경기를 볼 수 있을 것같다. 실미도 사건 때 막 소대장으로 부임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대원들을 이끌고 관악산에 배치되어 실미도 대원들이 산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위해 불안한 밤을 새웠던 일이 새롭게 생각난다.
<5월 9일 수요일,요세미티 국립공원> 아침에 일어나 부산히 짐을 꾸리고 밥먹고 미국 클라이머의 요람인 요세미테로 향한다. 미국의 버스 여행은 정말 단조롭다. 가도가도 평원에 덤불나무만 있는가 하면 산에도 다양한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모양이다. 워낙 비가 적게 오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를 왜 금수강산이라고 하는지 중국이나 미국을 여행해 보면 알 것같다. 살기좋은 나라는 한국이다. 만일 미국이 살기 좋은 나라였다면 인디안들이 엄청 번성해서 거대 제국을 건설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서부는 워낙 척박하고 물이 없으니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 가끔 눈 녹은 강물이나 호수 근처에 살 수 있었을라나. 우리나라처럼 어디를 파도 먹을 수 있는 우물을 만들 수 있었다면 미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텐데. 그러나 달리 뒤집어 보면 미국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이다. 미국 서부는 대부분이 사막이다. 사막의 정의는 비가 년 110미리이하여야 한다나. 그런 사막을 콜라라도나 호수 물을 끌어들여서 대 농장을 만들고 거대 도시를 건설했다. 다시 버스는 달린다. 이 버스는 60명이 넘게 탈수 있고 뒤편에는 화장실까지 갖춘 미국 처럼 넓은 지역에서 관광하기에 알맞게 만든 버스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읽었던 "기차는 원의 중심을 달린다"라는 글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리면서 산 하나 없는 평야를 보고 쓴글인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포도밭. 자두밭. 오렌지밭. 복숭아밭.이런 과수원들이 우리나라 농업을 비웃는것 같다.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을 규모이다. 가이드가 건포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포도가 익으면 따서 말리는 것이 아니라 스프링쿨러가 뿌리에 붙어있단다. 포도가 익으면 물을 중단해 건포도가 되도록 해서 수확한다고 하니 우리와 어떻게 경쟁이 될까? 며칠전 보도를 보니 미국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는데 트럭을 개조해 물 뿌리듯이 소 구유에 사료를 주는데 정말 경쟁이 될 수가 없을 것같다. 다른데서 돌파구를 찾아야지 농업에서는 불가능이 아닌지. 요세미테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제 버스는 산길로 접어든다. 인디안들이 회색곰이 나타나면 회색곰이다 회색곰이다 하고 소리쳤는데 이게 인디안 말로 요세미테 요세미테 란다. 이를 백인이 듣고 이 지역을 요세미테라고 했다나. 미국 클라이머의 요람이기도 하고 여기에서 자란 백인청년이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그 유명한 인수봉 귀바위 A B 코스를 개척했는데 일명 그 군인의 이름을 따서 취나드 A 코스 취나드 B 코스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티피셜(인공)등반이다. 그당시 한국에서 날리던 클라이머도 몇명 데리고 가서 키우고 그 후배의 후배중에 한 명으로 우리 용산고 20회의 주영이란 친구가 있다. 용악회 멤버로 요세미테를 근거지로 활동하며 2005년 용악회 창립기념 50주년 아마다블람 등정시 많은 역활을 했다고 들었다.
먼저 엘케피탄. 위에서 보면 스페인 장교 모자 앞부분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깍아지른 절벽이 장관이다. 다음은 요세미테를 상징하는 하프돔. 설명이 필요없는 바위이다. 정상에는 대피소 같은 것이 보인다. 버스는 주차장에 세우고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준다. 가까운 곳에 있는 요세미테 폭포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전부들 폭포 하단으로 이동해서 사진도 찍고 물보라도 맞는다. 하단만 해도 우리나라 제일 큰 폭포보다도 큰 것 같다. 물 수량은 당연히 더 많고. 그러니 상단 중단 하단 삼단으로, 깍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다음에 조용히 올 기회가 있다면 바위에는 못 올라가더라도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폭포 상단까지는 트레킹이라도 해 보고 싶다. 엘케피탄과 하프돔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보아야 하는 관광객의 일원이라니. 주차장 근처의 숲도 볼만하다. 주로 소나무와 산딸나무 세콰이어등이 주종인데 소나무 하나를 안아 보았더니 내 아름으로 정확히세아름이었다. 오대산에서 넘어가는 부연동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소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몰라도 둥치는 이 것이 훨씬 큰것같다. 아열대에 산맥을 넘어가면서 뿌리는 비 덕택이겠지. 가이드 말로는 나무가 물렁물렁하다는데 글쎄 내가 보기에 소나무는 소나무였다. 다시 산을 내려가 중간에 옥허스트(oak hust)에서 슈퍼에 들렀다가 캘리포니아의 농업의 중심 도시인 프레즈노에 도착 짐을 풀고 항상하는 행태대로 밤을 지냈다. (우리의 행태는 알만한 동기는 다 알 것 같아 자세히 쓰지 않는다)
<5월10일 목요일,라스베가스>
인구 49만명 정도인 서부 최대의 농업도시. 건포도의 고장인 프레즈노에도 한국식당은 있다. 가야식당에서 북어국을 먹는다. "가야"라 그럼 김해사람인가 하고 물어보니 가야란 부산에 있는 유명식당이란다. 북어국에 밥말아 먹고 99번 고속도로를 따라 베이커스휠드로 간다,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북 도로 번호는 홀수이고 동서 고속도로는 짝수이다. 11시경 교통의 요지인 바스토우에 도착. 이번에는 양식으로 시즐러에 들어가 채소만 실컷 먹는다. 오전 중에 농업지대는 지나고 이제 서부의 사막 모하비 지대에 들어섰다. 데스벨리도 유명하고 우리가 흔히 사막에 핀 꽃 라스베가스 할 때의 사막이 바로 모하비 사막이다. 한반도의 1.8배 크기라니 상상해 보시도록.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에 서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면 결투 장면에 꼭 등장하는 을씨년 분위기에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다니는 댑싸리 같은 덤불트리인 세비지브러쉬만 한 없이 펼쳐져 있다. 그 광활한 평야에 말이나 타고 끝없이 달려보았으면.....
15번 고속도로를 바꿔 타고 북동진 하다보면 저 멀리 산 꼭대기에 캘리코라고 크게 써 놓았다. 예전에 규모가 큰 은광이 있어 실버러쉬를 이루다가 은값이 100분의 1로 폭락하는 바람에 문을 닫은 광산을 돈 많은 친구가 사들여 예전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입장료도 받고 관광지화 해서 많은 돈을 버는 모양이다. 조그만 마을에 뭐가 볼께 있을까? 그저 역사가 짧은 나라고 또 자기네 서부 개척사에 대한 향수를 팔고 있는게 아닐까? 역마차 바퀴. 광석 실어나르던 조그만 협궤. 우물. 학교등을 재현해 놓고 바도 만들고 향초도 팔고 기념품. 빠질수 없는 맥주집정도다. 역사 유물을 모아 놓은 곳도 있지만 서너평 정도의 규모이다. 다시 북동진을 시작해 오늘의 목적지이자 한국사람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라스베가스를 향해 달린다. 네바다 주 경계선에는 모든 도로에 카지노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네바다주는 도박의 주라 할 수 있다. 가이드는 한국사람 누가 대박을 터트렸느니 대박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되면 누구를 꼬셔야 되는지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혹 예전에 이거 많이 해 본 솜씨일까? 아니면 가이드 공부하면서 배운 것인가? 우리들은 술꾼들이면 감명받아야만 하는 명화중의 명화. 한국인(?)을 데리고 사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대해서 한 참 토론을 벌인다. 4시경 드디어 도박의 도시에 입성한다. 먼저 텔레비젼에서도 여러번 소개된 베네치아를 그대로 본 떠 만든 호텔을 구경한다. 운하. 하늘. 유명 브랜드의 상점들. 광장의 노천 카페. 물결처럼 움직이는 그 많은 관광객. 정말 대단하다. 화려함도 상상이상이다. 가장 번화하다는 한국의 코엑스와 비교가 되지않게 크고 정교한 모방조각등은 입을 벌리게 만든다. 이곳에 사하라라는 거리가 있고 호텔도 있는데 한국식당 이름도 사하라다 무슨 뜻인지 아는 이는 없지만 이곳 지명이겠지. 한국인 식당이 있는 곳은 네모 반듯한 광장을 만들고 빙둘러 가면서 일층짜리 상점들이 들어서있다. 한국에 있는 것은 이곳에 다 있다. 식당. 다방. 당구장. 맛사지하는 곳. 카페. 슈퍼. 회계사사무실. 전부 한국말 간판이다. 밥먹고 쥬빌리 쇼를 보러간다. 아메리카 스타일이라 우리정서하고는 한참 먼 데다 영어도 모르니 그저 비싸게 주고 들어온 바라 졸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삼손과 데릴라 정도나 이해가 좀 될까.
쇼가 끝나자 야경 구경을 나간다. 구 시가지에서 신 시가지에 대항하기 위해 한 거리를 건물과 건물 사이에 지붕을 덮어 궁륭을 만들고 거기에 조그만 전구를 박아 온갖 영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LG에서 시공했고 지금 쇼에서 LG를 광고하기 때문에 한국사람으로서는 빠질수 없는 볼거리다. 쇼가 시작되기전 거리에서는 악사가 나와서 음악을 연주하고 키오스크에서는 먹을 것을 팔아 많이 흥청대고 관광온 기분이 난다. 역시 어디서나 집을 나서면 약간은 흥분해지고 뭔가 기대를 갖는 것이 인간상정이 아닐까. 저멀리 새로지은 높은 빌딩에서 돌리는 놀이기구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호텔을 잡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행운을 잡으러 간다. 밤새 땡기는 사람. 돈 조금 날리고 구경하는 사람. 구경하다 배고파서 햄버거 사다 먹는 사람. 우리동기들도 이와 같이 즐기고 일부는 자러가고 일부는 계속 땡긴다. 영화에서 보는 그런 카지노는 VIP만 가는 다른 룸이 있고 일층에는 주로 연금생활하는 노인들과 우리같은 관광객이 전부 인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이날이 평일이서인가. 미국에서도 가장 화려한 도시에서 이제껏 잔 호텔중에서 가장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청한다.
<5월 11일 금요일,그랜드캐년> 어제 저녁을 먹었던 사하라에서 아침을 먹고 또 다시 버스 여행이다. 어제 아무리 빨리 잔 사람도 12시는 넘겼고 밤을 꼬박 샌 사람도 있을테니 아침은 가이드도 승객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용하다. 전부들 비몽사몽간에 그랜드 캐년에 도착한다. 콜라라도의 강이 만들어낸 걸작이라 하는데 워낙 범위가 크다니 우리는 그중의 하나인 메다포인트를 구경한단다. 요사이 인디안들이 만들어 놓은 SKY WALK는 이곳에서는 한참 멀리 있다고 한다. 그랜드 캐년 볼만한 구경거리다. 요세미테와 마찬가지로 관광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쌍안경으로 살피니 트레킹하는 트레커와 대피소. 그리고 인디안들이 사는 강 옆의 부락이 보인다. 협곡 가장자리를 따라 몇 백미터를 걸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멋진 바위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같이온 동기 안해님께서 위험하다고 빨리 돌아오라고 안타까워 한다. 내가 잘 난척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돌축된 바위에서 돌아왔지만 좀더협곡에 다가가고 싶었다 언제 여기를 다시올 수 있을까? 내려 오면서 협곡 전시관에 들러서 모형도와 생성 역사를 들여다 본다.이곳에도 인디안의 문화가 수천년 전부터 있었단다. 이들이 버팔로를 잡아 먹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콜로라도의 강이 젖줄 역활을 했겠지. 백인이 버팔로를 몰살시키면서 인디안의 항쟁도 끝났다고 가이드는 얘기한다. 오늘의 관광 중 우리를 조금은 흥분시키는 일정인 경비행기를 타고 협곡을 둘러볼 차례다. 여객기는 많이 타 보았지만 경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작은 비행기라 균형을 맞춘다고 몸무게까지 재고 초등학교 1학년 처럼 줄을 서서 비행기를 탄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협곡은 또 다른 장관이다. 강물이 흘러가면서 깍아내린 지층은 묘한 무늬를 이루고 우리 내린천 보다도 작은 강은 빠르게 흘러내리고 그 강에서 레프팅하는 보트들과 강가에 매어놓은 보트들이 보인다. 저 보트들은 며칠을 가는 걸까? 아니면 한 나절인가? 협곡과 더불어 밀림이라고 표현하기엔 뭣 하지만 협곡옆의 숲도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일정하게 서있는 숲속에 위에서 내려다 보니 길이 전부 나있고 중간 중간 광장도 보인다. 저런 곳을 헤매고 다녀도 재미 있으리라.
그랜드 캐년의 흥분을 안고 오늘의 잠자리인 라플린으로 향한다. 라플린은 콜라라도의 강변에 세워진 신흥도시로 작은 라스베가스 같다. 강은 은 넓지는 않지만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눈 녹은 맑은 물이 세차게 흐른다. 강변을 따라 환하게 불을 밝힌 카지노와 호텔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서둘러 밥을 먹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나이트로 술도 먹을 겸 춤도 출겸 해서 모두들 떠난다. 콜로라도의 강을 오가는 보트택시들은 호텔마다 있는 선착장에서 손만 들면 태워주며 보트버스도있다.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나이트가 있는 호텔로 가 나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의 낭만이랄까, 아니면 여행객의 객기인가, 나이 많은 동기들이 용감하게 플러어에 나가 막춤으로 몸을 흔든다. 동양인에 대한 예의인지. 아니면 동양인이 신기해서 인지. 그것도 아니면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서인지. 왼손에 맥주병을 든 족히 80킬로는 넘는 젊은 백인 여자가 우리를 상대해 준다. 그저 고마울 따름인저. 신나게 마시고 또 어떤 친구는 신나게 땡기고 그러면서 콜로라도의 밤은 깊어만 간다.
<5월12일 토요일,LA 남가주 졸업 40주년 행사의 밤>
오늘이면 남가주 가이드 여행도 끝이다. 아침밥 먹고 마지막 종착지인. 그리고 우리들이 미국에 온 목적도시 LA로 향한다. 우리 일행과 같이 한 여행객들도 전부 흩어진단다. 미국 동부로 가는 팀. 내일 디즈니 랜드 가는 팀. 닷새간의 피로로 버스 안은 조용하다. 40번 고속도로를 달려 LA에 도착하니 드디어 교통체증이다. 서울이나 미국이나 도시는 어디나 체증이 있어야 하나. 한국식당에 들러 밥먹고 그 옆에 있는 대륙 백화점에서 쇼핑한다. 백화점이라지만 슈퍼만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우리 행사를 하는 호텔로 달린다. 길가에 예쁜 보라색 꽃이 핀 나무가 있다. 이름이 "자카란다"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색갈이 멀리서 보면 오동나무 꽃을 닮았는데 그 색보다는 좀 더기품있 고 애잔한 느낌이 든다. 엔디황(우리 가이드)의 얘기에 의하면 일명 이민자들의 꽃이라고 한단다. 이민자들은 대개 날씨 좋은 5월에 많이 오는데 그 때 이 꽃이 피어있고 해마다 오월이 되면 처음 이민 왔을 때를 생각하고 고향을 생각한단다.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다. 바럴브러쉬와 자카란다는 못 잊을 만큼 아름다운 꽃이다.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나무와 꽃들은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어야만 한다. 비가 오지 않으니까. 이 물들은 콜로라도강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큰 호수하나를 사서 끌어다 쓴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은 복 받은 나라다 알맞게 비가 내려주니.멀리 극동의 나라에서 여기까지 날라온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오늘의 행사를 위함이다. JJ GRAND HOTEL에 도착하니 남가주18회 동창회장인 이정환 회장과 전임 회장인 김정호 동기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얼마 만인가. 서로 간단하게 안부도 묻고 잘 모르는 친구들은 서로의 이름도 알으켜 주고 난 후 오늘 저녁 행사가 시작될 식장으로 향한다. 이 곳 LA에 있는 동기들 이 잘 준비해 놓았다. 영상위원이 올린 사진에서 보듯이 프랭카드도 걸고 서울에서 가져간 동창회기 와 40주년 기념기 그리고 미국 동창회기등도 준비하고 양국의 국기들도 자리를 잡았다. 준비가 끝나고 시간이 남아 동기회장집으로 향했다. 조용한 동네에 아담한 2층 단독 집으로 정원에는 정환이 안해가 가꾼 예쁜 꽃들이 우리를 반기고 오랫만에 집에 돌아온듯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정환이 집사람이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음료를 마련한다 라면을 끓인다 하며 정성을 다해준다. 간단히 세수하고 거실에 모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송기정. 전희성.회장님 안해님이마련한선물도 전달한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전부들 와이셔츠도 입고 넥타이도 매고 신사가 된 우리들은 호텔로 향한다.
동기들이, 친구들이 속속 모여든다. 얼마전에 본 친구도 있고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고 이민가고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다. 멀리 동부에서 온 친구 부부도 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친구도 있고 부부도 있다. 물론 LA에 있는 친구들은 다 모인 것 같다. 선배님은 자리를 빛내주기 위하여 참석하셨고, 후배들은 일 도와주러 일찍 나와서 궂은 일들을 하고 있다. 남가주총동창회에서는 말 할 것도 없이 당연히 참석하셨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친구는 하나하나 포옹을 하면서 눈물을 보이고 서울서 올 줄 알았던 친구가 안와 약간은 마음이 안된 친구도 있다. 서로의 안부, 친구의 안부, 가족의 안부를 묻고 여러 이야기가 한 없이 길어질 것 같다. 우선은 행사를 치루어야 하기때문에 우리 18회의 영원한 사회자전대길 동기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행사는 미국 동기들이 주최하는 자리 이고 서울에서 간 동기들을 초청한 자리라 미국 주최측에서 사회를 보아야 하지만 양쪽 동기들을 잘 아는 전대길 동기가 보기로 했다.
정식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참석하신 최고참 선배님께서 축사의 말씀이 있었고 곧 바로 행사에 들어갔다. 내빈소개. 개회사.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봉창. 유명을 달리한 동기들에 대한 묵념. 남가주 18회동창회장 인사. 전 동창회장의 축사겸 인사. 남가주 총동창회장 축사. 김영철 회장의 축사 등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고 서울에서 온 동기들 근황과 참석한 미국 동기들의 근황과 소감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에서간 동기들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미국 동기들 몇몇의 소감을 간단히 적는다.
이정환 : 남가주 18회 동창회장을 맡고 있으며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은 슈퍼 를 경영. 김정호 : 전임 회장으로 우리 쉼터를 빌렸던 건 다들 알고 있고 지금은 모자 관련일을 함. 미국내에서 4대공립 골프대회가 있는데 처음은 3대공립만 했으나 김정호 동기가 4대 공립으로 적극 추진하였다 함. 경복 한 친구가 "용산은 단무지다" 즉 "단"순하 "무"식 하고 "지"랄같은 분(?)들이라고 했다는데 그만큼 단결이 잘 된다는 의미라 웃고 넘어 갔다고 한다. 문기준 : 88년에 이민. 아들만 셋을 두었고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직원을 40명이나 거느린 사업 가임 7월에 있는 백두산행에도 참석하고자 함. 최염무 : 76년에 이민. 환경엔지니어링기술사로 우리 텔레비젼에도 소개됨 아들도 같은 전공 의 박사학위 취득중 한상인 : 76년 이민. 회계사일을 보고 있음 요즈음 건강이 예전 못하다고 함. 이재웅 : 컴퓨터회사에 다니다가 리쿼상점을 크게 했음. 요사이는 특별한 일은 없고 운동이나 하고 다니는 편한 신세임. 첫딸은 하버드를 나와 지금 하와이에서 변호사이고 둘째딸 도 같은 공부중. 서상호 : 동부 뉴저지주 허드슨강변에 살고있음 동부에는 동기가 10여명 있다고 하며 오랫만 에 동창을 만나니 정말 즐겁다고.. 인생은 60부터이니 열심히 살자고 강조. 김진배 : 올해는 인생에서 아주 뜻깊은 해라고. 첫째 졸업40주년이고 둘째 회사를 재창립했 고 셋째 얼마전에 딸을 출가 시켰는데 사돈이 16회 선배라서 더욱 반가웠다고... 강규식 : 30여년만에 애국가를 부르니 눈물이 난다며 동기들이 멀리까지 방문해 주어서 진심으 로 감사하다고........ 김동수 : 자기 약혼식때 김영철 회장이 사회를 봤었는데 이국에서 만나니 더욱 감회가 깊다며 지금은 전기회사에 근무한다고 함. 이신범 : 며칠전 일이 있어 미국에 왔다가 합류했는데 귀국하면 정치활동을 나름대로재개할 예정임. 밤은 깊어가고 동기들은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양주를 물같이 마시며 이야기가 끝이 없다. 그래도 자리는 비워주어야 하는 것.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친구를 자기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는 친구도 있고 내일을 기약하고 떠나는 친구도 있고 마지막까지 서울에서 온 친구들을 호텔까지 모셔주는 친구들도 있다. 이래서 고교동기가 좋다고 하는가? 회사 선배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요새 누구 만나나? 주로 고교동기들 만납니다. 했더니 그래 김택도 늙었군. 하는 얘기를 들었다. 늙으면 여러 친구도 있겠지만 결국 남는 건 고등학교 동기들이 아닐까?
<5월13일 일요일,LA에서의 하루> 어제 행사로 또 이제까지의 여행으로 지난 밤은 전부들 다 잘들 잤으리라. LA공항 옆 아담한 호텔에 서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으니 정환이와 정호. 그리고 진배가 도착했다. 오늘은 5월 두번째 일요일 이고 어머니 날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서 온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기로 했단다. 나하고 회장 안해님만 골프를 안 치는 관계로 진배와 동행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들 골프장으로 향한다. 진배와 상의한 결과 우선 여기까지 와서 태평양을 안 볼 수 없다고 하여 경치가 좋은 해안으로 떠났다. 멋진 집들이 있는 고개를 넘으니 태평양이다. 넓직 넓직 자리를 잡고 온갖 기화요초를 심어 놓은 집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라 집구경 꽃구경이 쏠쏠하다. 진배와 카나다와 미국의 이민 생활에 대해서 얘기도 하면서 해안 절벽에 도착하니 우리가 영화에서 자주 보던대로 바구니에 먹을 것 넣어와 피크닉 온 사람, 차에서 내려 뛰는 사람, 개 운동시키는 사람등 일요일의 풍경을 보여준다. 다만 경치가 멋있는 데도 붐비지 않은 것은 땅이 넓은 탓인가. 등대도 보고 오솔길도 거닐다가 다시 차를 타고 커피를 먹으러 갔다. 한잔 시켜 보았더니 항아리 만한 잔에 커피가 나온다. 커피좋아하는 우리집 사람이 생각났다. 좋아 할 텐데...
진배가 조심스럽게 교회에 들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온다.회장안해님은 교회에 다니니 찬성이고 나도 미국 이민사회가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컴뮤니티가 형성된다고 들은 바 있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참으로 잘 되었다. 교회는 자라는 나무들로 봐서는 꽤 오랜 연륜인데 나무로 A자로 지은 건물로 한인교회는 임대해서 쓰고 있다고 한다. 교회는 벌써 시작했는데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팀과 교인들이 찬양을 하고 있다. 키타도 동원되고 전자 오르간도 있다. 한국과 다른점은 노래 부르는 시간이 많다는 것 같다. 진배 안해님도 오시고 노래(찬양)가 많다는 것 외에는 기도와 설교축복등 서울과 다를 바가 없겠지. 오늘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머니 날이라 남전도회에서 어머니들을 점심대접을 한단다. 나는 손님이라 자리에 앉아 서브하는 돈까스를 맛있게 먹으면서 목사님과 얘기도 하고 신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건물내에 일본인 유치원도 있고 초등학교도 붙어있어 덤으로 구경 잘했다.
이제 진배 안해님도 합세를 해서 항구 구경을 간다. 그러나 어머니 날이라 어느곳도 주차가 힘들다. 차를 타고 주마간산격으로 설명도 듣고 구경도 한다. 대강 마치고 오늘 저녁 일정도 있고해서 다시 정환이 집근처로 오다가 정환이 가게에 들렀다. 이 곳도 보고 싶었던 곳. 마침 정환이 집사람과 딸을 만나 음료수도 얻어 먹고 진열해 놓은 물건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미국 생활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조금 일찍 오늘의 저녁 장소인 한국인 식당 "머거볼까?"라는 음식점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는다. 동기들이 오기전에 진배와 맥주 한 잔하고 있으니 친구들이 도착한다. 어제 공식적인 행사와는 다르게 화기애애하게 술도 많이 먹고 얘기도 진솔하다. 하긴 몇 사람 빼고는 자주 만나는 사이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특히 행사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동기회 일을 하는 친구들은 더욱 술 맛이 좋았으리라.나는 놀았지만 땡볕에 골프치느라고 힘들었던 플레이어들은 맥주가 더욱 시원했으리라.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최 염무가 일어나더니 故 이 효진이를 생각하며 지었다는 시를 낭독했다. 둘은 화학반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낸사이이다.
친 구 야 우리는 젊은 피 솟구치던 날 너는 내 가슴에 있었다. 꽃피고 비 나리고 바람 불고 눈 나리고
세월은 흘러 너는 내 뼈 속에 있다.
무심한 강물 위로 스산한 바람 불어 오던 날 너는 꽃잎처럼 스러져갔지.
먼 세월이 흐른 후 내 진토 되었을 때 너는 내 흩트러지는 먼지에 있다. 반짝이며 명멸하는 내 영혼에 있다
마침 5월 14일이 효진이 기일이라서 염무가 양주 한 병을 효진이 무덤에 뿌리라고 가지고 왔다. 서울에 돌아와 부산에서 우정 회까지 떠서 올라온 화학반의 김용진과 이태훈 그리고 김택민태영 김종현 전희성 이승열 이호찬 이렇게 8명이효진이 산소에 가서 절하고 술 한잔 쳤다. 신나게 재미나게 맛있게 마시고 정환이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정환이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잔뜩 먹고 마시고 왔지만 그냥 잘 수는 없는 일. 정환이 안해님과딸이 해주는 안주로, 정도를 넘게 씨끌뻑쩍하게 미안 할 만큼 떠들다 잠들다.
<5월14일 월요일,팜스프링>
아침에 일어나 부산히 짐을 꾸린다. 오늘은 골프팀은 골프치고 남어지 멤버는 중간에 아울렛에 들렀다가 팜스프링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먼저 사막을 달려 골프장으로 향한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골프장에 들렀는데 아니 주차장에 차가 서너대 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상상을 못하는 일이다. 골프팀 내려주고 정환이 집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진배와 회장 안해님과 같이 타고 팜스프링으로 향하는데 재미있는(?) 일이 터졌다. 나로서야 아울렛가서 시간 허비하는 것 보다는 미국 경험을 하나라도 더 할 수 있어 좋았지만. 글쎄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사연은 이렇다. 골프 멤버를 내려주고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는데 기름이 간당간당하다. 미국고속도로는 다 가보았겠지만 우리처럼 휴게소가 있는게 아니고 REST AREA라고 있는데 약간의 공원과 화장실과 쓰레기통 정도가 있을 뿐이고 동네마다 진출입로가 있어 고속도로가 정말로 도로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그만 동네 어귀마다 진출입로가 있으니.그러니 기름을 넣으려면 동네로 나가야 한다. 동네로 나가 기름을 잘 넣고 고속도로를 다시 올라 섰는데 아뿔사 10번 고속도로 WEST를 타고 가야하는데 EAST를 탄거라. 꼼짝없이 도로 LA쪽으로 달리는데 다음 동네가 나오지를 않고 사막을 지나 조그만 산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다가 산 모롱이에서 그만 빵구가 나고 말았다. 차를 빈 자리에 대고 내가 큰소리를 쳤다. 갈아 끼어 주겠다고. 한 낮에 이글거리는 태양밑에서 팜스프링에서 먹는다고 바리바리 실어온 먹을 것들을 내리고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니 아니 이게 무슨 경우란가. 스페어는 더 심하게 빵구를 때울 수 없을 만큼 빵구가 나있는게 아닌가. 여하튼 내 실력을 발휘한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그렇다 치고 난감 한 일. 정환이 집사람이 전화해서 레카차가 오기로 한다. 나는 기회다 싶어 사막을 탐험(?)한다. 동산에 올라도 보고 돌도 캐보고 여러 선인장도 유심히 살피고 길가에 쓰레기도 어떤게 떨어져 있는지 열심히 공부한다. 나중에 들으니 그런 행동을 하면 미국에서는 정신병원에 가기 꼭 알맞다나. 여하튼 사막에 한 번 내리고 싶었는데 나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이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트리플 에이의 트럭이 도착해서 차를 달랑 뒤에 실고 우리는 앞 좌석에 타고 바퀴 파는 상점으로 달린다. 생각하기 나름 이지만 미국와서 미제 트럭도 타 보다니 운이 억세게 좋은 모양이다. 어느 서읍. 상점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피자 헛이 보인다. 벌써 시간은 두시가 넘었으니 배도 고플때라 피자를 먹는데 서울보다 맛이 없는 것 같은 것은 피자 헛이 국내에서는 우리에게 맞는 맛을 내기 때문인지 어제 먹은 술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차를 다 고치고 다시 제대로 고속도로에 올라 아울렛으로 향한다. 우리나라도 문정동이나 분당의 죽전. 일산등에 아울렛거리가 있지만 대부분은 기획상가가 아닌 자연 발생적인데가 강하지만 이곳 아울렛은 완전히 기획된 아울렛으로 잘 조성되어 여자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있도록 되어있다. 이곳에서 정호 집사람과 서상호부부도 만나 함께 팜스프링으로 향한다. 진배 말마따나 두시간이면 올 거리를 8시간 걸려서(쇼핑 포함) 도착하니 진이 빠질만도 하다.
서상호가 고기는 굽기로 하고 준비하는 동안 수영장에서 수영도하고 온천도 한다. 호텔에 CJ가 붙어있는데 실제로 CJ거라 하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이 멀리 조그만 모텔같은 것을 일류를 지향하는 CJ가 운영한다니 이해가 안간다. 여하튼 수영장 물은 따뜻하고 온천물은 더욱 따뜻하다. 상호가 준비가 되었다고 해 전부 정원에 모여 고기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팜스프링의 밤도 여느 밤과 같이 깊어만 가는데 자리를 방으로 옮긴 남자들은 더 열심히 퍼마시는데 몇사람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먼저 들고 나도 깨어보니 쇼파에서 웅크리고 자고있다.
<5월 15일 화요일,죠수아 국립공원> 미국 여행도 오늘이 8일째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지런한 친구들은 벌써 온천욕이다. 느긋이 아침을 먹으러 간다. 기억이 안나지만 무슨 유명한 체인점에 들어갔는데 여자들은 깨끗이 접시들을 비웠는데 남자들은 반도 못자신다. 어제의 파티때문이겠지. 다시 편을 갈라 한 팀은 어제 다 못한 쇼핑을 위해 아울렛으로 향하고 다른 한 팀은 조슈아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조슈아는 우리말로 여호수아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엑소더스를 이끈 인물인데 가이드 이야기로는 몰몬교도들이 사막에서 전도하다가 길을 잃어 비몽사몽간 헤매다가 사람처럼 생긴 선인장을 보고 "아!! 우리를 이끌어줄 조슈아가 나타 났구나"하고는 길을 찾아 목숨을 구한 후로 이 선인장을 "조슈아" 선인장으로 불렀고 오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슈아 선인장을 보러 조슈아 국립공원으로 가는 것이다.
국립공원 입구치고는 너무 간단한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조슈아 선인장과 흔히 보는 선인장이지만 이름을 잘 모르는 몇가지 선인장과 약간의 나무와 풀들이 보인다. 사막이지만 지대가 높아 비가 조금 오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군데 군데 트레킹하는 길이 나있고 바위들이 뭉쳐서 좋은 경관을 구성하고 있다. 큰 바위들은 아니고 한국에 있으면 별 볼일 없는 바위지만 이 근처에서 이런 바위를 보기는 어려우리라. 서울에 사는 우리들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다시든다. 한시간 내에 도착 할 수있는 산들이 얼마나 많은가?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조금 멀리 철마산 천마산 백봉 예봉산 적갑산 검단산 남한산 안양의 수리산 가평의 수십개의 산까지. 이야기가 빗나갔네. 각설하고. 이 곳의 바위들은 비에 깍인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물이 솟아 올라 바위가 깍였다고 설명이 있는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럴 수도 있는가. 조그만 바위를 올라보니 산꾼이 좋아하는 화강암이다. 곳곳에 화덕도 설치해 고기도 구어 먹을 수 있게 해놓았고 벤치도 많이 만들어 탐방객의 불편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무척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다시 아울렛에 모여서 LA로 향한다.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정환이 집으로. 짐을 챙겨 나를 픽업나온 조카를 따라 나는 고재관이가 스폰서하는 저녁 만찬에는 참가치 못하고, 조카집 구경하고 저녁 얻어먹고 선물까지 받아 짐을 하나 더 만들고 LA공항에서 동기들을 만나고 미국의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 사 족*** 개인적으로는 글을 잘 못 쓸 뿐더러 여행을 간편하게 다녀 오는 것을 목표로 삼는 에뜨랑제라 글을 쓸 엄두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여행동안 메모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무슨 도시를 지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기들이 안해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당시 했는지. 무슨 호텔에서 잤는지. 무슨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행사에는 누가 참석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이번 뿐만이 아니고 킬리만자로에 올랐을 때도 사진 한장 찍은 것이 없어서 정말 올랐느냐고 묻는 이가 많았을 정도로 기록에는 신경을 안쓰는데, 갔다오고 나니 아무도 쓰는 동기도 없고 회장님의 은근한 압력도 있어 기억에 남는 것만 주관적으로 자판 가는데로 뚜드렸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고 이 자리를 빌려서 미국에 있는 동기들과 그들의 안해님들 에게, 바쁜 생활 속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고 같이 해준 시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먼 미국까지 동행해준 서울의 동기 안해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첫댓글 드디어 미국까지 다녀왔군요, 96년 제가 다녀온 코스와 역코스네요, 저는 LA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요세미테->센프란시스코 로 돌았는데...
바쁘게 즐겁게 사는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나도 다 털어 버리고 가 고픈곳 가고싶네요.
오래오래두고 볼구있는 명작 여행기입니다..아주 재미있게 잘보았읍니다..이런여행기 종종 올려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