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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하 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ᄅ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ᄅ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ᄅ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何)
눈물의 언덕을
피―ᄅ 닐니리
작 품 해 제
▶성격 : 서정적, 회고적, 민요적
▶표현 : 압축된 표현과 의성어의 반복
▶구성 : ① 보리피리 불며 고향을 그리워함.(제1연)
② 어린 시절 꽃 청산을 그리워함.(제2연)
③ 거리와 인간사를 그리워함.(제3연)
④ 방황하던 산천에 얽힌 비애(제4연)
▶제재 : 보리피리를 부는 정한
▶주제 : 인생 방황(방랑)의 정한과 향수.(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삶의 인고)
▶이 시의 정서와 유사한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이 해 와 감 상
이 시의 작자는 나병 환자로서의 비통과 울분과 괴로움을 시적 여과 장치를 통하여 극복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지향하고 있다.
제1연에는 새파란 보릿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던 옛날 고향의 봄 언덕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나타나 있다.
제2연에서는 보리피리를 불면서 떠오르는, 유년(幼年) 시절의 고향-꽃동산과 청산-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그렸다.
제3연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던 거리와 뭇 인간들의 삶과 일을 그리워하고 있다.
제4연에서는 자신이 방랑하던 여러 산과 강, 그 눈물나던 언덕들에 얽힌 한 맺힌 비애의 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시의 음악성은 '보리피리 불며', '피 - ㄹ 닐니리'를 반복함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 보리피리 소리는 화자의 가슴 속에 추억, 그리움, 향수와 병으로 인한 고통까지를 진한 감동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병으로부터 오는 절망과 세상 사람들과 유리된 채 유랑 생활을 해야 하는 고독 속에서 고향과 어린 시절 그리고 세상사가 그리워 보리피리를 부는 시인의 다음 글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하운(韓何雲)의 시 중에서도“보리 피리”는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진 시편이다. 다른 뛰어난 시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은 노래 때문이었다. 1957년 작곡가 조념(趙念)씨(74)가 당시 중앙방송라디오(현재 KBS)의 청탁으로 <금주의 노래>라는 프로그램에 이 곡을 발표, 대단한 호응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시가 <서울신문>에 발표됨으로써 한하운에게 ‘보리 피리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붙여졌으며 그의 제2 시집 <보리피리>의 표제(表題)가 되었다.
이 시는 나병(癩病)에 걸려 걸식(乞食)과 멸시(蔑視) 속에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던 시인이 보리 피리를 불며 인간적 고독, 향수, 천형(天刑)과도 같은 괴로움을 달래는 눈물겨운 모습을 떠올려 준다. 그러니까 이 시는 ‘보리 피리’에서 환기되는 소박한 낭만적 정서가 아닌, 나병(癩病)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아름다운 서정으로 극복한 명작이다. 일반인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고통 속에서 보리 피리를 불며 어린 시절 꽃 청산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은 ‘인환의 거리(인간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와 ‘인간사(人間事)’를 꿈꾸며 절망하지만, 마침내 방랑의 숱한 산하와 눈물의 높은 언덕을 건너는 더 큰 아픔을 통해 자신의 절망을 내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정형률을 살린 민요체의 정감 어린 가락으로 비유나 상징이 없는 간결하고 평이한 시어로 구송(口誦)하듯 노래하여 진정 아름다운 시로 격상시킨 이 작품은 자신의 한 맺힌 삶을 ‘피 ―ᄅ 닐니리’라는 애절한 피리 소리에 담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있어서 피리를 부는 것은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행위이자, 자신을 학대하는 인간 세상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실어 보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는 반복 구조로 되어 있다. 4연 모두 ‘보리 피리 불며 ~ 피―ㄹ 닐니리’로 되어 반복의 율조를 자아내며, 보리 피리의 소리시늉말이 또 운율감을 준다.
이 시의 의미소(意味素)는 각 연의 2,3행인데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갔다 되돌아오는 구조를 가진다. 과거는 긍정적 삶의 모습이요, 현재는 부정적 삶의 모습이다.
현실에 지친 화자가 그리워하는 고향은 따뜻한 인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곳이기도 하다. 봄 언덕 그리운 고향을 향하면 꽃 피던 청산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화자는 그런 청산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이다. 화자는 또한 인환(인간 세상)에서도 이탈된 존재이다. 사회 공동체에서 소외되어 있기에 그는 사무치도록 인간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는 청산에서도 인환(人寰)에서도 버림받은 존재로 방랑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방랑의 기산하’를 눈물로 넘었으며 눈물의 언덕을 넘으며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를 부는 것이다.
시인 한하운이 천형(天刑)의 문둥병을 앓다 죽어 간 사람임을 모른다고 해도 이 시의 겉에 드러나는 한(恨)을 읽을 수 있다. 보리 피리는 한의 소리이며, 그 한의 소리는 독자들에게 소외 받는 인간의 고독과 상처를 공감하게 한다.
첫댓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카페를 살찌워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좋은 자료이고 한하운 선생님의 시정신을 멀리 알리려고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