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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단테의 생애
이탈리아의 시인. 문예 부흥 초기의 대표. 피렌체에서 출생. 할아버지 카치아구이다는 십자군에 참가하여 기사(騎士)의 칭호를 받았으나, 아버지는 무명인이었다. 그의 저서 《신생》에 의하면 소년 시절을 피렌체에서 보내고, 그곳에 천사와도 같은 미소녀 베아트리체를 만났다가(1247년 경) 헤어진 후 다시 9년 만에 노상에서 만나 플라토닉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이 일은 그의 정신 및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때의 사랑이란 13세기적인 연애로서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였으나 그는 무상의 만족으로 생각했다.
1290년 베아트리체의 요절로 크게 상처를 입고, 이후 정열을 학문에 기울여 이에 위안을 구했다. 수도원에서 경영하는 라틴 학교에서 배우고, 또 피렌체에서 유명한 석학(碩學) 라티니로부터 고전 문학을 배운 후, 다시 볼로냐 대학에서 수사학(修辭學)을 배웠다. 고전 문학자 중에서는 베르길리우스에 심취(心醉)하고, 그 시대의 문학자 중에서도 청신체파(淸愼體派)의 창시자인 귀니젤리를 존경했다. 1297년경 피렌체 귀족의 딸 엠마 도나티와 결혼, 1295~1302년의 정치 활동에 있어서는 구엘프 파 백당(白黨)에 속하고, 피렌체 자유도시의 행정 장관이 된 후 1300년 흑당(黑黨) 간부를 추방함으로써 정치적 불안을 일소했다. 1301년 외교 사절로서 로마에 부임,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와 회견 중에 흑당은 프랑스의 샤를 드발르와의 원조를 얻어 단테를 포함한 백당 간부를 추방했다. 그에 대하여는 영구히 공직에 취임하는 것이 금지되고, 다시 피렌체 시내에서 체포되는 때에는 화형(火刑)에 처한다는 공포가 내려, 이후 이탈리아 각지의 궁정을 전전 유랑했다. 베로나ㆍ볼로냐ㆍ루니쟈나ㆍ카센티노ㆍ파리ㆍ피사를 거쳐 라벤나에 이른 후, 영주(領主) 귀도에게 처자와 함께 몸을 의탁한 후에 영주의 사절(使節)로 베네치아에 갔다가 귀로에 병을 얻어 라벤나에서 사망했다.
9-2 단테의 신곡 개관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유럽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단테의 「신곡」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불후의 명작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는 괴테의 극찬만으로도 이 작품의 명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신 중심의 중세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해방과 자각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의 문화를 탄생시킨 '르네상스'의 시작이 단테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네상스는 그리스 · 로마의 고전작품을 연구하면서 성장하였다. 수도원이나 각지에서 숨겨져 있던 고전들을 찾아내 신과 관계없이 인간적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보고자 하였다. 단테는 「신곡」에서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내었고, 이는 이후의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신곡」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단테로 추정할 수 있는 한 살아 있는 인간의 저승여행기이다. 일주일 동안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한 시이다.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만도 수백 명이 넘으며, 그리스 · 로마신화의 신과 인간, 괴물이 등장하고, 실존인물에서 전설 속의 인물, 다루고 있는 사건들까지 워낙 폭넓은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시는 10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지옥,연옥,천국으로 크게 3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33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 시의 운율체계와 언어
시의 운율체계는 3운구법(韻句法)이다. 이는 「신곡」이 써질 당시에 '3'이라는 숫자가 신성하게 여긴 것의 반영으로 보이며,작품의 어디서나 나타난다. 그런데 단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신곡은 라틴어가 아니라 당시 피렌체의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세속어로 씌여졌다. 이 작업을 통해 단테는 라틴어가 아닌 세속어로도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단테의 이러한 작업을 르네상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단테의 신곡은 단테가 죽은 이 후에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읽혀졌는데 그것 때문에 신곡은 19세기에 와서 현대 이탈리아의 탄생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 전체 개요
35세가 되던 해 단테는 어두운 숲 속을 헤매다가 짐승들에게 앞을 가로막혀 절망에 빠져 있던 중,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그로부터 지옥, 연옥, 천국을 보여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아홉 개의 권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옥(地獄)'에서 그들은 신앙을 갖지 못한 자, 애욕에 사로잡힌 자, 욕심쟁이, 구두쇠와 낭비벽의 죄인, 분노죄를 범한 죄인, 이단자들, 자살자, 사기범, 반역자들이 고초를 받는 참상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일곱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연옥(煉獄)'에서는 거만한 자들, 질투죄를 범한 자들, 분노죄를 범한 자들, 태만한 자들, 탐욕죄를 범한 자들, 음식과 육욕을 탐욕한 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연옥을 통과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져 '천국(天國)'으로 향한다.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초원에는 꽃이 만발하고 레테의 강이 흐른다. 황금의 촛대를 선두로 신비로운 행렬이 다가오는데, 천사가 꽃을 뿌리는 꽃구름 속에 베아트리체가 나타난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10개의 하늘을 차례차례 둘러본다. 베아트리체는 이제 자기 자리로 가고, 성 베르나르트의 도움으로 드디어 아베마리아 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단테는 신의 성스러운 얼굴을 뵙게 되고, 삼위 일체의 깊은 이치를 깨닫고 지복의 경지에 이른다.
9-3. 신곡의 줄거리
이 작품의 순서가 지옥에서 연옥으로 다시 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고통을 받는 죄인들의 장소인 지옥과 연옥은 고뇌의 상징이며, 유혹과 본능의 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유혹과 죄악에 물들기 쉽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단테가 이런 과정을 거쳐 천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진정한 고뇌를 통하여 인간이 고결하게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는 그 나름의 인생관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테가 종교와 인생에 대하여 내린 해석이요, 길의 제시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본디 희곡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도 그런 의미를 함축한다. 원래 비극과 같이 처절한 몰락이 아니라 구원에 이르는 행복을 얻는 것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각 부는 동심원의 구조를 이루면서, 지옥편에서는 사탄이 자리 잡고 있는 지구의 중심을 향하여 점차 내려가는 이야기를, 연옥편에서는 바다 가운데 있는 섬에서의 여행을, 천국편에서는 지구의 외곽에 있는 행성들로부터 지고천에 이르기까지의 행적을 묘사한다.
① 제1지옥 : 이곳은 그리스도가 오기 전의 무신론자 · 이교도들이 벌을 받는 곳인데, 아담 · 하와 · 노아 · 모세 · 아브라함 · 다윗왕 등은 특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거기에는 호메로스 · 헥토르 · 소크라테스 ·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 히포크라테스 등이 그 지옥에 있었다.
② 제2지옥 : 여기서부터가 진짜 지옥인데 여기에는 애욕의 죄를 지은 자들의 지옥이다. 죄를 저지른 사람, 즉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클레오파트라, 트로이 전쟁 원인이 된 미녀 헬레나 등이 등장한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얼굴을 한 미노스가 공정하게 심사를 한다.
③ 제3지옥 : 이곳은 미식가와 폭식가의 지옥으로 실컷 먹어도 양이 차지 않는 체르베로스라는 삼두견이 살을 찢고 있었다.
④ 제4지옥 : 재산을 모은 자와 낭비자가 모여 있는 지옥이다.
⑤ 제5지옥 : 여기는 분노에 몸을 맡긴 자들이 지옥이다.
⑥ 제6지옥 : 이곳부터 하부지옥이다. 독신죄(瀆神罪), 이교도의 쾌락을 생활최고의 원리라고 주장한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이 벌 받고 있다.
⑦ 제7지옥 : 이곳에는 폭력을 행사한 죄인들이 미노타우루스에 의해 감시 받고 있다.
⑧ 제8지옥 :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자를 사기 친 죄인들이 있는데 10개의 골짜기로 나뉘어져 있다.
⑨ 제9지옥 : 반역의 죄, 폭정의 죄를 지은 자들이 있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 아우를 살해한 카인, 단테의 정적(政敵)인 황제당의 죄상을 다룬다.
* 신곡에서의 지옥의 의미
단테의 〈지옥편〉은 위치상으로나 목적상으로 볼 때 그보다 앞선 위대한 고전들과는 다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는 저승세계의 방문이 중간에 나온다. 왜냐하면 이 책의 중간 부분에서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테는 전통을 따르되 실제로는 저승세계를 방문하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함으로써 전통을 변형시켰다. 그 이유는 그의 시의 정신적 유형이 고전적인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적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지옥으로의 여행은 세상을 떠나는 영혼의 행동을 나타내며, 또한 이것은 우연히도 그리스도 자신이 죽은 계절과 일치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단테의 방법은, 찬란하나 결함 있는 반역 천사장 루시퍼를 비롯하여 그의 타락한 천사들이 맨 먼저 모습을 나타내는 밀턴의 〈실락원〉과 유사함). 〈지옥편〉은 잘못된 출발을 나타내는데, 이곳에서 주인공 단테는 타락한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데 다소 방해가 되었던 해로운 가치들을 깨달았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지옥편〉의 복귀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단테가 지옥에 떨어진 망자들의 명부를 보는 것이 이 시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았던 중립자들, 지체 높은 이단자들,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필리포 아르젠티, 파리나타 델리 우베르티, 피에로 델레 비녜, 브루네토 라티니, 성직 매매 교황들, 오디세우스, 우골리노 등은 엄청난 힘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옥의 방문은, 베르길리우스와 후에 베아트리체가 설명하듯이, 진정한 회개를 시작할 수 있기 전에 거쳐야 할 극단적인 방법, 즉 고통스럽지만 꼭 겪어야만 할 일이다. 이것은 〈지옥편〉이 미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왜 불완전한지를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흔히 34곡에서 마지막으로 사탄과 만나는 장면이 극적 혹은 감정적 힘이 부족하여 실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옥으로의 여행은 주로 이별의 과정을 의미하며 따라서 더욱 완전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독특한 반(反)클라이맥스로 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 그런 끝맺음이 불가피한 이유는 사탄의 마지막 등장이 어떤 새로운 것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사탄이 인간 역사에 존재함으로써 생긴 슬픈 결과들은 이미 지옥을 통과하면서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2) 연옥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루치펠의 몸을 지나 지옥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별들을 볼 수 있는 어느 섬의 해안가에 이른다. 마침 저 멀리서 어두움을 헤치고 조금씩 여명이 점점 밝아 오고 있었다. 한편 두 시인은 바로 자기 곁에서 점잖게 생긴 노인이 나타나는 것을 보는데 그는 우티카의 카토로서 연옥의 수문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카토는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지옥으로부터 탈출한 망령으로 믿고 놀람과 분노의 뒤엉킴 속에서 그들에게 도대체 누구인지, 또한 하느님의 율법을 어긴 것인지 혹은 새로운 율법이 있어 죄인들도 연옥을 오를 수 있게 허용되었는지를 묻는다. 이에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그에게 경의를 표하도록 한 뒤, 단테의 입장을 설명한다. 아울러 자기는 단테를 구원하라고 하늘의 여인으로부터 명을 받아 지옥을 두루 안내한 뒤, 지금 연옥을 보여 주러 왔다는 말을 전한다. 아울러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이 속해 있던 림보에 카토의 아내였던 마르치아가 속해있음을 말하며 아직도 남편에게 사랑을 보내고 있는 마르치아의 이름으로 카토에게 연옥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간청한다. 결국 카토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끌리기도 했고, 더 나아가 천상의 여인의 뜻에 따라 이들이 연옥으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설명한 뒤, 사라진다.
한편 그 천사가 시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자 시인들이 세 개의 계단을 오른다. 첫째 계단은 하얀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속죄의 첫째 단계로서 죄를 뉘우치는 것, 즉 참회를 상징한다. 둘째는 검고 약간 거친 돌로 되어 있으며 자기의 죄를 사제에게 고백하는 것, 즉 고해를 상징한다. 셋째는 피처럼 붉은 돌로 되어 있으며 만족을 상징한다. 단테는 천사의 발치에 이르자 무릎을 꿇고 자비를 빈다.
천사는 단체의 이마에 칼끝으로 7개의 P자를 새겨주며 “안에 들어가거든 이 상처를 씻어 버리라” 말한다. 그리고 나서는 잿빛 옷 아래에서 금과 은으로 된 열쇠 두 개를 꺼내어 문을 열며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 이른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연옥문으로 들어선다.
- 첫째 권 : 이곳을 지키는 자는 겸손의 천사이고 여기서 정죄하는 영혼들은 교만한자들로서 등에 짐을 지고 다닌다. 그들은 주기도문을 구절구절 풀이하여 읊조린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말로써 연옥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단테는 어느 지점에 이르러 벼랑 주위에 여러 가지 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하늘에게 떨어지는 모습의 루치펠의 상, 바벨탑 기슭에서 바벨탑을 만들던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니므롯의 상, 길보아 산에서 제 칼로 죽은 사울의 상, 겁에 질려 마차로 도망가는 르호보암의 상 등을 보게 된다. 이 모든 상들은 사실 그대로인 듯 생동감이 넘쳐 보이는 것이었다. 영혼들은 이러한 상을 보고 명상함으로써 교만의 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한편 한 천사가 하얀 옷을 입고 광채가 나는 얼굴을 한 채, 시인들을 맞으며 둘째 권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는 자신의 날개로 단테의 이마에서 P자 한 자를 지워준다. 단테는 위로 오르는데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 들어 스승에게 물으니 P자 하나가 이마에서 없어진 탓이라고 말한다. 또한 모든 P자가 없어지면 여행길이 피로하지도 않을 뿐더러 유쾌할 것이라고 말한다. 단테가 이마를 만져 보니 여섯 개만 남아 있었다.
- 둘째 권 : 이곳에 이르러 두 시인은 자비를 부르짖는 영혼들을 만나게 된다. 첫째 혼이 큰 소리로 “그들은 술을 갖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가나의 혼삿날 마리아가 한 말이다. 둘째 혼은 “내가 오레스테스다”라고 친구 대신에 죽으려고 필라데스가 말했던 소리를 외치고 있다. 세 번째 영혼은 “너희에게 악을 끼친 자를 사랑하라”고 외친다. 이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둘째 권에서는 질투의 죄과를 볼 터인데 지금은 그 본보기로 그와 상반되는 자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며 이는 셋째 권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이라 말한다.
한편 천둥소리와 더불어 단테는 카인과 아글라우로스를 만나게 된다. 카인은 “누구든 나를 만나는 자, 나를 죽이리라”고 외치며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또한 아글라우로스는 “나는 돌이 된 아글라우로스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질투로 인해 벌을 받는 영혼들이었다. 이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단테는 자비의 천사를 만나는데 그는 두 번째 P자를 떼어주며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 셋째 권 : 두 시인은 이곳에서 온화의 본보기를 나타내는 환상을 보게 된다. 그 첫 번째 모습은 예수가 성전에서 박사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을 본 마리아였다. 그녀는 없어진 예수를 몹시 걱정하며 찾아다니다가 그를 발견하자 나무라지 않고 따스한 말로 타이른다. 둘째 모습은 아테네의 폭군 페이시스트라토스인데 그는 자기 딸에게 공공연하게 입 맞춘 젊은이에게 그 부인이 격노하여 보복하려하자 “우리를 사랑하는 자를 벌한다면 우리를 증오하는 자는 어떻게 하겠소?”라고 말했다. 세 번째 모습은 성 스테파노로서 그는 성난 군중이 자기를 돌려 쳐 죽이려 하자 그들을 위해 기도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환상은 분노와 대비되는 온화함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연옥의 영혼들이 마음이 유하게 되도록 바로잡아주는 표시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분노한 망령들이 정죄하고 있었다. 시인들은 걸어가는 동안 합창으로 찬미하는 평화와 자비를 갈구하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분노의 망령들이 정죄하며 부르는 노래였다.
한편 단테는 분노가 파생시키는 죄에 대한 벌의 몇 가지 모습을 상상해 본다. 즉 꾀꼬리로 변한 프로크네, 왕비 에스델과 의로운 모르드개와 함께 아하스에로스의 명령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하만 등에 대해서 말이다.
- 넷째 권 :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이 권에서는 무슨 죄가 씻어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에 그는 태만의 죄가 씻어진다고 말한다.
한편 단테는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말더듬이 소녀를 만난다. 그녀의 눈은 사팔뜨기, 발은 뒤틀렸으며 팔이 잘렸고 파리한 안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테가 그녀를 보자 그녀의 혀는 풀리고 다리를 바로 세워졌으며 얼굴에는 화색이 돌게 된다. 그녀는 멋지게 노래하며 자신이 아름다운 인어(세이렌)라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다물기도 전에 한 여인이 그 인어를 붙잡아 그녀의 배를 보여 주는데 그 배에서는 심한 악취가 난다. 그러자 단테는 꿈을 깬다.
단테는 깊은 생각에 잠겨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가는데 상층권으로 안내하는 천사의 따듯한 음성을 듣는다. 그 천사는 단테의 이마에서 P자를 지워주며 축복의 노래를 불러준다.
- 다섯째 권 : 이곳에서 단테는 살았을 때에 인색하고 낭비벽이 심했던 영혼들이 땅에 엎드려 한숨 섞인 소리로 “내 영혼이 땅 바닥에 붙었도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단테는 그 가운데 한 영혼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피에스키 가문 출신의 교황 하드리아누스 5세로서 살아있을 때 지나치게 탐욕스러워서 하느님을 떠났기에 지금 용서를 받을 때까지 보속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였다.
한편 단테는 한 영혼에게 손대는 것마다 모조리 금으로 변해 굶주려 죽은 미다스, 여리고의 저주받은 노획물인 금과 은을 땅 속에 감추어 두었던 아간, 사도들을 속이려다 죽게 된 삽비라와 아나니아,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약탈하려다 쫓겨났던 헬리오도로스, 황금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크랏수스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이 영혼과 헤어진 뒤, 단테는 길을 걷는 도중, 산이 요동하고 영혼들이 영광송을 합창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죄를 씻고 천국으로 오르는 영혼들이 움직임 때문이었다. 마침 천사가 나타나 단테의 이마에서 또 하나의 P자를 떼어 주며 축복의 노래를 부른다. 단테는 한결 더 홀가분한 기분이 된다.
- 여섯째 권 : 단테는 길을 걷다가 길 한복판에서 향긋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열매가 달린 나무 하나를 보게 된다. 그 나무에 가까이 가보니 무성한 잎사귀에서 “너희는 이 양식에 부족을 느끼리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계속해서 로마의 여인들, 선지자 다니엘, 세례 요한 등의 이야기를 통해 절제의 표본에 대해 설명한다.
한편 단테는 한 영혼을 만나는데 그는 자신의 친척이었던 포레세 도나티였다. 그가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자 단테는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곳에는 물과 나무에 신의 뜻으로 여위게 하는 힘이 있어 폭식의 망령들이 그 나무에 이를 때마다 그것을 먹고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테가 탐욕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들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고 있을 때 천사의 휘황찬 빛이 나타나 길을 가르쳐 준 뒤, 단테의 이마에서 P자를 하나 지워 주며 축복의 노래를 부른다.
- 일곱째 권 : 이곳은 살아있을 때 애욕에 사로잡혔던 영혼들이 거하는 곳이었다. 호색의 죄를 범한 영혼들이 맹렬한 불속에서 죄를 씻고 있었다. 이들은 정조를 지킨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기들의 남색과 여색의 죄를 자책하고 있었다.
단테의 주위에 모여든 영혼들은 서로 만나자 다정하게 입 맞추고 애욕의 예들을 큰 소리로 소개한다. 한 무리가 소돔과 고모라를 예로 든다. 또 한 무리는 야수적인 행위로 이름난 파시파에를 예로 든다.
한편 일곱째 권의 막바지 길에서 단테에게 한 천사가 나타나 불속을 지나가라고 말한다. 단테가 주저하자 베르길리우스는 이 불길만 통과하면 베아트리체를 만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에 단테는 용기를 얻어 불속을 통과한다. 불길을 통과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작별을 하게 되고 홀로 지상낙원에 이르게 된다.
단테는 지상낙원의 숲 속을 거닐게 되는데 한 여인으로부터 지상낙원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그곳을 흐르는 악을 잊게 만드는 레테강, 선을 상기시키는 에우노에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단테는 일곱 개의 황금촛대, 스물 네 명의 장로, 네 마리의 짐승과 개선마차를 보게 된다. 한편 단테는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처럼 천사들의 손에서 뿌려지는 꽃들 사이로 한 여인이 나타나는 것을 보는데 그녀는 바로 베아트리체였다. 이것은 실로 10년 만에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에우노에 강물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 성물을 마신 단테는 마치 새로 돋아난 잎사귀로 새로워진 초목들처럼 다시금 소생하여 별들에게라도 솟아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순순한 영혼이 된다.
3) 천국편
지옥이 어둠과 증오, 그리고 영원한 저주의 세계라고 한다면 그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천국은 빛과 춤과 노래, 그리고 완전한 환희와 덕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아홉 개의 하늘들이 지구를 주축으로 하여 돌고 있는데 이 하늘들에는 천사들이 좌정하고 있다. 이들은 아래로부터 위까지의 등급에 따라 안젤리(천사들), 대천사들, 권천사, 능천사, 역천사, 주천사, 좌천사, 지천사, 치천사 등으로 불리워졌다. 이들은 단테가 도착하자 그에게 축복의 여러 계층을 알려주기 위하여 각각 그에 적합한 지역으로 내려가 그를 맞이한다.
- 월천 :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달이 그 상징이 되어 월천이라 불리운다. 여기에는 안젤리라 불리는 천사들이 있으며 일종의 불완전한 영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단테는 피카르다를 만나는데 그로부터 서원(誓願)을 했지만 그것을 어긴 사람들의 영혼이 이처럼 가장 낮은 천체에 있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수성천 : 이곳에 있는 영혼들은 현세에서 명예를 높이려고 선행을 베푼 자들이었다. 이곳에서 단테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보다 2백년 쯤 뒤에 나타난 유스티아누스 황제를 만난다.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그리스도만이 하느님의 진리이며 그리스도의 본성은 천주성 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가페투스 교황께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는 교회와 보조를 맞춰가며 하느님의 은총 속에 로마법대전을 제정하는 고귀한 일에 온몸을 바쳤다고 말했다.
한편 유스티니아누스는 교회의 권위를 보호해 준 제국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말한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에 대적하여 제국의 명예를 드높인 스키피오와 폼페이우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카르타고는 아랍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와 끈질긴 전쟁을 하였다. 하지만 시키피오는 승리의 여세를 몰아 피렌체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리하여 프랑스는 물론 라인강 유역까지 장악하였다. 이어 스페인 등지에 이르도록 수중에 넣고 계속해서 진군했는데 프톨레메우스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제국의 팽창과 안정에 있어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카이사르였다. 또한 중세시대의 샤를마뉴는 롬바르디아인들이 교회를 침공했을 때 이들을 무찌르고 교회를 보호했던 장본인이었다.
- 금성천 : 이 하늘에는 사랑에 사로잡힌 자들의 영혼이 있다. 단테는 이곳에서 카를로 마르텔을 만나게 된다. 그는 동생 로베르토에게 왕의 지위를 빼앗겼던 인물이었다. 그는 헝가리의 임금으로 피렌체에 온 일도 있고 단테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말한다. “내 생애는 여간 짧지 않았습니다. 만역에 내가 좀 더 오래 나폴리 왕국에 있었더라면 그토록 크고 많은 재앙은 피하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대는 나를 무던히도 사랑했고 내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그대의 사랑에 보답하는 나의 사랑을 더 많이 그대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단테는 교황조차 생각지 못했던 성지에서 야훼 하느님의 영광을 도왔던 사람인 라합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여리고의 창녀였지만 여호수아의 정탐꾼들을 숨겨줌으로 인해 어떤 영혼보다도 먼저 금성천에 올라왔던 영혼이었다.
- 태양천 : 이곳은 현자들의 영혼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단테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알베르토 마뇨, 율법과 민법의 화해에 공헌을 했던 그라치아노, 탁월한 현자 솔로몬, 천사들의 성품을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던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지테 등을 만난다.
한편 아퀴나스는 성 프란체스코에 대해 칭송한다. 프란체스코는 청빈과 잘 화합하였다. 그는 청빈한 모습을 지니고 제자들과 함께 로마에 가서 시험 끝에 인노첸시우스 3세와 호노리우스 3세 교황으로부터 인준을 얻어 청빈한 수도행활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순교에 대한 열망 때문에 사라센인들 사이로 들어갔는데 술탄의 면전에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선교했으나 그들이 개종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할 수 없이 되돌아왔다. 그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이승을 떠날 때 제자들에게 가난을 남겨 주며 그것을 사랑하라고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주검에 관을 요구하지도 않고 벌거벗을 채 묻혔다.
프란체스코는 훌륭한 제자들을 두었는데 그중에는 교회를 이교도들로부터 보호했던 성 도미니크, 켄터베리의 대주교였던 안셀무스, 교부로서 부패를 신랄하게 공격하던 크리소스토모, 그리고 문법학자로서 그 성가를 누리던 도나투스 등이 있다.
- 화성천 : 이곳에서는 일찍이 용맹을 떨치던 하나님의 전사와 십자군 용사들의 수많은 영혼이 빛나고 있다. 유성처럼 하나의 영혼이 십자가의 오른쪽 끝에서 아래로 달려 내려온다. 그 영혼은 단테의 고조부인 카치아구이다였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은 피렌체가 평화로웠던 때에 태어났고 성 요한 성당에서 영세받아 카치아구이다라는 영세명을 받았으며 그의 형제는 모론토와 엘리세오였고 그의 아내는 파도(Pado) 강기슭에서 온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또 스바비아의 황제 쿠르라도 3세의 기사가 되어 성지 회복을 위해 이슬람교도들과 싸웠는데 그 전쟁에서 이교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해 이곳에 왔다는 것이었다. 한편 단테는 마카베오, 샤를마뉴, 오를란도 등의 영혼들도 보게 된다.
- 목성천 : 이곳의 영혼들을 움직이는 힘은 정의이며, 정의를 사랑하고 정의를 행한 영혼들이 노래하고 날면서 독수리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늠름한 독수리 형상은 수많은 영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은 마치 한 마음처럼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였다.
독수리는 이어 탁월한 영도자들의 영혼모습이 담겨 있는 자기의 눈을 바라보라고 단테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눈동자에 담겨 있는 다윗의 영혼을 가리킨다. 다윗은 천국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존재였다. 다음에는 트라야누스의 영혼을 가리키는데 그는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으면 받게 되는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던 자였다. 그리고 자기 눈꺼풀에 위치한 히즈키야의 영혼을 가리켰다. 그는 하계의 인간들에게 기도로써 오늘의 것을 내일의 것으로 만들지언정, 하느님의 심판은 항구 불변한 것임을 깨우쳐주었다. 또한 그 옆에는 콘스탄티누스의 영혼이 있었다. 한편 눈썹 위에 위치한 영혼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구일리엘모 2세였는데 그는 신의 사랑을 받던 의로운 군주였다.
- 토성천 : 이곳에는 명상 속에 일생을 보낸 사람들의 영혼이 있다. 이곳에 있는 영혼들은 지극히 명상적이고 그들을 영원한 삶으로 이끄는 신학적인 덕에 의해서 복음 받으며 드높은 황금 계단을 묵묵히 오르내린다.
한편 단테는 성 피에트로 다미아노를 만나는데 그는 카트리아 산 밑에 있는 수도원에서 성직생활을 하다 나중에 대주교와 추기경 및 교부가 되었으나 얼마 못되어 다시 옛날의 수도원으로 돌아가 청빈 속에 지냈던 사람이다.
단테는 그에게 지복자들이 하느님의 의지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지만 어찌해서 그 영혼이 곧 자기에게 이야기하도록 예정되었는지는 모르겠노라고 고백한다. 그러자 성 피에트로 다미아노는 하느님의 예정설에 대해서 덕과 사랑과 축복의 개념을 들어 단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테에게 부탁하기를 다시 세상에 돌아가거든 천국에서조차 이해하기 불가능한 심원한 신비에 대해서 캐고 들려 하지 말도록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고 말한다.
- 항성천 : 이곳은 거룩한 삶을 영유했던 고귀한 영혼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단테는 성 베네딕투스의 영혼을 만난다. 그는 이교도들이 운집하던 카시노 산 위에 맨 처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던 사람이었다.
한편 베아트리체는 영원한 축복의 잔치에 초대된 지복자들에게 그들이 하느님의 지혜의 샘에서 영원히 마시는 생명수를 몇 방울이나마 단테에게 떨어뜨려 달라고 부탁한다. 이 부탁을 듣고 그들은 베아트리체와 단테의 주위를 맴돌면서 혜성과 같은 모양을 짓고 있다. 그 중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면류관이 있는데 거기로부터 다른 모든 영혼들보다도 더 휘황찬란한 모습을 한 영혼이 나와 베아트리체 주위를 세 번 돌면서 너무나도 고귀한 노래를 불러주기에 단테는 놀라운 기색을 드러낸다. 그것은 성 베드로의 영혼이었다. 단테는 계속해서 성 야고보, 성 요한, 아담의 영혼을 만난다.
- 원동천 : 이곳은 다른 하늘들보다 훨씬 더 빨리 회전하는 곳이었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모든 우주는 이 하늘로부터 동력을 취하고 있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시선을 쫓아 아주 예리한 빛을 발하고 있던 한 점을 보았는데 단테는 그 불붙은 강렬한 빛 때문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었던 것이다. 이점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하나의 불 테두리가 원동천 자체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돌고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는 둘레일수록 점점 더 느린 속력이며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그 찬란한 점과 다른 둘레들이 무엇인지 알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직접 그 점도 하느님이고 그에 의해 천체세계와 자연세계가 다스려지는 것이며 그에 가까이 있는 세계일수록 더욱 열렬한 사랑의 충동을 받았으므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베아트리체가 말을 마치자 아홉 둘레들은 작열하는 쇳덩이처럼 빛나기 시작하면서 수없이 반짝였다. 이 때 한 둘레에서 다른 둘레로 <호산나 찬가>가 울려 퍼지면서 고정된 점인 하느님을 향한 모든 합창대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 정화천 : 단테는 그 동안 활동적인 삶과 명상적인 삶에 대한 것을 두루 관망하고 이제 하느님이 계시고 모든 천사들과 지복자들이 있는 최고의 하늘에 오르게 된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하늘의 장미꽃 한복판으로 안내한다.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더 짙은 장미꽃 향기가 발하고 있었으며 단테는 결국 영원무궁한 장미꽃의 중심속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이곳에서 단테는 성모 마리아의 충직한 종인 성 베르나르를 만난다. 그는 단테에게 장미꽃 저 높은 곳에 계시는 천국의 여왕이신 성모님을 우러러보라고 말한다.
성모 마리아를 눈여겨보면서 베르나르는 단테에게 햐얀 장미속에 구원으로 축복받은 영혼들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말해 준다. 성모님의 발치엔 원죄의 원인이 되었던 이브가 있고, 이브 밑에는 라헬과 베아트리체가 있으며 그 아래엔 사라, 리브가, 유딧, 그리고 다윗의 증조모인 룻이 있었으며 일곱째 층계 아래엔 히브리 여인들이 있었다. 그 여인들은 구약의 지복자들과 신약의 지복자들 사이에 분계선을 이루고 있는데 왼편에는 그리스도 이전의 영혼들, 오른편에 그리스도 이후의 영혼들이 있었다. 마리아와 헤브라이 여인들이 그러한 구분선을 이루듯 그 맞은편에는 세례 요한, 성 프란체스코, 성 베네딕투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다른 이들의 옥좌들이 그것을 이루고 있었다. 장미꽃 중심부 이하 하단에는 어린이들의 영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공덕이 아니라 부모의 공덕 덕분으로 여기에 온 것이었다.
이어 성 베르나르는 단테에게 천상의 그 장미꽃 속에 있는 다른 지복자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성모님 왼편에는 아담이, 오른편에는 천국의 열쇠를 그리스도에게 위임받은 성 베드로, 베드로 곁에는 교회의 어려운 시기들을 예언한 성 요한이 있었으며 아담 곁에는 모세가 있다. 성 베드로 앞에는 성 안나가 그녀의 따님인 마리아를 관상하고 있으며 아담 앞에는 베아트리체를 시켜 단테를 도와주었던 성 루치아가 있다.
이제 단테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려 하니 베르나르는 지복자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추고 단테에게 하느님의 빛 안에 침투할 수 있도록 두 눈을 들어 하느님을 쳐다보라고 말한다. 성 베르나르는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린다. 이는 단테로 하여금 하느님을 완전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을 갖게 해 달라는 간구인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눈빛으로 기도가 잘 받아들여졌음을 말하자 단테는 눈을 들어 하느님께로 향하며 하느님의 빛 속을 바라본다. 이어 그는 그 자신이 그 빛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는다.
9=4. 작품에 대한 평가
신곡은 서로가 깊은 유대 관계로 얽혀 있는 세 개의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편의 구성은 삼위일체의 하나님의 현묘한 뜻과 완전한 충만을 뜻하는 열(十)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바탕위에 질서정연한 전체를 구축하기 위해서 완성에 이를수록 세 편 상호간의 엄밀한 대조가 다시 구축되었다.
신곡에는 3편, 3연체, 33곡 등 3이라는 숫자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단테가 <신생>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삼위일체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또한 10이나 100이라는 숫자도 자주 나오는데 이것들은 완전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지옥편에서 벌 받고 있는 영혼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의 이론에 따라 무절제, 폭력, 사기 등 세 가지 죄의 속성으로 분류되어 있고 연옥편에서 정죄하는 영혼들은 선과 악의 개념에 바탕을 두어 역시 세 단계로 구분되어 있으며 천국편의 영혼들도 불완전한 영혼, 활동적인 영혼, 명상적인 영혼으로 나뉘어져 있다.
신곡에 적용되어 있는 천문학과 신학은 철저히 중세적인 것이다. 적도는 지구를 두 개의 반구로 나누는데 북반구의 한 가운데에 예루살렘이 있고 남반구의 한 가운데에 연옥의 정죄산이 있으며 예루살렘의 반구 끝에 지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지옥의 밑으로 깊이 들어가면 루치펠이 곤두박질해 있는 땅의 복판이 있다. 그러므로 지옥편과 연옥편은 지구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면서 시작하여 연옥 동산의 꼭대기에 있는 지상낙원에서 끝이 나도록 꾸며져 있다. 한편 중세인들은 지구는 우주의 한복판에 부동의 상태로 떠 있고 그 주위에 천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다. 지구를 가운데 두고 도는 것들은 공기의 권, 불의 권, 그리고 아홉 개의 하늘들이 있는데 이 하늘들은 정화천에 속해 있다. 정화천은 부동의 상태이다. 이 정화천에 가까이 있는 하늘은 빨리, 멀리 있는 하늘은 느리게 지구 위를 맴돈다.
신곡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은 다분히 다의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과 사건은 직접 표현되지는 않지만 반드시 어떤 암시를 내포하고 있는 다소 복잡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단테가 익숙해 있던 전통과 그 지식의 원천들에 대하여 아무리 많이 안다 해도 작품에 대한 해석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의적 요소가 아무리 중요하고 보편화되어 있다 해도 신곡에서 특히 지옥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현실성이다. 물론 인물들 가운데는 전설적이거나 고대의 역사적인 인물들도 상당수 있지만 많은 다른 인물들은 단테에게나 그의 동시대인들에게 잘 알려진 가까운 과거의 사람들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주의적 인물묘사는 단테의 예술 세계에서 보다 독특한 양상을 이루고 있다. 단테는 자신의 상상력으로써 인물 묘사의 추상성과 일반 개념에 대한 구체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켰다.
신곡의 세편은 통합체로 보아야 한다. 신곡은 인간이 소유하는 감정의 깊이와 높이를 완전히 담은 조화 있는 건축인 것이다. 지옥편은 조각 같고, 연옥편은 회화 같으며, 천국편은 음악 같으니 이 모두를 통합해서 볼 때 그것의 의미를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곡을 읽을 때 글 뜻에만 국한되지 말고 글 저 너머에 있는 더욱 깊은 의미를 포착하라고 한 단테 자신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댓글 <<질문을 준비하라~!!!>>
난해한 숙제를 한결 가볍게 해주신 봉촌선생님...
이 글을 게재하시면서
그 순간만큼은
분명
천국에 계셨을까요~??ㅎㅎ
고맙습니다
교수님 자료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