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 황청원 사진산문집 ‘새벽여행’ 새벽이란 말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뜻하는 활기찬 단어일 것이고, 밤을 지새는 사람들에게는 비로소 문 닫고 집에 들어가는 휴식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원래 야행성이라서 늦게 잠드는 것에는 자신 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는 영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아주 가끔은 새벽에 일어나질 때가 있다. 잠을 자다가 문득 너무 허무해서 눈이 떠질 때가 있다. 그런 새벽에는 갑자기 세상에 나 홀로 남은 느낌,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고독이니 외로움이니 하는 단어들로는 표현이 부족한 그 막연한 쓸쓸함에 젖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벽이 아름답다는 것에 동의한다. 아니 박상훈의 새벽사진이 아름답다.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나는 세상은 정말 고요하고 맑아서 그 속에 풍덩 빠지고 싶고, 사진에 붙인 글 역시 한때 스님으로서 오래 새벽 참선을 해온 시인의 경험이 묻어나서인지 더욱 정갈하고 고즈넉하다. 사진과 글이 만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새벽은 아름다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새벽은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새벽안개가 세상을 보일 듯 말 듯 감싸고 있어 명료하지 않은 대신 은은하고 신비롭다.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마냥 몽롱하기도 하고 환상적이기도 하면서 아련하다. 마치 추억을 만나듯,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듯, 어디선가 본 듯 하면서도 가닿을 수 없는 세계처럼 애틋함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이 서정적이고 가슴부터 젖어들게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대사회에서, 비밀이 없고 신비가 없고 그래서 신화가 만들어질 수 없는 정확한 이 사회에서 숨어 있는 풍경이 있고 속삭이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한 발자국 비켜서서 휴식을 갖고 싶을 때, 이 책은 좋은 벗이 되어줄 것 같다. 사진가 박상훈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박상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인물과 패션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진가이다. 동시에 1982년과 1986, 1994년 세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풍경사진을 선보였는데 그는 ‘우리나라 새벽여행’이란 테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진들이 주축이 되어 시인 황청원씨의 글과 함께 엮은 이번 사진산문집 ‘새벽기행’은 ‘고향’ ‘사랑’ ‘인생’ ‘관계’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 편집 되었는데,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안겨준다. 글·윤세영 이마고 발행, 192쪽, 값 12000원 문의/02-337-56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