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암사지 답사기
2~3년 된 것 같다. 뒤적거리다가 「울암사기(鬱巖寺記)」롤 만났다. 『국역 택당선생집』엥 실려 있었다.
울암사는 원성(原城 원주(原州)) 북쪽에 있는 협강(峽江) 물가 암벽(巖壁)의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어떤 이는 말하기를, “그곳의 임목(林木)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그곳은 암석이 가지런히 서 있어서 마치 울타리를 세워 놓은 듯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울타리[籬]를 울(鬱)이라고 말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나온 것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원주에 8년 정도 생활했던 내가 처음 보는 울암사는 호기심을 일으켰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린 채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자료를 찾고 사전 도상훈련을 한 후 드디어 울암사지로 향하게 되었다. 원주 시청에 계시는 김성찬 선생님의 조언은 결정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헤매다가 낙오했을 것이다.
간현을 거쳐 월송리로 향했다. 기업도시 때문에 길이 뻥 뚫리고 있다. 다리도 새로 놓였다. 섬강변 바위절벽에 다리가 꽂히면서 터널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저 부분이 택당 이식 선생께서 노래한 12풍경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울암사터로 추정한 곳은 벌써 포크레인이 지나간 후였다. 다 파였다. 붉은 속살이 드러나고 시멘트로 진입로가 놓여졌다.
헷갈려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다시 김선생님께 전화해서 확인하고 땅바닥을 뒤지며 와편을 찾았다. 공사로 바닥을 뒤집어 놓아서 여기저기 헤매다보니 보이기 시작.
눈을 드니 섬강이 아래로 흐른다. 에고.
울암사(鬱巖寺)에서 읊은 열두 노래 중 하나
아스라히 천 길 아래 굽어다 보이는 곳 / 迢遞俯千尋
기대도 볼 만하고 앉아도 볼 만하이 / 可憑亦可坐
산인이 게송(偈頌)을 읊을 때마다 / 山人誦偈時
바위 위에 우수수 떨어지는 송홧가루 / 石上松花墮
시멘트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강가 가까운 곳에서 끝난다.
내려가면서 정신을 잃을 뻔.
바위와 소나무와 여울과 건너편 바위산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선사한다.
고생한 것에 보답을 해 주시는 건가?
택당선생이 노래한 호랑이 바위 표범 바위 등이 여기를 말하는 것 같다.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며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찍다보니 12시가 넘어간다.
울암사와 관련된 시편만 수 십 편.
시를 읽고 풍경을 확인하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첫댓글 바위와 무이 어우러진 모습이 멋집니다
아마도 섬강 구간 중 이곳이 가장 독특한 것 같습니다.
정경이 나뭇꾼이 내려올 듯 멋집니다 ^*^
선녀도 내려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