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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가 속한 케랄라주는 수많은 석호와 물길이 바다를 마주 보고 무려 2000㎞ 이상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어느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빨랫방망이 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좁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광활한 호수가 이어진다.
코치가 속해 있는 케랄라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특이한 곳 중 하나다. 처음 코치에 이른바 ‘필’이 꽃힌 것은 노을진 석양에 쓸쓸하게 서있는 중국식 어망의 모습이었다. 16세기 명나라의 정화가 대선단을 이끌고 이 근처에 오며 남긴 유산이라고 하는데 막상 오늘날 중국의 광둥성에 가면 볼 수 없는 형식이다.
얼핏 보면 참 비효율적이다. 무려 20여 명의 장정이 달려들어 그물을 바다에 내리고는 두어 시간쯤 기다린 뒤 도르래를 당겨 그물을 끌어올린다. 수고에 비해 잡히는 물고기 양을 보면 솔직히 ‘여보쇼. 그냥 집에 가서 부인이나 도와주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적다. 그래서 한때는 관광객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닌가 의심한 적도 있지만, 나중에 어민들을 인터뷰해보니 실제 생계여서 입맛이 참 썼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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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는 코치에 광둥식 어망을 남기며, 케랄라 지역에서 행해지는 독특한 연극 형식 하나를 중국으로 가져갔다. 인도에서 카타칼리라 불리는 이 연극은 현재 인도의 4대 무용 중 하나로도 꼽히는데, 주요 배역 두세 사람이 화려한 분장을 하고 나와 가수의 노래에 맞춰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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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화장, 과장된 몸짓, 풍부한 액션적 요소가 많은 춤사위 등 여러모로 현재 중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인 경극과 닮았다. 사실 오늘날 경극이라는 것은 17세기 청나라 황제이던 건륭제의 생일날 베이징으로 불려온 푸젠성 연극이 그 기원이다. 정화는 이보다 200년 앞선 푸젠성 출신 환관이었다.
중국의 경극이나 인도의 카타칼리나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밤을 새워 관람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관광객을 위해 1시간 남짓한 축약판만 횡행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카타칼리는 본공연보다 오히려 식전의 분장 과정이 더 흥미롭다. 지금까지 천연 염료를 사용하는데, 노란색은 샤프란 꽃에서, 보라색은 붓꽃에서 추출한 염료다. 이를 코코넛 기름에 개어 쓴다. 작은 손거울을 들고 얼굴에 노랑·빨강·보라색 화장을 하는 남자의 모습이 제법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자신을 치장하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카타칼리의 매력만큼 코치 여행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수로 유람을 꼽을 수 있다. 코치가 속한 케랄라주는 수많은 석호와 물길이 바다를 마주보고 무려 2000㎞ 이상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어느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빨랫방망이 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좁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광활한 호수가 이어진다. 이 평화로운 풍경 하나로 케랄라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하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낙원’이라는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케랄라주는 수로 유람이라는 이름의 초미니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래 이 일대에서 쌀을 운반하던 코코넛 나무로 짠 작은 배를 활용하는데, 모터의 사용도 제한적인지라 배는 마치 수면에 납작 붙어 미끄러지듯 운행한다. 당연히 이 프로그램에 단둘이 붙어 있고 싶어하는 커플들이 빠질 수 없다.
인도 여행은 사실 반쯤 고행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여행자들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인도’라는 말을 이구동성 내뱉는다. 만약 인도에서 가장 풍요로운 여행지를 꼽으라면 나는 두말없이 코치를 든다. 느릿한 평화로움이 온몸에 젖어드는 어쩌면 인도에서 유일한 땅이다.
전명윤 <여행작가>
첫댓글 [FEEL&JOY-LIFE] [여행지 칼럼] 인도 코치 2010-08-05 (포스코신문)|
제목보곤 인도사람 코치 이야기인줄 알앗네요 ㅎㅎ 케랄라주가 그리 풍광이 뛰어난 곳이엇군요
경극 기원 이야기가 흥미롭고....
아~ 고행지(^^*) 다시 맛 보고 싶은 고행. 케랄라주가 아주 아랫 쪽에 있군요. 교통편이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밤 침대기차를 타야 한다면 어쩐다지. 인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조금은 더 깊이 봐 질 것 같습니다. 어떤 인연들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