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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_새 하늘 새 땅을 향한 첫날
여호수아 6:17-21
17. 저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야훼께 바쳐 없애버려라. 다만 창녀 라합의 목숨과 그의 집에 있는 사람만은 살려두어라. 그 여자는 우리의 사명을 띠고 갔던 사람들을 숨겨주었다.
18. 너희는 깊이 명심하여라. 없애버리게 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탐내지 마라. 없애버리게 되어 있는 것을 가지지 마라. 그랬다가는 전멸당하는 운명을 이스라엘 진영에 스스로 불러들이게 된다.
19. 은이나 금이나 동제품이나 철제품은 모두 야훼께 드릴 거룩한 것이다. 그러니 야훼의 금고에 넣어야 한다."
20. 백성들은 고함을 지르고 나팔 소리는 울려 퍼졌다. 나팔 소리가 울리자 백성은 "와!"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백성은 일제히 성으로 곧장 쳐들어가 성을 점령하였다.
21.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소건 양이건 나귀건 모조리 칼로 쳐 없애버렸다.
오늘은 우리 한울림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예배로 드리는 날입니다. 아련한 우리들의 청춘 시절이었던 1987년 3월 8일 구로역 상가 2층 조그만 셋방에서 창립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10여 명의 식구였던 우리 교회는 노동자와 빈민을 위한 민중교회로의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구로동 생활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당시 우리를 주시하던 안기부와 서울경찰청 대공부서에서 우리 교회를 쫓아내라는 압력이 건물주에게 들어갔던 겁니다. 결국 보증금과 시설비용, 그동안 지불했던 월세 등을 돌려받고 철산 4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5년이 흘러서 지금은 하안 우체국 사거리 경일빌딩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총 6차례의 교회 이전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거죠. 구로동 상가, 철산4동 꼭대기의 방 두 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모여 공부하던 시절, 처음으로 구입한 22평 공간에서 탁아소를 운영하던 일, 철산아파트 한 동을 얻어 공부방을 개소하였고, 광명동으로 이사 두 번 끝에 철산 4동으로 다시 복귀하였습니다. 산꼭대기 3층 집에서 20년간 넝쿨어린이도서관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하안동으로 와서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동거하며 새 하늘 새 땅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간 돌이켜 보면 수많은 일들이 있었죠. 우리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엄청난 세월의 변화를 겪었고, 우리 사회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간 우리 교회를 거쳐 간 사람들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 한울림 교회는 그때그때 시대가 요구하는 일에 응답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대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난하고 억눌린 민중들이 자리하도록 애써 왔습니다. 비록 작은 교회지만 주님의 뒤를 따르려고 첫사랑을 잃지 않으려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맞이한 지금의 현실은 우리의 오랜 소망과 활동의 분수령이 될 대선 정국입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이 나라를 독식하며 민족정기를 말살해 온 기득권 카르텔과의 한판 승부의 자리입니다.
백낙청 교수는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건곤일척이란 하늘과 땅을 걸고 주사위를 한번 던진다는 뜻입니다. 즉,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勝負)하거나 성패를 겨루는 것을 말하죠. 건곤일척은 <초한지(楚漢志)>에서 천하를 두고 자웅을 겨루던 항우와 유방의 대결을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백낙청 선생은 지금 대선을 이처럼 중차대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으로 본 것입니다. 선생은 이번 대선이 촛불혁명의 진전이냐 엘리트(기득권)카르텔의 복귀냐 하는 우리 현대사의 명운을 가를 선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승패의 관건은 간절함과 절실함이라고 진단합니다.
선생은 이 선거에서 촛불 국민이 승리하려면 선거프레임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권교체가 아닌 촛불광장의 승리여야 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촛불혁명의 완수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대선은 오늘을 포함하여 3일 후에 치러집니다. 민족과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시기가 코앞에 도래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울림공동체가 35년간 함께 꿈꾸어 왔던 새 세상의 지평이 이번 대선을 통해 활짝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프레스뉴스통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어느 감리교 권사님의 간곡한 글이 기독교기본소득 톡방에 올라왔습니다. 그 글 내용 중 우리 국민들이 이번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최소한 우리 사회가 이렇게는 될 수 있겠다는 내용이 있어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5천 만 명의 삶이 걸린, 나라의 중요한 리더를 뽑는 말 그대로 대사(큰일)입니다. 우리 모두 더욱 신중하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제 양심과 지성과 신앙을 걸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유토피아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적 메시아니즘을 경계합니다.
그러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과 비교해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째, 검찰-언론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둘째, 공직사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 못지않게 역량 강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셋째, 한국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회피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시도(대화, 만남)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넷째, 부동산 시장은 하향 안정될 것입니다. 이건 정권 차원의 능력보다 국내외 경제가 그렇게 흘러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주식시장은 보다 활성화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잘 관리하고 금융-주식시장을 합리화시킬 때 가능합니다.
여섯째, 남북 간 관계는 현상 유지를 하다가 어느 시점에 통큰 딜을 통해서 갑자기 경제 협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남북 양쪽 지도자의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일곱째, 외교는 문재인 정권 수준으로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 170석과의 협치를 통해 굉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습니다.
이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출범했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 초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대한민국에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특히, 만약 이재명과 민주당이 청년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본주택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면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저는 오늘 한울림공동체 창립 35주년을 맞이하며 여리고 성 함락 이야기를 본문으로 택했습니다.
여리고성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광야에서 방랑하다 요단강을 건넌 후 제일 먼저 만난 성입니다. 지리적으로도 가나안 땅을 정복하려면 꼭 확보해야 할 거점이었습니다. 가나안 땅 중앙에 있는 여리고 성은 남쪽을 점령하고 다음으로 북쪽을 공략하려는 정복 전략의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리고 성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여호수아가 보낸 정탐꾼들에 의하면 아주 견고한 성이었고 그곳 거민들은 기골이 장대하여 위압감을 주는 족속들이었습니다.
사실 여리고 성은 2중 성벽으로 둘러쌓인 요새였습니다. 아래쪽은 돌로 기초를 쌓은 5m 옹벽(retaining wall)과 그위에 4-5m 높이의 토벽(earthen rampart)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구릉에 폭 2m, 높이 6-8m의 진흙벽돌로 된 내벽이 있었죠. 그 어떤 군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단단한 요새였죠.
여리고 성을 함락하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침 일찍 움직입니다. 무장한 자가 맨 앞에 있고 제사장 일곱이 양각 나팔을 각기 들고, 그 뒤에 언약궤가 가고 나머지 후군이 뒤따릅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엿새 동안 성을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이레 되는 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아야 합니다. 여리고 성벽의 길이가 600m였다 하니 한 바퀴 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겠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아무런 조짐도 없어 백성들은 조바심을 내었을 겁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엿새 동안을 매일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이레 때는 일곱 바퀴를 돌고 고함을 지르자 여리고 성이 무너져 내렸다고 증언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대목은 여리고 성 함락을 앞두고 내려진 야훼 하느님의 마지막 명령입니다. 그 명령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여리고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야훼께 바쳐 없애버리라는 것입니다. 다만 정탐꾼들을 숨겨주었던 라합의 집만 살려두라는 것이었죠(17절). 이 명령을 어기고 없엘 것을 탐낸다면 이스라엘 또한 전멸당하는 운명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두 번째는 은이나 금, 동제품이나 철제품은 모두 야훼께 드릴 거룩한 것이니 야훼의 금고에 넣으라는 것입니다. 이 전리품들은 앞으로 일어날 정복 전쟁에 쓰여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19절).
야훼의 명령에 따라 여리고 성으로 진입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소건 양이건 나귀건 모조리 칼로 쳐 없애버립니다(21절).
21절을 읽으며 우리는 성 중에 있는 모든 생명을 다 멸하라는 야훼의 명령에 회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 하더라도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과 심지어 가축까지도 모두 죽이라니요?
하지만 이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청산만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리고 성과의 전쟁을 앞두고 여호수아는 모든 이스라엘 장정들에게 할례를 받게 합니다. 할례는 포경수술과 같은 것인데, 전쟁을 코앞에 두고 할례를 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견고한 성 앞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체력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군사들의 상처가 아물도록 기다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죠. 여기에는 그럴만한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정복 전쟁은 물리적인 싸움 이전에 하나님의 뜻을 쫓는 영적인 전쟁이었습니다. 영적인 전쟁에서는 무기나 힘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할례란 원래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인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광야 생활 40년 동안 중단됐던 할례를 되살림으로써 430년간이나 이집트의 노예로 살아오면서 몸에 밴 노예근성을 깨부수어야 했던 것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을 끊어내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죠.
그러니 요단강을 건너 처음 마주한 여리고 성은 그야말로 이제는 청산해야 할 과거의 시험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심리적인 위축감, 이스라엘 백성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가진 불신과 좌절, 열등감으로 인해 왜곡된 정체감을 상징한다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여호수아는 모든 백성에게 할례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여리고 성을 함락시킨 이스라엘 백성들의 함성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6일 동안 여리고 성을 돌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았습니다. 그리고 7일째 성 둘레를 7바퀴 돌고 고함을 지릅니다. 이 함성과 함께 철옹성이었던 여리고 성이 무너져 내립니다.
6일을 여리고 성 주위를 돌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리고 성의 거민들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몇 년간 먹을 식량과 물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나팔을 불고 성을 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백성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회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탐꾼들의 보고가 생각나 몰래 두려움에 떨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탐꾼 12명 중 10명은 적들이 너무 크고 강해 대적할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염탐꾼들이 적에 비하면 자기들은 메뚜기 같다고 할 정도로 여리고 사람들은 두렵고 위협적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싸우기도 전에 상대방 기에 눌려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젖는다면 승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에 절실한 것은 영적 정체성의 확립과 함께 승리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여호수아를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확신을 가지고 야훼의 명령에 따름으로 여리고 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주 우리는 3.1 혁명 103주년을 보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쳤습니다. 이 함성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만천하에 드러내었습니다. 이 3.1혁명 정신이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가 된 것입니다. 만세운동은 민족의 얼을 말살하려는 외세에 대해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사적 쾌거였습니다.
3·1혁명 때 목청껏 외친 '대한독립만세'는 오늘 여리고 성 앞에서 미리 승리를 선포하고 외친 이스라엘의 함성이었던 것입니다. 대한독립만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함성은 막강한 대적 앞에서 좌절과 포기 대신 승리와 소망을 선포하는 외침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3일 뒤, 우리는 지난 100년 넘게 이 땅을 지배하며 새 하늘 새 땅의 도래를 가로막아왔던 철옹성과 같은 기득권 카르텔이 무너지는 첫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향해 우리는 지난 세월 묵묵히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성 주위를 돌고 돌았습니다. 이제 드디어 건곤일척 대회전의 날에 함께 힘을 다해 고함을 내지를 때가 온 것입니다. 우리의 함성에 외세를 등에 업은 기득권 세력은 무너지는 여리고 성벽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흩날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찬란하게 떠 오르는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35년 동안 모두 애쓰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백성에게 선물로 주신 새 하늘 새 땅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우리 한울림 공동체 식구들과 우리 백성들의 삶 위에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2022. 3. 6 창립 35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