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해돋이마을, 가족 위해 살아온 ‘할매’들(다큐멘터리 3일)
비즈엔터 | 2020.11.09 |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이 부산 청학동 봉래산 아래 '해돋이마을'의 고달팠지만 가족을 위하여 살아온 ‘할매’들을 만난다.
8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가난의 무게를 이고 살았던 산동네 ‘해돋이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이자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은 피란수도였던 부산으로 살 곳을 찾아왔다. 그중 수많은 피란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찾아 헤매던 ‘영도다리’를 건너,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의 영도로 생계 터를 잡았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품은 피란민들은 높이높이 올라와 산동네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피란민들이 모여 형성된 청학동에는 ‘행복한 노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높이 395m 봉래산 바로 아래 위치한 '해돋이마을'의 옛 지명은 '수용소' 였을 정도로 피란민들이 많은 곳이었다 마을의 가파른 경사와 높은 고도는 마을의 지난 세월을 대변해준다.
지나간 세월만큼 바랜 집과 좁고 구불거리는 골목길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어린 시절 ‘가난해서, 여자라서`의 이유로 글조차 배울 수 없었던 노인들은 해돋이마을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내 나이가 어때서!” ‘할매’들의 자서전 도전기
가난한 집에서 살림 밑천으로 태어난 맏딸,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할 수 없던 할머니들. 해돋이마을에는 평생 한글을 모르고며 살아온 할머니들이 모여 ‘한글교실’ 수업을 진행 중이다.
몇 번을 공부한 단어의 맞춤법을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로 되돌아간 듯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제 할머니들은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적을 수 있고, 글자를 읽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글을 몰라 ’계좌번호‘와 ’금액‘ 칸이 어디 있는지 모르던 날들, 출금전표를 집에 가지고 와 자식들에게 부탁했던 날들은 이제 없다. 할머니들은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다. 마음속에 품고만 살았던 자신의 이야기 ‘자서전 쓰기’에 도전한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세월의 무게 ‘그 시절을 살아가는 법’
전쟁을 피해 살 곳을 찾아 올라온 산동네 주민들은 직접 돌과 천막 등으로 집을 지어 살았다. 오래된 집에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지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새길이 놓여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갈 수 있었던 ‘절약 정신’. 짐 보따리 하나만을 들고 마을에 온 사람들은 비바람을 겨우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집에서 평생을 아끼고 살아왔다.
몇십 년 동안 아끼고 아껴 사용한 세탁기가 망가지고, ‘며느리가 사준 새 세탁기’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 어르신. 어두운 밤에도 방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조그마한 책상 조명 하나에 의지하며 ‘절약’하는 어르신이지만, 추운 날씨에 자신의 집에 찾아온 낯선 카메라 감독에게 따뜻한 커피를 타준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서로 돕고 위로하는 ‘할매’가 떴다
노릇노릇 맛스럽게 부친 전, 손수 양념한 우엉조림과 가지볶음, 무생채. 마을 노인들의 취향대로 정성스레 반찬을 만드는 사람은 마을의 회장과 비교적 ‘젊은 노인’들이다.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만 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접어든 지 오래인 ‘해돋이마을’의 주민들은 청춘을 보낸 곳에서 함께 늙어가는 이웃들을 챙긴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김장과 반찬을 나눠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집에 방문하며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반찬을 나누면서 안부를 물으러 오는 주민들을 버선발로 반긴다. 어쩌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보다도 ‘고독’이 무서울 노인들.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이웃의 집에 찾아가 안부를 묻고 마을 주민 모두가 친구가 된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할매’와 고양이
언젠가부터 해돋이마을에는 아기 울음소리보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가난한 시절 산동네에 정착한 사람들과 도심 개발에 쫓겨 산동네를 찾은 동물들. 해돋이마을에는 ‘캣맘’을 자처하는 주민들이 많다.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동네 곳곳에 우산을 놓아 길고양이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어미를 잃은 고양이를 돌보는 주민은 마을 사람들에게 받은 정을 동네에 함께 사는 길고양이에게 나눈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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