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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원산 602 특각
일본 육상자위대 서부 방면대 예하 제O사단 사단장 사무실.
상비 병력 약 24만 명인 일본 자위대는 육상자위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로 나뉘어 있다.
육상자위대 병력은 15만 명으로 병력을 북부, 동북, 동부, 중부, 서부 방면대로 5개로 나눠 배치하고 있으며, 각 방면대는 2~3개 사단과 지원 여단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수륙기동단(해병대) 모집공고 보고 접수한 지원자 명단입니다.”
군복을 착용한 서부 방면대 제O사단 사단장이 자기 책상에 대신 앉아있는 육상 막료장에게 명단을 제출한다.
육상 막료장은 한국 군대의 육군 참모총장에 상당한다.
“모두 몇 명이나 지원했소?”
깐깐해 보이는 막료장이 동그란 금테안경을 벗고 지원자 인적 사항이 깨알같이 적힌 명단을 넘겨보면서 묻는다.
“하이, 모집공고 정원 2,000명 중의 195명이 원서접수 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단장이 얼떨결에 차려 자세를 취하며 보고한다.
“겨우, 195명밖에 안 돼요? 10%도 안 되지 않소! 이번 수륙기동대원은 특수임무 수당을 포함하면, 연봉이 기존 대원들의 1.5배나 되는데도 이렇게 지원율이 저조해요?”
막료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사단장을 쳐다본다.
“하이, 죄송하무니다! 모집공고를 좀 더 많이 돌리고, 홍보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단장이 자기 잘못이라도 되는 냥 몸을 비꼬며 안절부절못한다.
모병제인 일본 자위대는 전 세계 군인들을 기준으로 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27세로 모집하는 남녀지원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만 해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위험한 군인 직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5년간 자위대 모집병과의 지원율은 정원의 30% 내외, 공정단 같은 특수부대나 해상자위대는 지원율이 더 낮다고 한다.
일본 방위성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약 2,000명 규모의 수륙기동단을 내년 4월까지 발족할 예정으로 그 일정을 수립해서 추진 중이다.
현재 수륙기동단 역할을 맡은 700명 규모의 `서부 방면 보통과연대(WAiR)`를 대폭 확대하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수륙기동단이 3,000명 규모가 되면,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국 육군의 운영을 총괄하는 공동 사령부를 가나가와현에 설치할 예정인데, 모집이 이렇게 저조해서야 큰일 아니오?”
막료장이 벗었던 안경을 도로 쓰고는 안경 너머로 사단장을 한심한 듯 바라본다.
현재 해상 및 항공 자위대는 각각 주일 미 해군, 공군과 같은 기지에 사령부를 두고 있지만, 육상 자위대에는 미 육군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령부가 없다.
지원병이 점점 줄어드는 줄은 막료장도 잘 알지만, 수륙기동단 모집만 제대로 하면 자기의 앞날이 훤히 내다보이는 막료장의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고 답답할 뿐이다.
“아, 그리고 내가 얘기한 특수작전팀 명단은 뽑아 왔소?”
막료장이 깜빡 잊었다는 듯, 사단장에게 묻는 얼굴에 잔뜩 기대감이 떠오른다.
“하이, 연대원 700명 중에서 차출한 정예 요원 18명 명단입니다.”
사단장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다른 파일을 얼른 막료장에게 제출한다.
“음, 그래? 저기 소파에 가서 앉아서 얘기합시다.”
시간이 걸리는 무슨 중요한 내용인지 막료장이 소파를 가리키고는 자기도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 나온다.
“이거.. 나이들이 전부 30대 후반 아니오?”
명단을 훑어보던 막료장이 돋보기안경 너머로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젊은 대원 중에는 전투 마인도가 제대로 박혀서 정신 전력이 우수한 인원이 없스무니다!”
긴장한 사단장이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돌려 적시며 머리를 조아린다.
“이번 작전은 아베 총리가 직접 지시한 중대한 작전이란 말이오. 지난번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만나서 단독 회담을 한 뒤에, 방위성 대신을 불러서 특수작전팀을 대기시키고 명령이 하달될 때까지 비상대기하고 있으라고 한 거란 말이오.”
“어디, 센카쿠열도의 중국 인민해방군 비행장 활주로라도 폭파시키는 겁니까?”
“그건 나도 아직 모르오. 다만, 그게 아니겠나 짐작만 하고 있지.”
현재 일본 자위대의 복무 자세는 한심할 정도로 엉망이다.
무슨 용병도 아니면서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생활화되어 있어서, 과연 전쟁이 났을 때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 각오가 되어있는 군인이 있기나 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만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건조되고 제조된 최신식 첨단 군용장비들이 이들의 정신 상태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을 따름이다.
만약 중국 인민해방군과 일본 자위대가 센카쿠 열도와 주변의 인공섬 문제로 전투를 벌인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 ***
충남 서산 해미읍성 근처, 곽지수 예비역 준장의 농장.
마루 겸 응접실에 동갑인 두 예비역 장성이 마주 앉아 18년산 ‘시바스 리갈’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있다.
응접실 뒤편 서재 안에 얼추 사람 키만 한 장군도가 거치대에 얹혀 가로놓여 있는 게 보인다.
“곽 장군!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되지 않겠소?”
곽지수 준장에게 잔을 권하는 골프 티셔츠 차림의 손님은 바로 전 합참의장이던 유진중 예비역 대장이다.
“유 장군이야, 한번 정치를 꿈꿨으니까 계속 정계로 진출하면 되지. 뭐, 나 같은 농사짓는 사람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나? 허허.”
별 하나 곽지수 준장이 별 네 개 유진중 대장에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별이 하나든 넷이든 다 장군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솔직히 그네들 눈치 보느라고 자중해 왔는데, 이제 그 3허 세력도 서산 너머로 지는 것 같아! 3월 초에 허00 전 국토통일원 장관이 별세했지 않나?”
유진중이 청포도 안주를 집으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마디 던진다.
“그 양반 없어도 아직 허 준장의 미래한국재단은 탄탄한 것 같던데? 지난번 총선 때는 허00이가 자기가 두 번이나 국회의원 지낸 지역구에 출마한 허00 예비후보 사무실에 방문해서 힘을 실어줬다면서?”
곽지수도 청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바삭, 깨물어 터뜨리며 한마디 받아준다.
“그러기는 했지. 그 후계자 허00 예비후보는 영일만 신항만을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을 연결하는 물류기지로 조성하고 배후단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겠다는 공약도 내걸었지. 그런데, 당에서 공천도 못 받고 도중하차하고 말았잖아! 허00 보안사 인사처장도 2년 전에 군인연금 달라고 이00 보안사 대공처장이랑 10명이 규합해서 소송을 냈다가 패소해서 망신만 당하고 지금은 잠잠하잖소. 이제 그 사람들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지!”
“그래도 아직 재향군인회 요직은 다 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지 않소?”
곽지수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재향군인회를 접수하자는 게 아니오!”
“그게 아니면, 뭘 하러 나서자는 말이요?”
고교 동창이며 육사 동기인 두 사람이 서로 하대 말을 쓰더니, 다시 존댓말이 나온다.
“몇몇 뜻이 맞는 사람끼리 힘을 모아서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으면 하요. 눈에 띄지 않게 우리가 국방을 제대로 이끌어 가자는 말이오!”
유진중이 곽지수를 빤히 쳐다본다.
“별도의 조직을 만들자고? 우리 둘과 몇 사람이 모여서? 허허, 우리처럼 아직도 나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누라 눈치 보며 하루 세끼 제대로 밥 얻어먹기 바쁠 텐데!”
곽지수가 웃으며 자네는 아직도 합참의장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구먼, 하는 표정을 짓는다.
“자네, 얼마 전에 황일관대령 만난 적 있지?”
유진중이 곽지수를 자네라고 부르며, 다 아는데 무슨 내숭을 떠는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황일관대령은 지금 충북 증평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부 여단장으로 있는, 육사 후배이며 고교 후배이기도 한 인물이다. 몇 년 전에 그곳 공수여단장을 지낸 곽지수 준장을 인사차 뵈러 왔다며, 이곳 서산 해미 읍성의 농장까지 찾아왔었다.
“황일관이? 음.. 그래, 얼마 전에 비싼 발렌타인 30년산 한 병 들고 여기 찾아와서 놀다 갔었지. 그런데, 황 대령은 갑자기 왜?”
곽지수가 은밀한 치부라도 노출된 것 같은 무안한 표정으로 어물거린다.
“그 친구, 자네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음.. 황 대령은 아직 군인정신이 살아있더구먼! 자네한테 여기 왔다 간 얘기를 해서 못 믿을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야. 허허.”
곽지수가 계면쩍게 웃어넘긴다.
“그 친구가 이번 `참수 부대` 조직의 책임자가 됐어. 특전사 예하에 `특수전 교육단`을 두고 특공수색 고급 교육과정을 이미 시작했다는군. 중사는 중급반, 상사는 고급반으로 나눠서 2주간 진행된대. 그 과정에서 3개 기수 170여 명의 특수작전 전문 요원을 양성한다고 하더군. 자네가 공수부대 여단장도 지냈고, 부사관학교 교장도 해봐서 교육내용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닌가? 허허.”
유진중이 합참의장이 되기 전에 중장계급으로 이천 3군사령관으로 있을 때, 준장이던 곽지수는 공수여단장에서 물러나 예편 전에 전북 익산의 부사관학교 교장을 2년간 지냈다.
특수전 교육에 참가하는 간부들은 침투 및 특수정찰, 화력 유도(적지에 침투해 핵심 표적에 대한 아군 화력의 정밀 타격을 유도하는 것), 탐색 및 격멸, 이동 차단 등의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이 `참수 부대`는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타격이나, 전략적 작전적 핵심표적을 제거함으로써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한 특수 정예부대이다.
“자네 설마, 재야에서 군을 지휘하겠다는 건가?”
곽지수가 깜짝 놀라며 유진중을 노려본다.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황 대령이 현역 아닌 예비역 중에서 쓸만한 인재를 모아보겠다고 하던데. 많은 인원도 필요 없고, 18명 정도면 평양 주석궁에도 들여보낼 수 있다 더만. 이미 12명은 규합이 됐고, 부대 이름도 `해미읍성`이라고 지었대. 허허, 그 부대장도 정해져 있대요. 여기 해미읍성 근처 어디에 산다고 하던데! 자네도 잘 아는 사람이래. 홍 소령이라고 하던가?”
“뭐, 홍 소령? 아니, 그 친구가! …”
*** ***
동해, 북한 원산항 동쪽 24Km 지점, 접속수역 해상.
어둠 속 해수면에 국적을 알 수 없는 잠수함 한 척이 부상해서 정박해 있다.
잠수함 함교의 해치가 열리고 십 수명의 검은 그림자가 바쁘게 움직이더니, 해병대용 고무보트 2대가 철썩이는 바닷물 위로 내려진다.
시커먼 복장에 검은 복면까지 뒤집어쓴 괴한들이 6명씩 고무보트에 올라탄다.
개인화기를 휴대한 괴한들이 모두 승선해서 엎드리더니 고무보트의 모터가 돌아가고, 보트는 속력을 내어 북서 방향 육지를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멀리 원산항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나타나고, 그 불빛이 목표지점을 알려주는 등대라도 되는 듯, 6명씩 올라탄 보트 2대는 그쪽을 향해서 질주해 나간다.
원산항에서 10여Km 떨어진 지점에 이르자, 보트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계속 항진해 올라간다.
약 6Km쯤 올라가자 멀리 서쪽 해안가에 불빛이 환히 비치는 작은 항구가 나타난다.
보트는 엔진을 끄고 괴한들은 신속하게 노를 저어서 불빛이 보이는 항구를 향해 나아간다.
항구에서 4Km 떨어진 지점에 이르자 항구의 환한 불빛 아래 크고 멋진 요트 한 척이 눈에 뜨인다.
이탈리아에서 무려 800만 달러(당시 93억 원)에 몰래 구입해 들여간 영국제 `프린세스 95MY`,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애완 요트이다.
여기는 바로 김정은이 태어난 고향인, 강원도 원산과 문천 사이에 있는 `602 초대소(특각)`이다.
요트 주변에 경비정 서너 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보인다. 경비정은 항구에서 4km 거리를 순회하며 외부 선박의 접근을 막는데, 야간에는 순찰하지 않는 모양이다.
항구에서 북쪽으로 넓고 긴 모래사장이 뻗어있고 작은 강이 바다로 흘러나온다.
김정은은 고향인 이 `602 특각`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해군 전대(함대)장들에게 팬티만 입혀 10Km 수영을 시킨 곳도 이 특각 앞바다이고, 군단장들을 불러다 사격경기를 시키며 군기를 잡은 곳도 이 특각 앞 백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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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느끼는 바이지만 참 대단하십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난정 작가님도 행복한 가을 맞이하세요~
@삼일 이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