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 왕의 전생경 개작 이야기>
비밀 지켜 얻은 빨간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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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 이창규
카필라카국의 판챠라 수도에 판챠라왕이 살고 있을 때 일입니다.
시장 마을의 바라문 집 근처에는 나무와 숲 속에 절이 있고, 그 주위에 커다란 폭포가 하나 있었습니다. 폭포 근처에는 먹을 것도 많고, 주위에 보석 동굴이 있다는 소문이 구구승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숭이와 소가 풍부한 먹이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끔 이곳을 지나는 고행자들이 수도를 위해 다녀가기도 하면서 과일이나 열매가 풍부 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보석 동굴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바라문 집에서 태어난 보살은 어릴 때부터 영특하고 학예에 능하여 일찍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폭포수를 등지고 있던 바라문 집에서 출가하여 어릴 때부터 영특한 대로 커서도 절 곁에 초막집 짓는 일로 고행자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초막집은 풀과 나무로 오두막 같은 집이었습니다.
벽은 주위에 널려 있는 흙으로 바르고, 방 안은 황토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지붕은 풀잎을 포개어 여러 겹으로 덮었습니다.
전화나 TV는 들여놓지도 않았고, 전기 불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초막집이었습니다.
밤에는 들기름으로 등잔불을 켜고 수도를 하였습니다.
보살님은 수도 물을 끌어넣지 않고, 흐르는 물이나 옹달샘 물과 같은 지하수를 마시면서 수도에 들어갔습니다.
보살님이 수도를 하여 큰 스님 되는 것이 소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폭포수와 그 위로 떠오르는 해님을 향해 빌었습니다.
그러하기를 일 천 여일이 지난 뒤, 어느 날 밤에 부처님이 홀연히 보살님 앞에 나타나더니,
“너 자신을 구하기 위한 정성과 마음이 갸륵하여 비밀히 일러 줄 것이 있으니, 잘 지켜내 어야 하느니라.”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비밀을 지키는 것은 물론, 물질적인 욕심일랑 아예 갖지 말라.”
고 말씀하였습니다.
“폭포수 중간 쯤 뒷 쪽으로 커다란 동굴이 하나가 있느니라,”
“입구가 좁아서 잘 보이지 않는 단다.”
“새벽 해뜨기 전에는 그 동굴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게 될 터이니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비밀히 청할 일이 있다고 하여라.”
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보살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아무도 모르게 동굴로 달려갔습니다.
주위가 아직은 어두컴컴하였지만 해님이 비스듬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보살님은 황급히 따라 들어갔습니다. 해님이 잠시 비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부처님이 말씀하신 폭포수 안쪽에는 입구가 좁아서 잘 보이지 않은 커다란 동굴이 하나가 있었는데, 안쪽이 너른 거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많은 보석 상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보석을 처음 본 보살님도 잠시 정신이 흐려졌습니다.
동굴 속을 흐르는 약수 한 그릇을 마시고는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빈손으로 동굴을 돌아 나오면서 보석에 대한 물질적인 욕망을 던져버려라.”
그러면 부끄러움과 두려움 또한 없어지고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니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비밀이니라,“
고 하는 말씀을 떠 올렸습니다.
“그것도 12년 동안 고행으로 비밀을 지켜 나와야 하느니라.”
그러면서 고행자로 수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부터 이 폭포 주위에는 보석이 있다는 동굴이 전설처럼 소문도 전해 오고 있긴 하였습니다. 만 부처님이 말씀하여 발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해님이 떠오를 때쯤에서 임금님이 우리 마을을 지나간다는 소식이 전해 온 것입니다. 어느 날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 하였습니다.
범여 왕은 약속 한 날에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보살님은 재사 역할을 하며 범여 왕을 안내할 수 있는 보살님 중에서는 지혜가 가장 뛰어났습니다.
그 날 비가 오는 데에도 보살님은 범여 왕을 기다려서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쯤에서 질퍽하게 내리던 비도 그쳤습니다.
해님이 황금빛 옷을 입고 동산으로 떠올랐습니다.
보살님이 합장 기도를 드리고 나자, 범여 왕은 제단 위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해님의 황금색 옷은 부처님의 옷과 같았습니다. 따라서 범여 왕도 부처님과 같이 보였습니다.
보살님은 허리 굽혀 범여 왕에게 여쭈었습니다.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보석에 대한 물질적인 욕망과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어졌음을 알고 비밀 또한 잘 지켜 나 왔음을 알고 왔느니라.“
하고 보살님을 칭찬하였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판챠라 백성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가 절과 산을 진동하였습니다.
박수소리가 판챠라 수도에도 울려 퍼졌습니다.
판챠라 백성들은 저마다 저렇게 위엄이 있고 인자한 범여 왕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보살님의 행동이나 활동이 백성들에게 귀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백성들은 또 웅성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걸 보고 보살님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조용히 하십시오.”
보살님은 임금님의 말씀을 경청하라고 백성들을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범여 왕은,
“여러분들 가운데에서 보살님처럼 마음이 착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물욕을 뿌리치고 비밀까지 지켜 나오는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데려가 수도 생활을 계속하도록 하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도 생활도 같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상은 ‘빨간 황소’ 한 마리와 큰 소 한 마리를 곁들여 모두 두 마리를 준다고. 하여
모두들 소원하였습니다.
그러자 또 웅성거렸습니다.
백성들은 보살님의 행동을 본받을 수 있도록 계속 같이 있게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범여 왕은 이번에는 보살님에게 상을 주고 다시 여러분들은 십 이년 뒤의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판챠라 백성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범여 왕에게 굳게 약속하였습니다.
남을 위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범여 왕은 말씀을 계속이었습니다.
“이곳은 여러분들이 살기 좋은 보금자리라는 것을 잘 보았노라.”
“서로 도우면서 모두가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하고 말했습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보살님은 수도도 열심히 하여 큰 스님이 되어 범여 왕으로부터 빨긴 황소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빨간 황소는 태양의 빛을 닮아 세상을 밝혀 주는 불덩이를 상징하는 소라는 것입니다.
큰 스님님이 된 보살님은 빨간 황소와 함께 더 큰 절로 옮겨 갔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르도록 거기서도 계속 수도하시다가 입적하셔서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빨간 황소도 큰 스님과 같이 살아가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 덕분으로 큰 스님따라 빨간 황소도 몇 년 뒤에 죽어 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국으로 먼저 간 큰 스님은 거기 천국에서 뜻밖에도 빨간 황소를 만났습니다.
남을 위하고 배려한 큰 스님은 물욕을 버리고 비밀을 잘 지켜, 은혜 보답으로 빨간 호아소를 만나 내세에서도 잘 살아 가게 되었습니다.
빨간 황소와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제 323화, 범여왕의 전생경 개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