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 유념해야 할 경기 규칙!
지난해 말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 포항스틸러스와 에스투디안테스의 경기를 기억하십니까? 우리의 월드컵 본선 상대인 아르헨티나를 에스투디안테스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포항스틸러스는 실력발휘를 하기도 전에 3명이나 퇴장을 당하며 어려운 경기 끝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심판판정의 성향이 어떤지 몰랐기 때문으로 풀이 할 수 있습니다. 이날 경기는 '카드캡쳐 로세티'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카드를 많이 뽑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로세티 심판이 주심을 맡았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K-리그에서 하던 거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이로 인해 돌아온 것은 경고누적으로 인한 퇴장뿐이었습니다. 이렇듯 FIFA 주관 대회 에서는 그 대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기규칙에 대한 강조사항이나 심판의 성향을 알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필자가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항의,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기규칙 12조 '반칙과 불법행위'를 살펴보면 경고성 반칙 7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말 또는 행동으로 항의한 경우'다. 이는 판정에 대해 주심이나 부심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항의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주심에게 건의를 하거나 판정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관없지만, 항의를 중지하라는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계속 항의하는 경우 또는 파울 판정 후 뒤돌아서서 제스처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는 가차 없이 경고를 받게 된다. 설령 판정이 잘못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선수들은 그것도 경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판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항의로 인해 경고를 받게 되면 경고누적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플레이가 위축될 수 있다. 이와 덧붙여 설명하자면 '주장은 선수들을 대표하여 심판판정에 항의할 수 있다'라는 잘못된 상식을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기규칙에 '주장은 경기규칙 하에 특별한 자격이나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나와 있다. 주장을 비롯한 어떤 선수에게도 심판 판정에 항의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판정항의에 대해 경고가 주어지는 것은 '주심의 판정은 최종적인 것'이라는 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월드컵대표팀의 출국 전 가진 규칙에 대한 교육에서도 판정 항의에 대한 경고는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해 전달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 안전을 해치는 행위
필자가 심판들에게 경기규칙을 강의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이라는 철칙이다. 선수, 팀 임원, 심판, 관중 등 축구 구성원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축구경기를 통한 '즐거움'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축구경기 규칙서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명시돼있다.
상대방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태클은 심한 반칙 플레이로 처벌해야 한다. 전방, 측면, 후방에서 상대 선수에게 한쪽 또는 양쪽 다리를 쭉 뻗어 상대 선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심한 반칙 플레이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태클은 퇴장성 반칙 7가지 중 하나인 '심한 반칙플레이'에 해당하여 퇴장 조치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 예선경기에서의 하석주 선수의 퇴장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상대가 예상할 수 없게 후방에서 들어오는 태클(백태클)을 퇴장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강조사항이었지만, 이제는 태클의 방향에 관계없이 발바닥을 들어 스터드를 보인 채로 들어오는 태클, 공과 상관없이 정강이·무릎·허벅지 등을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가격하는 행위 등을 모두 퇴장조치 하는 것으로 규칙이 바뀌었다.
특히 발바닥을 들어 스터드를 보인 채로 태클하는 동작은 아주 위험하다. 축구화의 스터드는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신체에 접촉되면 치명적인 부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경기규칙 12조의 '직접 프리킥' 10가지 항목 중 '볼을 향한 태클이 볼 보다 상대의 신체에 먼저 접촉되었을 때'라는 문구가 '상대를 태클하였을 때'로 바뀐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표팀 강의 시 우리 선수들에게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면 발을 접으라'고 당부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팔꿈치 가격도 마찬가지다. 헤딩을 하기 위한 점프 동작에서 팔꿈치를 써서 상대를 가격하는 것은 난폭한 행위로 퇴장조치 된다. 위 사진을 보면 데 로시 선수 (파란색 4번 선수)의 양 팔의 모양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왼 팔은 점프 동작 시 균형을 잡는 자연스러운 동작인데 반해 오른 팔은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기 위해 팔꿈치를 휘두르는 동작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상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태클, 팔꿈치 가격 등은 축구의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를 저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장이라는 엄격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명백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는 반칙
마지막으로는 명백한 득점기회를 무산시키는 반칙이다. 경기규칙 12조의 '퇴장성 반칙'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의도적으로 핸드볼로 상대팀의 득점 또는 명백한 득점기회를 저지할 경우 ▶프리킥 또는 페널티킥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반칙으로 골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상대 선수의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시킨 경우
이 두 가지 경우에서 ‘반칙의 강도’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를 잡아당기거나 미는 반칙이 아주 약한 강도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반칙의 성격이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이라면 퇴장을 주는 게 옳다.
필자는 지난 5월 20일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을 대상으로 항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 명백한 기회를 무산시키는 반칙 등 세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경기규칙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이 강조사항 뿐 아니라 월드컵에 참가하는 심판들의 성향도 분석하고 경기 중에 활용하면 좋은 경기규칙들을 강의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24일 있었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일어난 이청용 선수의 거친 태클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발을 들어 상대 종아리를 향했고, 스피드 역시 빨라 상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태클이었기 때문이다.
정리=김형준 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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