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떤 보시자가 나무 한 짐과 밀가루 반 말을 짊어지고 미라래빠의 동
굴로 찾아왔다. 그는 옷을 넉넉히 입지 않아 매우 추워 보였다. 그는 미라래빠
에게 말하였다.
"스승이시여, 락마는 남부에서 가장 추운 지방이고, 이곳은 락마에서도 가
장 추운곳입니다. 추위를 피하시도록 털옷과 예물을 드릴 테니 받아주십시오."
미라래빠는 물었다.
"사랑하는 자여,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라바자와라고 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이름이구나. 그대의 예물, 매우 고맙지만 나에게는 밀가루도
털옷도 필요치 않다. 그대가 정히 원한다면 밀가루 푸대는 받을 수 있지만, 털
옷은 진정 필요치 않다."
미라래빠는 그 이유를 노래하였다.
마음이 혼란한 자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미아와도 같아
여섯 세계(六道)를 방황하네.
미망의 업에 사로잡혀
무수한 환영을 보고
끝없는 감각에 탐닉하네.
때로 나는 거짓된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장만하기도 하네.
때로는 공들여서 건물도 짓고
때로는 돌을 먹는 고행도 하네.
때로는 공성(空性)의 음식을 먹고
때로는 세상 음식을 끊기도 하네.
목마를 때면 맑은 물을 마시지만
때로는 타액에 의지하기도 하네.
대자대비의 샘물 자주 마시고
신들의 감로수를 마시기도 하네.
때론 추위를 느껴
생명 에너지 2대 통로 옷을 입네.
내부열 행법은
열(熱)과 황홀한 기쁨을 주네.
때로는 은둔 생활에 기분 전환 필요해
친구와 함께 살고 싶으면
각성(覺腥)의 지혜를 친구삼네.
또한 열 가지 덕스러운 밝은 행을 행하고
실체(實體)의 참지식을 명상하여
스스로 빛나는 마음을 분명히 아네.
나는 명상자 미라래빠,
참지식의 보석으로 장식했나니
사람들 가운데 사자(獅子)라네.
유능한 승일자요, 명상의 통달자는
설산에 은둔하며 수행하네.
공덕의 열매 거둔
명상자 미라래빠는
사람들 가운데 호랑이라네.
깨달음의 마음 세 번 각성시켜
방편과 지혜의 차별 없음에 미소지으며
찬란한 구원의 계곡 우거진 숲에 살면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열매 거두네.
나는 명상자 미라래빠,
사람들 가운데 독수리라네.
뚜렷한 생기행(生起行)의
힘찬 양날개 지니고
안정된 원만행(圓滿行)의 날개짓하며
둘이면서 하나(二卽一)인 진여의 창공을
높이 솟아오르네.
하여 초월 진리의 동굴 속에 잠드네.
나와 남을 유익케 하는 열매를 거두나니
미라는 사람중의 사람이라네.
미라는 형상의 참모습을 보는 자.
훌륭하고 충고를 주는자,
속성(屬性)조차 사라진 수도자라네.
미라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자요.
양식 없는 걸식 수행자요.
옷 없는 벌거숭이요,
보석지니지 않은 거지라네.
머리 둘 곳 없는 자요.
바깥 일을 걱정하지 않는 자라네.
하지만 모든 수행의 통달자라네.
미치광이처럼 미라는
죽음이 와도 행복하네.
일체를 소유하지 않고
일체를 원하지 않나니.
재물을 얻으려는 행위는
질투와 분노를 유발하네.
보시자를 괴롭히고
잘못된 길로 나아가게 하네.
명상자에게는 모든 것이 멋지고 장엄하도다!
자비심과 축복하는 마음을 지녔거든
보시자여! 그대가 원하는 보시를 하라.
그대는 행복하고 번창할진저!
건강하고 평안하고 장수할진저!
내생에 붓다의 정토(淨土)에 태어나
진리를 수행하며 만인을 위해 헌신하여라!
노래를 듣자 그에게는 스승을 향한 깊은 신심이 우러나왔다.
"선생님은 성취한 수도자이시므로 이런 것들이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여기에 머무시는 것은,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 세상들을 유
익케 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예물을 받아주
십시오."
그 이후 미라래빠가 '깨달음의 동굴'에 머무는 동안, 이 보시자는 계속 훌륭
한 음식과 식량을 공양하였다. 미라래빠는 지고한 명상의 기쁨에 젖어 한동안
거기 머물렀다.
어느날 락마의 몇몇 주민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여쭈었다.
"선생님, 이 장소가 좋습니까? 여기에 머무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그렇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이 은둔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들은 다시 여쭈었다.
"왜 이곳이 그렇게 마음에 드십니까? 여기에 사시면서 행복한 이유는 뭡니
까?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세요."
미라래빠는 응답으로 노래하였다.
여기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깨달음의 동굴.
위로는 신들의 거처인 설산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발 아래 까마득한 마을에는
신실한 신도들이 살아가고,
사방을 에워싼 봉우리에는
백설이 가득 쌓여 있네.
앞에는 소원 성취의 나무들이 울창하고
골짜기 사이사이 초원에는 야생꽃이 활짝 피고
달콤한 향기 찾아 연꽃 위에는 벌나비떼 잉잉거리고
굽이진 강둑과 호수 위에는
흰 두루미들이 긴 목을 늘어뜨리고
아름다운 정경에 도취되어 있네.
나뭇가지 사이로 산새들이 노래하고
수양버들은 미풍에 하늘거리네.
나무 꼭대기에 원숭이들 매달려 즐거워하고
양떼가 흩어져 풀을 뜯는 목초지에서
생기에 넘쳐나는 목동들의
아름다운 갈대피리 소리.
욕망과 갈망에 불타는 세속 사람들은
세사(世事)에 얽매여 대지의 노예가 되었도다.
명상자 미라래빠는
빛나는 보석 바위에 홀로 앉아
이 모든 걸 내려다보네.
그들을 지켜보면서
일체가 흐르는 물처럼 무상함을 깨닫도다.
그들을 응시하면서 나는 깨달았네.
위안과 쾌락은 다만 환영이요, 물에 비친 그림자임을.
인생은 요술 같고 꿈속 같아라.
내 가슴속에서 대자비심이 용솟음치도다.
이 같은 진리에 어두운 중생을 향하여.
나의 음식은 우주의 공성(空性)이요
나의 명상은 흩어진 마음 너머에 있는 일념이네.
무수한 영상과 다양한 느낌이
눈앞에 펼쳐지나니
윤회의 현상계는 참으로 기묘하여라!
삼곔(三界)의 진리는 진실로 즐겁나니
오, 얼마나 경이롭고 놀라운가!
본질은 텅 비어 있으나,만물은 현현되고 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매우 기뻐하며 더욱 깊은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지극한 절을 올린 후 기쁨에 겨워 집으로 돌아갔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락마에 머물 때의 첫번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