杞나라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근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침식도 폐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렇게 근심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그를 설득시켰다. 하늘은 사방에 기운이 쌓인 곳이고 땅은 사방에 덩어리가 쌓인 곳이기 때문에 무너지거나 꺼질 염려가 없다고 하자, 근심하던 사람이 안심을 하며 웃었다. 그러자 장려자(長廬子)란 사람이 그 대화를 듣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하늘에 쌓인 기운과 땅에 쌓인 덩어리가 어째서 무너지거나 꺼지지 않겠는가? 천지도 공간에 있는 一物로 가장 큰 것일 뿐이기 때문에 끝나고 마치기 어렵고 헤아리고 알기 어려울 뿐 언젠가 무너질 때가 되면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천지가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杞나라 사람의 걱정을 풀어주려고 한 사람의 의견을 비판한 것이다. 천지가 무한한가 유한한가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대목인데 杞나라 사람은 유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로하던 사람은 무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다시 비판한 장려자는 유한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열자(列子)가 이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말하였다. "천지가 무너진다고 하는 것도 그르고 천지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그르다.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 지는 내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무너지는 하나의 일이고 무너지지 않는 것도 무너지지 않는 하나의 일로 저것은 저것이고 이것은 이것이다. 살았을 땐 죽음을 모르고 죽어서는 삶을 모른다. 그러니 무너지든 안 무너지든 내가 뭣 하러 마음을 쓰겠는가!" 이상이 열자의 이야기이다. 이제 인간에게 천지는 장려자의 말처럼 기우(杞憂)가 아닌 원려(遠慮)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