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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자료(글공부. 그림공부) 스크랩 孫過庭의 <書譜> 全文과 해설
홍인 추천 0 조회 36 15.05.30 08:5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孫過庭 ‘書譜’의 全文과 해설

일본 이현사에서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출판된 칼러판 서보를 새로 구입하여, 올 여름 한철 내내 서보 읽기에 힘썼다.

그리고 임서도 여러번 해 보았다.

인터넷상의 서예관련 카페나 블로그에 소개된 서보 전문이나 해설문도 많지만 너무나도 엉망진창으로 퍼 옮겨놓은 자료들이 대부분이고, 주역서로 출판된 것도 있지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름대고 정성을 들여 해석하고 설명하면서 공부한 내용이다. 

물론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관심있는 분들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손과정 서보 앞부분>

 

 

夫自古之善書者 漢魏有鍾張之? 晉末稱二王之妙。

부자고지선서자 한위유종장지절 진말칭이왕지묘.

王羲之云 頃尋諸名書 鍾張信爲?倫 其餘不足觀。

왕희지운 경심제명서 종장신위절륜 기여부족관

可謂鍾張云沒 而羲獻繼之。

가위종장운몰 이희헌계지.

 

- 예로부터 글씨 잘 쓰는 者로는, 漢魏 때에 鍾繇와 張芝가 서예의 絶(빼어남)이 있다고 하고, 晉末에는 2王(王羲之와 王獻之 父子)의 妙(절묘함)를 일컫는다.

- 王羲之가 말하기를 내가 요즘 여러 書家들의 작품을 탐구해 보니, 鍾繇와 張芝는 진실로 絶倫하다고 할 것이며 그 밖에는 볼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 그러므로 鐘繇와 張芝의 死後에는 王羲之와 獻之 父子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할 만하다.

 

又云 吾書比之鍾張 鍾當抗行 或謂過之 張草猶當雁行。

우운 오서비지종장 종당항행 혹위과지 장초유당안행.

然張精熟 池水盡墨 假令寡人耽之若此 未必謝之。

연장정숙 지수진묵 가령과인탐지약차 미필사지.

 

- 王羲之가 또 말하기를, 나의 글씨를 鐘繇와 張芝에 비교하면 鍾繇와는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거나 혹은 내가 우위에 있을지 모르나, 張芝의 草書에는 내가 미치지 못한다.

- 그러나 張芝가 精熟(정미,숙련)한 것은 못의 물이 전부 새까맣게 될 만큼 노력을 많이 한 때문이다. 가령 내가 그토록 맹연습을 했다면 張芝에 미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라고 말했다.

 

此乃推張邁鍾之意也。

차내추장매종지의야.

考其專擅 雖未果於前規 ?以兼通 故無慙於?事。

고기전단 수미과어전규 척이겸통 고무참어즉사.

 

- 이 말은 곧, 그가 張芝는 높혔지만, 鐘繇에 대해서는 자기가 優位라는 뜻이다.

- 鍾繇와 張芝가 한가지로 전공한 書體를 고려하면, 비록 전공한 분야에서는 王羲之가 그들의 솜씨를 넘을 수 없지만, 王羲之는 둘의 長點을 모아 함께 能通함으로 卽事(그들의 서예)에 대해 거론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으리라는 것이다.

 

評者云 彼之四賢 古今特? 而今不逮古 古質而今?。

평자운 피지사현 고금특절 이금불첩고 고질이금연.

 

- 評者들은 말하길, 저들 4賢(鍾繇, 張芝, 羲之, 獻之)은 古今의 서예에 있어 特出하고 絶倫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서예가 옛날의 서예에 미치지 못하니, 옛 서예는 質朴함을, 오늘의 서예는 姸美함을 崇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夫質以代興 ?因俗易。

부질이대흥 연인속역

雖書契之作 適以記言 而淳?一遷 質文三變 馳?沿革 物理常然。

수서계지작 적이기언 이순리일천 질문삼변 치무연혁 물리상연.

 

- 대개 質朴함은 시대에 따라 일어나고, 姸美함도 세속에 따라 바뀐다.

- 書契(글씨)는 단지 말을 표기하기 위해 지은 것이지만, 淳?(淳은 醇으로 진한 모주를 뜻하고, ?는 묽은 술임, 그래서 풍속과 인정의 야박함과 순박함을 의미함)는 한결같이 바뀌고, 質文(質朴함과 세련됨)도 연이어 변천을 거듭하는 것이므로, 분주하게 옛 것을 답습하고 새롭게 변혁하는 것은 사물의 당연한 이치이다.

 

貴能古不乖時 今不同弊 所謂 文質彬彬 然後君子。

귀능고불괴시 금부동폐 소위 문질빈빈 연후군자

何必易雕宮於穴處 反玉輅於椎輪者乎

하필역조궁어혈처 반옥로어추륜자호

 

- 古法을 배우되 시대에 違背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금의 時代를 따르되 時流의 폐단에 雷同하지 않는 것이 소위 ‘文質彬彬한 연후에 君子’라는 논어의 말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文質彬彬 然後君子”은 論語 第六 雍也篇에 나오는 구절로 文(형식이나 꾸밈)과 質(바탕이나 본래의 질박함)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 군자라는 말임.

- 그러니, 어찌 반드시 雕宮(담벼락을 조각한 화려한 집)을 穴處(오두막집)로 바꾸며, 玉輅(옥장식한 수레)를 椎輪(허술한 달구지)으로 바꾸어 탈 필요가 있겠는가.

 

又云 子敬之不及逸少 猶逸少之不及鍾張。

우운 자경지불급일소 유일소지불급종장

 

- 또 評者는 말하기를 子敬(王獻之)이 逸少(王羲之)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마치 逸少가 鍾繇와 張芝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意者以爲評得其綱紀 而未詳其始卒也。

의자이위평득기강기 이미상기시졸야.

且元常專工於?書 伯英尤精於草體,

차원상전공어예서 백영우정어초체

 

- 내가 생각컨대는, 이 評은 대강에 있어서는 맞는 말이나 그 始末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元常(鍾繇의 字)은 隸書(지금의 楷書)에 뛰어 났고, 伯英(張芝의 字)은 草書가 精妙했다.

 

彼之二美 而逸少兼之。

피지이미 이일소겸지.

擬草則餘眞 比眞則長草 雖專工小劣 而博涉多優。總其終始 匪無乖互。

의초즉여진 비진즉장초 수전공소열 이박섭다우. 총기종시 비무괴호.

 

- 鍾繇와 張芝가 두 가지 서체에 각각 뛰어났으나, 王羲之는 둘의 뛰어남을 다 겸비했다.

- 草書를 비교하면 張芝의 草書에 비해 逸少의 草書는 眞書(楷書)의 장점을 갖추었고, 眞書(楷書)를 비교하면 張芝의 眞書에 비해 逸少의 眞書에는 草書의 장점이 드러난다. 비록 두 사람의 전문적인 書體는 조금 못 미칠지라도 王羲之는 各體를 두루 섭렵함에 있어서 뛰어난 점이 많다. 따라서 始終을 종합해 볼 때 乖互(評論家의 誤謬)가 없는 것이 아니다.

 

謝安素善尺牘 而輕子敬之書。

사안소선척독 이경자경지서.

子敬嘗作佳書與之 謂必存錄 安輒題後答之 甚以爲恨。

자경상작가서여지 위필존록 안첩제후답지 심이위한.

 

- 謝安은 본래 尺牘(行書나 草書)을 잘 썼는데 子敬(獻之)의 글씨를 경시했다.

- 獻之가 솜씨껏 잘 쓴 편지글을 謝安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잘 보관하여 두려니 여겼는데, 謝安이 子敬이 보낸 佳書에다 대수롭지 않은 듯 답글을 적어 바로 되돌려 보냈다. 子敬은 몹시 섭섭하게 여겼다.

* 謝安 : 字는 安石, 王羲之의 蘭亭序에도 등장하는 인물, 王羲之보다 9세 아래고 獻之보다는 24세 많다. 서예에 뛰어남.

* 尺牘 : 원래 편지글이란 의미나, 여기서는 편지글에 주로 쓰이는 行書나 草書를 가리킴.

 

安嘗問敬 卿書何如右軍 答云 故當勝。

안상문경 경서하여우군 답운 고당승.

安云 物論殊不爾。子敬又答 時人那得知

안운 물론수불이. 자경우답 시인나득지

 

- 謝安이 子敬에게, 그대의 글씨와 右軍(王羲之)의 글씨를 비교하면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子敬이 답하기를, 물론 내가 더 났다라고 답했다.

- 謝安이 말하길, ‘物論(뭇사람의 평론, 世間의 評)은 매우 그렇지 않다’ 라고 하자, 子敬이 다시 답하길, 時人(今時之人,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했다.

* 不爾는 不然의 의미

 

敬雖權以此辭折安所鑒 自稱勝父 不亦過乎

경수권이차사절안소감 자칭승부 불역과호

且立身揚名 事資尊顯 勝母之里 曾參不入。

차입신양명 사자존현 승모지리 증삼불입.

 

- 子敬의 말이 비록 謝安의 鑑識眼을 꺾기 위한 임시방편의 말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父親보다 더 낫다고 한 것은 잘못이 아니겠는가.

- 더구나 立身揚名은 곧 先祖를 後世에 빛나게 하는 것이고, ‘勝母(어머니를 이기다)’라는 이름의 마을에는 曾參(曾子, 효성이 지극함)은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以子敬之豪翰 紹右軍之筆札 雖復粗傳楷則 實恐未克箕?。

이자경지호한 소우군지필찰 수부조전해칙 실공미극기구.

況乃假託神仙 恥崇家範 以斯成學 孰愈面牆

황내가탁신선 치숭가범 이사성학 숙유면장

 

- 獻之의 豪翰(豪는 毫, 서예 또는 筆法이란 의미)은 右軍(王羲之)의 筆札(書法)을 이어받았고, 비록 楷則(法則)을 대략으로 傳受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은 아마도 箕?(家業을 말함, 여기서는 서예의 眞髓을 이어받음)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 그런데도 神仙에게 假託(빌려 얻음)받은 것이라 하면서 家範(家學)을 부끄럽게 여기는 태도로 수학(修學)하였으니, 어찌 面墻(論語句, 벽을 마주한 것과 같이 보이는 것이 없음, 無學 또는 見識의 천박함)보다 나을 수 있겠는가.

* 王獻之의 ‘論書表’에 자신의 글씨가 王羲之에게 전수받은 것이 아니라 神仙으로부터 전수받았다는 의미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臣年二十 隱林下 有飛鳥 左手持紙 右手持筆 惠臣 五百七十九字”

 

後羲之往都 臨行題壁。子敬密拭除之 輒書易其處 私爲不惡。

후희지왕도 임행제벽. 자경밀식제지 첩서역기처 사위불오(악).

羲之還見 乃歎曰 吾去時眞大醉也 敬乃內慙。

희지환견 내탄왈 오거시진대취야 경내내참.

 

- 그 후 羲之가 都城에 가면서 떠날 때 벽에 글씨를 써 놓았는데, 子敬(獻之)이 몰래 그 글씨를 지우고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의 글씨로 바꿔 써 놓고 마음속으로 부끄럽지 않다고 여겼다.(또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 羲之가 돌아와 이것을 보고 歎息하여 말하기를, 내가 떠날 때 무척 취했나보구나, 라고 하였고, 子敬은 이에 속으로 부끄러워했다.

 

是知逸少之比鍾張 則專博斯別 子敬之不及逸少 無或疑焉。

시지일소지비종장 즉전박사별 자경지불급일소 무혹의언.

 

- 이것은 羲之를 鐘繇와 張芝에 비교해보면 한 가지 서체를 전공한 경우와 博涉한 경우와 같은 구별이 있으나, 子敬이 逸少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余志學之年 留心翰墨 味鍾張之餘烈 ?羲獻之前規 極慮專精 時逾二紀。

여지학지년 유심한묵 미종장지여열 읍희헌지전규 극로전정 시유이기.

有乖入木之術 無間臨池之志。

유괴입목지술 무간임지지지.

 

- 나는 志學之年(15세, 論語句)부터 書藝에 마음을 두어 鐘繇와 張芝의 餘烈(남긴 공적이나 업적, 遺作)을 玩味하고 또한 羲之와 獻之의 前規(筆法)을 깊이 생각하며 정신을 집중하여 본받아 보기를 24년이 지났다.

- 이제 王羲之의 入木之術(王羲之와 같은 깊은 경지의 書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張芝의 臨池之志(張芝의 부단한 노력, 墨池의 노력) 만큼은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觀夫懸針垂露之異 奔雷墜石之奇 鴻飛獸駭之資 鸞舞蛇驚之態

관부현침수로지이 분뢰추석지기 홍비수해지자 난무사경지태

?岸頹峰之勢 臨危據槁之形

절안퇴봉지세 임위거고지형

 

- 저 4賢들의 글씨에서 懸針垂露之異(세로획 중 懸針과 垂露의 차이), 奔雷墜石之奇(번개가 달리고 바위가 떨어진 모양과 같은 획의 기묘함), 鴻飛獸駭之資(고니가 날고 짐승의 놀라는 것과 같은 劃의 자세, 資는 姿의 假借), 鸞舞蛇驚之態(난새의 춤과 뱀이 놀라는 것과 같은 모양), 絶岸頹峯之勢(끊어진 언덕와 무너지는 봉우리와 같은 태세), 臨危據槁之形(위태롭고 마른가지에 걸린 듯한 획의 형태)등을 보면,

* 이 6구절은 글자의 기묘한 획모양에 대해 묘사한 것으로, 구체적인 획의 모양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임. 예를 들면 奔雷墜石의 경우, 奔雷는 일명 ‘갓머리’라고 하는 집멱자의 윗점, 墜石은 然의 아래부수인 連火點의 모양을 가리킴.

 

或重若崩雲 或輕如蟬翼 導之則泉注 頓之則山安

혹중약붕운 혹경여선익 도지즉천주 돈지즉산안

纖纖乎似初月之出天涯 落落乎猶衆星之列河漢

섬섬호사초월지출천애 락락호유중성지열하한

同自然之妙有 非力運之能成

동자연지묘유 비력운지능성

 

- 장중하기가 구름이 무너지는 모양과 같기도 하고 가볍기가 매미의 날개 같기도 하고, 필세가 통창하게 이어지는 것이 샘물의 흐름과 같으며, 누르는 필세의 鈍重함은 山자락의 자세처럼 편안하다.

- 섬세하기는 초승달이 하늘가에 걸린 것 같고, 획이 듬성듬성 흩어진 모양은 뭇별이 河漢(銀河水)에 벌려져 있는 것과 같다.

- 이는 자연의 妙有와 같아서 힘만 써서 運筆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信可謂智巧兼優 心手雙暢 翰不虛動 下必有由。

신가위지교겸우 심수쌍창 한불허동 하필유유.

一?之間 變起伏於峯? 一點之內 殊?挫於豪芒。

일획지간 변기복어봉초 일점지내 수뉵좌어호망,

 

- 진실로 智慧와 技巧가 兼하여 뛰어나서 마음과 손이 함께 暢達되고, 붓이 헛되이 움직이지 않고 下筆(落筆, 붓을 들어 획을 그음)에는 반드시 연유가 있어야 한다.

- 一劃 속에도 峯?(붓끝, 筆鋒, 峯은 鋒)에 기복의 변화가 있고, 한 點 안에서도 豪芒(붓끝, 豪는 毫)에 ?挫(?은 鋒回, 挫는 頓을 의미함)가 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

 

況云積其? 乃成其字 曾不傍窺尺? 俯習寸陰

황운적기획 내성기자 증불방규척독 부습촌음

引班超以爲辭 援項籍而自滿 任筆爲體 聚墨成形

인반초이위사 원항적이자만 임필위체 취묵성형

心昏擬效之方 手迷揮運之理 求其?妙 不亦謬哉

심혼의효지방 수미휘운지리 구기연묘 불역류재

 

- 하물며 點?을 긋기만 하면 바로 글씨가 되는 것으로 말하면서, 일찍이 尺?을 傍窺(두루 탐구함, 傍은 旁)하고 寸陰(짧은 시간)이라도 몰두하여 익히지 않고,

* 尺? : 古人의 筆札, ?은 牘

- 班超를 例로 들어 변명으로 삼고 項籍의 자만함을 끌여들어, 함부로 붓을 들어 서체를 만들고 제멋대로 먹을 찍어 글자의 形象을 이루면서,

* 引班超以爲辭 : 班超는 漢나라 장수, 班固의 동생으로 먹냄새나 맡는 공부보다는 戰功을 세워 封侯가 될 포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함. 辭는 言辭이나 여기서는 辨明의 의미임.

* 援項籍而自滿 : 項籍은 項羽, 項羽가 글은 이름만 쓸 수 있으면 되고, 병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함.

- 마음은 擬效之方(옛사람의 筆札을 헤아리고 본받는 방법)에 어둡고, 손은 揮運之理(運筆하는 이치)에 다다르지도 못하고서 그 姸妙함을 얻고자 하는 것은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然君子立身 務脩其本。

연군자입신 무수기본.

楊雄謂 詩賦小道 壯夫不爲。況復溺思毫釐 淪精翰墨者也

양웅위 시부소도 장부불위 황부닉사호리 윤정한묵자야

 

- 그러나 君子의 立身은 脩身(脩는 修)에 힘쓰는 것을 根本으로 삼아야 한다.

* 論語 學而篇, ‘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란 구절이 있다.

- 揚雄(漢의 학자)은 詩賦는 小道요, 丈夫의 할 바가 아니다, 라고 하였는데, 하물며 豪釐(붓끝, 즉 서예를 말함. 豪는 毫)에 耽溺하여 翰墨(서예)에 정신이 빠져있는 사람이야 더 말할 바가 있겠는가 만은,

 

夫潛神對奕 猶標坐隱之名 樂志垂綸 ?體行藏之趣

부잠신대혁 유표좌은지명 낙지수륜 상체행장지취.

?若功宣禮樂 妙擬神仙 猶挺埴之罔窮 與工?而?運。

거약공선예악 묘의신선 유선식지망궁 여공로이병운.

 

- 精神을 집중하여 바둑을 두면서 오히려 坐隱(벼슬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 은거함)이란 이름으로 표방하고 垂綸(낚시질)에 뜻을 두고 즐기면서 行藏之趣(隱居하는 운치)를 체험한다고 하는데,

* 世說新語 巧藝편에 ‘晉代의 王坦之는 바둑으로 坐隱을 삼았고, 高僧 支遁은 바둑으로 手談을 하였다(王中郞以圍棋爲坐隱 支公以圍棋爲手談)’라는 말이 있음, 이로서 ‘坐隱’과 ‘手談’은 바둑의 별칭이 됨

* 論語 述而篇, ‘用之則行 舍之則藏’, 여기 ‘行藏’에는 藏(隱居)의 의미만 새김

- 하물며 書의 功效는 禮樂을 펼치고 書의 妙味는 神仙의 경지에 비김과 같으니, 찰흙을 섞어 질그릇을 만드는 묘법의 罔窮(無窮)함과 대장장이가 풀무와 망치를 함께 운용하여 器物을 만드는 기묘한 이치와 같이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 挺은 ?(부드러운 흙 선)

 

好異?奇之士 翫體勢之多方 窮微測妙之夫 得推移之奧?。

호이상기지사 완체세지다방 궁미측묘지부 득추이지오색.

著述者假其糟粕 藻鑒者?其菁華 固義理之會歸 信賢達之兼善者矣。

저술자가기조박 조감자읍기청화 고의리지회귀 신현달지겸선자의.

存精寓賞 豈徒然與

존정우상 기도연여

 

- 특이한 글씨를 좋아하고 기이한 표현을 숭상하는 사람은 體勢(글자의 형태와 기세)의 여러 방법을 익숙하게 체득하나, 은미한 이치를 궁구하고 정묘한 법도를 헤아리는 사람은 推移(運筆에서 緩急과 抑揚의 變化)의 深奧하고 隱微한 이치를 터득한다.

- 서법에 대해 저술하는 사람은 糟粕(前代의 쓸모없는 이론)에 의지하여 피상적인 것이 많으나, 감상과 품평을 잘 하는 사람(藻鑑, 品藻鑑識)은 서예에 내재된 진정한 精髓(菁華는 精華)를 얻을 수 있다. 참으로 마땅한 도리에 귀결되는 것은 진실로 賢達(현명함과 통달함)한 사람의 이론과 실기의 뛰어남이다.

- 훌륭한 작품을 남겨 후세의 뛰어난 사람에게 감상하게 하는 것이 어찌 헛된 일이겠는가.(與는 歟)

 

而東晉士人 互相陶?。

이동진사인 호상도쉬.

至於王謝之族 ?庾之倫 縱不盡其神奇 咸亦?其風味。

지어왕사지족 치유지륜 종부진기신기 함역읍기풍미.

去之滋永 斯道愈微。

거지자영 사도유미

 

- 東晋의 사대부들은 서로 감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다.

* 陶?는 陶冶, ? 담금쉬, 물들 쉬

- 王씨와 謝씨, 그리고 ?씨와 庾씨 등, 族門의 名望家에 이르러서는 비록 神奇(서법의 신묘하고 기이한 이치)의 경지를 다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모두들 서예의 훌륭한 風格을 지니고 있었지만,

- 그 시기(東晋)를 지나 더욱 멀어질수록 斯道(서예)는 점점 쇠미해졌다.

* 東晋의 4대 名門의 주요 名望家

· 8王 : 王導, 王邵, 王恬, 王洽, 王珉, 王羲之, 王獻之, 王?

· 3謝 : 謝尙, 謝赫, 謝安

· 6? : ?鑒, ??, ?曇, ?超, ?儉, ?恢

· 4庾 : 庾亮, 庾?, 庾翼, 庾準

 

方復聞疑稱疑 得末行末 古今阻? 無所質問

방부문의칭의 득말행말 고금조절 무소질문

設有所會 緘秘已深 遂令學者茫然 莫知領要

설유소회 함비이심 수령학자망연 막지령요

徒見成功之美 不悟所致之由。

도견성공지미 불오소치지유

 

- (이 때문에 지금의 學書者들은) 바야흐로 다시 書法에 대해 의문나는 바를 듣고도 그 의심스러운 내용을 따를 수밖에 없고, 末類(지엽적이고 피상적인 바)를 얻고도 그렇게 행하게 되었다. 옛날(東晉시기)과 지금(唐代)이 阻絶(斷絶)되어 質正하여 물을 곳도 없게 되었다.

- 설사 서예의 묘법을 깨우쳐서 精通한 사람이 있다 해도 입을 다물고(緘은 緘口) 秘訣로 여기는 실정이 이미 심해졌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들은 茫然(無知)하게 되어 서법의 요령에 대해서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단지 先代의 書家들이 이룬 아름다운 風格만 볼 수 있고, 그런 경지에 다다른 緣由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或乃就分布於累年 向規矩而猶遠 圖眞不悟 習草將迷。

혹내취분포어누년 향규구이유원 도진불오 습초장미.

 

- 어떤 사람은 여러해 동안 分布(間架結構와 布置, 章法)에 대하여 탐구하고 規矩(서예의 법도)를 지향하였지만 오히려 멀어졌다. 眞書(楷書)를 쓰면서도 眞書의 법도도 깨우치지 못하면서 草書를 익히니 갈수록 迷惑함만 더해진다.

 

假令薄解草書 粗傳?法 則好溺偏固 自?通規。

가령박해초서 조전예법 즉호익편고 자애통규

?知心手會歸 若同源而異派 轉用之術 猶共樹而分條者乎

거지심수회귀 약동원이이파 전용지술 유공수이분조자호

 

- 가령 草書를 조금 깨치고 隸書技法을 대략 傳受하였다 해도 好溺偏固(개인적인 취향에 편향되어 빠지기를 좋아하다)로 제 스스로 통상적인 法度를 익히는데 妨害가 될 뿐이다. 어찌 心手(정신과 기법)의 일치함이 마치 같은 水源에서 다른 물줄기가 갈라지는 것 같고, 轉筆(草書에서의 轉折)과 用筆(楷書의 結構와 布置)의 技法도 흡사 같은 나무줄기에서 가지가 나뉘는 것과 같다는 理致를 알겠는가.

 

加以趨變適時 行書爲要 題勒方? 眞乃居先。

가이추변적시 행서위요 제륵방복 진내거선.

草不兼眞 殆於專謹 眞不通草 殊非翰札 眞以點?爲形質 使轉爲情性

초불겸진 태어전근 진불통초 수비한찰 진이점획위형질 사전위정성

草以點?爲情性 使轉爲形質。

초이점획위정성 사전위형질

 

-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재에 적절한 글씨는 行書가 요긴하고, 題額이나 碑文, 方幅(본문의 ?은 幅과 통함, 方形의 箋冊을 가리킴, 古代에 詔令이나 上奏文은 모두 이러한 方形의 箋冊을 사용함으로 여기에서는 ‘중요한 문서’를 의미함) 등을 쓸 때는 眞書가 우선이 된다.

- 草書를 익히는데 眞書을 겸하지 않는다면 專謹함(專一謹愼, 단정함)을 잃고(殆는 怠와 통하여 잃다는 의미), 眞書를 익히는데 草書의 기법을 알지 못한다면 결코 翰札(좋은 글씨)이 아니다. 眞書는 點?으로서 形質(자형의 바탕)을 삼고, 使轉(運筆에서 轉折과 呼應)으로서 情性(글씨의 외연 표현)을 삼는다. 그리고 草書는 點?으로서 情性을 삼고, 使轉으로서 形質을 삼는다.

 

草乖使轉 不能成字 眞虧點? 猶可記文。廻互雖殊 大體相涉。

초괴사전 불능성자 진휴점획 유가기문 회호수수 대체상섭.

 

- 草書가 使轉을 어기면 글씨를 이룰 수 없지만, 眞書에서 點?이 어그러지더라도 문장을 기록할 수는 있다. (草書와 楷書는) 點?과 使轉에서 形質과 情性이 서로 다르지만, 대체로 서로 연관이 있다.

 

故亦傍通二篆 俯貫八分 包括篇章 涵泳飛白。

고역방통이전 부관팔분 포괄편장 함영비백.

若毫釐不察 則胡越殊風者焉。

약호리불찰 즉호월수풍자언.

 

- 그러므로 (書學者들은) 二篆(大篆과 小篆)을 두루(傍은 旁으로 博의 의미임) 이해하고 八分(漢代의 隸書)를 꿰뚫어 알고, 篇章(章草)를 포괄하고 飛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 만약 조금이라도 소홀히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면, 북쪽의 胡와 남쪽의 越지방의 風俗이 다르듯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 飛白 ; 後漢의 蔡邕이 목수가 성긴 붓으로 白土를 칠하는 것 보고 만든 서체인데, 빠른 붓놀림으로 획사이에 공백이 드러나는 글씨임. 주로 궁궐 편액에 많이 사용했다고 함

 

至如鍾繇?奇 張芝草聖 此乃專精一體 以致?倫。

지여종요예기 장지초성 차내전정일체 이치절륜

伯英不眞 而點?狼藉 元常不草 使轉縱橫。

백영부진 이점획낭자 원상불초 사전종횡

自?已降 不能兼善者 有所不逮 非專精也。

자자이강 불능겸선자 유소불체 비전정야.

 

- 鐘繇의 隸書(즉, 지금의 楷書)가 奇妙하게 된 것이나 張芝가 草書의 聖人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이들이 바로 하나의 서체에 전공하여 정진함으로써 絶倫(무리에서 뛰어남)에 이른 것이다.

- 伯英(張芝)이 眞書에 통달하지 못했으나 草書의 點?이 楷書의 기복과 점획이 나타나며(狼藉는 본래 어지러이 헝클어진 모양이나, 여기서는 문맥으로 보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 의미로 본 것임), 元常(鍾繇)는 草書에 능통하지 못했지만 草書를 運筆하듯이 해서의 점획이 自由奔放하게 잘 표현한다.

* 이 대목은 다음과 같이 해석되기도 한다.

- (그런데) 張芝가 만약 楷書에 통달하지 않았다면 草書의 點?도 결국 난잡하여 조리가 없었을 것이고, 鍾繇가 만약 草書에 능통하지 않았다면 楷書의 使轉도 필시 산란하여 정연함이 없을 것이다.

- 鍾繇와 張芝로부터 이후에는 草書와 楷書의 기법을 함께 잘 할 수 있는 이가 없고 재능과 노력이 鍾繇와 張芝에 미치지 못한 바이니 專攻하여 精進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雖篆?草章 工用多變 濟成厥美 各有攸宜。

수전예초장 공용다변 제성궐미 각유유의

篆?婉而通 ?欲精而密 草貴流而暢 章務檢而便。

전상완이통 예욕정이밀 초귀류이창 장무검이편

 

- 비록, 篆書. 隸書(지금의 楷書). 草書. 章草가 모두 그 쓰임에 있어서는 變化가 많지만 그 아름다움을 이루는 데는 각각 그 用筆에 있어서 마땅한 바가 있다.

- 篆書는 은근하면서 맥락이 관통함을 崇尙하고, 隸書는 精巧하면서 稠密함을 요구하고, 草書는 流暢함(막힘없는 흐름)을 귀중히 여기고, 章草는 법도에 맞으면서도 간결함에 힘써야 된다.

 

然後凜之以風神 溫之以?潤 鼓之以枯勁 和之以閑雅。

연후름지이풍신 온지이연윤 고지이고경 화지이한아.

故可達其情性 形其哀樂 驗燥濕之殊節 千古依然。

고가달기정성 형기애락 험조습지수절 천고의연.

體老壯之異時 百齡俄頃。嗟呼 不入其門 ?窺其奧者也。

체로장지이시 백령아경 차호 불입기문 거규기오자야.

 

- 그러한 然後에 風神(風采와 神韻, 글씨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氣韻)으로서 엄숙하게 드러내고, 姸閏(아름답고 윤택함)으로서 부드럽게 드러내고, 枯勁(필획이 마르고 꼿꼿함)으로서 마음을 鼓動시키고, 閑雅(먹이 많아 편안하고 고아한 필획)으로서 마음을 화평하게 한다.

- 이로써 情性(서예가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哀樂을 표현할 수 있다.

- 燥濕(먹의 건조하고 습윤함)으로 계절의 다름을 느끼는 것은 千古토록 依然하여 不變하고, (서예공부에 있어서) 老年과 壯年의 差異는 있을지언정 百齡(百年)도 잠깐이라는 사실을 체득한다.

- 아아, 서예에 입문하지 않는다면, 어찌 서예의 오묘한 경지를 엿볼 수 있겠는가.

 

又一時而書 有乖有合 合則流媚 乖則彫疎 略言其由,

우일시이서 유괴유합 합즉유미 괴즉조소 약언기유

各有其五 神怡務閑 一合也 感惠徇知 二合也 時和氣潤 三合也

각유기오 신이무한 일합야 감혜순지 이합야 시화기윤 삼합야

紙墨相發 四合也 偶然欲書 五合也。

지묵상발 사합야 우연욕서 오합야

 

- 또 같은 시기에 글씨를 쓰더라도 乖(글씨가 잘 안될 때)가 있고 合(글씨가 잘 될 때)도 있다. 잘 될 때는 그 글씨가 流媚(부드럽고 아름다움))하고 글씨가 안 될 때는 生氣가 없고 彫疎(시들고 쇠잔함)하게 된다.

- 대략 그 연유를 말하면, 合과 乖에 各各 5가지가 있다. 神怡(마음이 편안함)하고 務閑(사무가 한가함)이 一合이다. 感惠(靈感의 知慧, 惠는 慧)로 徇知(心不忘動, 마음이 망동하지 않음)한 경우가 2合이다. 때(季節)가 조화를 이루어 氣潤(기후가 溫潤함)할 때가 3合이다. 좋은 紙墨이 만나 서로 發墨이 잘 되도록 할 때가 4合이요. 우연히 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가 5合이다.

 

心遽體留 一乖也 意違勢屈 二乖也 風燥日炎 三乖也

심거체류 일괴야 의위세굴 이괴야 풍조일염 삼괴야

紙墨不稱 四乖也 情怠手? 五乖也。

지묵불칭 사괴야 정태수란 오괴야.

 

- 마음은 급한데 몸은 일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것이 1乖요, 마음이 動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가 2乖이다. 바람은 건조하고 日氣가 더울 때가 3乖이다. 紙墨이 서로 不稱(걸맞지 않음)할 때가 4乖다. 마음이 나태해져서 손이 나가지 않을 때가 5乖다.

*? 막을 란

 

乖合之際 優劣互差。得時不如得器 得器不如得志 若五乖同萃 思?手蒙

괴합지제 우열호차 득시불여득기 득기불여득지 약오괴동췌 사알수몽

五合交臻 神融筆暢。暢無不適 蒙無所從。

오합교진 신융필창 창무부적 몽무소종

 

- 合과 乖에 따라 작품에서 優劣의 差異가 생긴다. 得時(좋은 때를 얻는 것, 時和氣潤)는 得器(좋은 工具, 文房四友-紙墨相發)만 못하다. 得器는 得志(좋은 의지, 神怡務閑-感惠徇知-偶然欲書)만 못하다. 만약 5乖가 함께 모이면 생각이 막히고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 手蒙 : 앞의 五乖에서 手?과 같은 의미

- 반대로 5合이 모두 이르면 精神은 融會하고 行筆이 流暢하게 된다. (暢은 筆暢) 行筆이 유창하게 되면 법도에 맞지 않는 것이 없고, (蒙은 手蒙) 손이 움직이지 않으면 좇아 행할 바를 모른다.

 

當仁者得意忘言 罕陳其要

당인자득의망언 한진기요

企學者希風?妙 雖述猶疎 徒立其工 未敷厥旨。

기학자희풍서묘 수술유소 도립기공 미부궐지.

不揆庸昧 輒效所明 庶欲弘?往之風規 導將來之器識,

불규용매 첩효소명 서욕홍기왕지풍규 도장래지기식

除繁去濫 覩迹明心者焉。

제번거람 도적명심자언

 

- 當仁者(書法의 眞髓를 체득한 鍾繇, 張芝 王羲之, 獻之등 4人)는 글씨의 眞髓를 터득하였으나 서법의 要訣에 대하여 말한 바가 드물다. (後世의) 企學者(서예를 배우려는 사람, 書學者)들은 이 大家들의 風趣를 흠모하면서 글씨의 奧妙함에 대해 펼쳐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비록 論述은 하였으나 이론은 疏略하다. 단지 서예의 기법은 이루었을 뿐 아직 서예의 本質은 펴지 못하는 것이다.

* ‘當仁’은 論語 衛靈公篇 ‘當仁不讓於師’에서 따온 말인데, 이곳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임

* ‘得意忘言’은 莊子 外物篇 ‘言者 所以在意 得意而忘言’에서 따온 말

* 敷 펼부, 진술하다

- (그래서) 나는 나의 庸昧(용열하고 우매함)를 살피지 않고, 바로 명백하게 전수된 바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前代 大家의 風規(風采와 規範)를 크게 선양하고 將來 후학들의 器識(器局과 識見)을 啓導하려는 것인데, 번잡하고 법도에 벗어나는 말은 제거하고 선인들의 名迹을 보고 마음을 밝게 깨우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代有筆陣圖 七行 中?執筆三手 圖貌乖舛 點?湮訛。

대유필진도 칠행 중화집필삼수 도모괴천 점획인와.

頃見南北流傳 疑是右軍所製。雖則未詳眞僞 ?可發?童蒙。

경견남북유전 의시우군소제 수즉미상진위 상가발계동몽.

?常俗所存 不藉編錄。

기상속소존 불자편록.

 

- 世上(代는 世, 唐太宗인 李世民의 世자를 避諱)에 筆陣圖(晉代 衛夫人이 짓고 王羲之가 썼다고 전해짐) 7行이 있다. 筆陳圖의 그림 가운데 執筆法에 대한 그림 3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림의 모습이 잘못되었고, 글씨들도 點?이 뭉그러져서 분별하기가 어렵다.

- 요즘에 (長江을 중심으로) 南北으로 유포된 것을 보면, 아마도 王羲之가 지은 듯 하다. 비록 眞僞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으나 그래도 童蒙(書藝의 초보자)들은 계발시킬 수 있다. 이미 常俗(世俗)에서 보존되어 있으니 여기(書譜)에는 기록하지 않는다.

* 筆陣圖 : 晉代 衛夫人이 짓고 王羲之가 썼다고 전해짐

* 衛夫人(272-349) : 이름은 衛?, 鍾繇를 배웠다고 하며 어릴 적 王羲之의 스승으로 알려짐

* 藉(자)는 ‘기록하다’로 籍(적)의 의미임,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통용함.

 

至於諸家勢評 多涉浮華 莫不外狀其形 內迷其理 今之所撰 亦無取焉。

지어제가세평 다섭부화 막불외상기형 내미기리 금지소찬 역무취언

若乃師宜官之高名 徒彰史牒 邯鄲淳之令範 空著??。

약내사의관지고명 도창사첩 한단순지령범 공저겸상.

?乎崔杜以來 蕭羊已往 代祀綿遠 名氏滋繁。

기호최두이래 숙양이왕 대사면원 명씨자번

 

- (先代의) 여러 사람들의 서평(書評)에서는 대부분 겉치레만 화려함에 이르렀다. 外面의 형상만 표현하고 內面의 이치를 잃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지금 이 書譜를 撰述하는 데는 취할 것이 없다.

- 이를테면(若乃) 後漢時代 서예가인 師宜官의 高名은 한갓 史牒(역사책)에만 드러나 있고, 삼국시대 서예가인 魏나라 邯鄲淳의 令範(좋은 典範)도 부질없이 ??(書寫用의 비단, 나중에는 書冊을 가리키기도 함)에만 드러나 있다. (이 두 사람의 筆跡은 전해진 것이 없다)

- (이 밖에) 後漢의 서예가인 崔援과 杜度 以來로부터 南北朝時代 서예가인 蕭子雲과 羊欣 以前에 이르기까지 代祀(年代, 祀는 해사임)가 오래 동안 이름난 서예가들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或藉甚不? 人亡業顯 或憑附增價 身謝道衰。

혹자심불투 인망업현 혹빙부증가 신사도쇠

加以??不傳 搜秘將盡 偶逢緘賞 時亦罕窺 優劣紛? 殆難?縷。

가이미두부전 수비장진 우봉감상 시역한규 우열분운 태란나루.

 

- 어떤 사람들은 (서예의) 名聲이 바뀌지 않고 이어져서 죽은 뒤에도 업적이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 덕분에 聲價가 더욱 높아졌다가 身謝(死亡)한 뒤에는 書名이 衰退한 경우도 있다.

- 게다가 좀이 먹고 훼손되어 眞蹟이 전해지지 않거나, 搜秘(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찾아내어 秘藏한다는 의미)하여 없어져 버린다. 우연히 감상할 기회를 만날지라도 이 또한 엿보기가 쉽지 않으니, 작품의 優劣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고 상세하게 논설하기도 매우 어렵다.

* 時는 是의 의미, ? 자세할 라

 

其有顯聞當代 遺跡見存 無俟抑揚 自標先後。

기유현문당대 유적견존 무사억양 자표선후.

 

- 어떤 이들은 名望이 當代에 드러나게 알려져 있고, 그의 遺墨이 現在 保存되어 있으면, 抑揚(좋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평론)을 기다리지 않아도 자연히 先後(優劣)를 표기할 수 있는 것이다.

(見은 現과 같다)

 

且六文之作 肇自軒轅 八體之興 始於?正 其來?矣 厥用斯弘。

차육문지작 조자헌원 팔체지흥 시어영정 기래상의 궐용사홍.

但今古不同 ?質懸隔 ?非所習 又亦略諸。

단금고부동 연질현격 기비소습 우역략저

 

* 諸 : ‘之乎’(문장 중간에는 ‘之於’)의 의미이므로 ‘저’로 읽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냥 ‘제’로도 읽는 경우가 많다.

- 또한 六文(六書), 즉 문자가 시작된 것은 멀리 軒轅氏로부터 비롯되었고, 8體(大篆,小篆,刻符,蟲書,摹印,署書,?書,隸書)가 일어난 것은 秦始皇(正은 政, 진시황의 名) 시절이었다. 그 由來는 오래되었고 그 쓰임은 넓었다.

- 다만, 옛날과 지금은 시대가 달라 서체가 다르므로 姸質(연미함과 질박함)도 懸隔하게 구별이 되니, 이는 서가들이 익힐 것이 아니므로 書譜에서 (六文이나 八體등은)省略하였다.

* 六文(六書)은 象形, 指事, 形聲, 會意, 轉注, 假借, 혹은 古文, 奇字, 篆書, 隸書, 繆篆, 鳥書(蟲書)를 말하기도 한다.

 

復有龍蛇雲露之流 龜鶴花英之類 乍圖眞於率爾 或寫瑞於當年 巧涉丹?

부유용사운로지류 구학화영지류 사도진어솔이 혹사서어당년 교습단청

工虧翰墨 異夫楷式 非所詳焉。

공휴한묵 이부해식 비소상언.

 

- 그 밖에 龍書, 蛇書, 雲書, 露書(垂露篆) 따위와 龜書, 鶴書, 花英書의 種類가 있으나, 이것은 잠시 그 사물의 모양을 간단하게 그리거나 혹은 당시의 상서로움을 드러내어 그린 것이다. 이러한 技巧는 丹靑(그림을 그리는 것)에 해당되므로 이에 대한 공력은 翰墨(서예공부)에 방해가 되고, 또 書法과는 다르므로 그에 대해서는 상세히 論할 것이 아니다.

* 眞: 모습, 率爾: 급함, 간단함,

* 丹靑 : 顔料를 만드는 丹砂와 靑砂인데, 나중에는 그림를 의미함.

 

代傳羲之與子敬筆勢論十章 文鄙理疏 意乖言拙 詳其旨趣 殊非右軍。

대전희지여자경필세론십장 문비리소 의괴언졸 상기지취 수비우군.

且右軍位重才高 調?詞雅 聲塵未泯 翰?仍存。

차우군위중재고 조청사아 성진미민 한독잉존

 

- 세상에는 王羲之가 그의 아들 獻之에게 주었다고 하는 筆勢論 10章이 전해지고 있는데, 문장이 조잡하고 이치가 소략하며 내용도 틀린데다가 말이 졸렬하다. 그 요지를 따져보면 전혀 왕희지의 저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代는 世)

- 게다가 王羲之는 地位가 높고 재주가 뛰어났으며, 문장의 격조가 맑고 글은 優雅하였다. 聲塵(名聲이나 評判)이 여전히 남아있고 翰?(書信, 文章, 여기는 왕희지의 遺墨을 의미함)도 보존되어 있다.

 

觀夫致一書 陳一事 造次之際 稽古斯在

관부치일서 진일사 조차지제 계고사재

豈有貽謀令嗣 道?義方 章則頓虧 一至於此 又云與張伯英同學 斯乃更彰 虛誕。

기유이모령사 도협의방 장칙돈휴 일지어차 우운여장백영동학 사내갱창 허탄.

 

- 王羲之가 편지글 하나 쓰는 것(써서 부친다)이나 한 가지 일을 말하는 것을 살펴보면, 잠깐 동안(혹은 짧은 글)이라도 옛 先人들의 경험(法則)을 고찰한 바가 있었다.

- 그의 令嗣(다른 사람의 아들을 칭함)에게 서법을 전수하려고 도모할 때에는 義方(정확한 規範)에 맞도록 인도할 것인데, 文章의 법도가 무너져 있으니 어찌 한결같이 이 같은 지경에(조잡한 지경) 이를 수 있을 것이겠는가. 또 말하기를, 王羲之가 張伯英과 함께 배웠다고 하였으니 이는 바로 거짓임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 道는 導, ?은 合의 의미임.

 

若指漢末伯英 時代全不相接 必有晉人同號 史傳何其寂寥 非訓非經 宜從棄擇。

약지한말백영 시대전불상접 필유진인동호 사전하기적료 비훈비경 의종기택

 

- 만약 漢末의 伯英을 가리킨 것이라면 時代가 전혀 서로 근접하지 않으니, 필경 晉나라 사람으로 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나 史傳(史冊, 역사책)에 어쩌면 그리도 고요하며 보이지 않는가.(晉의 伯英에 대해서는 역사기록에 없다는 의미)

- (筆勢論은) 후대사람들에게 훈계로 삼을 것도 아니고 典範으로 삼을 것도 아니다, 그리니 마땅히 버리는 것을 따른다.(당연히 버려야 된다)

* 棄擇은 取捨選擇의 의미이나, 여기서는 棄의 의미만 취함.

 

夫心之所達 不易盡于名言 言之所通 ?難形於紙墨。

부심지소달 불이진우명언 언지소통 상난형어지묵

粗可??其狀 綱紀其辭。

조가방불기상 강기기사

冀酌希夷 取會佳境 闕而末逮 請俟將來。

기작희이 취회가경 궐이미체 청사장래.

 

- 무릇 마음으로 通達한 바(깨우친 바)를 말로 다 表現하기는 쉽지 않고, 말이 통하는 바도 또한 紙墨으로 형용하기도 어렵다. 여기서는 대략 其狀(마음속에 깨우친 서법)을 비슷하게 표현하고, 주요내용만 기술하였다.

- (그러므로 여기서) 希夷(서법의 玄妙한 경지)을 짐작하고, 서예의 아름다운 경지를 이해하기를 바라며, (여기에서) 빠뜨리고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은 장래의 훌륭한 학자들이 서술해주기를 기다리겠다.

* (希夷): 老子 14장, ‘視之不見名曰夷 聽之不聞名曰希에서 유래된 말, 無聲無色의 현묘한 경지

* 會는 理會하다, 체득하다

 

今撰執使轉用之由 以祛未悟。

금찬집사전용지유 이거미오.

執謂深淺長短之類是也 使謂縱橫牽?之類是也 轉謂鉤環盤紆之類是也

집위심천장단지류시야 사위종횡견체지류시야 전위구환반우지류시야

用謂點?向背之類是也。

용위점획향배지류시야.

 

* 祛 떨어없앨 거, 제거하다

- 이제 執(執筆). 使(運筆). 轉(行筆). 用(結構)의 방법을 撰述하여 아직 깨우치지 못한 사람을 일깨워주려고 한다.

- 執은 붓을 잡을 때에 深淺(필관의 아래 부분을 잡는가 윗부분을 잡는가), 그리고 筆頭와 종이와의 거리의 장단 등이 이것이며, 使는 붓을 상하좌우로 운필하거나, 牽?(收筆시의 鋒回)등이 이것이며, 轉은 轉折(갈고리를 曲勢로 돌려 꺾는 것)하면서 盤紆(回旋 屈曲)하도록 하여 字劃이 호응하도록 하는 것이며, 用는 (결구법으로) 點劃의 向勢와 背勢 등이 이것이다.

 

方復會其數法 歸於一途 編列衆工 錯綜群妙 ?前人之未及

방부회기수법 귀어일도 편열중공 착종군묘 거전인지미급

?後學於成規 窮其根源 析其枝派。

계후학어성규 궁기근원 석기지파.

貴使文約理贍 跡顯心通 披卷可明 下筆無滯。詭詞異說 非所詳焉。

귀사문약리섬 적현심통 피권가명 하필무체 위사이설 비소상언.

 

- 지금 다시 書法의 몇 가지 方法을 깨우치게 하여 한가지의 길(書法의 正道)로 돌아가게 하며, 여러 名家의 기법을 편집하여 列擧하고, 여러 서체의 精妙함을 종합하여, 先代의 書家들이 아직 언급하지 못한 것들을 거론하여서, 後學들의 成規(서예를 익히는 法度)를 啓導하고, 書法의 根源이 되는 典範을 궁구하고 서법의 枝葉이 되는 이론들을 分析하였다.

- 文章은 간략하지만 論理는 넉넉하게 하고, 形迹을 드러나게 하여 마음으로 이해하게 하였고, 책을 펼치면 分明하게 알 수 있게 하여 붓을 들면 막힘이 없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귀하게 여겼다).

- (여기에서) 奇怪한 말이나 특이한 學說은 詳論할 바가 아니다.

 

然今之所陳 務裨學者。但右軍之書 代多稱習 良可據爲宗匠 取立指歸。

연금지소진 무비학자 단우군지서 대다칭습 양가거위종장 취립지귀.

豈唯會古通今 亦乃情深調合。

기유회고통금 역내정심조합

致使摹?日廣 ?習歲滋 先後著名 多從散落 歷代孤紹 非其?歟

치사모탑일광 연습세자 선후저명 다종산락 역대고소 비기효여

 

- 그러나, 지금 말한 것들은 지금 글씨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힘쓴 것이다. 다만 王右軍의 글씨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며 익히는 것이니, 진실로 (王右軍의 글씨는) 書家의 宗匠(宗師)으로 삼을 만하고, 이를 취하여 서예가들의 指南(본보기)으로 정립할 수 있는 것이다.

* 代多稱習의 代는 世

- 아마도 (王右軍만이) 오직 옛날의 서법을 체득하고 지금의 서법이 능통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또한 바로 감정이 깊이 글씨와 조화된 것이다. (豈는 豈不의 의미)

- 그래서 (그의 書를) 摹?(臨摹와 ?本, 拓本)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많아지게 되었고, 硏究하고 익히는 사람이 해마다 불어났다.

- (王羲之) 전후로 저명한 사람의 필적은 대부분 흩어지고 없어져서,

歷代로 王羲之의 서법만이 孤紹(獨傳, 홀로 전해짐)되었으니 왕희지의 功效가 아니겠는가.

 

試言其由 略陳數意 止如樂毅論 黃庭經 東方朔?贊 太史箴 蘭亭集序

시언기유 약진수의 지여악의론 황정경 동방삭화찬 태사잠 난정집서

告誓文 斯?代俗所傳 眞行絶致者也。

고서문 사병대속소전 진행절치자야.

 

- 이제 그 緣由(王羲之의 書만 유독 後世에 전해진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의 의견을 간략히 말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樂毅論, 黃庭經, 東方朔畵讚, 太師箴, 蘭亭集序, 告誓文 같은 것은, (바로) 모두 世俗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眞書(楷書)와 行書로서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다.

* 斯는 則의 의미, 代는 世

* 樂毅論 : 燕나라의 장수인 樂毅(원래는 魏나라 사람)가 모함을 받고 망명을 가서 죽음. 魏 夏候泰가 이 樂毅에 대해 지은 글을 王羲之가 楷書로 44行으로 쓴 것.

* 黃庭經 : 道家의 養生法에 대한 글, 內景經과 外景經이 있는데, 王羲之가 쓴 것은 黃庭內景經으로 모두 60行의 楷書이다. 원본은 없어지고 明代에 模寫本과 板刻本이 많이 제작되었다고 함. 어느 道士가 王羲之의 글을 탐내어 王羲之가 거위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거위를 주고 이 글씨를 얻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서 ‘煥鵝經’으로도 불린다.

* 東方朔畵讚 : 東方先生畵像讚으로도 불린다. 東方朔은 西漢의 文臣으로 유창한 변설과 재치로 漢武帝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晉代의 夏候湛이 지은 글인데 王羲之가 楷書로 쓴 모두 33行의 글이다.

* 太師箴 :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으나, 역사적인 사실을 거론하여 잘못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추정됨. 太史箴이라고도 함.

* 蘭亭集序 : 흔히 蘭亭序라고 부른다. 王羲之가 謝安등 41인과 山陰 蘭亭에 모여 ??라는 행사를 치르고 술을 마시고 詩를 지었는데, 그 序文을 王羲之가 짓고 쓴 글이다. 모두 28行에 324字인데 王羲之 行書의 대표작이다. 王羲之의 7대손인 智永에게 전해져서 그 제자인 辯才에게 물려주었는데, 唐太宗이 御史 蕭翼을 보내 뺏다시피 취하여 歐陽詢, ?遂良, 虞世南 등에게 臨摹케 하였고, 眞本은 당태종의 유언으로 殉葬되었다고 전해진다.

* 告誓文 : 王羲之가 짓고 쓴 것으로 ‘自誓文’이라고도 함. 王羲之가 會稽內史로 있을 때, 그와 宿怨이 있는 王述이 揚州刺史로 직속상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은 王羲之는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稱病하여 사직하고는 부모의 묘소에 가서 다시는 벼슬길에 오르지 않겠다고 맹서하면서 지은 글이라고 한다. 王羲之 死後에 조정에서 벼슬을 내렸지만, 자식들이 이 맹서를 상기하여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當代에는 ?遂良의 ‘右軍書目’에 眞迹이 唐內府에 소장되어 있다고 했으나 지금은 전하지 않음.

 

寫樂毅則情多?鬱 書?贊則意涉?奇 黃庭經則怡?虛無

사악의즉정다불울 서화찬즉의섭괴기 황정경즉이역허무

太史箴又縱橫爭折 ?乎蘭亭興集 思逸神超 私門誡誓 情拘志慘。

태사잠우종횡쟁절 기호난정흥집 사일신초 사문계서 정구지참.

所謂涉樂方笑 言哀已歎。 *? 답답할 불, *?는 ?(진기할 괴)와 同字

소위섭락방소 언애이탄.

 

- 樂毅論을 썼을 때는 마음이 답답하여 울적한 것이 많았을 것이며, 東方朔畵讚을 쓸 때는 마음이 진기하고 기이한 것을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이고, 黃庭經을 쓸 때에는 道家의 虛無한 논리에서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太師箴을 쓸 때에 또한 세상을 縱橫으로 의론하는데 대해 面前에서 政爭하는 氣槪가 있었을 것이며, 蘭亭의 모임에서 感興이 일어났을 때(즉, 蘭亭集序를 쓸 때)에 이르러서는 생각이 飄逸하고 精神이 超脫하였을 것이고, 私門(家門, 여기에서는 부모의 묘소를 의미함)에서 警戒의 誓約을 할 때(즉, 告誓文을 쓸 때)에는 마음이 무겁고 심경이 처참했을 것이다.

- 이른 바, 즐거운 일에 미치면 웃게 되고, 슬픈 일을 말할 때는 탄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西晉 陸機가 지은 <文賦>의 ‘思涉樂其必笑 方言哀而已嘆(생각이 즐거운 일과 관련이 되면 웃게 되고, 슬픈 일을 말할 때는 탄식이 나온다)’ 구절을 인용한 것임.

 

豈惟駐想流波 將貽??之奏 馳神?渙 方思藻繪之文。

기유주상유파 장이탄환지주 치신수환 방사조회지문.

雖其目擊道存 ?或心迷義舛 莫不?名爲體 共習分區。

수기목격도존 상혹심미의천 막불강명위체 공습분구.

 

- (伯牙가 거문고를 탈 때) 아마도 流波(流水)에 駐想(생각이 머물음)했기에 화평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었고, (曹植은 글을 지을 때) ?水와 渙水의 아름다운 물결에 馳神(정신을 한 곳에 쏟는 것)했기 때문에 바야흐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豈는 豈不

* 貽는 남기다, 여기에서는 연주하다는 의미

* ??之奏 : 아름다운 연주, ?은 緩, ??은 부드러움을 나타내는 말

禮記 ‘樂記’에 ‘其心樂者 其聲嘆以緩(그 마음이 즐거운 이는 소리도 온화하다)’이라는 句節이 있다.

* 藻 무늬 조, 繪 그림 회

* 伯牙絶絃의 故事, 曹植(曹操의 아들, 曹子建)의 ‘淮上多文’이란 글에서 따온 내용임

* ?水와 渙水는 모두 淮水로 합쳐지는데, 항상 오색 찬연한 물빛이 난다고 함

- 비록 한번 보기만 해도 書法의 道理를 지니고 있음을 알 정도가 있을지라도 尙或(간혹) 마음에 미혹된 것이 있으면 의논이 어긋나게 될 것이고, 억지로 이름을 붙혀 字體로 삼으니 함께 익혀도 성취하는 데는 차이가 ,있게 된다.

* 義는 議

* 目擊道存 : 莊子 ‘田子方’ 句 참조, 仲尼見之而不言 子路曰 吾子欲見溫伯雪子久矣 見之而不言 何邪 仲尼曰 若夫人者 目擊而道存矣 亦不可以容聲矣(孔子가 전에 그(溫伯雪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孔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子路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溫伯雪子를 만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만나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孔子가 답하였다. 그런 사람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道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豈知情動形言 取會風騷之意 陽舒陰慘 本乎天地之心。

기지정동형언 취회풍소지의 양서음참 본호천지지심

?失其情 理乖其實 原夫所致 安有體哉

기실기정 이괴기실 원부소치 안유체재

 

- (그러니 이들이) 마음은 내면에서 움직이면 말로 표현되는 것이니 風(詩經)과 騷(楚辭)의 의미를 취하여 깨우치고, 따뜻한 陽氣가 사람의 마음을 펴지게 하고 서늘한 陰氣는 사람의 몸을 움추려들게 하는 것이니 天地之心(天地自然 運行의 법칙)에 근거하였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 情動形言 : 毛詩序 句, ‘情動於中而形於言(마음이 내면에서 드러나게 되면 말로 표현된다)

- (글씨를 쓰는데) 이미 이러한 情狀을 상실하였다면 이론이 實際와 어긋나게 될 것이니, 先人들이 이루어놓은 것(法帖)에 미루어본다면 어찌 인위적으로 분류한 서체가 있을 수가 있겠는가

(이들이 이루어놓은 것을 미루어보아서는 어찌 인위적인 서체의 이름을 붙일 수가 있겠는가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임)

* 原 근원을 미루어보다, 즉 탐구하다.

 

夫運用之方 雖由己出 規模所設 信屬目前 差之一豪 失之千里

부운용지방 수유기출 규모소설 신속목전 차지일호 실지천리

苟知其術 適可兼通。心不厭精 手不忘熟。

구지기술 적가겸통 심불염정 수불망숙

 

- 붓을 운용하는 방법은 비록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規模(서예에서 지켜야 하는 法度)가 設定되는 것은 진실로 目前에 펼쳐놓은 法帖(유명한 書家들의 筆跡)에 따라야 한다. 그러니 目前의 법첩과 一毫의 차이라도 결과는 千里나 잘못된다.

* 豪는 毫

* 漢書 東方朔傳, ‘失之毫釐 差以千里’라는 구절이 있다.

- 만일 法帖에 담겨진 오묘한 방법을 알게 되면 바로 모든 서체에 대해 두루 알게 된다.(한 법첩을 알게 되면 다른 법첩의 기법도 알게 된다는 의미)

- 마음은 精密하게 하기를 싫어하지 않아야 하고, 손은 熟練되게 하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若運用盡於精熟 規矩闇于胸襟 自然容與徘徊

약운용진어정숙 규구암우흉금 자연용여배회

意先筆後 瀟灑流落 翰逸神飛

의선필후 소쇄유락 한일신비

 

- 만약 붓을 운용하는 것을 精微하고 熟練하게 하는 것을 지극하게 하고, 規矩(서예의 법도)를 마음속에서 깨우치게 되면, (臨書한 글씨가) 자연스러워서 모습이 넉넉하면서 여유가 있고 기세는 춤을 추는 듯이 생동하게 된다.

* 闇은 ?, (? 욀 암, 알 암, 깨우치다)

* 容與 : 넉넉하고 편안한 모양

* 徘徊 : 盤旋, 손이 춤을 추고 발을 구르는 모습

- 그리고, 章法에 대한 構想을 먼저 하고 下筆을 하면, 韻致는 淸高하여 俗氣가 없게 되고, 모습은 俊逸하고 高尙한 風格이 높이 드날릴 것이다.

* 意先筆後 : 王羲之의 書論인 ‘題衛夫人筆陣圖後’에 ‘意在筆先’이라는 말이 있음

* 瀟灑 : 俗塵에 물들지 않아 淸楚한 모습

* 流落 : 俗氣가 없는 것

* 翰逸 : 글씨 뛰어남

* 神飛 : 神采 飛揚, 고상한 品格이 높이 드날림

 

亦猶弘羊之心 預乎無際 ?丁之目 不見全牛。

역유홍양지심 예호무제 포정지목 불견전우.

 

- 또한 桑弘羊의 마음이 끝없는 장래(미래의 국가경제)에 대해 예견하듯이 치밀하고, ?丁의 눈이 소의 온전한 겉모습이 보이지 않는 경지에 이른 것과 같을 것이다.

* 弘羊 : 漢武帝 때의 大司農등을 지낸 관리 桑弘羊. 食鹽 冶鐵 酒類 등의 국가 專賣制度를 창안하여 국가의 국방재정을 확보함. 儒生들과의 대립도 하였지만 실권을 차지하였고 나중에 모반으로 사형을 당함.

* ?丁之目 不見全牛 : 莊子 ‘養生主’에 나오는 ?丁解牛의 故事

‘始臣之解牛之時 所見无非全牛者(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소의 겉모습만 보였습니다) 三年之後 未嘗見全牛也(3년이 지나자 소의 온전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方今之時 臣以神遇 而不以目視(이제는 다만 마음으로 일할 뿐, 눈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官知之而神欲行 依乎天理(감각기관은 멈추고 마음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批大? 導大? 因其固然(큰 틈을 벌리고 그 속에 칼을 넣는 것은 본래의 생김새에 따르는 것입니다)’

 

嘗有好事 就吾求習 吾乃粗?綱要 隨而授之 無不心悟手從 言忘意得

상유호사 취오구습 오내조거강요 수이수지 무불심오수종 언망의득

縱未窮於衆術 斷可極於所詣矣。

종미궁어중술 단가극어소예의.

 

- 언젠가 서예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찾아와서 배우기를 청한 적이 있었다. 이에 내가 대략 서예의 大要에 대해 擧論해 주고 그의 資質에 따라 가르쳐주었더니, 마음이 깨닫는 데로 손이 따라가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잊었으나 서예의 本義를 깨우치지 못한 것이 없었다.

* 好事 : 孟子 ‘萬章上’의 ‘好事’는 말을 만들고 일을 꾸미는 사람으로 부정적인 의미지만, 이곳에서는 ‘서예를 좋아하는 사람’의 의미임

* 心悟手從 : 心手雙暢과 같은 의미

* 言忘意得 : 得意忘言과 같은 의미

- 비록 衆術(여러 書家들의 技法)을 모두 窮究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단연코 所詣(書法에 대한 造詣)가 지극하게 될 것이다.

 

若思通楷則 少不如老 學成規矩 老不如少。

약사통해칙 소불여로 학성규구 노불여소

思則老而愈妙 學乃少而可勉。

사즉노이유묘 학내소이가면.

 

- 이를테면, 생각하여서 楷則(書法)을 깨우치는 것은 소년이 노인만 못하며, 서예를 배워서 법도에 맞게 완성시키는 것은 노인이 소년만 못하다. (書法의 이해는 少年보다 老年이 빠르지만 글씨를 잘 쓰게 되는 것은 老年이 少年에 당하지 못한다)

- 생각하여 이해하는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精妙하고, 배워서 익히는 것은 젊을수록 왕성한 노력을 할 수 있다.

 

勉之不已 抑有三時 時然一變 極其分矣。

면지불이 억유삼시 시연일변 극기분의

至如初學分布 但求平正 ?知平正 務追險? ?能險? 復歸平正。

지여초학분포 단구평정 기지평정 무추험절 기능험절 부귀평정.

初謂未及 中則過之 後乃通會 通會之際 人書俱老。

초위미급 중즉과지 후급통회 통회지제 인서구로.

 

- 서예공부에 힘쓰기를 중지하지 않게 되면 또한 3단계 변화를 거치게 된다. 변화하는 단계마다 한번씩 변화하게 되면 極其分(서예의 지극한 경지)에 이를 것이다.

- 처음 點劃의 分布(안배 포치하는 結構)를 배움에 이르러서는 다만 平正을 추구하고, 平正의 경지를 알고 나서는 힘써 險絶하기를 추구하고, 險絶한 표현을 잘 하게 되면 다시 平正한 경지로 回歸하게 된다.

- 처음 시작할 때(平正의 단계)에는 노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야 하고, 중간(險絶의 단계)에는 人工(意識的인 變化)이 지나치다고 여겨야 하고, 나중에는 바로 通會(貫通融會, 書法을 환하게 깨우쳐서 하나의 이치로 回歸하는 것)하게 되고 通會에 이르게 되면 사람과 글씨가 함께 老成하게 된다.

* 未及 : 力有不及

* 過之 : 過度人工

 

仲尼云 五十知命 七十從心。

중니운 오십지명 칠십종심.

故以達夷險之情 體權變之道 亦猶謀而後動 動不失宜 時然後言 言必中理矣。

고이달이험지정 체권변지도 역유모이후동 동부실의 시연후언 언필중리의

 

- 孔子가 ‘五十知命’ ‘七十從心’ 등 연륜이 지나야만 天命을 알고 마음이 하고자하는 대로 하여도 法度를 넘지 않는다고 하였다.

- 그러므로 이처럼 단계를 거쳐서 夷(平正)와 險(險絶)의 변화하는 情狀을 통달하고, 權變之道(臨機應變, 상황에 따른 변통을 말함)를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일을 계획한 뒤에 움직이므로 움직여도 마땅함을 잃지 않고, 때가 된 이후에 말을 하므로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맞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五十知命 七十從心 : 論語(爲政篇),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時然後言 : 論語(憲問篇), ‘夫子時然後言 人不厭其言’

* 言必中理 : 論語(先進篇), ‘夫人不言 言必有中’

 

是以右軍之書 末年多妙 當緣思慮通審 志氣和平 不激不? 而風規自遠。

시이우군지서 말년다묘 당연사려통심 지기화평 불격불여 이풍규자원

子敬已下 莫不鼓努爲力 標置成體 豈獨工用不? 亦乃神情懸隔者也。

자경이하 막불고로위력 표치성체 기독공용불모 역내신정현격자야

 

- 이 때문에 右軍의 글씨는 晩年에 쓴 것 중에 妙品이 많다. 마땅히 思慮(識見과 洞察力)가 通達하고 精審하며, 志氣가 和順하고 평화로우므로 激動하지도 않았으며 嚴格하지도 않음에 연유하였다. 이로서 王羲之의 글씨는 風格과 規範(法度)이 자연스럽게 高遠하였다.

- (王羲之의 서법을 이어받은) 子敬 이하로는 鼓勞(억지로 노력하는 것)를 힘으로 삼고 標置(點劃을 按配 布置하는 것)로만 字體를 이루려고 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어찌 유독 工夫와 效用이 상응하지 못할 뿐이겠는가, 精神도 懸隔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 ? 가지런할 모

 

或有鄙其所作,或乃矜其所運。

혹유비기소작, 혹내금기소운

自矜者將窮性域 ?於誘進之途 自鄙者?屈情涯 必有可通之理。

자긍자장궁성역 절어투진지도 자비자상굴정애 필유가통지리

嗟乎 蓋有學而不能 未有不學而能者也。考之?事 斷可明焉。

차호 개유학이불능 미유불학이능자야. 고지즉사 단가명언

 

- 어떤 사람은 자기가 쓴 글씨를 卑下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쓴 글씨를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 自矜者(자기 글씨를 자랑하는 자)는 性域(本性, 仁義禮智)이 發揚하는 것을 막아 유도하여 발전하는 길을 끊어버리고, 自鄙者(자기 글씨를 비하하는 자)는 그래도 情涯(性情, 마음)를 굽혔을지라도 반드시 서예의 이치에 대해서 통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아아, 대체로 서예를 배웠으나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있으나 배우지 않고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卽事(눈앞에 일어나는 것, 여기서는 현재 글씨 공부하는 실정)을 살펴보면 단연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然消息多方 性情不一 乍剛柔以合體 忽勞逸而分驅。

연소식다방 성정불일 사강유이합체 홀로일이분구

或恬澹雍容 內涵筋骨 或折挫?? 外曜峯芒。察之者?精 擬之者貴似。

혹염담옹용 내함근골 혹절좌사얼 외요봉망 찰지자상정 의지자귀사

 

- 그러나, 消息(줄어들고 늘어남, 用筆의 법칙이 변화가 많다는 의미)으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글씨 쓰는 사람의 性情은 같지 않다.

* 消息 : 周易 ?卦, ‘日中則? 月盈則食 天地盈虛 與時消息 況於人乎 況於鬼神乎’

- 문득 꼿꼿하여 마른 획과 부드러워 윤기가 있는 획이 합하여 字體를 이루기도 하고, 運筆을 빠르게 하는 것과 느리게 하는 것에 따라 나누어진다. (또는 서예공부를 부지런히 하는 것과 게으르게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 어떤 글자는 겉모습은 恬澹(淸淨하고 淡白함) 雍容(온화한 모습)하나 內面은 筋骨을 머금고 있고, 어떤 글자는 折挫(꺾어누름, 필력이 속으로 옥죄어 고갈된 것)되어 ??(필획이 서로 얽혀있는 것)인 것 같으나 밖으로는 필획이 예리한 모습이 나타난다.

* 峯芒 : 峯은 鋒, 붓끝이 아니라 필획의 날카로운 끝을 말한다.

- (先人들의 법첩을) 살펴보는 사람은 精微하게 보는 것을 숭상하고, 법첩을 臨摹하는 사람은 비슷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況擬不能似 察不能精 分佈猶疏 形骸未? 躍泉之態 未覩其? 窺井之談

황의불능사 찰불능정 분포유소 형해미검 약천지태 미도기연 규정지담

已聞其醜。

이문기추

縱欲?突羲獻 誣罔鍾張 安能掩當年之目 杜將來之口

종욕당돌희헌 무망종장 안능엄당년지목 두장래지구

 

- 하물며, 臨書를 하였는데 모양이 비슷하지 못하고 法帖을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정밀하지 못하여 結構가 오히려 성글어지고 形體가 짜임새가 없게 된다면, 躍泉之態(못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듯한 자연스런 體勢)가 있는데도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窺井之談(우물안의 개구리와 같이 見識이 낮은 論調)을 갖고 있으니 이미 그 醜한 소문(못난 識見)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 躍泉 : 躍淵인데, 唐 高祖 李淵의 ‘淵’을 避諱한 것. 詩經 大雅篇, ‘鳶飛戾天 魚躍于淵’, 또 周易 乾卦, ‘或躍在淵’의 구절을 인용한 것임.

* 韓愈(韓退之)의 原道, ‘坐井而觀天 曰天小者 非天小也’

- 설령, 王羲之와 王獻之를 제멋대로 깎아내리려 하고, 鍾繇과 張芝의 글씨를 誣告하고 誹謗한다고 하더라도, 어찌 당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후대 사람들의 입(評價)을 막을 수 있겠는가

* ?突 : ‘字體’에서는 ?突과 唐突 두가지 형태가 같은 뜻으로 쓰임. ‘廣雅’에서는 마주 부닥뜨리는 것을 ?이라 하고, 찌르는 것을 突이라 한다고 함. 즉 무례한 행동을 의미함

 

慕習之輩 尤宜愼諸。

모습지배 우의신저

至有未悟淹留 偏追勁疾 不能迅速 ?效遲重。

지유미오엄유 편추경질 불능신속 번효지중

夫勁速者 超逸之機 遲留者 賞會之致。

부경속자 초일지기 지류자 상회지치

 

- 글씨를 배우려는 사람은 더욱 마땅히 삼가야 한다.

* 慕는 摹, 諸(저)는 문장 말미에서는 之乎임,

- 淹留(운필을 천천히 하거나 잠깐씩 멈추는 운필법)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편파적으로 빠르게 운필하는 것을 추종하며, 신속하게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느리게 운필하는 것만 본받는 데에 이르게 된다.

* 至有는 至於.

* 淹留 : 慢筆, 혹은 遲筆을 말함. 淸 宋曹의 ‘書法約言’에 ‘能速不逮 是謂淹留 能留不留 方是勁疾之謂乎’라는 구절이 있음.

* ?은 反

- 빠르게 運筆하는 것은 超脫해서 飄逸한 계기가 되고, 느리게 運筆하는 것은 賞會(감상해서 이치를 터득함)하는 풍치를 이루게 된다.

 

將反其速 行臻會美之方 專溺於遲 終爽?倫之妙。

장반기속 행주회미지방 전익어지 종상절륜지묘

能速不速 所謂淹留 因遲就遲 ?名賞會 非其心閑手敏 難以兼通者焉。

능속불속 소위엄류 인지취지 거명상회 비기심한수민 난이겸통자언.

 

- (천천히 운필하는 것을 연습하여) 빠르게 운필하는 경지에 돌아갈 수가 있으면 會美(완전한 아름다움) 지경에 이를 수 있으나, 천천히 운필하는 데에만 빠진다면 마침내 절륜한 아름다움을 잃게 될 것이다.

* 爽은 喪(잃다)

- 빨리 쓸 수 있는데도 빨리 쓰지 않는 것을 이른 바 ‘淹留’라고 할 것이나, 느리게 운필함으로 인해서 느리게 운필하는 데에 나아간다면 어찌 ‘賞會’라고 이름을 붙이겠는가. 마음을 靜閑하게 하고 손으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면 速筆과 遲筆의 경지를 모두 알기는 어려운 것이다.

* 敏 : 勉而不惰

 

假令衆妙攸歸 務存骨氣 骨?存矣 而?潤加之。

가령중묘유귀 무존골기 골기존의 이주윤가지.

亦猶枝幹扶疎 ?霜雪而彌勁 花葉鮮茂 與雲日而相暉。

역유지간부소 능상설이미경 화엽선무 여운일이상휘

 

- 가령 衆妙(서예의 여러 가지 훌륭한 기법)를 갖추려고 한다면, 骨氣를 보존하는 것을 힘써야 하며 骨氣가 보존되고 나서는, 내면의 ?勁(운필이 강건하면서 기개가 있는 것)과 외면의 潤澤(초목에 이슬이 내려 윤기가 나는 것)이 덧붙여져야 한다.

* 攸는 所

- 이는 나뭇가지와 줄기가 무성하여 霜雪을 견디고 나면 더욱 단단해지며, 꽃가 잎이 선명하면서도 무성하여 햇볕과 구름이 어울러져서 함께 빛나는 것과 같다.

* 扶疎는 扶蘇로 가지가 무성한 모습

* 彌, 더욱 미

 

如其骨力偏多 ?麗蓋少 則若枯?架險 巨石當路 雖?媚云闕 而體質存焉。

여기골력편다 주려개소 즉약고차가험 거석당로 수연미운궐 이체질존

若?麗居優 骨氣將劣 譬夫芳林落? 空照灼而無依 蘭沼漂? 徒?翠

약주려거우 골기장열 비부방림락예 공조작이무의 난소표평 도청취

而奚托。是知偏工易就 盡善難求。

이해탁 시지편공이취 진선난구.

 

- 만일 글씨가 骨力이 치우치게 많아져고 굳건한 기개와 아름다운 운치가 부족하게 되면, 枯木의 가지가 험한 낭떠러지에 걸쳐 있고 큰 바위가 길을 막고 있는 것과 같아서, 비록 아름다운 모습은 빠졌다고 할 수 있으나 本體의 質朴함은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 만약 외면에 보이는 굳건한 기개와 아름다운 모습이 넉넉하게 있으나 내재한 骨氣가 부족하게 되면, 비유컨대 芳林(봄날의 수목)에 떨어진 꽃처럼 부질없이 색채는 아름다울지라도 의지할 곳이 없는 것과 같고, 蘭沼(아름다운 못)에 떠다니는 浮萍草가 다만 짙푸르게 물들어 있는 것과 같으니, 어디에 寄託할 것인가

* 落?는 洛花

* 照灼 : 광채가 드러나다

* 漂?은 漂萍, 浮萍과 같음

- 이로써 偏工(서예의 技法에만 치우치는 것)은 성취하기가 쉬우나, 盡善(盡善盡美, 骨氣와 ?潤을 모두 추구하는 것)을 추구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盡善 : 盡善盡美, 論語 八佾篇, ‘子謂韶 盡美矣 又盡善也 謂武 盡美矣 未盡善也’

 

雖學宗一家 而變成多體 莫不隨其性欲 便以爲姿

수학종일가 이변성다체 막부수기성욕 편이위자

質直者則徑?不? 剛?者又掘?無潤

질직자즉경정불주 강한자우굴강무윤

 

- 비록 서예를 배울 때에는 一家를 이룬 法帖을 宗師(스승)로 삼아 정진하여야 하지만, 나중에는 변화를 하여 여러 가지 서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性情과 嗜好에 따라 바로 姿態로 삼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 性慾 : 性情과 嗜好(志趣)

- 性情이 質朴하고 곧은 사람은 고지식하게 곧기만 하여 단단하지 못하고,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글씨가 뻣뻣하기만 하여 부드러운 맛이 없다.

* 質直 : 性情이 質朴하고 곧음. 論語 顔淵편, ‘質直而 好義’라는 구절이 있다. * 掘强은 ?强

 

矜斂者弊於拘束 脫易者失於規矩 溫柔者傷於軟緩 躁勇者過於剽迫

긍렴자폐어구속 탈이자실어규구 온유자상어연완 조용자과어표박

狐疑者溺於滯? 遲重者終於蹇鈍 輕?者?於俗吏。

호의자익어체삽 지중자종어건둔 경쇄자쉬어속리

斯皆獨行之士 偏翫所乖。

사개독행지사 편완소괴.

 

- 矜斂者(自矜心이 강한 사람, 고지식하고 內省的인 측면이 있음)은 글씨의 法度에 拘束되는 폐단이 있고, 脫易者(성품이 경솔한 사람, 대충대충 하는 사람) 法度에 의거하지 않아 規矩를 잃게 된다.

- 溫柔者(性品이 부드러운 사람)는 筆劃이 軟弱하여 損傷이 되고, 躁勇者(躁急한 사람)는 글씨의 筆劃이 너무 세차고 급한 것이 잘못이 된다. 狐疑者(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사람)는 필획이 막혀 지체되는데 빠지게 되고, 遲重者(태도가 너무 진중한 사람) 필세가 느린 데에서 끝나게 되고, 輕?者(경박하고 옹졸한 사람, 좀스러워 자질구레한 사함)은 俗吏(문서작성하는 하급관리, 刀筆吏)의 속된 글씨에 물들어 있다.

* 漂迫 : 세차고 성급함

* ?는 染의 뜻

- 이렇게 하는 것은 모두 獨行之士(性情이 偏執的인 사람, 자기가 하는 일이 모두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서예의 正道에 어그러지는 것이다.

 

易曰 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況書之爲妙 近取諸身。

역왈 관호천문 이찰시변 관호인문 이화성천하   황서지위묘 근취저신.

假令運用未周 ?虧工于秘奧 而波瀾之際 已濬發於靈臺。

가령운용미주 상휴공우비오 이파란지제 이준발어영대.

 

- 周易에, 聖人은 天文(剛柔交錯, 즉 日月星辰의 變化)을 잘 살펴서 四季節의 변화를 考察할 수 있고, 人文(文明以止, 즉 詩,書,禮,樂)을 관찰하여서 천하 사람들을 敎化 育成할 수가 있다고 하였으니, 하물며 서예의 奧妙함도 가깝게는 자신에게서 법도를 취하는 것이다.

- 가령, 書法의 운용이 周到綿密하지 못하다면 용필의 깊은 이치를 깨우치는 공부가 결여된 것이지만, 筆勢가 물결과 같이 생동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이미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서법이 啓發되어 표출하게 된다.

* 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 : 周易 賁卦 彖辭句, 이 구절앞에 ‘剛柔交錯 天文也 文明以止 人文也’ 라는 구절이 있다.

* 近取諸身 : 周易 繫辭下, ‘近取諸身 遠取諸物’이란 구절이 있다. 諸는 ‘之於’로 ‘저’로 읽음.

* 波瀾 : 물결, 생동감 있는 事物의 起伏과 變化를 비유함

* 靈臺 : 靈府, 즉 마음을 가리킨다

* 濬發 : 啓發

 

必能傍通點?之情 博究始終之理 鎔鑄蟲篆 陶均草?。

필능방통점획지정 박구시종지리 용주충전 도균초예.

體五材之?用 儀形不極 象八音之迭起 感會無方。

체오재지병용 의형불극 상팔음지질기 감회무방.

 

- 반드시 一點一劃의 情狀을 잘 파악하고 널리 起筆과 收筆의 이치를 궁구하여 鳥蟲書와 篆書를 (대장장이가 한 鎔鑛爐에 넣어 녹이듯이) 잘 融合하여 鍊磨하고 草書와 隸書(지금의 楷書)를 (陶工이 도자기를 만들듯이)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

- 五材(金木土火水)를 竝用하여 體察(體得하여 細密하게 살핌)할 수 있으면 사물의 형상을 무궁하게 창조하게 되고, 여덟가지 재료로 만든 악기가 번갈아 연주하는 것을 본떠서 사람의 감정을 無窮하게 感動시키는 것과 같다.

* 방은 방, 널리

* 八音 : 金, 石, 絲, 竹, 匏, 土, 革, 木의 여덟 종류의 재료로 만든 樂器, 또는 그 악기에서 나는 소리

* 迭起 : 서로 어울려 연주함

 

至若數??施 其形各異 衆點齊列 爲體互乖。

지약수획병시 기형각이 중점제열 위체호괴.

一點成一字之規 一字乃終篇之準。

일점성일자지규 일자내종편지준

 

- 여러 획을 아울러 시행하는데 이르게 되면, 여러 획의 형태는 각각

다르게 표현되고, (한 글자 안에서) 많은 점을 나란히 벌려놓을 때는 體式(모양)을 달리 한다.

- 글자를 쓸 때에 한 點을 찍으면 한 글자의 規模가 되고, 한 글자를 쓰면 바로 전체 글씨(작품)의 準則이 된다

* 互乖 : 다르다, 차이가 있다.

 

違而不犯 和而不同 留不常遲 遣不恒疾 帶燥方潤 將濃遂枯

위이불범 화이부동 유불상지 견불항질 대조방윤 장농수고

泯規矩於方圓 遁鉤繩之曲直 乍顯乍晦 若行若藏

민규구어방원 둔구승지곡직 사현사회 약행약장

窮變態於豪端 合情調於紙上 無間心手 忘懷楷則 自可背羲獻而無失 違鍾張而?工。

궁변태어호단 합정조어지상 무간심수 망회해칙 자가배희헌이무실 위종장이상공

 

- 글자나 획의 모양이 다르지만 서로 범하지 않고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만 章法이 똑 같지는 않다. 붓이 머물 때라도 항상 머물러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빠르게 運筆하더라도 항상 빠른 것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 遣 : 빠를 견

- 먹빛이 건조한 빛을 띠고 있어도 바야흐로 潤澤한 맛이 나오게 해야 하며, 濃艶한 빛을 띠고 있어도 枯槁한 맛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 글씨를 쓸 때에 規矩를 사용하지 않아도 方圓을 만들 수 있고 鉤繩이 없어도 曲直을 이룰 수 있으니, 그러면, 글씨에 情感을 드러내기도 하고 含蓄하기도 하며, 어느 때는 書法에 맞게 시행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자신이 깨우친 서법을 글자 안에 內在시키기도 한다.

* 規矩 : 規可以正圓 矩可以正方, 方과 圓의 바로 잡는 도구

* 鉤는 曲尺, 繩은 먹줄

* 乍顯乍晦 若行若藏 : 顯은 露鋒 晦는 藏鋒, 行은 行筆 藏은 住筆로 해석하기도 함.

- 붓끝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모두 표현하는 것이며 종이 위에서 글씨는 사람의 여러 가지 정조가 배합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음과 손의 간격이 없어져 하나가 되고, 楷則(서예의 법도)을 생각하는 것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王羲之나 王獻之의 서법에 違背될지라도 잘못되지 않을 수가 있고 鍾繇와 張芝의 서법에 어긋날지라도 오히려 정묘하게 된다.

* 豪端 : 붓끝, 豪는 毫

* 和而不同 : 論語 子路篇,

* 無間心手 : 心手雙暢, 心手會歸, 心悟手從 등과 같은 의미임, 마음과 손이 간격 없이 하나가 됨.

 

譬夫絳樹?琴 殊姿共艶 隨珠和璧 異質同?。

비부강수청금 수자공염 수주화벽 이질동연.

何必刻鶴圖龍 竟慙眞體 得魚獲? 猶?筌蹄。

하필각학도룡 경참진체 득어획토 유린전제

 

- 이를 비유한다면, 絳樹와 ?琴은 자태는 다르나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며, 隋珠와 和璧은 본질은 다르지만 姸美한 것은 같다는 것이다.

- 하필이면, 鶴을 刻하고 龍을 그려놓고는(古代의 奇異한 書體인 鶴書나 龍書를 배웠다고 해서) 마침내 眞書의 글씨체를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물고기를 얻고 토끼를 잡은 後에도 통발이나 덫을 버리지 못하여 아까워 할 것인가

* 絳樹 : 중국 古代의 美女, 魏文帝의 ‘答繁欽書’에 ‘今之姸舞莫巧於降樹’라는 구절이 있다.

* ?琴 : 중국 傳說 속의 女神, 漢書 ‘司馬相如傳’에 언급됨.

* 隋珠 : 隋候之珠, 淮南子 ‘覽冥’에 나오는 말. 隋나라는 漢나라 동쪽에 있었는데, 隋候가 상처입은 큰 뱀을 약을 발라 보살펴주었는데 나중에 강 속에서 큰 구슬을 물어와서 은혜에 보답하였다는데 이 구슬을 隋候之珠라 함.

* 和璧 : ‘韓非子’에 소개된 和氏의 璧, 楚나라의 和氏가 楚山에서 옥돌을 발견하여 나중에 다듬어 만든 寶玉

* 得魚獲兎 猶?筌蹄 : 莊子 ‘外物篇’,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 * ?은 吝과 同字

 

聞夫家有南威之容 乃可論於淑媛 有龍泉之利 然後議於斷割。

문부가유남위지용 내가론어숙원 유용천지리 연후의어단할

語過其分 實累樞機。

어과기분 실누추기

 

- 집안에 南威와 같은 용모를 지닌 미녀가 있어야 미녀의 姿色을 품평할 수 있는 것이며, 집안에 龍泉과 같은 보검이 있고난 연후에야 물건을 자를 수 있는 銳利함을 論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는 글씨에 正統해야만 비로소 批評할수 있는 資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함) 서예의 評論이 서법의 본분을 넘는다면 書評의 關鍵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 南威 : 南之威라고도 하는데, 春秋時代 晉(晉文公)의 美女.

* 淑媛 : 정숙한 미녀

* 龍泉 : 春秋時代의 名劍, 원래는 ‘龍淵’이었으나 唐高祖 李淵의 避諱로 後代에는 龍泉으로 불림.

* 斷割 : 물건을 자름. 여기서는 물건을 자를 수 있는 銳利함을 의미

* 樞機 : 樞는 문의 지도리, 機는 弩의 방아쇠. 사물의 핵심부분을 일컬음. 周易 ‘繫辭上’, ‘言行 君子之樞機 樞機之發 榮辱之主也’

 

吾嘗盡思作書 謂爲甚合 時稱識者 輒以引示 其中巧麗 曾不留目

오상진사작서 위위심합 시칭식자 첩이인시 기중교려 증불류목

或有誤失 ?被嗟賞。

혹유오실 번피차상.

?昧所見 尤?所聞 或以年職自高 輕致凌?。

기매소견 우유소문 혹이년직자고 경치능초.

 

- 내가 일찍이 全心全力을 다하여 글씨를 쓰고 흡족하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당시에 識見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에게 그 때마다 이를 보여주었더니, 그 중에 精巧하고 아름다운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간혹 잘못된 것으로 여긴 것에는 도리어 칭찬을 받았다.

* 飜은 反의 의미, 도리어

- 이처럼 어떤 사람은 見識이 밝지 못하면서 더욱이 자신의 견해를 갖고서 남을 이해시키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나이가 많고 官職이 높은 것으로 輕率하게 업신여기고 질책하기도 하였다.

 

余乃假之以湘? 題之以古目 則賢者改觀 愚夫繼聲

여내가지이상표 제지이고목 즉현자개관 우부계성

競賞豪末之奇 罕議鋒端之失 猶惠侯之好爲 似葉公之懼眞。

경상호말지기 한의봉단지실 유혜후지호위 사섭공지구진.

是知伯子之息流波 蓋有由矣。

시지백자지식유파 개유유이.

 

- 내가 마침내 나의 작품을 거짓으로 꾸며서 비단으로 표구를 해 놓고 古代 名人의 이름을 써 놓으니 賢者(見識이 높다는 사람)가 견해를 바꾸었으며 愚夫(일반 대중)들이 賢者를 뒤이어 칭찬 하였다.

- 豪末(글씨)의 특이함을 다투어 칭찬하고 鋒端(글씨)의 잘못된 점을 말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는 마치 惠候가 僞作을 좋아하는 것과 같으며 (龍을 좋아한다던) 葉公이 진짜 龍을 보고 두려워했던 것과도 같다.

- 이것은 伯子(伯牙)가 (鍾子期가 죽고 난후)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은 것에는 아마도 이러한 緣由가 있었을 것임을 알게 해 준다. (伯牙絶絃의 故事)

* 湘? : 淡黃色과 淡靑色, 당시에 주로 이 두 색깔의 천으로 表具했던 까닭에 작품으로 표구하는 것을 가리킴.

* 惠侯之好爲 : 南北朝時代 虞?의 ‘論書表’에 ‘王羲之는 會稽에 王獻之는 吳興에 있었으므로 三吳(蘇州, 常州, 湖州) 근방에 그들의 遺作이 많았다. 新?縣의 惠候가 특히 2王의 遺作들을 좋아하여 懸賞金을 걸면서 사 모았는데, 이에 얄팍한 무리들이 僞作들을 많이 만들었다. 이 때문에 惠候가 소장한 작품 중에는 적지 않은 작품이 眞品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는 惠候이 二王의 글씨를 좋아하였지만 眞迹과 僞作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함.

* 似葉公之懼眞 : 葉公이 龍을 좋아한다, 라는 뜻으로, 겉으로는 좋아하는듯 하지만 실제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 劉向의 新序 ‘雜事篇’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孔子의 제자 子張은 선비를 좋아한다는 魯나라의 哀公을 찾아갔으나 이레가 지나도록 애공이 자장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자장은 애공의 신하에게 이렇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임금께서 선비를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서리와 이슬, 티끌과 먼지를 무릅쓰고 百舍의 먼 길을 발이 부르트도록 쉬지 않고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레가 지나도록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니, 임금께서 선비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葉公子高가 용을 좋아하는 것과 흡사하군요. 섭공 자고는 용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허리띠 장식에도 용을 그렸고 못을 파도 용 모양으로 했으며 집도 모두 용 무늬로 새겨서 꾸몄습니다. 이에 진짜 용이 소문을 듣고 그에게 내려와서 머리를 창틀에 대고 들여다보며 꼬리는 마당으로 늘어뜨렸지요. 섭공은 이를 보고 모든 것을 버리며 달아나며 정신을 잃고 얼굴빛이 파랗게 질려버렸습니다. 이처럼 섭공은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용과 비슷하지만 용이 아닌 것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지금 제가 임금께서 선비를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왔는데 이레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니, 임금께서는 선비를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라 선비같으나 선비는 아닌 사람을 좋아하시는 것입니다.

詩經에 ‘마음속 깊이 간직하니, 언제나 잊혀질까나’라고 하였습니다. 감히 신하에게 이 말을 부탁하며 떠나갑니다.

雜事五: 子張見魯哀公,七日而哀公不禮,託僕夫而去曰:“臣聞君好士,故不遠千里之外,犯霜露,冒塵垢,百舍重?,不敢休息以見君,七日而君不禮,君之好士也,有似葉公子高之好龍也,葉公子高好龍,鉤以寫龍,鑿以寫龍,屋室雕文以寫龍,於是夫龍聞而下之,窺頭於?,拖尾於堂,葉公見之,棄而還走,失其魂魄,五色無主,是葉公非好龍也,好夫似龍而非龍者也。今臣聞君好士,不遠千里之外以見君,七日不禮,君非好士也,好夫似士而非士者也。詩曰 ‘中心藏之, 何日忘之。’敢託而去。”

 

夫蔡邕不謬賞 孫陽不妄顧者 以其玄鑒精通 故不滯於耳目也。

부채옹불류상 손양불망고자 이기현감정통 고불체어이목야.

向使奇音在? 庸聽驚其妙響 逸足伏? 凡識知其?群 則伯?不足稱 良樂未可?也。

향사기음재찬 용청경기묘향 일족복력 범식지기절군 즉백개부족칭 양락미기상야.

 

- 蔡邕이 거문고의 재목을 잘못보지 않았고 孫陽(伯樂)이 함부로 말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鑑識眼이 深奧하고 精通하였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耳目에 막히지 않은 것이다.

- 그때에 가령, 밥 짓는 불에 타는 奇音(뛰어난 소리를 낼 수 있는 거문고의 재목에서 나는 소리)을 듣고서 庸聽(평범한 聽力)으로 그 오묘한 소리를 알아보고 놀란다거나 逸足(뛰어난 말)이 마굿간에 매어있는데 평범한 識見을 가진 사람이 출중한 말로 알아보았다면 伯?(蔡邕)도 稱讚할 것이 못되고 良樂(伯樂)도 崇尙할 것이 못 될 것이다.

* 蔡邕 : 중국 後漢의 文人. 字는 伯?. 젊어서부터 박학했으며 太傅 胡廣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辭章·數術·天文을 좋아했으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거문고를 잘 탔다. 170년(建寧 3) 郞中을 하사받았다. 175년(熹平 4) 당계(堂谿)·양사(楊賜) 등과 함께 六經의 문자를 바로잡으려고 상주했으며, 직접 문장을 碑에다 쓰고 匠人에게 새기게 해서 太學의 문 밖에 세웠는데, 이것을 熹平石經이라고 한다. 나중에 災異의 변에 관해 상주문을 올렸다가, 程璜등에게 참소당하여 투옥된 뒤 멀리 쫓겨갔다. 그 뒤 사면을 받았으나 江海로 망명하여 12년 동안 吳나라에 머물렀다. 189년(中平 6) 司空 董卓에게 불려가서 侍御史·侍書御史·尙書를 지낸 뒤 巴郡의 태수가 되었으며, 侍中·左中郞將까지 지냈으나, 동탁이 죄를 받고 죽음을 당한 후 그도 옥사했다. 저서로는 ‘獨斷’, ‘釋誨’, ‘蔡中郞集’ 등이 있다.

* 蔡邕不謬賞 : 後漢書 ‘蔡邕傳’에 실린 내용. 吳人有燒桐以?者, 邕聞火烈之聲, 知其良木, 因請而裁?琴, 果有美音, 而其尾猶焦, 故時人名曰焦尾琴(어느 날 吳郡 사람이 오동나무를 살라 불을 땠다. 채옹은 그 불이 타오르는 소리를 듣고는 그것이 좋은 나무임을 알았다. 꺼내서 마름질하여 거문고를 만들자고 청하니, 과연 그 소리가 아름다웠는데, 그 끝이 살짝 그을렸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이를 “초미금(焦尾琴)”이라고 했다.)

* 玄鑒 : 뛰어난 식견. 玄覽이라고도 함. (老子 道德經 句)

* 逸足伏? : 伏?은 말이 마굿간에 매여 엎드려 있다는 뜻, 曹操의 詩 ‘步出夏門行’에 보인다. ‘老驥伏?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

* 良樂 : 伯樂, 혹은 王良과 伯樂으로 보기도 하는데, 王良은 淮南子 覽冥訓에 나오는 周代 인물로 말을 잘 부리는 것으로 유명함.

 

至若老?遇題扇 初怨而後請 門生獲書机 父削而子懊 知與不知也。

지약노모우제선 초원이후청 문생획서궤 부삭이자오 지여부지야.

夫士屈於不知己 而申於知己 彼不知也 曷足怪乎

부사굴어부지기 이신어지기 피부지야 갈족괴호

 

- 부채를 파는 老婆가 자기 부채에 王羲之가 글씨를 써준 일을 만났다가 처음에는 원망을 하였는데 나중에는 다시 써 주기를 간청했다는 것이나, 王羲之가 門生(제자)의 책상에 글씨를 써 주었는데 門生의 父親이 글씨를 깎아버려 아들이 한탄하게 된 일은 글씨를 알아보느냐 모르느냐에 달려있다.

- 선비는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데에서는 뜻을 굽히고 알아주는 곳에서는 뜻을 펼치는 것인데, 저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어찌 怪異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 至若老?遇題扇 初怨而後請 : 虞?의 論書表에 소개된 내용.

王羲之가 會稽內史에서 물러나 ?山(즙산)아래 살고 있을 때 한 노파가 육각으로 된 대부채 10개 정도를 들고 팔고 있었다. 王羲之가 하나에 얼마냐고 물으니 20전 정도라고 하였다. 王羲之가 붓을 들어 부채에 글씨를 썼는데 각각에 다섯 글자씩 썼다. 그러자 노파는 이게 왠 일인가 싶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온 집안의 生計가 오직 이 부채에 달려있는데 어찌 여기에 글을 써서 망쳐놓을 수가 있단 말이오, 그러자 羲之가 이렇게 답하였다. “그냥 王羲之가 쓴 글씨라고만 말해보시오. 100전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오” 그 노파가 시장에 나가서 하라는 대로 하니 과연 시장 사람들이 앞 다투어 사갔다. 그리하여 노파는 다시 열 몇개의 부채를 들고 王羲之에게 가서 글씨를 써 달라 청하였으나 王羲之는 웃을 뿐 응대하지 않았다.(舊說羲之罷會稽 住?山下 一老?捉十許六角竹扇出市 王卿問一枚幾錢 云値二十許 右軍取筆書扇 扇爲五字 ?大??云 擧家朝餐 維仰於此 何乃書壞 王曰 但言王右軍書字 索一百 入市 市人競市去 ?復以十數扇來請書 王笑不答)

* 門生獲書机 父削而子懊 : 虞?의 論書表에 소개된 내용.

또 한번은 王羲之가 弟子의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좋은 음식을 차려 내놓는 바람에 王羲之가 크게 감동하여 글씨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새 비자나무 책상이 하나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주 반들반들하고 깔끔했다. 그래서 거기에다 글씨를 썼는데 草書와 楷書가 반반이었다. 제자가 王羲之를 모셔다 드리고 돌아와 보니 그 부친이 그 글씨를 이미 다 깎아버린 것이었다. 제자는 王羲之의 글씨가 없어져버린 것으로 며칠을 괴로워했다.(又嘗詣一門生家 設佳饌 供億甚盛 感之 欲以書相報 見有一新?床? 至滑淨 乃書之 草正相半 門生送王歸郡 還家 其父已刮盡 生失書 驚懊累日)

* 士屈於不知己 而申於知己 : 史記 管晏列傳, ‘君子?於不知己而信於知己’

 

故莊子曰 朝菌不知晦朔 ??不知春秋。

고장자왈 조균부지회삭 혜고부지춘추.

老子云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之則不足以爲道也。豈可執?而咎夏蟲哉

노자운 하사문도 대소지 불소지즉부족이위도야   기가집빙이구하충재

 

- 그래서 莊子는 ‘朝菌은 晦朔(한 달)을 알지 못하고 ??(쓰르라미)는 春秋(四季節)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老子는 낮은 선비는 道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데, 낮은 선비가 크게 비웃을 정도가 아니면 참다운 道가 아니다,라고 말하였으니, 어찌 얼음을 잡고서 여름곤충에게 (얼음을 모른다고) 허물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書藝를 모르는 자를 힐책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

* 朝菌不知晦朔 ??不知春秋 : 莊子 逍遙遊 句, 아침에 돋아났다가 해가 뜨면 말라죽는 버섯은 한 달을 알지 못하고, 쓰르라미는 여름만 살기 때문에 계절을 알지 못한다. 즉, 壽命이 매우 짧거나 덧없음, 또는 생명이 극히 짧은 것이 긴 세월을 어찌 알겠느냐는 의미임.

* 下士聞道 大笑之 : 老子 道德經 41章 句,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不足以爲道’

* 豈可執?而咎夏蟲哉 : 莊子 秋水篇의 句節을 참고. ‘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 夏蟲可以語於?者 篤於時也 曲士不可以語於道者 束於敎也’

 

自漢魏已來 論書者多矣 姸蚩雜? 條目糾紛 或重術舊章 了不殊於旣往

자한위이래 논서자다의 연치잡유 조목규분 혹중술구장 료불수어개왕

或苟興新說 竟無益於將來 徒使繁者彌繁 闕者仍闕

혹구흥신설 경무익어장래 도사번자미번 궐자잉궐

 

- 漢魏이래로부터 서법을 논한 사람은 많은데, 그들의 평론 중에는 좋은 논리와 나쁜 논리가 뒤섞여 조목들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다. 어떤 것은 古人의 說을 다시 서술한 것도 있어서, 이미 지난 논평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고, 어떤 것은 구차하게 새로운 학설을 일으켰다고 하나 끝내 후세 학자들에게 有益할 것이 없었다. 한갓 번잡한 것은 더욱 번잡하게 하고 빠진 것은 그대로 빠져버린 체 있게 한 것들이다.

* 姸蚩 : 아름다움과 추악함

* 糾紛 : 어지럽게 뒤섞여있다

 

今撰爲六篇 分成兩卷 第其工用 名曰書譜

금찬위육편 분성양권 제기공용 명왈서보

庶使一家後進 奉以規模 四海知音 或存觀省 緘秘之旨 余無取焉

서사일가후진 봉이규모 사해지음 혹존관성 함비지지 여무취언

 

- 지금 6편으로 글을 짓고 2권으로 나누고 만들면서 서예의 기법이나 효용에 대해서 차례로 서술하고 이름을 書譜라고 한다.

- 一家後進으로 하여금 이 책을 規模(法式)로 받들어 지키도록 하고 四海知音(天下에 서예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혹여 마음에 담아두고 살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 자기가 아는 바를 秘訣로 감추어 두는 것을 나는 취하지 않는다.(옳게 여기지 않는다)

* 一家後進 : 書法으로 一家를 이룬 後進들

* 觀省 :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

 

垂拱三年寫記

수공삼년사기

 

- 垂拱3年(687年)에 쓰다.

* 垂拱 : 唐 則天武后의 年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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