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1)
김산복(청해 수필가·여행가)
나는 이번에 주위에서 여러 사람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라는 이야기를 듣고 필요함을 느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20일, 실습 2주 하고 시험을 본답니다.
몇몇 지인들이 학원을 의정부로도 소개하고 동두천으로도 소개했습니다.
나는 조금 멀긴 하지만 동두천으로 결정했습니다.
동두천이라는 이름은 잘 알지만, 동두천의 깊이를 전혀 몰라 나는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이 도시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도시를 걷고 싶었고, 그곳 하늘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서울을 나갔다가 양주 역에서 내릴 때마다 언젠가 한 번 멀리 동두천이나 소요산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북으로 갈수록 전방이 가깝기도 하지만 저 남쪽 대천 앞바다 작은 섬(삽시도)에서 살았던 나여서인지 더 북쪽으로, 북쪽으로 가보고 싶다는 아련한 생각이 은연중 깔려 있어 그랬던가 봅니다.
물론 개성도 갔었고, 동쪽의 민통선 너머 고성까지 가보긴 했지만 잠깐잠깐 다녀온 것이 기에 20여 일 동안만이라도 전철을 타고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는 그 북쪽에 가서 사회학적인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두천이라는 분위기와 그 도시의 색깔을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되돌이켜 보면 내 심연의 깊은 곳에 깔려있는 이런 호기심이 그동안 나로 하여금 세계를 날아다니게 했고, 중국에도 매년 배낭하나를 메고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지난 월요일 첫날 양주 역에 차를 놓고 동두천 가는 전철에 올랐습니다. 도대체 북쪽으로 가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전 8시 반…….
차 안은 의자가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좀 늦게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차림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북쪽의 소도시들도 삶의 모습이 평준화되었다는 뜻이겠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었을 텐데 나만 이런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행 역부터 동두천에 속한 모양입니다. 거기서 동두천 중앙역을 지나고 또 동두천역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동두천 중앙역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서 학원까지 5분 거리라고 미리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빠져나가니 공원에라도 온 듯 역 광장엔 나무들이 가득 심어져 있었습니다. 이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차역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목원이었습니다. 맑고 서늘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잘 어울렸습니다. 나무 밑에는 벤치가 드문드문 놓여 있어 앉아 쉬기도
좋아 보였습니다.
도로 쪽으로 나가니 역 앞인데도 신호등이 없었고 건너편에는 빈터가 많았습니다. 건물도 전혀 도시에 맞지 않았습니다. 흔한 까페도 없었고, 맥도널드나. 롯데리아도 안 보였습니다. 먼 시골로 소풍 나온 기분이 들면서 정겨움마저 몸을 감쌌습니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학원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들려오기를 1번 출구로 나와 양키시장까지 와서 학원을 물어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양키 시장이란 말을 들으면서 옳거니 내가 동두천을 택한 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느 도시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양키시장' ~ 부산엔 '국제 시장'과 '깡통시장'이 있듯이 이곳엔 '양키 시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어물어 가니 시장 입구에 아치형으로 된 곳에 '양키시장'이란 이색적인 글씨가 씌여 있었습니다. 그 이름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애신 시장'이란 또 하나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