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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장,
김은하는 이정아의 병실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상태가 어떤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시아버님의 부고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더욱 걱정스럽다.
아마 시댁식구라면 보기도 싫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상태를 보아가면서 시아버님의 부고를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며시 병실의 문을 연다.
간호를 하고 있는 간병인 아주머니가 돌아본다.
“안녕하세요?”
김은하는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병실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간병인은 김은하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준다.
“우리 동서 상태는 어떤가요?”
“네!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좀 전에 막 잠이 드셨습니다.“
”네!
잠이 깰 때까지 기다리지요.“
김은하는 해 가지고 간 음식을 간병인에게 내어준다.
“아주머니가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자주 와서 돌봐주어야 하는데 사는 것이 뭔지 마음처럼 되지 않네요.“
“그러시지요.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요.“
그때 이정아가 눈을 뜬다.
“형님!”
“나 때문에 깬 것인가?”
김은하는 자신을 알아보는 이정아의 모습이 기쁘다.
“형님!
못난 꼴을 보여 죄송스럽습니다.“
”그것이 어디 자네 잘못이던가?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나야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일세!“
“형님께서는 늘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 운명이 박복해서...........“
“동서!
그래도 이만하기 정말 다행일세!
그리고 그동안 내가 와 보지 못한 것도 미안한 일이고.“
”형님께서 어디 한가하신 분이시던가요?
언제나 대가족을 이끄시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으시다는 것을 잘 알지요.“
”그리고 동서!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네!“
“네?
아버님께서?.............
갑자기 왜요?“
이정아는 놀란다.
평소 인자하시고 자상하시던 시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방님의 일로 충격을 받으시고 쓰러지시고는 끝내 그렇게 떠나셨다네!”
“.........................”
이정아는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다.
“이런 말 자네에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서 어머님께서 자네에게 많이 죄스러워하고 계신다네!”
“..............................”
이정아는 눈을 감아 버린다.
시어머니의 생각만으로도 아직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하게 뛰기 시작한다.
“어머님 얘기라면 아직 힘들고 괴로운 줄은 알고 있네!
그러나 이제 어쩔 것인가?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잃고 힘없이 괴로워하시는 모습이 딱해 보인다네!“
“형님!
어머님의 말이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만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
자네의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아마 자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일세!“
이정아는 잠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눕는다.
아직도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다.
조그만 충격에도 가슴의 통증이 되살아나고 힘들어하는 이정아다.
그러기에 아직 퇴원을 하지 못하고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김은하는 그런 이정아를 살펴보고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지켜보다 그대로 돌아간다.
아직은 시어머님께서 찾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은하는 이정아가 참으로 딱하고 불쌍하다.
시어머님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주셨다면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고 잘 살아갈 그런 사람이다.
또한 그렇게 비명횡사를 한 시동생도 가슴이 아프고 동준이를 생각하면 더욱 더 가슴이 멍해져 오곤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가야 할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강인태 또한 이정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 퇴원을 앞두고 있는 이정아다.
살고 있던 집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고 당장 어디를 갈 곳이 없다.
“수진아!
네 엄마를 어디로 퇴원을 시켜야하겠니?“
“아빠!
동준이도 있고 당분간 집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불편하지 않으시면 집으로 모시고 와서 다시 집을 구해야 할 것 같은데 아빠 생각은 어떠신지요?“
”나야 상관없다마는 엄마가 받아줄지 걱정이구나!“
“우선 당장 갈 곳이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동준이를 이곳에 두고 엄마혼자 시골에 내려가 계실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오냐!
엄마하고 상의를 해서 결정을 하도록 해라!
아빠는 어떤 결정이든 그대로 따르겠다.“
강인태는 수진이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다.
그러나 이정아는 수진이의 말에 펄쩍 뛴다.
“안 된다.
내가 무슨 염치로 그곳으로 들어갈 수가 있니?
미안하지만 우선 당분간 동준이를 맡아 줄 수 있지?
집을 구하는 대로 동준이를 데리고 갈게!“
“그동안 엄마는 어디에 계실 것인지 생각해 보셨어요?”
“나야 당분간 집을 구할 때까지 원룸을 얻어서 머물겠다.
그러니 내 생각을 하지 말고 동준이를 잘 부탁한다.“
이정아는 비어있는 원룸을 얻는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해도 전남편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정아다.
그동안 자신으로 인해서 많은 신경을 써주고 보살펴 준 것만으로도 미안스럽고 죄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온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을 아파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정아는 자신의 짐들 중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만을 챙겨 원룸으로 들어가고 난 다음에 동준이와 살아갈 집을 구하느라 돌아다닌다.
언제까지 동준이를 그곳에 맡겨둘 수도 없다.
살고 있던 집은 이 년 후에나 계약기간이 만료가 되기에 그때까지 집근처의 전셋집을 보러 다닌다.
이제는 동준이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동준이와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이정아다.
자신의 삶보다는 아들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신으로 인해 아빠를 잃어버린 아들이다.
이정아가 그렇게 동준이를 생각하면서 집을 구하려 다니는 그 시간 심숙희는 모든 것을 정리를 하고 큰아들과 며느리를 부른다.
용민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아직 엄마를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 않고 있는 용민이다.
심숙희 또한 그런 큰아들의 마음을 짐작을 한다.
“아범아!
이 애미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안다.
나 역시 내 자신이 밉고 싫은데 너희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니?“
”.............................“
용민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동준에미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동준애미가 싫어하는 일이니 내 생각대로 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제수씨를 만나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동준이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려는 사람입니다.
다시 또 엄마로 인해서 일이 벌어지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합니다.“
“그래, 동준애미가 원하지 않으면 그리 하겠다.
대신 행여 내가 만나지 못해서 동준이와 동준애미에게 사죄를 하지 못한다 하면 너희들이 대신 이것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심숙희는 미리 준비를 해 둔 서류봉투를 아들과 며느리 앞으로 내 놓는다.
“이것은 네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하다.
나로 인해서 그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아마 걱정스러우셨는지 네 아버지와 나에게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준이에게 주라는 유언이셨다.“
”........................“
용민이는 말없이 서류봉투를 본다.
용민이가 알고 있는 부모님의 재산은 분당에 있는 아파트와 얼마간의 현금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다.
“너도 알고 있듯이 분당의 아파트를 동준이 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현금이 있고 매달 아파트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들어오는 통장이 있을 뿐이다.“
“..........................”
“지금 내가 무슨 말로 동준애미의 마음을 풀어주고 용서를 받을 수가 있겠니?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마음이 풀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동준이를 데리고 그래도 삶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너희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내 대신 전해주겠니?“
”어머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으면 어머님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이것도 고스란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은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대답을 한다.
“정말 너희들에게는 미안하다.
장남인 너희들을 제쳐두고 동준이게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이니 내 마음도 편치 않고 힘이 든다.
너희들이 우리의 마음을 이해를 해 주기를 바란다.“
”네!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동준이를 위해서 큰아빠의 도리를 해야 할 것인데 이나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것으로 동준이를 키우면서 경제적인 것들은 고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용민이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과 둘째는 부모님의 유산을 이미 받은 것도 있고 더 이상 유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부모님은 당신들이 가지고 계셨던 재산들을 세 아들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당신들 생전에 쓰실 것만 간직하고 계셨던 것들이다.
분당의 아파트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가지고 손자손녀들에게 용돈도 주시며 조금은 여유롭게 살아가고 계셨던 것이다.
그 남은 것을 동준이를 위해서 쓰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다.
심숙희는 큰아들과 며느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막내며느리를 만나 사죄를 하고 그 마음의 응어리라도 풀어주고 싶지만 한사코 만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정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알려주지 않는다.
당분간 원룸에서의 생활 또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수진이에게조차 원룸에서의 삶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작은 방에 몸을 누이고 나면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남편뿐이다.
너무나 어이없이 죽은 것이 믿어지지 않고 현실감으로 다가오지를 않지만 이제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모든 것을 받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자신의 집 근처에 빌라가 전세로 나온다.
조금 작은 집이기는 하지만 동준이와 둘이서 살아가기엔 부족함이 없다.
집을 계약을 하고 나서 필요한 것들만 마련을 한다.
가전제품은 오래두고 써야 하는 것이기에 좋은 것으로 구입을 하지만 작은 집에서 세간을 마련을 해도 자신의 집으로 가면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간편한 것으로 대충 준비를 한다.
동준이의 학교를 옮길 필요가 없는 것이 좋다.
그렇게 두 달 만에야 연립으로 이사를 한다.
강인태는 그런 이정아를 일체 관심이 없는 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아 모르게 강인태는 그 모든 것을 소상하게 알고 있고 이정아도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다.
못이기는 척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강인태는 이정아가 원룸으로 옮겨가자 드러내지 않고 살펴주고 있다.
늘 떠돌이들의 삶의 주거지인 곳이 원룸이기에 불안한 곳이다.
그곳에 수진이 엄마가 있다는 것이 불안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기에 언제나 모든 신경을 쓰면서 드러나지 않게 도움을 주고 있는 강인태다.
또한 수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듯이 이제는 자신이 용재의 아들에게 사랑을 주며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사내아이로 기죽지 않고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살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동준이의 모든 것에 신경을 쓴다.
이정아는 비로소 동준이를 데리고 온다.
“엄마!
이제 우리 여기서 사는 거야?“
”그래!
동준이가 사학년이 될 때까지 여기서 살아야 한다.
우리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사를 가면 그때는 우리가 다시 우리 집으로 이사를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엄마!
동준이는 엄마만 있으면 돼!“
“엄마도 우리 동준이만 있으면 아무것도 겁날 것이 없다.”
그렇게 두 모자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갈 생각을 한다.
이정아는 언제까지 이렇게 두 손을 놓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준이가 자라면 더욱 학비가 많이 들어갈 것이고 동준이를 위해서 이제는 자신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정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사회생활이라고는 해 보지 않고 살아온 이정아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정아는 생각을 하고 또 하지만 취업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남의 집 도우미로 나설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정아는 이제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하지만 도우미나 식당 파출부로서는 용기가 나질 않는다.
동준이를 오랜 시간 혼자 보내게 할 수는 없다.
아직 어린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이정아는 누구하고 상대로 의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여자 형제가 없는 이정아는 언니나 동생도 없고 그렇다고 연로하신 친정엄마와 의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으로 인해 늘 가슴아파하며 더욱 더 늙으신 엄마다.
정아는 며칠을 고심을 하며 깊은 생각을 한다.
장사를 해 볼 생각을 한다.
장사 경험도 전혀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 가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의논상대가 되어 줄 수 있는 큰 형님을 생각해 본다.
시어머님만 아니라면 자주 만나 언니라고 생각하며 오가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은 살아계신
시어머님이 계시기에 마음뿐이다.
김은하는 이제 동준이네가 작은 연립을 얻어 이사한 것을 알고 동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한다.
전화벨이 두어 번 울리자 동서의 음성이 들린다.
“형님!”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동준이도 학교 잘 다니고 있고요.“
”자네를 만나면 안 될까?“
”그러지 않아도 저도 형님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정아는 자신의 집이 어디인가를 알려준다.
김은하는 그런 막내동서가 더 없이 고맙다.
동준이를 위해서 동준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서 가지고 찾아간다.
그 동네에 있는 연립이라 찾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이정아 또한 집에서 나와 김은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은하의 승용차가 오는 것을 보고 이정아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반가워한다.
참으로 언니처럼 자상하고 따뜻한 윗동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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