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9권
9. 성문품(聲聞品)
85) 야사밀다(耶舍蜜多)의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용모가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하였다. 출생하던 날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므로 그 부모가 매우 기뻐하여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아이에게 복덕이 있어서 출생함과 동시에 비가 내렸을 것이오.”
이 소문이 퍼져 온 나라가 듣고 알게 되었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야사밀다(耶舍蜜多)라 하였다. 젖을 먹지 않는 반면, 그 어금니 사이에 자연히 8공덕수(功德水)가 솟아나 그것으로 충족하였다.
그러던 차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여러 친구들과 함께 성문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기원정사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널리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한 다음 출가하기를 원함으로,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야사밀다 비구가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하던 날 하늘에서 단비[甘雨]가 내리고 젖을 먹지 않아도 어금니 사이에서 자연히 8공덕수가 솟아나 그것으로 충족하였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부처님을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셨을 때 어떤 나이 많은 장자가 저 부처님 법을 따라 출가 입도하기는 했으나 게으르고 교만하여 정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중병에 걸렸다.
어떤 의사가 진찰한 결과,
‘소(酥)를 먹어야만 그 병이 나으리라’ 하여,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를 먹었는데, 밤중에 약을 먹고 열이 나며 갈증이 일어나 사방을 헤매면서 물을 구해도 물그릇이 다 비었다.
또 샘이나 못, 강 어느 곳을 가도 다 물이 고갈되어 물 한 그릇을 얻어 마실 수 없어서 스스로 깊이 뉘우치고 자책한 끝에 그 강 언덕에서 옷을 벗어 나무에 걸어둔 채 그것을 버리고 돌아와 그 이튿날 아침에 이 사실을 스승에게 알렸다.
그러자 스승이 곧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가 이러한 고통을 만난 모양이 마치 아귀(餓鬼)와 같구나.
내가 이제 병(甁) 속에 넣어둔 물을 주겠으니 그대가 이것을 가지고 스님들에게로 가라.’
그는 이 말을 들은 즉시 병 속의 물을 받았으나 그 물 역시 다 말라버리므로, 더욱 근심되고 두려워,
‘내가 목숨이 끝나면 아귀에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는,
곧 저 부처님께 나아가서 전후 사실을 갖춰 아뢰었다.
‘제가 이 고액을 만나 혹시 아귀에 떨어질까 매우 근심되고 두려우니, 원컨대 대자대비하신 세존께서 저를 위해 법을 설해 주소서.’
저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저 비구 대중들 사이에 가서 그 깨끗한 물을 대중들에게 돌리면 아귀의 몸을 벗어나리라.’
그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마음 속으로 기뻐하며 곧 스님들 사이에 가서 항상 깨끗한 물을 돌리기를 2만 년을 지난 뒤에 목숨이 끝났다가, 그 다음부터 태어나는 곳마다 어금니 사이에 언제나 청정한 8공덕수가 솟아나 젖을 먹지 않아도 그것으로 충족하였으며, 그리고 오늘날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나이 많은 비구가 바로 지금의 이 야사밀다 비구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