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정신이 드는군."
눈을 떠보니, 낮익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양옆에는 아트론과 해럴드의 얼굴이 보였다.
"산에 나무하러 간애가 자고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몹시 걱정스러워하는 해럴드와는 달리, 아트론은 무뚝뚝한 얼굴로 아르젠에게 호통을 쳤다.
"형님, 필시 무슨 일이 있는것일테니, 나중에 천천히 말해도 되잖습니까."
"으흠..!"
해럴드의 만류에, 아트론은 아르젠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캐물으려던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네 손에 이것이 쥐여져 있었다."
아트론이 내민것은 붉은 검신, 샐라임이라고 하는 정령이 깃든 그 검신이 분명했다.
"마법력이 깃들어 있어, 그 용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아트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럴드가 재빨리 아르젠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아르젠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어딜 가려는게냐?!"
침대에서 나오는 아르젠을 보며 아트론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무리 무뚝뚝한 그였더라도, 지금의 몸상태에서 움직이려는 아르젠이 가여워 보였던 것이다.
"다시... 나무를 해오겠...습니다."
아르젠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문을 향해 다가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지금까지의 피로와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걸은 매우 과도한 슬립(6서클정도의 마나가 주입되어 있었다.)의 영향에 의해 순간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녀의 앞에 테이블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곧바로 땅에 코를 박았을뻔 하였다.
"나무는 우리가 이미 가져다 놓았으니, 무리할 필요 없다."
재빨리 해럴드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스륵.."
해럴드가 다급하게 부축하는 바람에, 아르젠의 머리를 묶은 리본이 풀렸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내 풀어져 버렸다. 놀랍게도 스승 아트론과 같이, 화염같이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그녀였다.(눈동자 색은 다르지만.)
"이런, 머리가 풀어졌구나, 미안하다. 곧 뜨거운 수프를 끓여줄테니, 침대에서 쉬고 있거라."
따스한 해럴드의 말,하지만 그런 그의 친절한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아르젠의 심장곳곳을 찌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껏,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그의 손을 뿌리려고 했던 아르젠이었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던 그녀에겐, 헛된 노력이었다.
몇분쯤 흐르자, 보글보글 하는 소리와 함께 오두막집엔 맛있는 냄새가 가득찼다.
"자, 베테랑 모험가의 특제 수프 대령이요"
해럴드가 수프냄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노란 앞치마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정말 가관 이었으나,지칠대로 지친 아르젠에겐 웃을정도의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자, 어서 먹고 다시 쌩쌩해 지라고"
차마 먹고 싶지 않았으나(해럴드의 수프는 정말 맛있어 보였으나 입맛이 없었다) 해럴드의 애정어린(?)눈빛과,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는 아트론을 본 아르젠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먹었다.
"어떠냐?"
아르젠이 수프를 입에 흘려넣자, 해럴드가 기다렸다는듯이 말했다.
그런 그의 눈빛은 마치 심사위원의 평가를 기다리는 요리사의 그것과 같았다.
"맛있네요."
아르젠이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 얼굴에서 지워져버렸다.
반그릇 정도 먹었을까, 왠만큼 기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한 아르젠은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서려 했다.
"아니, 아직 회복도 안됬을텐데 벌써 일어서려구?"
해럴드가 아르젠이 내려놓은 그릇을 들고 필사적으로 만류했으나, 아르젠에게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게다가
"애가 싫다는데 왜 자꾸만 재촉하나!"
라는 아트론의 호통에 해럴드는 풀이 죽어 그릇과 냄비를 들고 부엌으로 갔다.
"자, 왠만큼 정신을 차렸을테니, 마당으로 나오너라."
아트론은 짦은말 한마디를 탁 내뱉고는 문으로 다가서더니, 문득 뭔가가 생각난듯 멈춰섰다.
"해럴드! 나올때 불씨를 가져와!"
부엌으로 소리를 지른 아트론은 궁시렁거리는 해럴드의 목소리를 뒤로한채 문을 나섰다.
"타닥...타다닥!"
아트론이 구해온 장작덕인지, 아니면 해럴드가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해서 가져온 불씨덕인지, 모닥불은 맹렬히 타올랐다.
"자, 아르젠. 뭔가가 느껴지느냐?"
묵묵히 모닥불을 지켜보던 아트론이 아르젠을 향해 물었다.
"예?? 뭔가가 느껴지냐니요?"
도통 무슨말인지 몰라,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르젠을 본 아트론은 한숨을 폭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평소와 다른것이 느껴지느냔 말이다."
"...."
"느껴지느냐?"
"..아니요"
"...."
너무나도 간단한 아르젠의 대답에 아트론은 할말을 잃었다.
어째서 맹렬히 타오르는 이 화염에서 아무런것도 느껴지지 않다고 할수가 있는가.
"후우.... 아르젠, 네 검신을 쥐어보거라."
"예? 제 검신은 왜요?"
황당하다는듯한 아르젠의 질문에, 이때를 기다렸다는듯이 해럴드가 끼어들었다.
"확실치는 않은데 말야, 네 검신에 화기(火氣)가 어려있는것 같아서 그런거다"
"하지만.. 검신을 쥔다고 달리질것은 없을텐데..."
"어른이 쥐어보라면 재깍 '예' 하고 쥐어봐야지, 왠 잔말이 그리 많으냐!"
그순간 스승의 목소리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무겁고 진지했기에, 아르젠은 찍소리 한번 못하고 검신을 쥐었다.
".....어?"
"것 보아라. 무언가가 느껴잖느냐."
아트론의 말은 절대 허풍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따뜻하고 붉은것이 혈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듯한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불의 기운이다."
"그렇군요... 뭔가.. 느낌이 야릿한데요?"
"그래... 그런데 네 검신이 뭔가가 이상하구나."
그 말에 놀란 아르젠은 자신이 쥐고있는 검신을 내려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검신의, 검날이 있어야할 부분에(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검날이 존재했다는 흔적조차도.) 약한 불꽃이 솟아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네 검신 말이다...."
"?"
"..보통 검신이 아니라..."
"보통 검신이 아니라니요?"
"아티팩트(Artifact)인것 같구나.."
아티팩트(Artifact).
평범한 물건에 마나의, 그것도 4대 원소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물건중 대부분은 마법제품에 불과했고, 뛰어난 마법사가 제조한 물건은 매우 강력한 마나를 지니고 있어, 아주 귀한 축에 들었고, 그런것을 아티팩트라 불렀다.
적어도 하나이상의 특성은 보유하고있고, 멋진 모습은 많은 보물사냥꾼을 낳기도 했었다.
현재 전대륙을 통틀어 아티팩트를 만들수 있는 존재중 마법사가 230명 가량이라고 하니 인간 약 130000명중 1명 꼴인것이다. 그외 90의 존재중 89의 존재는 당연히 드래곤이고, 현재까지 마계에서 온 생물중 오직 하나만이 아티팩트를 만들수 있다.
"아..아티팩트요??? 그런 귀한물건이.."
아르젠이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검신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나더니, 점차 형상화 되기 시작했다.
샐라임이었다.
"안녕하신가, 지배자. 다시 만나는군."
'이게...존댓말을 쓸땐 언제고 지금은 왜 반말하는거냐!'
아르젠이 마음속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샐라임은 마치 그것을 듣기라도 한듯 대꾸했다.
"아아- 처음엔 그대가 강한 불의 기운을 지닌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저 사람이 훨씬 강력하지 않겠어?"
샐라임이 가르킨쪽은 아트론이 서있는 곳이었다.
'스승님이?? 불의 기운을? 마법도 할줄 모르는데?'
샐라임은 아르젠의 생각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 해럴드를 보고 말했다.
"저 사람은 매우 차가운걸, 만일 저사람이 날 만졌으면 둘다 엄청난 피해가 있었을거야."
정신을 차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괴상망측한 샐라임의 말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없는 아르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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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화를 읽으면서 고개가 약간 기우뚱 해지는분들이 계실겁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간 내용과는 조금 다르죠?
제 블로그에 올라간 소설은.
말그대로, 원본입니다.
보석으로 치면 원석이라고나 할까요?
보석을 만드려면 원석을 가공해야겠죠?
그래서 내용이 약간 다른겁니다.
잘 봐주시고요.
현재 6화까지 써놨는데..
아무래도 초짜 판타지 작가이다보니까 상황진행이 너무 빠르네요.
P.S 엘카 4화는 내일정도에 블로그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첫댓글 리플에 목마른 사람끼리 리플 주고받으며 소설 써가봅시다...앝히팩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