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이호우 이영도 자매의 고장-청도기행
모처럼 봄 햇살이 화창한 토요일. 4월24일이다.
울산남구문화원 주차장에 모인 사람들은 오랜만에 떠나는 문학기행에 모두 들떠 있었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나와서 25인승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계신 분이 많았다.
오랜만에 밝은 날씨를 맞이한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조금(3분 정도?)늦었기 때문에 악수라도 떠들썩하게 나누어야 했다.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라 기행지를 멀리 잡지는 못했다. 지난 월례회에서 결정된 대로 경북 청도군으로 향했다.
미리 문학기행을 준비한다고 해도 이정도일까 싶다. 전금순 사무국장과 주여옥 시인협회 이사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아침식사를 거른 회원들의 빈속을 달래기 위함인데, 떡과 음료, 사탕 등속이 빠르게 날라졌다.
"와, 머 이리 마이 준비했노? 진짜 많이 준비했네. 수고 많았겠다. 사무국장" 회원들의 고마운 말을 사무국장이 모두 받아 쥐고 다른 분들께 공을 넘긴다.
25인승이지만 17명이 탄 버스 안은 비좁은 느낌이 들었다. 저마다 배낭 한 개 씩 짊어지고 있었기에 폭이 좁은 차 안은 여유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아예 대형버스를 대절 해야겠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신복 로타리를 지나 언양을 지나고 가지산정을 넘어 갈 때 한석근 회장이 차를 한잔씩 돌렸다.
생강차와 커피 등 취향에 맞는 대로 한 잔씩 마신 사람들은 산마루의 쌀쌀한 날씨가 제법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얼른 버스에 올라탄다.
경주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 사이 계곡을 접한 도로 옆으로 조립식으로, 황토로, 원목으로, 통나무로 제각각 특색있는 디자인과 건축재료를 사용해 아담하게 지어진 펜션이 펼쳐졌다. 마치 펜션 모델하우스인 것처럼.
청도군 금천면 사무소 앞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시조시인 민병도씨였다. 시조보다 그림으로 이름이 더 높은 선생은 청도를 대표하는 이영도 시조시인의 직계제자이다. 울산에서 시인들이 청도로 문학기행을 간다니까 손수 안내를 맡아 주셨다.
우선 선생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처럼 여러 작품이 범상치 않았고, 응접실에서 바라보이는 강변의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눈구경을 마친 사람들마다 한결같이 "경치가 쥑인다"고 표현하면서 부러운 시선을 던졌다.
벚꽃이 이제야 흐드러지는 청도. 이영도 생가를 찾아 가다가, 또 청도군의 유명한 곳이 되어버린 일명'와인터널'을 찾았다. 청도의 특산품인 감을 원료로 주조된 와인은 감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떫은맛이 생소했다.
터널 안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다. 더러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있었고, 와인 병과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이곳 와인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905년 개설돼 철도가 다녔던 곳이다.
청도군 남성현 송금리에서 문을 연 ‘와인터널’은 부부·연인, 가족, 친지의 즐거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도 특산품인 반시(감)를 이용하여 와인을 만들어 열차터널을 와인 숙성과, 카페로 변신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와인터널은 1.01km 길이에 높이 5.3m, 폭 4.5m규모로 15만병이 넘는 와인을 저장, 숙성하고 있다.
바깥 온도가 영하에 달하더라도 연중 14~16도의 온도와 60~70%의 습도를 유지해 와인 숙성 및 보관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 보관 중인 감와인은 100% 감즙으로 만든 것으로, 2004년 10월 전통 식품 Best5에 선정됐고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 참가대표단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시원한 곳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터널’은 청도군민은 물론 인근 대구, 울산 등지 주민들 및 여름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았으며, 병마다 자신들만의 사연을 적어 보관할 수 있어 훗날 다시 찾아와 추억을 되살리게 된다.
와인터널을 나와 청도시장에서 재래시장의 정취를 만끽하고 적천사를 찾았다. 사실 원래 목적지인 이영도 시인의 생가는 문이 잠겨 있었고,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볼품이 없었다. 해당 지자체의 문화의식수준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차선책으로 찾은 곳이 적천사.
그 앞의 두 그루 은행나무가 퍼뜩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아도 어지간한 크기가 아니다. 어른 팔로 너댓명이 잡고서야 둘러쌀 수가 있을 크기다. 그렇지. 신라 보조국사가 친히 심은 것으로 수령 8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402호이다.
적천사는 신라 문무왕 4년(664) 원효대사가 토굴로 창건했다.
적천사 경내에는 괘불탱 및 지주가 나란히 있는데 보물 제143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었다. 굽이굽이 깊은 산길을 돌아 너무 높이 올라간다는 걱정이 들었던 적천사를 나와 이호우 이영도 시인을 기린 오누이공원에 들렀다. 이영도 이호우 시인의 시비를 읽고 난 뒤 회원들의 시낭송을 곁들여 소주 한잔씩 수육에 담갔다.
해가 뉘였하자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 언양 석남사계곡에서 청도 '한재미나리'가 유명하다 하여 사무국장이 사온 미나리를 안주로 남은 술을 모두 비웠다.
빠듯한 여정이라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을 때 조용한 실내를 흔드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다리~" 귀에 익숙한 가락이라 모두가 따라 흥얼거린다.
매년 떠나는 울산시인협회의 문학기행은 2010년 봄에도 그렇게 이어졌다.<문모근>13.6
첫댓글 문선생님? 고맙습니다..바쁘실텐데 이렇게 자세하게도 설명 해 주시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우리 시협 많은 선생님들이 문학기행에는 참석치 못하셨을 지라도 문선생님의 청도 기행문만 읽어도 다녀오신것 같을겁니다.고생하셨습니다..
와~~ 기행문 읽고... 또 가고 싶네요. 내년엔 어디로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