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명상중 동문방에 있었던 서림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을 관조하였다. 나의 무의식적 의도는, 깊이 이해하여 바르게 알고 바르게 행동하자는 것이다. 좋으나, 더 슬기롭지 못했음이 확실히 알아진다. 결과적으로는 서림과 관계가 거의 깨어져,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하였다. 관망하는 대중이 그것으로 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약간의 가능성 밖에 없다. 다만, 동문들에게 화두 하나는 던졌고, 내가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돌아봄이 있고, 배우고 성장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슬기롭게 대처했다면 더 많이 배우고 또다른 껍질을 깨고 성장할 수도 있었으리라.
공부 차원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내가 산적의 소굴로 들어가서, "이놈들 이런 나쁜짓을 하면 되겠냐"고 호통을 쳤다면? 맞아서 생을 마감했겠지. 대신, 일단 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며 면밀히 관찰하고, 기회를 보아 당장 상대 에게도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작은 일들을 같이 도모하여, 뜻이 통하는 친구를 만들어야 당분간은 나도 살고 그들도 산다. 점점 더 좋은 의미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넓혀 나가, 결국 두목도 그것에 진심으로 동의되고 의기 투합하여, 모두 산적의 일을 그만두고, 그 노력으로 산을 개간하고 농사를 짓든지, 등봇짐 장사를 하든지 하는 성실한 세상의 일군으로 바뀐다면, 모두에게 승리하는 일, 그게 아주 좋은 시나리오이지 않을까?
내가 서림의 시와 그림들을 잘 감상해 주고, 좋은 분위기에 합류하다가, 때가 무르익었을때, 더 필요한 한마디를 하였더라면 더 슬기로왔을 것이다. 사실 더 나아가 심연의 마음에, 꼭 그렇게까지 필연적으로 해야 할 말 조차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도 있다. 시인이 이래줬으면 좋겠다는 것은 나의 신념이고 그것을 표현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궁극적 필연과 당위성은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하지만, 위의 일련의 행동은 결국, 내가 믿는대로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표현하고 행동한 것이잖아? 나의 고유한 생명의 권한대로 살 권리는 있다하지만 그 권리가 진정 숭고한 인류애에 기반한 것인가? 내 인격이 그런 경지에 까지 이르렀는가?
Ego의 연출장면 정도였다는 말이다. 나를 너무 비하할 필요도 없다. 고등교육 받은게 있고, 생각도 좀더 깊으니 일반적인 세상사람들 보다는 더 inteligent하다고 믿어지지만, 100%확신은 없다. 결국, 의도는 좋았고 할일을 하긴 했으나 비우지 못한 에고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미송이 이 부분에 착안해서 만류를 한것이라면, 그건 정말 환영할 일이다. 제때 좀더 appeal하게 했으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도 그의 관습에 기초한 연장선상에서 관념적 잣대를 가져다 대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학부모가 옳지만 과격한 주장을 했을때, 교장으로서 일단은 그사람을 안정시키는 것에 익숙할 수 있다. 그 속을 들어가 보지 못하니 알수는 없는 일이다.
첫댓글 서림이 이글을 읽으면, 내가 산적이란 말이냐? 할지도...
서림은, 괜찮은 서정시인이고 화가이다. 지금 분수를 알고 더 성숙한 지성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필연성 조차도 내려놓는, 마음 비우는 작업도 내가 하고 있음이다. 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것 같지? 그래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