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마음 >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시나요?
그 사람의 눈빛이 향하는 곳에 나의 눈빛도 향하게 되고,
그 사람이 스치듯 말한 한마디가 수수께끼처럼 다가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아는지 궁금하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지 궁금하여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떠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행복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고,
역시 생각지도 못할 만큼 큰 서운함에 눈물짓는 일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앙 그르니에의 청소년 소설
《내 남자친구 이야기》와 《내 여자친구 이야기》에서는
이런 청소년기 사랑의 과정이 사뿐사뿐 걸음을 걷듯 그려집니다.
《내 남자친구 이야기》는 잔느의 입장에서,
《내 여자친구 이야기》는 피에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지난번에 했던 슈베르트 발표 말이야, 좋던데.”(《내 남자친구 이야기》, 25쪽)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잔느가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인 피에르에게 말을 건 그날,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사실 피에르 입장에서의 시작은 그보다 이전이긴 했습니다.
공원에서 노숙자에게 해맑게 말을 거는 잔느를 본 순간부터
이미 피에르는 잔느에게 반해버렸던 것이죠.
음악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입니다.
지하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악보와 녹음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한 잔느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고, 피에르는 그런 잔느를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피에르와 함께 아빠의 음악 세계를 배워가면서
잔느는 잃었던 아빠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고,
피에르는 잔느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더더욱 열심히 피아노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둘에게 사랑은 서로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채워주는 선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십 대의 사랑은 조심스럽습니다.
동시에 거침이 없습니다.
혹여나 상대방에게 내 진심이 잘못 전해질까 조바심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 외치고 싶어 과감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청소년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법을 배워 갑니다.
상대와 내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가끔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내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함께 성장하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뿌듯하다는 것을,
연애 기간 동안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건 어찌 보면 기적과 같습니다.
내 행복만큼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모든 청소년에게
다정한 마음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임여주 아녜스 |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