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TV에서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깜짝 놀라 쳐다 오니 우리나라의 작가인 ‘한강’이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다시 한번 느끼고 경사스럽고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조금 지나다 보니 지역 국회의원이 ‘경축,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어떤 유튜버는 한강의 과거 작품이나 행적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알고 보니 한강이 좌익 성향의 작가이었나보다. 국회의원이 경축 현수막을 붙일 일은 아닌 듯한데 좌익 이념의 작가를 자랑하여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 같았고, 그 반대 진영에서는 이런 행태를 예측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 같았다. 노벨상을 받았다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 얄팍한 행태들에 대하여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문학에는 문외한이었고, 나이 들어 한문 공부를 하면서 한시인(漢詩人)이 되었지만 이 사태를 보고 예전의 생각이 떠올라서 몇 자 글을 써 본다.
젊어서 늦은 나이로 1980년에 대학에 편입학하여 교육학 과목을 수강하였는데, 최 아무개 교수(죄송스럽게도 그 교수님의 이름을 잊었다)가 리포트를 냈는데, ‘조지 오웰’의 『1984년』 아니면 『동물 농장』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1984년』을 사다가 읽었는데, 내용인 즉 세계가 셋으로 분리되어 오세아니아라는 나라에서 살고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에 의해서 통치되는 상황인데, 모든 공간을 24시간 샅샅이 비추는 텔레스크린과 곳곳에 숨겨진 마이크로폰에 의해 사람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탄압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호기심에 『동물 농장』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존즈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농장에 주인이 무관심하게 부실한 운영을 하니 돼지들과 동물들이 합세하여 반란을 일으켜서 농장주와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내쫓고 ‘평등’이라는 대원칙으로 동물 규칙을 세워 역할 분배로 농장을 운영한다. 물론 많은 동물들은 평등과 자율에 심취하여 이상을 실현한다고 생각하여 우선은 크게 기뻐하였다.
조지 오웰이 예지력이 있었던지 또는 리포트를 지시한 최 교수가 예지력이 있었던지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상황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처음 컴퓨터가 도입되는 시기였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로 온 국민의 일정과 행동이 모두 기록될 수 있으며, 내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나의 모든 행적이 노출되고 있음은 『1984년』의 묘사와 거의 같다는 것이다. 물론 범죄 예방과 범인 색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서양의 선진국도 이런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동물 농장』의 경우 동물들이 자유와 평등을 모토로 하여 인간을 쫓아내고 자율 경영을 하는 민주화(?)에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가면서 돼지들의 독재로 자유와 평등이 사라지고 있고 결국 인간 지배의 시대 못지않은 나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서운 점은 교활한 돼지들의 선동으로 다른 동물들은 점차 이런 상황에 순치되어 판단능력이 상실되어 옳고 그름을 모르고, 전보다 심한 악행을 일삼는 돼지 무리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나 순종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순진한 나의 상식으로는 ‘보수’는 가진 자들의 편으로 우선 경제 규모를 키우고 점진적으로 분배를 행하자는 생각이고, ‘진보’는 못 가진 자들의 편으로 더 빠르게 분배를 진행하여 평등을 실행하자고 주장한다고 알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보수가 정권을 잡아 경제를 키우면, 다시 진보가 정권을 잡아 분배에 노력하고,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보수가 정권을 잡아 경제를 키우는 순환이 계속된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천문학적인 거대한 금액의 개발이익을 소수 몇 사람에게 나눠주는 사람, 학교 재벌로 가짜 증명서를 가지고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사람이 과연 가난한 사람을 대변하는 진보주의자인가? 교묘하고 감상적인 말로 이성(理性)을 상실한 국민들을 현혹하여 자기 패거리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붕당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가난한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대 정치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우리 국민들도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나오는 일반 동물들과 똑같다고 생각된다. 가짜 뉴스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이 정권을 오래 잡게 되면 『1984년』의 독재체제보다 더 심각한 환경을 만들지나 않을지....
우리 모두 위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여야를 막론하고 옳고 그름이라도 판단하고, 같은 그름이라도 똥인지 겨인지는 구별할 수 있어서 바른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국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