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취소되면 퇴근길에 경기장에서 트랙을 뛰면되고 일정대로 진행 된다면 오후에 봉실산을 다녀오려는 계획.
예정되었던 대로 회식을 한다고 하길래 사무실 동료를 꼬득여 봉실산엘 갔다오자고 바람을 넣어본다.
64년 용띠인 이 양반은 요즘 마라톤에 푹 빠져 살고 있기에 얼씨구나 좋다고 반응이...ㅋㅋ 성공!
혼자서 나갔다오면 안티마일리지가 쌓일텐데...
그나저나 이 양반도 참 대단하다.
지난 년초 마라톤대회에 신청 하고 두어달 준비 해서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하프를 뛰었는데 첫 출전의 기록이 1'39'56"가 나왔으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5분 남짓 빠른 기록이고 주변 사람들의 예상에 비해선 30분이나 차이가 난다.
요즘엔 광주518대회를 두번째 대회로 신청해놓고 매일 온라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용품과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근데 정작 주요한 사이트인 '마라톤온라인', '런너스클럽' '서브3닷컴'이런덴 몰라요! 당연히 '즐거운산이와해찬이네집'도 모르고^^)
여하튼 인질(?)을 하나 잡아놓고 마음 편하게 운동을 나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함께 같은 코스로 가면 서로가 불편할테니 내가 먼저 나가서 내 코스로 가고 이 양반은 예전에 내가 안내했던 고전적인 코스로 옥녀봉까지 갔다오기로 한다.
마음 같아선 799번 지방도를 따라 백제예전 언덕까지 올라갔다가 거기서부터 봉실산으로 이어지는 야산능선길을 달려보고 싶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현장에서 백제예전까지 도로로만 5Km가까이 되니까 )
그래서 그 중간 지점으로 연결되는 코스를 개척해본다.
쏠라공장 앞 사거리에서 레미콘공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달려가니 '대각사'라는 절로 이어지는 비포장소로가 나온다.
10분만에 대각사 절의 삼성각 윗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접속.
이후부터는 그냥 사람이 밟아서 만들어진 C급산길이 이어지는데 여름에 숲이 우거지면 다니기 힘들 것 같다.
5분쯤 갔을 무렵 백제예전쪽에서 이어진 듯한 능선길과 합류하고 여기서부턴 일종의 공식 등산로에 속하나보다.
하지만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탓에 길에는 낙옆이 수북히 쌓여 있고 경사가 엄청나게 심한 오르막이 계속되기 때문에 나무를 잡지 않고는 올라가기도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난코스가 이어진다.
도대체 이 길의 끝은 능선의 어느 부분일까?
중력방향에 수직으로 몸을 세우면 산비탈이 코앞에 닿을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오르막을 10분 가까이 올라가다보니 갑자기 낯익은 곳이 눈에 나타나는데...헐, 옥녀봉!
고전적인 능선코스에서 초반400미터 정도의 오르막, 그리고 옥녀봉을 오르는 오르막, 그 두 오르막을 함께 합쳐놓은 오르막이 이쪽 등산로일테니...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코스, 하지만 한번쯤은 와볼만도 하다.
옥녀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아래쪽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시계 랩버튼을 누르고 봉실산 정상과 끝봉을 향해 출발~
여기서부턴 기존에 늘 다니던 코스라 시간을 재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대충 설렁설렁 다니면 등산밖에 되지 않으니)
12'38"에 끝봉에 도착.
다시 옥녀봉까지 10'35"
옥녀봉에 숨을 헐떡이며 올라섰더니 사무실 동료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
예정대로 만난 것이라 다행이기도 한데 이 양반과 맞춰서 가려면 운동은 ...
하지만 그런 걱정도 한낱 기우
옥녀봉에서 내려서는 급경사길까지만 보통사람들 등산하는 수준으로 갔을 뿐 이후 삼거리에서 이어지는 능선길 오르막 내리막 코스에서 마음 먹고 달리는 내 뒤를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잘 따라온다.
워낙 기초체력이 좋은 사람이라...
그러니까 첫 대회에서 그런 기록이 나오지!
옥녀봉을 내려오는 중간엔 아래쪽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올라오는 이광섭씨를 만나 격려와 응원의 하이파이브.
예전에 제법 잘 나갔었는데...
옥녀봉~하산까지 13'15"가 나왔으니 대충 등산 다닌 게 아닌건 분명하다.
총 소요시간 1시간 (움직인 시간만)
새로 옮긴 건물(훗날 관리사무소)에서 세면대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워~시원하다!
찬물로 씻다보니 예전 인천에서의 추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