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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가 꾸미는 술 모노가다리
제 82편 한국의 전통주 설명 8번
해남 - 진양주(眞釀酒)
주종 : 약주 도수 : 16˚ 소재지 : 전남 해남 주원료 : 찹쌀, 누룩
진양주(眞釀酒-진짜 술 같은 술)는 궁궐에서 임금이 마시던 어주였다. 조선 헌종때 퇴출 궁녀로 알려진 최상궁에 의해, 어주의 궁중양조기술이 전남 영암군 덕진면의 장흥 임씨 문중으로 전수되어 내려오기까지 약 2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누룩과 찹쌀로만 빚는 순곡주이기 때문에 비교적 순하고 특히 단맛이 약간 나는데다, 입술에 달라 붙는듯한 술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원료가 찹쌀인데다 보관도 어려워, 지체높은 양반들이나 맛보는 귀한 술이었는데, 2004년 농림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최한 한국전통식품 선발대회에서 '베스트5'에 뽑혀 그 진가를 더욱 인정받게 되었다.
논산 가야곡 왕주(王酒)
주종 : 약주 도수 : 13˚, 16˚ 소재지 : 충남 논산 주원료 : 찹쌀, 누룩, 국화, 구기자, 솔잎
해마다 5월이 되면 서울 종묘에선 전통 제례가 성대하게 열린다. 바로 UNESCO(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종묘대제(조선왕조 역대 임금께 올리는 전통 제례)다. 여기에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가야곡 왕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곡창지대이며, 물이 좋기로 유명한 충남 논산에서는 백제시대부터 많은 집안에서 곡주를 빚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조선시대 말 민씨 집안(명성황후의 친정)에서 곡주와 약술을 접목한 독특한 술을 만들어 왕실에 진상하면서 '어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지금은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로 '왕주'로 불린다. 술잔을 입에 대는 순간구절초 및 구기자·참솔잎·홍삼·매실 등의 은은한 향과 직접 띄운 누룩 특유의 향이 조화를 이뤄 향긋함을 풍긴다. 여기에다 혀 끝으로 감아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1996~97년 ‘우리 농수산물 대축제’ 민속주 부문 우수상과 1997년 종묘대제 제주, 그리고 명인 지정을 받으면서 애주가들로부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청원 - 신선주 (神仙酒)
주종 : 약주 도수 : 16˚ 소재지 : 충북 청원 주원료 : 멥쌀, 우슬
신선주(神仙酒)는 청원군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통민속주로 지정되어 있는 술이다.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이름난 미원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주는 함양박씨(咸陽朴氏) 집안에 18대째 약 400여년 동안 전승되고 있는 가양주(家釀酒)로, 전하는 바에 의하면 충청도 도사(忠淸道 都事) 박숭상(朴崇상)이 이 마을로 낙향한 후 이 술을 빚는 비법이 전해졌다고 하는데, 일찌기 신라시대에 최치원(崔致遠)이 이 마을 앞의 신선봉(神仙峰)에 정자를 짓고 이 술을 즐겨마신데서 신선주(神仙酒)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선주의 제조는 보신강장용(補腎强壯用) 생약제(生藥劑)를 찹쌀 누룩 등과 함께 발효시켜 청주(淸酒) 또는 증류주(蒸溜酒)로 만드는데, 복용하면 변비를 없애고 머리를 검게 하며 노화를 방지하여 수명을 늘린다고 한다. 또한 독특한 향이 있고 후유증과 숙취가 없으며 머리가 맑아져 마시기에 매우 좋다. (1994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
경기도 광주 - 남한산성 소주
주종 : 증류식 소주 도수 : 40˚ 소재지 : 경기 광주 주원료 : 쌀, 누룩, 엿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성에서 전승된 민속주로 광주 산성소주라 이름 붙은 것이다. 처음 빚은 시기는 남한선성을 축성한 조선조 14대 선조(1568-1608)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후 임금께서도 진상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조에 사용하는 재료의 특징은 남한산성에서 흘러내려오는 좋은 물과 이곳에서 생산되는 좋은쌀, 그리고 재래종 통밀로 만든 누룩, 그리고 다른 토속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래식 엿을 고아 술덧을 빚을 때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빚을때 반드시 우리 재래식 엿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별한 맛을 줄 뿐만 아니라 술의 저장성을 높일 수 있으며 술을 마신후 숙취가 없고 술의 향취를 매우 좋게 한다. 또한 여러가지 유기질과 각종 향미 성분이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어 적당히 마시면 식욕이 증진되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알콜도수는 처음 걸른 술은 약85도 이상이고, 후의 것을 점차 주정도가 낮아지므로 이를 섞어 40도가 되도록 조절한다.때문에 용기에 담은 후 밀봉만 잘 해두면 오래 저장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오래될수록 술맛이 무르익어 소주의 맛은 더욱 좋아진다.
담양 - 추성주 (秋城酒)
주종 : 일반 증류주 도수 : 23˚ 소재지 : 전남 담양 주원료 : 멥쌀, 두충, 창출
고려 문종 14년(1060년)경의 사람으로 참지정사라는 벼슬을 지냈던 '이영간'이, 어렸을 때 금성산성에 있는 연동사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스님들이 금성산성 일대의 자생약초와 불자들이 가져다 준 보리쌀을 원료로 술을 빚어 곡차로 즐겨왔던 술이, 신통한 효험이 있어 늙은 살쾡이가 그 술을 마시고 사람이 되었다는 전설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여 지금의 추성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송순(1493~1583) 선생이 문과에 급제한지 6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회방연에서 당시 강호가도의 선구자들인 송강 정철을 비롯하여 기고봉, 임백호 등의 풍류객들과 함께 3일간 질탕하게 마시고 즐겨 놀았는데, 이때 송순선생이 대접했던 술이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 곧 '추성주(秋城酒)'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선시대 중엽에는 그 명성을 장안에 널리 떨쳤다고 한다. 깔끔한 맛과 향이 양주와 비슷한데, 발효, 숙성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양주보다 뒤끝이 훨씬 좋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주 가운데 가장 많은 13가지 약초가 들어가는 약술이기도 하다. 알콜 도수는 23~25% 이지만, 들어간 한약재 성분 때문에 실제 체감도수는 30~40도로 느껴진다.
홍천 - 옥선주 (玉鮮酒)
주종 : 일반 증류주 도수 : 40˚ 소재지 : 강원 홍천 주원료 : 멥쌀, 옥수수
조선조 말엽 고종 38년, 강원도 인제군 내면 미사리의 전주 이씨 가문에 '이용필'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부모가 괴질에 걸린 부모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여 흘러나온 피를 부모에게 여러 차례 먹여보아도 차도가 없자 마침내 자신의 허벅지살을 도려내어 국을 끓여 봉양하니 병이 씻은듯이 낫고 장수하였다고 한다. 이 소문이 임금인 고종에게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효자 포상 하사와 함께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내렸다. 이에 감읍한 그는 가양주로 내려온 '옥촉서 약소주(玉蜀黍 藥燒酒)'를 정성껏 빚어서 진상하였는데, 이 술이 바로 옥선주이다. 당도가 풍부한 옥수수를 길러내는 최적의 생장조건을 갖춘 강원도 홍천의 옥수수와, 하늘에 제를 지내던 신성한 제단의 바위틈에서 뽑아 올린 지하 암반수로 빚는 옥선주는 여린 연갈색 빛깔과 화사한 미각, 청량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알콜농도 40%의 증류식 순곡주로, 1997년도 우리나라 민속주 부문에서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한국관광공사 공모전 특선, 강원도지사로부터 포상을 받은 술이기도 하다.
철원 - 감홍로 (甘紅露)
주종 : 일반 증류주 도수 : 41˚ 소재지 : 강원 철원 주원료 : 멥쌀, 수수, 자초
감홍로는 유득공의 저서인 "경도잡지" 와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기록된 우리나라의 3대 명주인 평양 감홍로(甘紅露), 전주 이강고(梨薑膏), 전북(태인) 죽력고(竹瀝膏)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최고의 명주이다. 조선 선조 때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 16지 정조지 권7과에 기록되어지고.현종 때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등에도 수록되어 있다. 소주는 고려시대에 유입되어 개발되었는데, 그러한 중류주 중에 관서지방(평양지방)을 중심으로 빚어지는 소주는 고량(高梁:수수)을 원료로 하여 만들므로 처음부터 술빛이 붉어진다. 여기에 여러가지 약으로 조미하여 여러 종류의 소주를 만드는데, 가령 장미를 넣으면 장미로, 매화를 넣으면 매화로 등과 같이 계화로, 박하로, 자소로, 감국로, 생강로, 모과로, 산사로, 인삼로, 이감물로 등 넣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각각 달라지며, 그 중에서 감홍로가 가장 이름있는 술로서 평양 감사에게 바쳤다고 한다. 감홍로의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뷹은색을, '로(露)'는 중류된 술이 항아리속에서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으로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미각, 시각, 후각 을 만족시키는 술이다. 원래 관서지방(평양지방)의 술이지만, 우리나라 대표적 민속주 중 하나인 문배주 제조의 무형문화재였던 '이경찬' 선생의 아들인 '이기양'씨가 농림부로부터 명인 지정을 받아서 철원에서 제조를 하였는데, 2000년 8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이기양'씨의 여동생 '이기숙'씨가 2006년 파주 부곡리에서 주류면허를 받아 빚어 오고 있다.
보은 - 송로주(松露酒)
주종 : 일반 증류주 도수 : 25˚, 48˚ 소재지 : 충북 보은 주원료 : 멥쌀, 누룩, 송이옹가루
송로주(松露酒)는 소나무의 옹이를 생율처럼 깍아 멥쌀과 누룩을 빚어 맑게 걸러서 소주를 내려 만든 전통주로, 소나무와 복령을 사용하여 술 속에 소나무 향기가 진하게 베어 있는 것이 특징이 있다. 또한 전통주 제조에 관한 기술이 고조리서에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민속주 가운데 가장 독한데 소나무 관솔 특유의 향이 혀를 감싸는 알싸한 맛은 목구멍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진다. 예로부터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으며, 동의보감음식법에는 관절, 신경통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전북 - 죽력고 (竹瀝膏)
주종 : 일반 증류주 도수 : 22˚, 32˚ 소재지 : 전북 태인 주원료 : 멥쌀, 대나무진액(죽력)
우리나라 3대 명주 중의 하나로 꼽힌 죽력고는 청죽을 잘개 쪼개 불에 넣어 구워 스며 나오는 진액을 소주에 넣고, 꿀과 생강즙을 넣어 끓는 물에다 중탕하여 제조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중기 이후에 제조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죽력고는 대나무가 많은 전라도 지방에서 빚은 약용주로서, 한방에서는 어린이가 풍으로 갑자기 말을 못할 때 구급약으로 사용되었는데, 생지황·계심·석장포를 넣어 제조하기도 하였다. 또한 매천 황현이 쓴 '오하기문(梧下記聞)'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이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맛이 강렬하고 진하며 심장병이나 협심증 같은 성인병과 중풍에 좋고, 타박상을 입어 어혈이 생겼을 때도 좋다. 술(주,酒)과 약(고,膏)의 경계를 넘나드는 명주라 할 수 있다.
소주에다 죽력(푸른 대쪽을 불에 구워서 받은 진액)을 넣어 고은 술로 약 소주의 일종인데 약으로 많이 쓰여 주(酒)라 하지 않고 고(膏)자를 붙였다.
이러한 액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래 두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고 또 많은 약재가 들어가므로 만들기 힘들다. 죽력은 원래 약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나 술 맛이 좋아 기호품의 일종으로 빚어졌던 고급주로서 푸른색을 띤다. 대나무가 많은 호남 지방에서 빚어졌던 특유하고 귀한 술이다.
배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