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해주는 노인아파트로 가고싶다."
어머니에게서 들려온 두 번째 외침이다.
어머니는 현재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노인아파트에 살고 계신다.
우리가 장을 보아다 드리면 손수 식사를 해서 쳥겨 드신다.
때로는 별식을 하셔서 우리에게 나누어주시곤 하셨는데 언젠가부터 힘이 들다고 하시더니 밥 해 주는 곳을 찾으시기를 벌써 두 번째
재작년에도 그 밥 해 주는 아파트 이야기를 하셔서 서류 준비를 하면서 신청할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서류 준비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 안가련다, 하시면서 접으셨다.
아마도 정부에서 주는 연금을 전액 모두 내야한다는 부분이 아쉬운듯 하셨다.
어머니는 워커(walker)라 불리는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신다.
오래 전 무릎이 안좋으셔서 수술 신청을 하였는데 누군가에서 들은 무릎 수술 후의 고통에 대하여 들으시고는 수술 전날 취소해달라고 하셨다.
지금은 후회막급,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워커 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운동삼아 산책도 열심히 하신다.
새해가 시작된 이후, 일 월 내내 노인 아파트를 찾아 다녔다.
어머니가 원하시는 그 밥 해 주는 노인아파트
케네디언들이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Supportive Living(지원 주택)--노인이나 장애인이 본인의 독립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식사, 청소등의 서비스를 주거 공간에서 맞춤형으로 제공 받는 주거 형태
우리집과 가까운 곳을 찾아 다녀보니 부르는 값이 수천 불, 아니 만 불이 넘는 곳도 있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이름하여 사십 년 이상 캐나다에서 일 하신 사람들
그들은 캐나다 정부 연금 백 프로 다 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이십오 년
사십 년의 반이 조금 넘으니 오십일 프로 정도일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보다 조금 늦게 캐나다에 오셨지만 베네핏이 좋다.
어머니는 홀로 되셔서 과부 연금과 저소득 아니 한 번도 일하신 적은 없어도 연금 수령이 괜찮은 편이다.
포기하기는 마음이 좀 아쉬울 것이다.
다양한 노인 아파트를 찾아 다니던 중 정부 보조 Subsidy, 섭시디 지원을 받는 곳을 알게 되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북동쪽 캘거리 다운타운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었다.
그 동네에는 밥 해 주는 노인 아파트 세 동이 있었다.
아스펜, 스프르스, 그리고 보우 밸리 랏지 등 주로 로키와 관련되는 나무 이름들이었다.
왠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아직도 성탄 장식이 걸려있는 창문에서 따스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물으니 웹 사이트에 들어가란다.
어휴, 내가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중간에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였던 그 웹 사이트라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찡그려졌다.
짜증섞힌 목소리였을 것이다. 낫 워킹 굳(not working good) 잘 안되던대요
그러자 그 직원은 다른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메인 오피스의 코디네이터인 쉐럴이었다.
그녀가 컴을 열고 어머니 이름을 치자 금방 어머니의 정보가 올라왔다.
아마도 내가 여러 번 시도하였던 탓에 어머니 이름이 저장되었을까
그녀가 일을 하는 동안 곁에서 흘낏 훔쳐보니 현재 어머니가 계시는 아파트 관리회사와 이곳 관리회사 이름이 같았다.
어머니가 현재 머무르고 계시는 아파트 이름을 말해주니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인터널 트랜스퍼(internal transfer) 내부 이동이라서 준비할 서류도 간단하단다.
무언가 알지못할 힘이 나면서 일이 순적하게 잘 진행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식사와 세탁물 도움만 받으면 자립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건강검진을 받아야했다.
어머니의 가정의를 만나는 날 의사는 셀폰으로 통역 도움을 해주었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어쨋든 순조롭게 잘 마쳤다.
이제는 신청서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고 매니저들이 모여서 결정할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인성당 할머니 한 분이 그곳에서(spruce) 지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셔서 만족해하셨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컨펌(confirm)만 받으면 된다.
스프루스 커먼(spruce commons)이라고 찍힌 전화 번호 벨이 울린다.
돌아오는 화요일에 사인하러 오란다.
아마도 새 달이 되면 어머니는 요양원이 아닌 밥 해주는 노인 아파트로 이사하실 것이다.
밥 해주는 아파트 만세
우리 어머니 만세
미국이 아무리 캐나다 미워하여도 나는 캐나다를 사랑해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내다보는 창 밖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