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731부대 만행을 고발하고 싶었던 일본인의 운명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스파이의 아내> (Wife of a Spy,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스파이의 아내>는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감독상을 받은 작품으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픽션이다.
제작 당시 우익 단체로부터 항의도 받았던 이 영화는 1940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본격적인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후쿠하라 물산'을 운영하는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는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와 행복하게 살던 중 사업차 만주에 간다.
그곳에서 '유사쿠'는 731부대의 생체 실험을 목격하고 그것을 폭로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를 폭로하는 일은 일본에 대한 '반역'에 해당하는 일이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영화에서 '유사쿠'는 훌륭한 자본가로 묘사되는데, 동시에 고급 양복을 입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자신을 세계시민인 '코스모폴리탄'으로 칭한다.
'유사쿠'는 자신이 세계시민이기에, 생체 실험을 일삼는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은 정의라고 생각한다.
한편, 일제는 전쟁으로 인해 부족한 물자를 충당하고,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국민복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리지만, '유사쿠' 부부는 양복을 고수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토코'의 친구인 헌병대 대장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비애국적이고 사치를 일삼는 부부에 대해 주의를 주지만, 이런 주의가 통할 리는 없다.
출처영화 <스파이의 아내>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유사쿠'가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하자, '사토코'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이 희생당하는 정의는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
'사토코'는 평온한 가정을 지키길 원해 남편의 행동에 반대했었지만, 이내 '유사쿠'의 의도에 따르게 된다.
<스파이의 아내>는 일본에선 금기시되다시피 한 731부대를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영화 자체도 간접적으로 해당 범죄를 표현하지 않았고,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일본 우익 세력을 저격한다.
발각당한 '사토코'는 '다이지'에게 "당신은 시대를 바꿀 수 있었다"라고 외치지만, 우익 세력은 여전히 이런 전쟁 범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작품을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쟁은 목적은 무엇일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면서, "전쟁의 역사를 보면 어떤 것은 정의의 이름으로 일어났고, 어떤 것은 단순한 침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또, 인류는 단순히 방어의 목적으로 또는 자부심의 발로로 전쟁을 일으켰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이라는 폭력이 정치가와 군인들이 악마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기는 어렵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당시 국가는 자만심과 탐욕을 먹고 본 궤도에서 탈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광기'는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대량학살을 정당화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주장한다.
감독은 "광기의 전쟁은 모든 이가 싸워야 할 대상이 됐고, 이것이 1940년대 일본에서의 삶"이라면서, "이 영화는 한 부부를 통해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이 그 세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는 자유와 평화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현대 일본에 언제 어디서 이런 광기가 다시 출연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런 끔찍한 위기의 상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사토코'의 모습들을 통해 막을 내리는데, 그 상황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행동은 작품의 주제를 잘 포착한 것처럼 보였다.
미쳐가는 시대에서 오히려 미친 것이 정상인처럼 보이는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졌다.
특히 아오이 유우의 연기가 발군으로, 연극에서 볼 수 있는 동선 연기가 전체적으로 과장된 스타일로 풀어내지만, 오히려 그것이 작품의 주제 의식과 잘 맞아떨어져 인상 깊었다.
2021/03/09 CGV 용산아이파크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