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6-09
둥 지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공부방 아이, 그리고 선생님들이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작은둥지를 떠나 우연히도 이름이 같은 전라북도 완주의 둥지 요양원에서 수양회를 가졌다. 수양(修養)과 요양(療養)은 서로 먼 집안 사이의 말만은 아닌 듯싶다. 그러면서도 수양하면 보통 인들이 어떤 것을 성취하고자 심산유곡(深山幽谷)을 찾아 심신을 닦거나, 바쁜 도심 속의 이들이 자연 속에서 무리를 지어 소정의 과정 속에서 한적함과 자기성찰(自己省察)의 계기를 삼고자 함이다. 이와는 달리 요양은 아픈 사람들이 대다수 나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하여 밀려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 수용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통 연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요양 중인 이들을 대할 때에, 우리들과는 함께 둥지를 틀고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야, 험상궂게 생겼을 거야, 조상이나, 부모님들이 예전에 잘못으로 자식이 그 값을 받는 거야, 청결하지 못하고 불결해 등의 선입견(先入見)내지 우리들이 쉬이 말하는 편견(偏見)으로 대함이 보통이다. 수양회에 가던 날 어느 이를 만나 장애인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지체장애인인 나로서도 장애인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장애인과 괴리감(乖離感)을 갖는다는 말을 하였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말 속에는 몇 가지 나에게서 잠재(潛在)되었던 내면의 표출이었음이 생각되어진다.
첫째, 나 스스로가 장애인이면서, 장애인과의 괴리감이라는 말을 하는 것에는 정상인들과 괴리되지 않고 잘 어울림을 볼 수 있지만, 또한 은연(隱然) 중 저 장애인들과는 다른 어쩌면 장애인이 아니다는 자기부인(自己否認)이 내포된 자기부재(自己不在)가 아니었나 자책하여 본다.
둘째, 장애인과의 괴리감을 갖는다라는 말에는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이인데도 대상화(對象化)하여 우리와 다른 개체(個體)로 대함에 문제가 있다. 다만 장애인은 일반인으로 생활을 하는데 장애를 받을 뿐이다. 키 작은이가 선반 위의 물건을 내리려는데 닿지 않을 때,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물건을 내리듯, 걷기에 불편하니 목발을 사용할 따름이다. 같은 이야기로 보는데 장애가 있어 안경을 사용하는 이도 장애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 “해아래 새것은 없다”라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것은 모두가 불완전(不完全)하다. 모두가 둥지 속에서 보호를 받아야하는 장애인이며, 눈에 보이는 가시적(可視的)인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라 할지라도 항상 장애를 가질 가능성의 존재들이다.
예수께서 내가 두집어 쓸 나의 죄 값을 대신 쓰시고 나에게서 죄를 벗겨 주었듯이, 나의 아픔을 장애인들이 대신 아픔으로 나를 이 아픔으로 부터 속량(贖良)하여 주었다. 우리가 전에 접하지 못하였던 이들과의 만남이라 매우 뜻 깊었다. 자폐증(自閉症)의 민국이와의 만남 속에서 민국이가 자폐아가 아니라 이들에게 우리의 문을 폐쇄(閉鎖)하고, 이들에게 주저주저하고 있는 내가 자폐증 환자가 아닌가 싶다. 나의 문을 열고 너를 받아들이므로 너와 나를 우리로하여 큰 둥지를 틀자.
공동체 이야기
첫 만남
진선미
늦게 들어간 학교생활의 힘듦 속에 실습이라는 버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벌써 내일이면 마지막이다. 귀여운 새싹방 아이들과 정이 들자마자 헤어지게 되니 기분이 묘하고 마음 한구석엔 허전함이 찾아든다.
제일 처음 만난 속눈썹이 길고 눈이 큰 다윗, 반가운 마음으로 매일 나에게 안기는 똑순이 수빈이를 대하며, 힘든 것도 잊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나올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개구쟁이 기훈, 재호, 용우, 예만 그리고 이쁜이 윤경, 애교쟁이 해슬, 개구쟁이 수아, 똑순이 (김)수빈과 나중에 들어온 얌전이 (송)수빈, 고집 세고 당찬 수연이와 이제 막 정들었는데 헤어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고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특히 다윗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다윗은 내가 밖에 나가려고 하면 “선생님 어디 가지 마세요”라며 나를 붙잡았다.
나는 가면 그만이지만 뒤에 남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괜한 나의 실습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가는 건 아닐까?란 조심스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 아이들 뒤에 항상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배려해주고 수고하시는 원장선생님과 많은 선생님들과 향림원 식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 든든하며 아이들은 건강하고 밝게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실습을 마칠 수 있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새싹방 아이들이 예쁘고 밝은 모습으로 자라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애들아, 사랑해......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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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기필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2006년 9월 12일에 한밭렛츠가 새터공동체에서「짝패」영화상영을 하였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김기홍.주식회사EG(이광형).정무래.최영애.라홍채.김기필.국민건강보험공단금산지사(정영현4인).금성교회.한애자.채윤기(박현실).나순채.가장제일교회3남선교회(6인).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3인).수영교회.세광교회.대전성남교회.진명구.동부명성교회.향림원.대신가든.옥천동부교회.대전노회.대덕교회.그리스도의집.이원교회.금산주부클럽(7인).살림교회(박상용외9인).김종택.신건태.향림원.새사람공동체(9인).진주문교회여전도회(박영진외8인).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전태화.성삼순.정인구).새로남교회9여전도회(10인).향림원.최선희.추부제일교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