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전쟁이 준, 마음 속의 큰 상처
맛깔나는 영화여행/2011 건방떨기
2011-07-21 21:24:35
<2011년 7월 20일 개봉작 / 133분>
<장훈 감독 / 출연 :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1.
오늘은 전쟁 속에 비참히 죽어간 전우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전투에서 이기겠다는 비장한 각오나, 나는 전쟁의 영웅이 되어서 '전설'이 되겠다는 그러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을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또 그러면서 인간미가 묻어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고지전>이라는 영화에서는 우리를 박장대소할 만한 코미디는 별로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를 울릴 수밖에 없는,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마냥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그러한 이야기입니다. 눈물이 나도, 살리고 싶어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는 없는 현실. 그것이 진짜 살아있는 '전쟁'의 참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2.
방첩대 중위 강은표. 그는 험하게 입을 놀리는 바람에, 전출이 됩니다. 영창을 보낼 수 없다며 그를 보낸 곳은 애록고지. 애록고지는 누구 하나 뚜렷한 주인도 없이, 계속해서 뻇고 뺏기기를 반복하는 전장입니다. 그 전장에서 내통자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우 악어중대 중위 김수혁을 만나게 됩니다. 둘의 관계는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일으킵니다. 이쯤되면, 우리는 영화의 뻔한 스토리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분명, 김수혁이 내통자일 것이다! 네, 영화는 별달리 예상을 깨지 않습니다. 내통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내통자와는 전혀 다른 내통자입니다. <고지전>은 김수혁을 평범한 내통자로 지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3.
<고지전>은 전쟁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들은 수없이 고지를 탈환헀다가 뺏기지만, 그들은 '민족'이라는 동포의식 아래, 은밀한 내통을 합니다. 그리고, 그 내통은 '기밀'이나 '첩보'가 아니라, 서로 소식 전하기, 먹을 것 주고 받기, 물건 주고 받기 등입니다. 그래서, <고지전>은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이는 참사도, 전쟁이 낳은 비극이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정든 상대를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정든 전우도 죽어가고, 정들어버린 '적'도 죽여야만 하는 현실. 그것이 <고지전>이 주는 진짜 비극입니다.
4.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고지전>은 고지를 탈환하면서 겪는 애환과, 전쟁이 길어지면서 겪는 인간성의 말살 등을 그려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인간성으로의 귀환'을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영화가 다소 느슨한 듯한 느낌은 있는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전쟁 때문에 겪었을 우리 조상의 눈물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쟁이 우리에게 준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마음 속의 상처', 그것도 엄청나게 큰 상처가 아니겠습니까! 그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 <고지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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