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흰개미·하루살이·혹파리 ‘벌레의 습격’
지구 온난화로 기온 상승… 곤충 집단 창궐로 이어져
조유미 기자 입력 2023.05.23. 03:00 조선일보
지난 18일 밤 서울 잠실야구장 불빛을 보고 몰려든 동양하루살이 떼. ‘5월 더위’로 한강 지류 수온이 올라가면서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환경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산림청·문화재청이 22일 서울 강남에서 국내 첫 확인 된 외래종 흰개미에 대한 합동 역학조사에 나섰다. 지난 17일 발견된 외래종 흰개미는 마른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 먹어 ‘목조건물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위험한 곤충이다. 해외에선 집 기둥을 무너뜨리고 목조 문화재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주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데 서울 한복판에 출현한 것이다.
최근 서울·경기 남부에선 동양하루살이 떼 수만 마리가 기승을 부리고, 인천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선 혹파리 떼가 창궐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모기는 작년보다 19일 빨리 등장했으며 농촌진흥청은 “올해 미국선녀벌레 등 해충(害蟲) 3종의 부화 시기가 평년보다 6~7일 빠르다”고 밝혔다. ‘벌레의 습격’이다.
때 이른 곤충의 출현과 집단 창궐은 기후 변화와 기온 상승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5월 더위’는 한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31.2도로 평년 최고기온(23.2도)을 넘어섰다. 8월 초(31도) 날씨였다. 같은 날 강원도 동해안 일부 지역은 역대 5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온은 최근 10년마다 0.2도씩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덥고 습한 여름이 예고된 상태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오르며 부화 등 생장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성충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모기는 낮 평균기온이 13도 이상이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환경부·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성체로 자라는 모기 수는 27% 늘어난다.
지난 주말 잠실 야구장은 동양하루살이 떼 습격을 받았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도 날개를 펴면 5㎝나 되는 이들 출현에 놀라고 있다. 동양하루살이 떼는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5월 더위’로 한강 지류 수온이 올라가며 창궐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사체가 쌓이면 악취가 난다.
국내 흰개미와 외래종 흰개미는 모두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산림청은 “최근 한반도 기온 상승과 함께 흰개미가 급격히 늘고 있어 목조건물과 숲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목조 문화재 362건 중 185건(51.1%)에서 흰개미 피해가 눈으로 확인됐다는 보고서도 있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전남 완도에서 더운 지역에 사는 외래 흰개미인 ‘통짜 흰개미’가 확인됐다”며 “기온이 더 올라가면 (위험한) 외래종 흰개미도 충분히 우리나라에 서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2~3년 사이 개체 수가 급증한 ‘미국선녀벌레’와 ‘매미나방’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외래종인 미국선녀벌레는 인삼이나 과수나무 등의 줄기와 잎에 달라 붙어 즙을 빨아 먹은 뒤 끈적한 물질을 배출해 해를 입힌다. 매미나방도 애벌레가 수종을 가리지 않고 잎을 갉아 먹는다. 두 곤충 모두 알 상태로 월동하기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높을수록 살아남을 확률도 커진다. 산림청 조사에서 매미나방의 전국 발생 면적은 2021년 5891만㎡로 축구장 8250개 규모에 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와 산림 생태계 변화로 미국선녀벌레 등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작년 7월에는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리는 계피우단털파리가 서울 북부와 경기 일대 주택가 등에 집단으로 등장해 며칠간 방역 작업을 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방제 작업이 ‘곤충의 습격’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기후 변화로 ‘뎅기열’ 등을 매개할 수 있는 외래종 흰줄숲모기 등이 국내에 서식하게 된 것은 문제”라며 “감염병이나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곤충의 출현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조기 방제에 나서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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