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주님께서 우리를 내버리시고, 흩으시고, 우리에게 노하셨으나,
이제는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시편 60:1]
시편 60편은 다윗이 교훈하기 위해 지은 시다.
이 시를 통해 에돔과의 싸움에서 다윗과 요압이 소금 골짜기에서 에돔을 물리쳤으나 패색이 짙을 때도 있었음을 가늠하게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다.
실패와 좌절과 절망은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 것이다.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실패이고,
더는 내가 할 수 없으므로 좌절하는 것이고,
더는 빠져나올 수 없는 올무에 걸린듯하기에 절망하는 것이다.
그러한 때에는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노력은 없고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주시라고 한 것은 아닌지를.
하나님을 믿는 이들이라고 흔들리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흔들리며,
하나님이 부재하시는 것과 같은 현실에서 더 많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혼란스럽다.
하나님이 우리를 버린 것 같고, 우리의 청원을 거절하시는 것 같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미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구원을 헛됨이니이다(11/ 개역),
사람의 도움은 아무 쓸데가 없습니다(메시지),
설령 사람이 도움이 있다고 한들 무엇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시편사색),
사람의 도움은 헛되니(새번역)'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단순하게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의 도움을 찾지 말고 하나님 앞에 엎드리라'는 식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우리는 이런 류의 해석과 이런 류의 고백과 신앙에 익숙하다.
침묵하시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하나님이 이미 주신 말씀을 붙잡는 것,
하나님이 이미 주신 은혜를 상기하는 것,
하나님이 이미 주신 복을 세어보는 것이다.
다윗은 6~8절 말씀을 통하여 이미 하나님이 하신 말씀을 회상한다.
'다윗이 교훈하려고 지은 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사람이 도움은 헛되니'에 방점을 찍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신앙에 빠지게 된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 혼자하시는 것도 아니고 사람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다.
세네카는 "신은 자신의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신은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하나님과 인간의 상호작용이요, 변증법적인 관계다.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 난 뒤에 우리는 기도할 수밖에 없다.
'주님,
제가 해보니 여기까지입니다.
헛일 입니다.
당신이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속히 오셔서 도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