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거지 빵 찾다
이영백
나의 학창기에 먹지 못한 국화빵으로 나는 어쩜 빵에 대한 징크스가 있다. 고2학년 입주가정교사 하면서 집에 다녀오는데 큰형님 집으로 나의 상장, 표창장, 앨범, 책, 공책, 사진 등 애장품(?) 전체를 싣고 가버렸다. 억울해서 가정교사 입주 집으로 돌아왔는데 저녁 굶어 배가 고파도 돈이 모자라 못 사먹었다. 초겨울 유리창 너머로 김이 모락모락 나던 못 먹은 “국화빵”이 지금도 아려온다.
빵이라는 말은 알고 보니 포르투갈어다. 원래는 “팡(pao)”이었는데 포르투갈어와 일본어가 교류하면서 “팡”을 일식발음으로 “빵”이 되었다. 우리 동양인은 밥이 주식인데 빵은 마치 간식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빵에다 다른 것을 곁들여 먹음으로써 주식이 되었다.
나는 빵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글 쓰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준비해 둔 곰보빵인 소보루빵을 즐겨 먹는다. 그것도 요즘은 양이 많아서 간혹 배고픔을 적당히 채우려고 양이 적은 “초코파이”한 개로 대신하기도 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붕어빵이 간혹 먹고 싶어 사러 나간다. 그곳에는 군고구마와 군밤도 보인다. 예전에 즐겨 먹었던 거지 빵은 잘 안 보인다. 이 거지 빵은 왜 거지 빵인가. 구어 나온 모양새를 보면 동글납작하고 노란 색으로 두텁게 굽혀 있고, 나타난 문양은 마치 국화꽃잎처럼 여섯 가닥 볼록하게 나와서 풀빵이라고도 하였다. 초교 다닐 때는 풀빵 한 개 십 원이다. 그 십 원이 없어서 침만 삼키다 거지 빵 구경만 하고 돌아 왔다. 요즘은 거지 빵은 구경조차 어렵다.
오늘날 고급빵집이 많지만 돈 아끼는 습관이 들어서 고급빵집에 나는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이제까지 살아왔다. 남의 집 방문을 가려고 할 때 어쩔 수 없이 고급빵집에 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빵에 대하여 잘 모르니까 방문자 연령대, 성별 등에 맞춰, 도움 받아 사 간다. 예전에 못 먹은 국화빵의 징크스가 알게 모르게 나의 뇌리를 스치고 있는 것은 아직도 망각곡선에 닿지 못하였다. 거지 빵, 풀빵, 국화빵은 같은 이름씨이다. 요즘은 거지 빵 찾아보기 어렵다.
손녀들이 있을 때 많이 보던 동화만화 “구름 빵”은 나도 먹어도 괜찮을까? 나이든 요즘 늦은 시간 배고파 오면 곧잘 냉장고 열고 준비하여 둔 빵을 찾아 즐겨 먹는다. 곰보빵, 소보루빵 때문에 다이어트도 걱정해야 할까?
배가 고프면 밥 먹을 생각은 안하고 사다 둔 빵을 곧잘 먹는 것은 그렇게 식성이 달라졌다. 어린 날 배고픔에 대한 어른이 되어서 보충해야만 북망산 잘 갈 수 있는 것 같아 빵을 쉽게 먹는다. 그러나 나는 거지 빵을 찾는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