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님
박영숙 글로리아 (7구역 2반)
어느 순간 성경를 읽게 되었습니다. 창세기부터 그냥 순서대로 무슨 말씀인지 모르고 읽었습니다. 저에게 눈을 뜨면 할 일이 생겼습니다. 몇 시간이고 하루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힘들 때 저 역시 꼼짝 못 하고 다 내려놓아야 되는 시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도 잠시 잊게 되고, 성서를 읽다가 잠도 자고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자, 저는 기계적으로 성서 한 권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 절박하여 하느님께 매달릴 줄도 모르고, 또다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성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읽다가 잠이 들고, 다시 일어나 또 읽고, 지루함도 모르고 시간을 메꾸는 책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어느덧 성서가 나의 친구가 되고 나에게 말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밑줄을 그으며 편안함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때는 너 왜 이러고 있느냐고 야단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 콧물 흘리며 몇 시간을 울었는데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모든 게 바닥이 되고 보니 하느님을 찾는다는 것도 잊고 기도해야 되겠다는 마음도 안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저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하느님 말씀의 성경책이 친구가 되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그즈음, 집에 갇혀있는 저에게 누가 찾아왔습니다. 반장님이 달력과 성사표를 전해 주러 오신 것입니다. 밝게 웃으며“형님”하고 반갑게 불러주는 반장님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저에게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도 반장을 하여 저같이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도도 안 하고 성당도 열심히 안 다니는 저를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뒤로 저의 하루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방송을 보게 되고 미사에도 참례하면서 평화방송은 나의 두 번째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후 4년 뒤 총구역장님한테서 언제쯤 시간이 되느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어서 오후 4시 이후에는 시간이 된다고 하였더니 5시에 성당 앞에서 보자고 하여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형님, 7구역 2반 반장 좀 맡아주세요.” 순간 당황하여 말문이 막혔고, 성당일을 안 해봤는데 어떻게 하지? 저는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총구역장님께서 “일을 맡고 보니 기도를 더하게 되더라고요” 하는 말이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일을 해서 시간도 많지 않은데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대답도 거절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2024년 반장으로 임명되어 반장이 되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1월, 2월, 두 번의 반모임을 했습니다. 친형제들도 자주 못 보는데 우리 하느님의 자녀들을 한 달에 한 번 만난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매일 주님께 ‘우리 7구역 2반 가정에 함께 하시고 축복하소서.’ 하고 기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