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장아찌와 베글 김규련 오늘 점심은 베이글을 구워 크림치즈를 위에 바르고 반찬으로는 마늘 장아찌를 같이 먹었다. 식초에 담은 마늘장아찌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 중에 하나다.
삼 식이 남편은 한 끼도 굶으면 몸에 축이 나고 힘이 빠져 안 된단다. 어떤 때는 남편 말이 맞은 것도 같다. 옛말에 나이 먹으면 밥심으로 산다고 했듯이 정말 끼니를 놓치면 피곤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혈당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점심을 양껏 먹으면 저녁을 초라하게 먹어야 하니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식사를 즐긴다. 음식 뿐 아니라 우리네 생활도 매일 동양과 서양이 만난다.
텔레비전에도 영어로 된 영화를 보다가 또 저녁에는 한국 영화만 본다. 한국 시장에 가서 김치나 한국음식을 주로 사고 코스코에 가선 미국음식을 산다. 일했던 지난 40년 동안은 직장에선 영어로만 말했고 집에 오면 어느새 한국어만 썼다. 우리는 이렇게 미국 속에서 한국을 산다. 가끔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맘이 불처럼 솟구친다. 잃어버린 나의 20대를 다시 찾아가고 싶어 남편을 졸라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작년에도 한 달 한국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친척도 만났지만 내가 그리던 고향은 꿈속에만 있었다. 옛날에 지냈던 내 고향은 어느 곳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사건이 내 기억 속에만 꽉 차 있었다. 세상이 너무 바뀌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마늘장아찌와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먹고 살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게 하나도 없다. 몇몇 남은 친구들도 나이 먹어 자주 만날 수도 없었다. 한국 역이민하려 했던 욕망은 쉽게 포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동, 서양을 왔다 갔다 해보니 내 가치관에 혼동이 온다. 내가 서 있는 계절의 길목을 의식하니 역이민을 포기한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어디에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린 다 똑같이 베이글과 마늘장아찌를 먹는 세상에 사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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