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짝퉁
보석 가게. 실내조명이 눈부시다.
한 젊은 부인이 넷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뺀다.
결혼반지다. 빛나는 다이아몬드.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했을 텐데.
파실려구요?
네. 힘없이 대답한다.
보석상 직원이 감정용 안경을 낀다.
한참 동안 요리조리 본다.
탈칵! 오른쪽 눈에 꼈던 안경을 유리 위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부인, 모조품입니다!
비싼 게 가짜도 많다.
명품에만 미러급 제품이란 게 있다.
거울에 비친 것 같단다.
웬만해선 구별 못할걸?
그래봤자 다 짝퉁이다.
내 안에 날 베낀 짝퉁이 있다.
명품인 나와 함께 있어 운명처럼 같이 산다.
짝퉁은 명품 때문에 힘들고 명품은 짝퉁 때문에 괴롭다.
둘 다 저 같은 애들끼리 어울려야 제격인데,
제멋대로 못하는 짝퉁이나 싸구려 취급받는 명품이나 둘 다 고생이다.
에잇! 울화가 치민다. 대체 이 빌어먹을 조합은 어째서 생겼나?
기독교인은 회개라는 걸 한다.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그걸로 인한 슬픔이다.
비참을 자각한다. 자신을 믿었던 걸 자책한다.
그래서 그분을 더 의지하게 된다.
가짜인 나의 조종을 받았다는 걸 깨닫는다. 짝퉁 자기다!
내가 내 밖에서 나를 본다.
그게 자기반성이다.
그걸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중에서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카페 게시글
좋은 글 나눔터
명품과 짝퉁
흰돌
추천 0
조회 205
23.12.03 08:17
댓글 0
다음검색